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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루마니아의 에너지 시장 현황과 국가 에너지 전략

루마니아 Monica Dudian The Bucharest University of Economic Studies Professor 2022/10/0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지난 30년 동안 시장경제 이행과 유럽연합(EU) 가입이라는 여러 굵직한 변화를 겪은 루마니아는 에너지 시장에서도 근본적인 수준의 변혁을 맞이했고, 지금까지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영화, 수직적 분산, 가격 자유화를 지향하는 체제 개혁이 이루어졌다. 루마니아의 에너지 분야는 크게 열에너지, 전력, 천연가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열에너지는 시·군 및 주 차원에서 지역별로 구성된 위원회가 관장하기에, 본고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는 전력 및 천연가스 분야를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하기로 한다.

전력 시장 현황
탈공산화 이전 루마니아의 전력 부문은 수직적으로 일원화된 체계로서 개발되어 기능하였고, 전력 가격도 국가가 일괄적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1989년 이후 민영화와 함께 전력의 생산·운송·분배·공급 활동을 분리하는 방향으로의 광범위한 개혁이 추진되면서, 2007년부터는 전력 시장도 점차 자유화되기 시작해 2014년에는 국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2021년에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전기요금, tariff)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현재 루마니아 전력 부문에는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이라는 두 가지 시장이 존재하고, 루마니아 전력·천연가스 시장 운영기구(OPCOM, Romanian Electricity and Natural Gas Market Operator)가 전력 시장의 핵심 운영 및 관리 주체로 기능한다. 그중에서 전력 도매시장은 중앙화 양자계약 시장(PCCB, Centralized Bilateral Contract Market), 양자계약 시장(PCB, Bilateral Contract Market), 전일시장(PZU, Day-ahead Market), 당일시장(PI, Intraday Market), 균형시장(PE, Balance Market)으로 다시 한번 나눌 수 있다. 거래 기제에 따라 여러 형태를 지니 는 PCCB는 국내 전력 소비의 대부분(일반적으로 80% 이상)을 담당하고,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PCB는 양자 간 협상을 거친 계약을 다루고, 개중에는 OPCOM이 관할하지 않는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도 존재한다. PZU에서는 계약일 다음 날에 공급되는 시간 단위 전력을 거래하고, PI에서는 PZU에서의 거래 완료 이후 공급 대상일 하루 전부터 실제 공급·소비 시점 1시간 전까지의 시간 단위 전력을 거래 대상으로 한다(OPCOM, 2022). 또한 운영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는 PE는 루마니아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송전기업 트랜스일렉트리카(Transelectrica) 산하 균형시장 운영기구(Balancing Market Operator)에서 관장하고, 여기에서는 사전에 계획된 전력 생산과 소비 간 발생하는 괴리를 수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으로 전력 소매시장은 공급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다룬다.

루마니아의 전력 생산기업은 에너지원에 따라 분류해볼 수 있는데, 국가 에너지 체계의 생산 구조를 생산 자원의 종류와 각 전력 생산시설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종류에 따라 살펴보면 <그림 1>, <그림 2>와 같다.

<그림 1> 루마니아의 공급 전력 에너지원별 비중 단위: %
* 자료: 루마니아 에너지규제청(ANRE) - 2022/05


<그림 2> 루마니아의 전력 생산시설 사용 에너지원별 비중 단위: %
* 자료: 루마니아 에너지규제청(ANRE) - 2022/05


현재 루마니아 전력 생산 시장에서는 총 81개의 기업이 전통적 에너지원 혹은 재생에너지원에 기반한 발전 사업을 운영하며, 수력 분야에서는 히드로일렉트리카(Hidroelectrica), 원자력 분야에서는 뉴클리어일렉트리카(Nuclearelectrica)가 각각 단일 공급사로 활동한다. 송전 분야는 위에서 언급한 트랜스일렉트리카가 독점하고 있고, 분배 분야는 6개 기업이 참여하는 과점 시장이다. 전력 공급사는 비상시 예비 공급자로 시장에 참여하는 5개 기업, 도매시장에서만 활동하는 30개 기업, 도·소매 거래 모두를 수행하는 31개 기업으로 구성된다. 한편 지난 12개월간 전력 거래 가격이 상당한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구체적인 가격 상승률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150%, PI 거래에서는 340%를 기록하는 등 일부 차이를 보였다.

