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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카자흐스탄의 원전 건설 계획과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

카자흐스탄 Bexultan Zhapar International Institute For Counter-Terrorism (ICT), Israel Researcher 2022/10/0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 수년간 에너지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원자력 발전소(원전) 건설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2021년 9월에는 정부 차원에서 원전 건설 방안을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떨어졌다. 이후 동년 12월 말, 마그줌 미르자갈리예프(Magzum Myrzagaliev) 전임 에너지부 장관은 원전 건설 후보지로 알마티(Almaty)주 울켄(Ulken)과 동카자스흐탄(East Kazakhstan)주 쿠르차토프(Kurchatov)가 물망에 올라 있으나, 아직 최종 후보지 선정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2022년 2월 초에는 볼라트 악출라코프(Bolat Akchulakov) 현임 에너지부 장관 또한 원전 건설 계획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기에, 앞으로의 구체적 사업 진행 방식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유동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Tass.ru, 2022).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부족 문제
카자흐스탄은 광물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나라이지만, 이 중에서 에너지 자원의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기에 현재 석탄을 태워 대부분의 전력을 수급하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남는 전력을 수출함과 동시에 러시아나 키르기스스탄에서 전력을 수입해 오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와 같은 전력 수출입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현재 카자흐스탄이 수입하는 전력량은 총 13억 kWh 규모로, 이 중에서 러시아산 전력의 비중이 가장 크고, 카자흐스탄 북부와 동부, 남부 일부 주는 수입 전력에 높은 수준의 의존도를 보인다(LS, 2021).

카자흐스탄은 원래 에너지 부족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전력 부족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국토 남부에 소재한 일부 주를 중심으로 지역별 전력 소비 격차가 크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게다가 카자흐스탄 전력망운영공사(KEGOC, Kazakhstan Electricity Grid Operating Company)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앞으로 다가오는 2022~2023년도 동절기 난방 기간에 최대 10~15억 킬로와트시(kWh), 평균치로는 300메가와트에 달하는 전력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Kapital.kz, 2022).

원래 카자흐스탄에서는 1990년대 이래 전력 소비량이 매년 1.5~2%씩 증가했고, 전력 생산량도 여기에 맞추어 1.5~2% 수준의 연간 증가율을 보였다. 국가 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이처럼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전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사람들이 전력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21년에 전력 소비량 증가율이 7~8%대의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자, 평균치를 훌쩍 넘어서는 전력 소요가 국가 전력망 체계에 큰 충격을 주면서 에너지 부족이 주요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전력 소비가 급증한 것은 국가 에너지 체계가 크게 낙후된 데다가 불법 암호화폐 채굴을 일삼는 이른바 ‘회색 채굴자(grey miner)’의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Kazinform, 2022).

원전 도입의 기대효과: 녹색 에너지 이행 및 에너지원 다변화
통계에 의하면 카자흐스탄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5위 수준인 15.5톤이지만, 이 수치는 일반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력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및 기타 비재생에너지 사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Statista, 2020). 현재 세계 각국이 녹색 에너지로의 이행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원자력을 청정에너지원의 사례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자흐스탄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준수를 위해 자국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단으로 원자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Deutsche Welle, 2022).

오늘날 세계 우라늄 생산량 중에서 카자흐스탄이 담당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건설은 전력 공급원 다변화 차원에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World Nuclear, 2022). 2020년을 기준으로 카자흐스탄에 매장된 우라늄은 약 34만 4,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양에 해당한다(M. Garside,2022).

카자흐스탄 정부의 원자력 산업 발전계획
카자흐스탄 정부는 대통령의 연례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 경제의 발전 가속화를 전략적 목표로 제시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첨단과학 및 기술집약적 산업을 대규모로 육성해 신속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 경제 발전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서 전력 생산용 자원의 개발과 원자력 에너지 기반 마련이라는 과제는 카자흐스탄의 국내·외 정책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관심을 받은 사안으로, 원자력 육성 정책이 성공적으로 완수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첨단기술 산업을 유치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 첨단기술 및 과학·기술 분야의 최신 성과 활용
  □ 양질의 상품과 생산 관리 표준을 도입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
  □ 원자력 산업에 필요한 고급 근로자 양성을 통해 카자흐스탄이 보유한 인적 자본의 전문성 향상

상기한 요소들은 원자력 에너지가 카자흐스탄 경제 발전에 여러 방면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2007년도에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카자흐스탄(New Kazakhstan in the New World)’이라는 부제로 발표된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에너지원 다변화 과정에서 국가 전역에 필요 자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원자력 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며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상기 취지에서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분야 정책이 설정한 전반적 목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원자력 에너지원 개발의 기반 형성
  □ 우라늄 채굴·가공 및 유관 산업의 발전 가속화
  □ 원자력 에너지와 우라늄 산업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적 지원 및 국가적 원자력 역량 유지를 위한 원자력 과학 증진
  □ 공중보건·환경 보호, 방사능 위험지대 복구, 원자력 산업의 경제적 기여와 사회복지 사업 시행 등 순효과 유도
  □ 원자력 산업 종사 인원에 대한 직능·고급 훈련 체계 개선
  □ 원자력 산업 활동을 관장하는 법적 규제 개선
  □ 원자력·방사능·산업 안전성 확보와 원자력 산업 시설의 물리적 보호
  □ 핵무기 확산 방지 의무 준수
  □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 분야 국제 협력 증진

카자흐스탄의 결정을 둘러싼 지정학적 맥락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2022년 6월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St. Petersburg Economic Forum)에 참석한 자리에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onetsk People’s Republic)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uhansk People’s Republic)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카자흐스탄의 견해가 러시아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해당 연설 이후 러시아는 지난 2차대전 당시 매설된 지뢰가 발견되었다는 구실을 내세워 카자흐스탄이 자국을 경유해 유럽연합(EU)으로 석유를 수출하던 송유관을 차단하는 조치를 강행했다(Eurasianet, 2022).

