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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싱가포르 식량안보 전략의 다방면적 분석

싱가포르 Zahrah Imtiaz Point Pedro Institute of Development (PPID) Research Associate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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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말레이반도(Malay Peninsula)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섬나라 싱가포르는 1959년 6월 3일부로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작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Worlddata.info, 2022). 오늘날 싱가포르는 교육 체계 수준에서 세계 21위를 차지하고(World Population Review, 2022) 기술적 연결성과 문해율도 최상위급에 속하는 고도 선진국으로 분류되며(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2022), 특히 금융(Reuters, 2022)과 신생기업(McKinsey Digital, 2022) 분야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인프라 허브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8월을 기준으로 59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Worldometer, 2022) 무역장벽을 대거 철폐하고 세계 각국과의 지정학적 관계도 원활히 유지하면서 개방적 경제 구조를 표방하고 있으나(EDB Singapore, 2017), 이렇다 할 천연자원이 부족하고(Trade Chakra, 2008) 수송 및 전력발전 분야의 연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데다가, 대규모 농업에 필요한 국토 면적이 작은 관계로 내수용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 170여 개 국가에서 수입해야 하는 등의 취약성도 안고 있다(CNBC, 2022). 따라서 싱가포르 정부는 상기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식량 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한 구상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최근 관련 사례로는 2030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30-30 구상을 들 수 있다.

싱가포르의 계란 및 가금육 산업
자국 내 충분한 농지를 보유하지 못한 싱가포르는 계란의 경우 국내 생산과 주변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병행하고, 가금육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1인당 계란 소비량이 연간 388개로 상당히 높아 계란 산업이 호황인 싱가포르에서는 2021년에 단 세 군데의 국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으로 내수의 최대 28%를 충당했고(Channel News Asia, 2021), 나머지는 주변국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2022년 2월에는 하루에 60만 개의 계란을 생산하던 농장에서 전염병이 창궐해 생산량이 40% 이상 급감하면서(The Straits Times, 2022)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수입 비중이 전년도보다 늘어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가금육 산업은 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고기, 거위고기, 비둘기고기 등 다양한 품종으로 구성되지만, 그중에서도 닭고기가 수입 가금육의 최대 지분을 차지한다(Singapore Food Agency, 2022). 싱가포르는 가금육 농장을 단 한 개도 보유하지 못해 내수에 필요한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토지 부족을 비롯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앞으로도 가금육 농장 건설 계획이 따로 없다(Ramanee, Singapore Has No Plans To Produce Chicken Locally, 2022). 싱가포르는 원래 내수용 생·냉장 닭고기의 99%, 냉동 닭고기의 34%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 왔는데(Zhixuan, 2022), 식량 위기에 봉착한 말레이시아가 자국산 닭고기 수출을 금지한 이후로는 수입 구조나 생·냉장·냉동 닭고기 비율, 소비자 취향과 수요 등 많은 방면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2019~2021년 싱가포르의 연도별 계란 및 닭고기 공급원 비중 추이
* 자료: 싱가포르 식품청(Singapore Food Agency)


계란 및 가금육 시장 전망
싱가포르에서는 1인당 계란 소비량이 2011년의 307개에서 2020년에는 388개로 늘어나는 등 계란이 인기 식품이며(Singapore Food Agency, 2022), 2022년부터 나타난 사료 및 물류비용 증가와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계란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Heng & Lee, 2022). 근미래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싱가포르에서 닭고기를 비롯한 가금류 1인당 소비량은 2011년의 33kg에서 일부 등락을 거쳐 2020년에는 36kg으로 올라갔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운송이 용이한 냉동 닭고기보다는 생·냉장 닭고기에 대한 싱가포르 국민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Chan, 2022). 이중에서 생·냉장 닭고기의 경우 지리적 인접성으로 수입이 수월한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에 공급되는 양의 99%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말레이시아 정부의 닭고기 수입 금지 조치 이후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싱가포르의 대표적 음식인 닭고기밥(chicken rice)에 들어가는 생 닭고기 품귀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The Poultry Site, 2022). 이에 싱가포르 소비자들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의 선호를 바꾸어 냉동 닭고기를 사용한 닭고기밥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고(The Malay Mail, 2022), 싱가포르 정부도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냉동 닭고기나 대체육류 소비를 권고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수출 금지 조치와 싱가포르의 대응
2022년 6월 1일부로 자국산 닭고기 수출을 금지한 말레이시아의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 총리는 자국의 닭고기 식량안보를 해당 조치의 사유로 들었다(Andres, 2022). 이는 사료 비용 상승, 전염병 창궐, 악천후, 그리고 일부 기업 과점 현상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로 말레이시아가 충분한 양의 닭고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Paulo, 2022). 