천연가스 시장 현황
중부 유럽에서 최대 규모인 루마니아의 천연가스 시장에서도 1989년 이래 전력 분야와 마찬가지로 생산·저장·운송·분배 과정을 따로 분리하는 형태의 개혁이 시행되었다. 해당 분야 관할을 위해 2000년에 설립된 천연가스 규제청(Romanian National Natural Gas Regulatory Authority)은 이후 2007년에 에너지 규제청(ANRE, Romanian Energy Regulatory Authority)으로 통합되었고,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천연가스 시장의 단계적 자유화 조치도 수행되었다. 2020년 7월부터 기업 간 경쟁이 나타나기 시작한 루마니아의 천연가스 시장은 공급자-공급자(천연가스 생산기업 포함) 및 공급자-운송·체계 운영자 간 거래가 이루어지는 도매시장, 그리고 공급자-최종소비자 거래를 담당하는 소매시장으로 분류된다. 여기에서 수행되는 거래는 OPCOM 및 루마니아 상품거래소(BRM, Romanian Commodity Exchange)에서 관할하는 중앙화 시장 거래, 그리고 균형 시장에서의 추가 거래나 기타 계약 거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루마니아 천연가스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는 국가 천연가스 운영 체제를 담당하는 국영 운송기업 트랜스가즈(SNTGN Transgaz S.A.), 10개 생산기업, 78개 공급기업, 28개 분배기업, 2개 저장소 운영기업, 2개 중앙화 시장 운영기업, 그리고 8개 거래기업이다. 지난 5년간 루마니아에서 소비된 천연가스 중 81%는 자체 생산으로, 나머지는 수입으로 충당된 것으로 집계된다. 

루마니아의 천연가스 생산은 롬가즈(Romgaz)와 페트롬(OMV Petrom)이라는 두 개의 기업에 크게 집중되어 있는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 이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97%에 달한다.

<그림 3> 루마니아 천연가스 생산량 기업별 비중 단위: %

* 자료: ANRE - 2022/04

루마니아의 천연가스 도매시장에서는 2022년 4월을 기준으로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가 964를 기록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기업 간 경쟁이 나타난다. 하지만 소매시장에서는 엔지 루마니아(Engie Romania)와 이온에너지 루마니아(E.ON Energie Romania)라는 2대 기업의 점유율이 88%에 달하면서 생산 활동이 일부 기업에 크게 집중되어 있다. 지난 12개월간에는 EU 차원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천연가스의 도매시장 가격이 4배 이상 뛰었고, 국내 소비자용 소매시장 거래 가격도 3.4배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에너지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안보 개선 노력
루마니아의 에너지 분야 전략을 담은 문서로는 현재 시행 중인 2020~2030년도 루마니아 에너지 전략(SER, Romanian Energy Strategy 2020-2030), 그리고 2021년에 승인된 2020~2030년도 에너지·기후변화 분야 국가 통합 계획(PNIESC, Integrated National Plan in the Field of Energy and Climate Change 2021-2030)을 들 수 있으며, 이들 모두는 2021년에 채택된 유럽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을 비롯한 각종 EU 전략 및 규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표 1> SER 및 PNIESC가 설정한 2030년까지의 주요 목표 수치 및 2020년 현황
* 자료: SER(2020), PNEISC(2021), EU 통계청(Eurostat) - 2022/09


SER은 경쟁력, 청정에너지, 모든 소비자를 위한 에너지 접근성, 에너지 안보 등을 주요 주제로 삼고, 이 중에서 경쟁력 강화 작업은 미시적 및 거시적 접근법 모두를 기반으로 수행된다. 또한 SER은 국가 차원에서 루마니아를 EU의 에너지 안보와 안정성을 공급하는 주요 주체로 격상시키고, 기업 차원에서는 기업 운영 개선과 국영기업 기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상기한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많은 투자가 예상되는 핵심 분야로는 ▲주로 올테니아 에너지 복합단지(Oltenia Energy Complex)를 중심으로 한 전력 및 열에너지 생산 부문의 탈탄소화 ▲풍력, 태양광, 지열,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원 잠재력 활용 ▲흑해 연안의 수소 및 재생가스 등 재생에너지원 잠재력 활용 ▲디지털화 및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도입을 통한 에너지망 현대화 ▲인접국과의 국가 간 에너지 연결망 개발 ▲에너지 저장용량 확대 등이 있다. 또한 SER 및 PNIESC는 에너지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목표 수치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까지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EU의 계획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다.

