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튀르키예의 물가 고공행진

튀르키예 Meltem Ince Yenilmez Department of Economics, Izmir Demokrasi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8/0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현재 튀르키예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는 2018년 경제개발구상이 야기한 부작용의 결과다. 동 구상은 국내 투자 유치는 확대하면서도 투자자 지원에 필요한 자금은 외채로 충당하고자 했다. 비록 2019년에는 국제 여건이 다소 호전되고 튀르키예 중앙은행(TCMB, Central Bank of the Republic of Türkiye)이 상당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제가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는 데 필요한 개혁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Kubilay, 2021).

오늘날 튀르키예의 근로계층에 있어 인플레이션은 이전부터 고질적 문제로 제기되었던 높은 실업률보다도 더욱 심각한 경제·사회적 위험요소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 문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최저임금 노동자 및 실업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고, 이외에도 빈곤의 급속한 확산, 삶의 질 저하, 기존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 물가상승의 다양한 악영향이 튀르키예 사회 곳곳에서 관찰된다.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 현황
2021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를 바탕으로 측정한 튀르키예의 공식 물가상승률은 당월 기준 13.58%, 연간 환산치로는 36.08%를 기록했는데, 이는 19년 만의 최고치에 해당한다(TÜİK, 2022). 이는 세계 각지의 여타 국가에 비해서도 독보적인 수준으로, 미국의 5배, 유럽연합(EU)의 7배, 인도의 11배, 일본의 20배, 중국의 39배 이상에 달한다. 게다가 튀르키예의 생산자물가지수(PPI, Producer Price Index) 증가율이 동월 19.08%, 연간 환산치로는 79.89%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제 물가 부담은 공식 통계의 두 배에 이를 수도 있다(Daily Sabah, 2022).

일례로 TCMB가 발간하는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 통계에서 15.4%의 가중치를 지닌 주거비 지수는 2021년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50.5%의 상승률을 보였으나(TCMB, 2021), 튀르키예 통계청(TÜİK, Turkish Statistical Institute)이 공식 보고한 수치는 23.8%에 불과해 양대 기관 통계치 사이에 두 배가량의 격차가 관찰된다(TÜİK, 2021). 이에 더해 민간단체인 인플레이션 연구그룹(ENAG, Inflation Research Group)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2021년도 CPI 상승률도 공식 통계의 두 배를 훌쩍 넘는 82.8%이다(ENAG, 2022).

해가 바뀐 2022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리라화의 가치 하락으로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 6월에 집계된 연간 물가상승률은 24년 만에 최고치인 78.62%를 기록해 2021년 기록을 다시금 갈아치웠다(TÜİK, 2022). 산업 분야별 연간 CPI 상승률을 살펴보면 통신(23.74%), 의류 및 신발류(26.99%), 교육(27.76%), 보건의료(39.34%) 분야의 물가상승률이 그나마 가장 낮았던 반면, 교통(123.37%), 식품 및 무알코올 음료(93.93%), 가구 및 가전제품(81.14%) 등은 가장 높은 수준의 가격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 문제
튀르키예의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소 중 하나는 기후 재난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확산으로,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력발전에 사용되는 석탄을 보다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탄력을 받으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폭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극단적인 이상기후의 빈도가 증가하면서 농업 생산성도 급감해 세계 식량 가격도 올라가는 추세이다(Granville, 2022).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는 2021년도 세계 식량 가격 상승률이 10년 만의 최고치인 28%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반적 물가도 추가 상향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Reuters, 2022).

식량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은 개별 산업 분야의 문제부터 경제 체제상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먼저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공급망에 큰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반적 물가가 올라갔고, 2021년부터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도 상승하면서 농업 부문의 생산 및 운송 비용 부담도 늘어났다. 이외에도 2021년의 식량 가격 상승에 일조한 기타 요인으로는 미래 가격 상승에 대비한 상품 비축량 증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의 확산,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폭풍, 산불, 가뭄 등 극단적 날씨의 빈발을 들 수 있다(Ghosh, 2022). 게다가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이 재차 크게 올라가면서 시장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Dünya, 2022).

상기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선진국에서도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국민 생활을 위협하고 있는데, 일례로 미국과 영국의 최근 물가상승률은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유로존 일부 국가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2년도 세계 성장률 전망을 각각 3%와 2.9%로 하향 조정했고, 각국에서는 세계적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전개하는 중이다(OECD, 2022). 한편 유엔(UN)은 지금 나타나는 식량 가격 상승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아프리카 지역의 가뭄과 겹치면서 2023년에 대대적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기존 이론을 벗어나는 튀르키예 인플레이션의 특이성
하지만 세계적 물가상승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살인적인 수준이라 할 만한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구조적 요소에서 기인한 것이며, 물가상승의 일시성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대응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다.

주류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이미 완전고용 상태에 있는 자본주의 국가가 추가로 정부지출을 늘릴 경우, 수요 증가분에 맞추어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잉여 노동력의 부재로 인해 물가상승이 불가피해진다(Danninger et al., 2022). 이는 즉, 정부지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증가하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완전고용과 정부지출 증가의 결합이라는 이론적 가정이 현실에 나타날 가능성은 2차대전 당시 전시경제 체제 하에서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오늘날의 선진국에서도 그다지 크지 않으며, 튀르키예도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현재 튀르키예의 고용률은 46.6%, 실업률은 11.3%이기에 완전고용 상태와는 거리가 멀고(TÜİK, 2022), 따라서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잉여 노동력의 부족으로 물가상승이 일어난다는 해석을 적용하기 어렵다.