하지만 정작 말레이시아의 양계업계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큰 지분을 차지하면서 많은 수익을 올린 바 있는 싱가포르 닭고기 시장 점유율이 영구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해 오히려 해당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으며(Bedi, 2022), 이와 같은 우려는 싱가포르가 자국 닭고기 수입량 증대 및 식량안보 제고를 위해 대체 공급원인 인도네시아로부터의 닭고기 수입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Cheng, 2022). 싱가포르는 이미 닭고기 내수 충당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장기적 수급 관계 구축을 추진하면서 오는 8월과 9월에도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고(Ramanee, Singapore to receive more chicken from Indonesia, 2022), 베트남도 싱가포르에 냉동 닭고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Thu, 2022). 이에 더해 싱가포르는 호주 및 태국산 냉장 닭고기,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산 냉동 닭고기 수입도 늘리는 추세에 있으며(Ramanee, Singapore to receive more chicken from Indonesia, 2022), 이 과정에서 각국과의 정치적 관계도 함께 개선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말레이시아는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자국 닭고기 시장에서 다소간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난 점을 들어 동년 8월 31일부로 양계농장 대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와 동시에 수출 제한도 함께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Malaysia to end subsidies for chicken farmers on Aug 31: Minister, 2022). 하지만 이미 닭고기처럼 중요한 식량 자원을 단일 국가에 의존하게 될 경우 발생하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싱가포르는 상품 공급원을 주변국으로 다변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산 닭고기 의존도가 줄어들게 되면 이미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상당한 굴곡을 겪은 양국 간 관계가 더욱 냉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농업기술 및 국내 농장 개발
이와 동시에 싱가포르 정부는 식량안보 제고에 방점을 둔 30-30 구상에 따라  농업기술 및 국내 농장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2030년까지 국내 농업 생산 역량이 내수용 식량의 30%를 충당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Singapore Food Agency, 2022). 본 목표 달성을 위해 싱가포르 식품청(SFA, Singapore Food Agency)은 여러 지원 계획을 마련했는데, 여기에는 농장 생산설비 건설 및 확대에 자금을 지원하는 6,00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570억 원) 규모의 농식품 분야 변혁 기금(Agri-Food Cluster Transformation Fund), 그리고 지금까지 12개 사업에 2,300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22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제공한 지속가능 식량생산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in Sustainable Food Production)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Singapore Food Agency, 2022).

이에 더해 싱가포르 정부는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는 전통적 농업 대신 아시아 소재 고밀도 도시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수직농업(Vertical Farming)으로 눈을 돌려 주택개발위원회(HDB, Housing Development Board) 주차장 등 공공기관 건물의 옥상을 농업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Nelson, 2021). 또한 싱가포르에서 활용되는 실내 수직농업 인프라의 사례인 알루미늄 타워는 38층의 식물 재배 공간을 채워 넣은 9미터 높이의 구조물로,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가 60와트에 불과해 전력 효율성이 매우 높다(Seneviratne, 2012).

대체 단백질원 자체 생산 촉진 노력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또 하나의 농식품 분야로는 식물성 단백질과 실험실 배양 단백질 등 기존의 육류를 대체하는 대체 단백질 산업을 들 수 있는데(University of Melbourne, 2022),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수출 금지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대체 단백질원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2021년 8월에는 아시아의 관련 분야의 잠재적 허브로 지목된 바 있다(Minh, 2021) . 이 방면에서 싱가포르의 난양이공대학(NTU,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은 비영리기구인 아태 굿푸드 연구소(Good Food Institute Asia Pacific)와 협력해 아시아 최초로 대체 단백질원에 관한 대학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특히 싱가포르가 지난 2020년 12월에 세계 최초로 인공 배양 육류의 판매를 허가한 이후 에코애스터(Eco Astor)라는 바이오 기술 기업이 주도해 실험실에서 세포배양으로 만들어낸 닭고기 등 다양한 대체 단백질원이 싱가포르 육류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이다(EDB Singapore, 2022). 이 점에서 말레이시아의 자국산 닭고기 수출 금지 조치는 오히려 싱가포르의 대체 단백질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싱가포르가 개발하고 있는 대안 식품에는 세포배양 해산물도 포함되며, 이 분야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서 해양 생물과 서식지 파괴를 방지하면서도 공급 부족 현상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Ramanee, 2022. July 15). 한편 테마섹-크리머(Temasek-Cremer)와 같은 벤처기업은 싱가포르에 식물성 단백질 제조 설비를 건설해 관련 상품의 자체 생산 역량을 기르는 중이고(Ramanee, 2022, July 22), 그 결과 식물성 단백질의 시장 가격이 이전보다 15%가량 낮아지면서(Tan, 2022) 기존의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았던 소비자 접근성도 크게 개선되었다.

다만 싱가포르인들이 대체로 대체 단백질원에 열린 자세를 보이는 점과는 별개로 아직 해당 분야가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가 여럿 존재하는데, 그 사례로는 원활한 물류망 구축(Mulia, 2021), 대체 해산물·가금류·육류와 원본 사이의 맛과 향 차이 최소화,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 확보 등을 꼽을 수 있다(Razali, 2022). 해당 측면에서 치킨 너겟이나 버거용 패티 등 맛이나 질감의 분간이 힘든 가공식품이 생고기에 비해 대체 단백질의 진출 잠재력이 큰 분야인 것으로 평가된다(Enterprise Singapore, 2021).

결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가 발생한 이래 자국 식량안보 증대를 위한 계획을 추진하던 싱가포르의 입장에서 말레이시아의 닭고기 수출 금지는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일격으로 다가왔으며, 이처럼 예상외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싱가포르는 국가적 식량안보 전략 마련에 있어 더욱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싱가포르의 식량 분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대체 단백질원 개발이나 옥상 작물 재배 확대와 동시에 현실적인 차원에서 수입원 다변화와 탄력적 공급망 구축에 힘을 쏟는 한편, 자국민을 대상으로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펼쳐 불필요한 식품 낭비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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