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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나이지리아 화폐 가치 추락의 원인과 영향 분석

나이지리아 Duruji Moses Metumara Covenant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8/0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1. 서론
나이지리아의 화폐인 나이라(Naira)의 가치는 지난 2015년에 전직 장성 출신의 무하마두 부하리(Muhammadu Buhari) 현임 대통령이 임기를 개시했을 당시 달러당 150 나이라(Naira)에서 출발한 이래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나이지리아의 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되고 있다(Anagun, 2021). 이에 따라 16년이라는 오랜 기간 정권을 휘둘렀던 기존 집권당을 상대로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전 정부의 경제적 실책을 비롯해 많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이지리아의 현 행정부가 실제로 얼마나 큰 개혁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상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나이지리아 정부 및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나이지리아 중앙은행(CBN, Central Bank of Nigeria)이 내놓은 구상과 조치가 나이라의 가치를 보전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Salako, 2022). 2020년 하반기 달러당 380나이라 선에서 안정되어 가던 환율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부터 8월 초까지 410달러 후반대에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고, 주요 상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이지리아의 특성상 이와 같은 화폐가치 하락은 물가상승과 삶의 질 하락, 기업환경 악화라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 아래, 본고에서는 나이지리아 화폐가치 하락 문제의 발생 경위와 이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분석을 소개한다.

<그림 1> 나이라 화폐 자료사진
* 자료: vanguardngr.com

2. 나이라 가치 하락의 역사 
지난 1973년에 기존 나이지리아 파운드(Pound)를 대체하는 국가 통화로 등장한 나이라는 출범 당시 달러당 0.685나이라의 환율로 거래를 시작했으며, 따라서 액면가를 기준으로 1나이라의 가치가 당초 1달러보다도 높았다(Komolafe, 2022). 하지만 이로부터 13년 후인 1986년,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를 구성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주도한 구조조정프로그램(SAP, Structural Adjustment Program)에 따라 나이지리아 정부는 자국 화폐가치 평가절하를 단행했으며, 그 결과 당시 달러당 0.894나이라(공식 환율) 혹은 1.70나이라(비공식 암시장 환율) 수준이었던 환율은 달러당 2.02나이라(공식 환율) 혹은 3.90나이라(비공식 암시장 환율)까지 폭등했다. 해당 조치 이후 세계 주요국 화폐 대비 나이라의 가치는 하락 일로를 걷고 있는데, 본고에서는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나이라 가치 하락의 역사를 분석해 보기로  한다(Komolafe, 2022).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많은 개도국에 도입된 SAP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나타난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부채 부담의 증가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각국이 국제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받아들인 것이다(Ogbimi, 2022). 당시 IMF 관계자들은 나이지리아 환율이 자의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적정 환율로의 평가절하를 주문했으며, 해당 조치를 통해 수입은 감소하고 수출은 늘어나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부채 해소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Eme & Johnson, 2010). 본 조치에 따라 나이지리아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제2외환시장(SFEM, Second-Tier Foreign Exchange Market)을 출범시켰는데, 여기서 나타난 시장 환율은 기존보다 17배 높은 달러당 17나이라로 폭등하면서 나이지리아 경제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그림 2> 2019년 이래 나이라 현물 환율(공식 환율) 및 암시장 환율 단위: 달러당 나이라
* 자료: 블룸버그(Bloomberg) 및 Abokifx.com

이어 1995년에 군사 쿠데타로 국가원수 자리에 있던 사니 아바차(Sani Abacha) 대통령은 자율외환시장(AFEM, Autonomous Foreign Exchange Market)을 신설해 CBN이 최종 소비자에 직접 외화를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나, 여기서 설정된 공식 환율이 달러당 22나이라로 고정된 반면 비공식 암시장 환율은 그 네 배인 달러당 88나이라에 달하면서 외화 암거래가 폭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렇듯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의 괴리가 증폭되자 외환 거래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달러를 염가에 사들인 뒤 암시장에서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환차익을 챙기면서 아바차 행정부 시기에는 국가 경제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부를 거머쥔 이들이 매우 많이 나타났다(Fawenhimi, 2015). 나이지리아의 외환시장이 비로소 안정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민주정 회복 이후 CBN 총재 자리에 조셉 사누시(Joseph Sanusi, 1999~2004)와 찰스 솔루도(Charles Soludo, 2004~2009)가 연이어 임명되면서부터인데, 특히 당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24달러(한화 약 16만 3,000원)로 올라가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나이지리아의 외환보유고는 560억 달러(한화 약 73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개선된 외화 수입을 바탕으로 CBN은 환율을 달러당 150나이라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수준에서 안정시킬 수 있었다.

