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심화되는 케냐의 공공 부채 문제와 그 해소 방안

케냐 Jared Mogaka Ariemba Department of Accounting and Finance, Technical University of Kenya Lecturer 2022/09/06

서론
세출액이 세수액을 넘어서며 발생하는 재정적자는 케냐 정부가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고질적으로 겪어 온 문제였다. 게다가 현재 ‘비전 2030(Vision 2030)’ 구상에 따라 라무항-남수단-에티오피아 수송 회랑(LAPSSET, Lamu Port-South Sudan-Ethiopia Transport Corridor)과 표준궤 철도선, 지열발전소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케냐는 각종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가 세수 역량을 넘어서면서 야기되는 적자를 공공 부채의 형태로 충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전 2030 구상은 지난 2008년 케냐 정부가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으로 발표하였으며, 현재 3차 중기계획단계(2018~2022)가 추진 중에 있다. 

비전 2030 구상에 따라 케냐는 원래 2021년까지 연간 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하고 2024/25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6%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추진했지만, 2021년에 새로이 발표된 예산 정책안은 적자 한도를 2027/28년까지 GDP의 5%로 묶는다는 취지의 이전보다 완화된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케냐의 재정 건전화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현행 회계연도인 2022/23년 예산안의 재정적자 폭도 GDP의 6.2%에 달하는데, 결국 재정 적자는 부채로 메꾸어질 전망이다.

상술한 맥락에서 케냐가 부담하는 공공 부채의 지속가능성은 정부 기관과 일반 대중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다수가 논의하는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여기서 공공 부채의 절대적 규모와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며 상환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는 사실에 더해 지적되는 또 다른 문제는 최근 들어 고금리 상업형(Commercial)·양자(Bilateral) 채무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 해당 채무 중에서 70%가 최대 채권국인 중국에서 들여온 자금인 것으로 집계된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의 증가
국가별 채무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 대비 부채 비율은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됨과 동시에, 차입 비용과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케냐의 재무 건전성에 큰 변화를 가져온 핵심 요인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한 지난 10년간의 재정 확장 정책이다. 일례로 2003년 기준 64.1%에서 출발한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2012년 6월에 이르러 38.1%로 줄어들었지만, 인프라 지출이 늘어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2021년 말에 기록된 수치는 69%에 달했다. <그림 1>은 케냐 중앙은행(CBK, Central Bank of Kenya)이 공개한 케냐의 공공 부채 변화 동향을 나타낸다.

<그림 1>에 따르면 케냐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내채(Domestic debt)와 외채(External debt)가 비슷한 비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중 채권자 유형별 내채 보유액 순위는 2022년 5월 6일을 기준으로 은행 기관(49%), 연금형 펀드(31.93%), 보험업계(6.96%), 국영기업(5.78%)의 순이고, 기타 채권자의 보유 금액 비중은 6.32%이다.


<그림 1> 케냐의 회계연도별 GDP 대비 공공 부채 규모 변화 추이 단위: %
* 자료: Central Bank of Kenya, 2021


외채 구조의 악화
일반적으로 외채 규모가 늘어날수록 자국 화폐가치의 하락에 따라 유발되는 국가 경제의 취약성 또한 함께 커지며, 해당 측면에서 케냐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공공 외채 규모 증가에 더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업형 외채의 비율도 동시에 늘어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케냐가 진 외채 중에서 상업형 채무의 비중은 2010년의 4%에서 2019년에는 36%로 폭증했다가 이후2021년에는 28.8%로 다소 줄어들었는데, 2020~2021년 상업형 외채 비중이 감소한 것은 팬데믹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이 냉각되면서 케냐 당국이 양허성 차관 비중을 늘린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유로본드(Eurobond), 그리고 복수의 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신디케이트 채권(Syndicated Loan)으로 구성되는 케냐의 상업형 채무는 2020년 말 기준 공공 외채의 약 26%를 차지해, 지난 2015년에 비해 그 비중이 다소 늘어났다. 한편 국제기구에서 들여오는 외채의 경우 국제개발협회(IDA, Intern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나 아프리카개발은행(ADB, African Development bank) 등에서 제공하는 양허성 차관이 주를 이뤘다. <그림 2>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케냐의 외채 구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2> 케냐의 외채 구성 변화 추이 단위: 10억 달러
* 자료: Central Bank of Kenya, 2021