상술한 토카예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아무리 핵심적인 파트너 국가라 할지라도 단 하나의 국가에 카자흐스탄의 대외정책을 휘둘리지는 않겠다는 의사에 기반한 것으로서, 카자흐스탄이 앞으로 외교 다변화를 위한 대외정책 방향성 재정립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여타 독립국가연합(CIS) 가맹국에 자국의 영토권 주장을 되풀이하며 유럽으로 향하는 송유관을 잠그는 조치도 서슴지 않는 러시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정부는 경제 분야를 포함한 국내·외 이슈에 있어 자국만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점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사실상 수장국 지위에 있는 러시아의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2년 1월에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 당시에는 러시아가 군사력 투입을 바탕으로 CSTO를 효과적인 영향력 투사의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으나, 이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위성국이자 빚쟁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원전 건설 협력사 모색
한편 2022년초 시위 사태와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에 대한 카자흐스탄 내부 여론이 악화된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원전 도입 사업에서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스아톰(Rosatom)이 협력사로 선정될 경우 대중의 시위가 다시 한번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카자흐스탄 원전 도입 사업 수주의 유력 후보인 러시아계 기업도 반드시 최종 선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2022년도 2/4분기부터 러시아를 대신해 자국 원전 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 제공과 건설을 도맡아줄 수 있는 해외 기업 물색에 힘을 쏟고 있다. 동년 6월에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카자흐스탄의 잔도스 누르마간베토프(Zhandos Nurmaganbetov) 에너지부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기업의 원전 건설 역량을 확인한 바 있고, 방한 행사를 계기로 카자흐스탄에서 원자력 에너지 운영을 담당하는 기업인 ‘카자흐스탄 원전(KNPP, Kazakhstan Nuclear Power Plants)’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Tengrinews, 2022).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원전 건설 부지 확정을 위해 각 후보 장소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종 확정 부지에 맞추어 원전의 구체적인 형태나 기술적 특성도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KNPP의 리나트 오사코프(Rinat Osakov) 부사장에 따르면 협력사 자격 기준 중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부분은 3세대 이상 원자로와 1,000~1,400메가와트급 가압수형 원자로 운영 기술 및 경험을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 그리고 실가동 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을 지녀야 한다는 조건의 두 가지이며, 건설 계획 관련해서는 최초 2개의 시설을 건설한 후에 2개를 추가로 남겨놓을 계획이다(Serikpayev, 2022). 참고로 현재 카자흐스탄이 고려하고 있는 잠재적 협력사(한국 기업 포함)는 모두 가압수형 원자로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감속재와 냉각제로 쓰이는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도 성숙해 있다는 핵심 장점을 지닌 가압수형 원자로는 최신 기술을 동원할 경우 최소 60~80년간 안전한 가동을 보장할 수 있고, 추후 작업을 통해 가동연한의 연장도 가능하다. 또한, 가압수형 원자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이미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향후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는 각 기업이 제시하는 가격이 주요 고려사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원전 사업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
상기한 협력사 선정을 완료해 원자로 건설 착수에 돌입하게 된다면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계획은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또한, 지난 오랜 역사에 걸쳐 권위주의적 전통이 뿌리내린 카자흐스탄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와 비슷한 사례인 싱가포르에서 장기 집권한 리콴유(Lee Kwan Yew) 전 총리의 경제 운영 모델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사료되며, 해당 방식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공공 정책을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동남아시아에서 개발된 모델을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에도 성공적으로 이식해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Hedlund, 2022).

이 질문에 대해 필자는 긍정적으로 답변하고자 하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전 도입 사업은 일개 지방 정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지역적 차원의 사안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통제하는 국가 중책사업으로, 원전 건설이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에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와 유사한 정부 주도형 사업 모델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대상이다. 이에 더해 원자력이라는 분야가 지니는 특수성에 비추어 사업 진행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유관 기구를 통한 국제사회의 조력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사업은 반드시 국제사회와의 조율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이 핵무기 개발 과정과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르면 비핵국도 자국 원전에 쓰이는 연료를 생산할 수 있지만 해당 과정에서 IAEA의 감독과 통제를 반드시 받아야 하기에(IAEA, 1970), 카자흐스탄 정부도 핵무기 확산 방지 의무를 이행하면서 IAEA와의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할 것이다. 다만, 카자흐스탄이 이미 원자력 기술 활용 경험을 보유한 데다가 핵무기 개발 의사도 전혀 없다는 점에서 NPT에 따른 의무 이행이 원전 사업의 크나큰 장애물이 되지는 못한다.

결론
카자흐스탄은 점차 세계적 수요가 늘어나는 청정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자국 내 전력 수요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원전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IAEA와의 소통 절차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에너지 개발 구상은 이란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기에, 일단 IAEA가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충족하기만 한다면 국제사회도 카자흐스탄의 원전 건설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세계 각국에 규제 주체로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EU는 카자흐스탄이 평화적 원자력 사용을 바탕으로 녹색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여타 국가들이 추진하는 유사 구상이 따를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고 자국의 급속한 현대화를 도모하면서 이전보다 실용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한국 기업에 있어서도 카자흐스탄 시장에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된다. 물론, 앞으로 건설될 원전의 기술 제공을 담당하는 협력사는 전적으로 카자흐스탄의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아직 그 누구도 수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카자흐스탄이 한국의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 그리고 카자흐스탄 국민이 한국에 보내는 신뢰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관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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