한편 소비자 지출의 지나친 성장이 총수요를 늘려 물가상승을 초래한다는 또 다른 이론도 튀르키예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 튀르키예 국민의 평균 소득은 여타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고, 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도 그다지 높지 않아 소비자 지출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설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Hudson, 2022).

이론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 소비자 지출의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지만, 실제로 튀르키예에서 국민생활 지원에 투입한 공적 자금은 타국에 비해 굉장히 제한적 수준에 머무른 데다가, 실제로 정부가 사용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가계에 직접 전달되지 않고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였다. 따라서 국내 제조업계의 생산 역량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급증한 소비자 지출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튀르키예 정부의 희망: 수출실적 향상과 성장세 유지
튀르키예 무역부(Ministry of Trade)의 메흐메트 무스(Mehmet Muş) 장관은 2022년 6월 자국 수출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18.5% 늘어난 234억 달러(한화 약 31조 원)를 달성했음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튀르키예 경제는 2021년에 11% 성장률을 유지했고, 2022년 1/4분기에도 7.3%의 준수한 성장률을 보였으며, 해당 15개월간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순수출 증가에서 나왔다. 이에 더해 산업생산지수(Industrial Output Index)가 전년 대비 10.8% 상승했다는 사실 또한 튀르키예의 생산 동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의 근거가 된다.

무스 장관은 상기한 정보를 바탕으로 튀르키예 경제가 세계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균형잡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꾸준히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튀르키예가 정부 규제를 가미한 시장경제 체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못박고, 국내 및 국외 자본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자국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튀르키예 정부가 최근 내놓는 정책이 보호주의 조치 강화나 글로벌 가치 네트워크에 대한 태도 변화 등 역(逆)세계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이 튀르키예 수출 경쟁력에 가져오는 역효과
인플레이션의 부수효과인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튀르키예 수출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와 오히려 향후 수출 신장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수출 업계 부담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운송기업에 지불하는 외화 비용이 환율 상승에 따라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TCMB, 2022). 튀르키예의 소규모 운송기업 다수는 연료 가격을 비롯한 운영비용이 불과 수개월 만에 최대 50%까지 상승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위기 대처능력이 강한 대기업들도 시장 가격이 요동치자 1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포기하고 개별 운송 건마다 계약을 따로 체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운송비를 확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한편 튀르키예 운송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2022년에도 20~40%가량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Yücel, 2022).

또한 인플레이션의 심화는 국내 생산비용 증가를 불러와 고환율에 따른 국내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상쇄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수입품이 오히려 가격에서 우위에 서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달러와 유로 환율을 각각 절반씩 반영해 집계한 리라화의 기준 환율은 2021년에 69.97%만큼 상승한 데 비해 동년도 PPI 상승률은 이보다 높은 79.9%를 기록했는데, 이처럼 생산비용이 환율보다 더욱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세율 조정 등의 요인에 따른 것이고, 이 격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실은 튀르키예의 수출업계가 고환율에 기반한 가격 경쟁력의 이득을 사실상 상실했음을 시사하며, 이처럼 자국 화폐가치의 극단적 평가절하와 환율의 급격한 등락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수출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기능한다. 한 튀르키예 수출업계 관계자는 이 측면에서 환율이 달러당 14리라, 최악의 경우에도 달러당 16리라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통제할 필요가 있고, 이 노력이 실패할 경우 튀르키예 기업의 수출 경쟁력 상실은 물론, 생산 및 투자 전반에서의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Karadeniz, 2022; TCMB, 2022).

지속적 통화 확장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
한편 TCMB가 2021년 초에 19%로 설정되었던 정책금리를 동년 말에는 14%까지 인하함에 따라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심화되었다(TÜIK, 2022). 2021년 한 해간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44%나 폭락했고, 2022년도 상반기에도 24%의 추가 낙폭을 기록했다가 최근에서야 일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TCMB는 이러한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금리 재인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 대신 리라화 사용을 장려하고 장기 투자를 대상으로 한 재정 지원책 확보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튀르키예의 실질금리는 현재 세계 최저 수준으로, 개도국 화폐 중에서도 리라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폭이 유독 컸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6월, TCMB의 통화정책위원회(MPC, Monetary Policy Committee)는 인플레이션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시장의 예상대로 환매조건부채권(Repo) 1주일물 금리를 6개월 연속 14%에서 동결했고, 그 결과 동월 CPI 상승률은 79%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가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TCMB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생이 종식되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튀르키예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자국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 경기 후퇴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결론
튀르키예는 산업 생산과 가계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외채를 지속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튀르키예 국민들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은행 예·적금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선호함에 따라 저축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에 따라 자본이 생산성 높은 분야에 투자되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현물 등 비생산적 분야로 몰리는 상황이 나타난다. 그 결과 튀르키예의 은행은 가계로부터 충분한 양의 자금을 예치하지 못하고, 정부는 자금 부족에 빠진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 공급하며, 이로 인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자연스레 상승하는 악순환이 튀르키예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고환율을 기회로 삼아 수출 증대를 도모해 만성 경상수지 적자를 완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구상조차도 에너지 수입 및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미 위험에 빠진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튀르키예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지금껏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는 것은 금리 인상 주저, 저축 장려책 미비, 국가 재정 악화, 고환율 기조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 등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