3. 유가 변동으로 인한 환율 변화
나이지리아는 원유라는 단일 수출품에 전적으로 의존해 환율 변동성을 통제하는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Akpan & Atan, 2012; Okaro, 2017), 나이지리아가 벌어들이는 외화 중 75% 이상을 원유 수출로 충당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의 변동에 따라 주요 통화 대비 나이라 가치도 큰 영향을 받는다(SapientVendors, 2021). 게다가 최근에는 수입 의존 과잉, 자본 순유출 증가, 투기 수요 증대와 같은 요인에 따라 외화 수요가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인데, 이는 나이지리아의 경제 구조상 유가가 하락해 외화 수입이 줄면 CBN이 환율 방어에 쓰는 탄약인 외화가 감소해 자국 화폐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Brand, 2020). 현재 나이지리아산 원유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30달러(한화 약 3만 9,000원) 수준인데, 유가가 110달러(한화 약 14만 4,000원)에 육박했을 때는 충분한 차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2010년대 후반 유가가 45달러(한화 약 5만 9,000원) 수준으로 떨어지자 더 이상 유의미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더해 무장폭도의 준동으로 산유지의 원유 생산시설 가동이 타격을 입은 점도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WorldOil, 2016).

국제 유가 하락의 결과 2015~2017년 나이지리아의 외환보유고가 20%가량 감소해 300억 달러(한화 약 39조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CBN은 환율 안정화를 위한 화폐가치 절하 조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Emele &Alonso, 2020). 해당 조치의 일환으로 고드윈 에메피엘(Godwin Emefiele) CBN 총재는 은행 간 외환시장을 폐쇄하고 41종 상품에 대한 외화거래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는데, 이로 인해 이전까지 합법적으로 해당 상품을 수입하던 업자들은 졸지에 불법 수입업자로 전락해 암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Fawenhimi, 2015).

하지만 현재 환율이 달러당 610나이라까지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상황은 단순히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외화 수입 감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돌입한 이후 유가는 배럴당 124달러(한화 약 16만 3,000원) 수준으로 상승한 상황이지만, 정제 석유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휘발유 보조금 지급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나이지리아에서는 고유가로 늘어난 수익이 수입대금 지불과 보조금 명목으로 모두 소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나이지리아 정부가 휘발유 보조금 지급에 투입하는 액수는 현재 5조 나이라(한화 약 15조 원)에 달하며, 이는 2022년 국가 예산의 무려 4분의 1에 해당한다(PM News, 2022).

4.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나이라 가치 하락이 불러온 경제적 악영향의 대표적 사례는 복지 수준 및 삶의 질 저하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폭등이라는 화폐가치 하락의 고질적 문제가 금번 위기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나이지리아 통계청(National Bureau of Statistics)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보통 크기 계란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2021년 4/4분기에 28.15%만큼 상승하는 등 식품 부문 전반에서 시장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같은 기간 최대 78.99%가량 폭등했다(Komolafe, 2021). 이렇듯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2021년 3월에 발표된 연간 물가상승률 통계도 4년 만에 최대치인 18.17%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CBN이 발간한 2021년 8월 대상 월례 경제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은행업계에서 부실 대출로 분류되는 액수가 전월 대비 13.6% 증가한 2조 7,600억 나이라(한화 약 8조 5,000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건설용 자재 가격 상승으로 나이지리아 각지에서 진행되던 사업이 투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단되면서 건설업계의 부도가 빈번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Sapient Vendors, 2021).

나이라 평가절하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게 와 닿는 분야는 정제 석유제품 수입업계이다. 나이지리아는 원유생산국 지위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용 정제 역량을 보유하지 못해 이들 상품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기에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한다. 특히 나이지리아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품목으로는 가격 자유화가 실시된 경유와 Jet-A1 항공유를 들 수 있는데, 2022년 초에 리터당 200나이라(한화 약 610원)에서 시작한 경유 가격은 현재 리터당 700나이라(한화 약 2,150원)까지 치솟은 상태이다. 간헐적 정전이 잦은 나이지리아의 특성상 현지 기업 대부분은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기에, 발전용 경유 가격의 상승 부담에 직면한 많은 기업들은 직원 해고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을 시도하거나 아예 사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Izuora et al, 2022). 한편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인 휘발유조차 일반 주유소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는 수입된 휘발유를 항구에서 내륙으로 운반하는 유조차 또한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연료 부족과 암시장 횡행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수송업자들은 운송료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Izuora et al,2022).

5. 결론
1980년대 SAP의 시행과 함께 시작된 나이라 가치 하락은 기업의 물품 생산과 서민의 일상생활, 상품 수출입과 정부 운영 등 많은 분야에서 나이지리아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가져온 대표적 요소이며, 따라서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다방면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나이지리아 경제는 이전 시기에 나이라 평가절하로 인한 영향에 일부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민주정 복원 이후 원유 수출 분야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휘발유 보조금 과다로 인한 예산 낭비 문제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나이지리아 정부는 장기적으로 자국 경제를 다변화하는 데 힘써야 하고, 외화 손실을 유발하는 원인인 휘발유 보조금 정책을 종식시킨다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일부 상품을 은행 간 외환시장 거래 대상에서 제외한 이전 정책을 재검토해 외환시장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비록 이와 같은 정책이 정치적으로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나이지리아 경제의 부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것이 올바른 방향으로의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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