세수 대비 부채 상환액 비율 증가 
세수 대비 부채 상환액 비율은 정부가 거두는 수익 중에서 어느 정도가 부채 상환에 사용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케냐에서는 해당 수치가 2012년의 17%에서 2019년에는 57%로 크게 늘어났다(<그림 3> 참조). 이처럼 부채 상환액 비율이 권장 기준인 세수 대비 30%를 큰 폭으로 상회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세수 감소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와 같은 상황이 나타난 데에는 부채의 절대적 규모가 늘어난 점, 그리고 2019년 신디케이트 채권 및 유로본드 일부의 일시불 상환 사례와도 같이 신규 채무의 상환 조건이 변경된 점 등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추산에 따르면 케냐는 2022/23 회계연도에 발생하는 통상 세입액의 63%를 부채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정부의 재정 여력이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비록 CBK는 신규 채무의 상환 조건 완화, 그리고 상환 액수가 크거나 금리가 높은 상업형 외채를 대상으로 한 부채 구조조정에 힘입어 세수 대비 부채 상환액 비율 증가세가 중·장기적으로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달러 대비 케냐 실링(Shilling) 가치가 14개월 연속 하락해 현재 환율이 달러당 117실링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자국 화폐 약세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실질적 외채 상환 부담이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편 케냐의 부채 상환액 중 외채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변화이다. 지난 2017/18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31%에 불과했던 외채 비중은 2018년에 이르러 48%로 껑충 뛰었고, 이는 표준궤 철도선 사업에 대한 중국수출입은행(Chinse Exim Bank)의 채권 일부가 2019년부로 만기를 맞는 등 상업형 채무 만기 부담이 가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래 70% 수준에서 시작했던 케냐의 내채 상환액 비중이 2018년부터는 간신히 50%를 넘길 정도로 줄어들고 외채 비중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외채에 비해 내채가 가지는 이점을 활용할 여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내채는 자체 화폐단위로 계산되기에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서 오는 위험성이 적은 점, 그리고 디폴트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큰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부채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 외채에 비해 관리가 수월하다. 하지만 외채 대비 국내채의 비중 우위가 점차 사라지면서 오늘날 케냐는 부실한 재정 운영, 성장 지원에 부적합한 거시경제적 기반, 고금리 채무 비중 상승, 공공 지출액 증가 등의 문제로 인해 잠재적 부채 위기에 직면한 23개 아프리카 국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림 3> 케냐의 회계연도별 세수 대비 부채 상환액 비율 변화 추이 단위: %
* 자료: Central Bank of Kenya, 2021


공공 부채 부담 증가로 인한 영향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지 못한 공공 부채의 증가는 국가 경제에 더해 정부의 공공 서비스 제공 능력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온다. 먼저 부채 상환은 각종 서비스 제공이나 개발사업에 앞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항목이기에 정부 서비스나 자본 지출이 제한적인 국내 세수 자원을 두고 우선순위에 있어 부채 상환보다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따라서 부채 상환에 들어가는 금액이 많아질수록 여타 분야의 가용 액수는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난다. 부채 부담의 증가로 인해 삭감 위기에 처하게 되는 예산 항목에는 정부 부처 및 기관 운영비나 지자체 지원금 등도 포함되기에, 이로 인해 국가 개발이나 사회복지 사업의 미래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세계 각국 정부가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의 부채 상환을 요구하면서 개별 국가 화폐의 가치 하락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상술한 바 있듯 케냐의 환율은 14개월 연속 상승해 현재 달러당 117실링까지 올라간 상태인데, 여기서 환차손으로 발생하는 실질 외채 부담액 증가분만 해도 무려 5,000억 케냐 실링(한화 약 5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외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세율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고, 향후 추가 부채 도입 과정에서도 차입비용 증가라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2022년 3월부로 공개한 케냐의 신용도는 지금까지의 성장 실적과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준수한 B+에 위치해 있지만, 공공 부채 및 순외채 증가, 1인당 GDP 성장 정체, 국정운영 지표 악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향후 전망은 ‘부정적’ 등급을 받았다. 이에 더해 2022년 8월 총선거를 전후한 성장률 저하와 세계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라 케냐에서는 물가상승과 경상수지 적자라는 문제가 추가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20년 5월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기인한 취약성 증대를 이유로 케냐의 외채 부담 리스크를 ‘중간’에서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고, 이듬해 4월에는 케냐 정부의 외채 부담 능력도 ‘높음’에서 ‘중간’으로 격하시켰다.

케냐 정부의 재정 여력이 감소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의 필수 지출에 가용 재원이 모두 투입되면서 민간 부문의 활동이 저하되어 경제 성장률 전망 악화 및 세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처럼 재정적 수단이 제한될 경우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제언
이와 같은 상황에서 케냐 정부가 공공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시책으로는 (1) 공공 부채 관리 개선, (2) 재정 건전화, (3) 대규모 부채 도입 없이 핵심 공공사업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모색을 들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측면에서는 투입 비용과 위험성 최소화를 기본 요건으로 삼아 채권 환매·교환, 고정금리의 변동금리 전환, 기존 채무의 표기 화폐단위 변경 등 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재정 건전화와 관련해서는 세출 합리화 및 세입 증대를 통해 정부 예산이 점차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케냐 정부는 현재 단행하고 있는 조세제도 및 조세행정 개혁을 지속해 세입 실적을 개선하고 행정비용 절감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조세행정 및 서비스 제공 효율성 강화, 탈세 처벌, 투명성 및 책임성 제고, 조세기반 확대 등의 분야에서 케냐 국세청(KRA, Kenya Revenue Authority)이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 기타 조세행정 현대화·자동화·디지털화 작업이나 납세 유인책 신설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부채 도입 없이 공공사업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면 부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라 부담액이 늘어나는 외채 규모를 줄이고 정부의 실질 수입을 증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적 재원 조달 방안에는 공공-민간 합작사업 전개, 상황에 따른 유연한 위험성 분산 기제 활용, 혹은 보증금이나 기타 담보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 위험성 분담책 등이 있으며, 이들 시책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경제 변동으로 인한 부채 압박을 글로벌 투자자들과 분담하면서도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규모를 늘리는 부가 효과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
본고에서 살펴본 전반적 맥락을 감안할 때, 2022년 8월 선거로 등장한 케냐의 신정부도 공공 부채 문제 해소를 중점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과도한 부채로 정부의 재정 여력이 감소하면 궁극적으로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 제공이 저해되고,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충격이 디폴트 사태로 비화하는 일도 막기 힘들게 된다. 현재 케냐 실링의 평가절하로 발생한 환차손으로 이미 실질 부채 부담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점, 국제 원유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점, 세계의 코로나19 팬데믹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 그리고 선진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점 등은 모두 케냐의 부채 위기 취약성을 늘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케냐가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 부채 관리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위기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