루마니아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주거 부문(최종 소비량 중 30.9%)이 가장 높고, 그 뒤를 수송 부문(27.5%)과 산업 부문(27.4%)이 잇는다. 특히 최종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건물용(대부분 주거용 건물)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42%에 달하는데, 이에 따라 루마니아 정부는 장기 건물 개조 전략(Long-Term Renovation Strategy)을 채택해 궁극적으로는 주거용 이외 모든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등급을 A급으로, 주거용 건물의 경우 B급 이상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이외에 소비자가 생산자의 역할도 겸하는 프로슈머(prosumer) 육성을 위한 포상금, 에너지 생산분 환급금 지급 등 유인책 신설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편 산업 분야에서는 국가 재원 등을 투입한 신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지원하고, 수송 분야에서도 대중교통 현대화 및 확장, 대안적 이동수단 채택 장려, 국가 기관이 보유한 차량 교체 등 사업 전개가 예정되어 있다. 종합해 보자면, 루마니아의 에너지 지속 가능성 강화 정책은 생산 및 소비 부문에서의 녹색 에너지 비중 제고, 그리고 에너지 효율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핵심 분야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한편 루마니아가 추진 중인 에너지 안보 전략은 다변화, 유연화, 위험성 관리라는 세 가지 분야로 구성되며, 이 중에서 다변화 전략은 다양한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시설을 확충하고, 저장 수단도 여럿 확보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만약 에너지 저장 여건이 개선되고 시기별 에너지 가격 차등화 조치가 시행된다면 루마니아의 에너지 안정성과 유연성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 및 위험성 관리 조치의 도입이 이루어지면 에너지 시장이 더욱 발전해 유연화 및 다변화의 수준이 높아지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루마니아는 에너지 공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 갖추어진 전력 시장에 존재하는 생산 역량 이외에도 추가 역량 확충을 계획하고, 원유, 석유 제품, 천연가스, 연료, 물 등의 예비용 비축분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접국과의 천연가스 및 전력망 연결성을 강화해 국가 및 대륙 차원에서의 에너지 안보 수준을 올리는 것도 국가적 전략이 추진하는 목표 중 하나이다. 이외에 에너지 분야의 디지털화도 에너지 체계의 원활한 기능을 보장하고 실제 조건에 따라 각종 요소를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수단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포함해 루마니아의 에너지 분야에 2021~2030년 투입될 투자금 총액은 약 226억 유로(한화 약 31조 원)로, 이 중 일부는 국가별 경제회복 및 복원력 강화 계획(National Recovery and Resilience Plan, 2021)에 배정된 자금으로 충당된다.

향후 전망과 함의 
루마니아 정부는 자국 에너지 부문의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는 아직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에너지 분야 전략 이행에 필요한 재정적·인적·기술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으로, 오늘날 국제 금융 환경이 점차 악화되면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공공·민간 투자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국경 너머로 일어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금리가 인상되고 잠재적 투자자 물색이 힘들어지는 등 투자 사업의 비용도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다음으로 루마니아의 에너지 분야 노동 인력은 기술학교 폐지의 영향으로 평균 연령이 높고 보유 기술도 부족하며, 부문 자체의 정치적 세력화가 진행되면서 유능한 인력을 관리자로 채용하거나 기업 운영 개선을 도모하는 일도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기술, 그리고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의 부족이 루마니아가 기술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Deloitte)가 2019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루마니아가 보유한 천연자원의 양은 최종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3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양의 3배에 달하지만, 관련 시설의 상시 가동이 보장되지 않아 생산 저점과 고점 간 균형 유지나 에너지 저장에 추가적 기술 소요가 발생하고,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 용량이 기존의 석탄을 대체하는 데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가 함께 존재한다. 이를 인지한 루마니아의 전문가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미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고, SER에서도 뉴클리어일렉트리카의 발전 용량 확대 및 4세대 소형·모듈형 원자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에너지 전략 수행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미-중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요소로, 흑해 인근의 정세 불안으로 인해 해당 지대에 풍부히 매장된 천연가스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루마니아는 수입 천연가스 중 18%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에, 만약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량을 줄이고자 한다면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부족분을 석탄으로 메꿔야 할 수도 있다. 이외에 미국과 중국 간에 나타나는 긴장으로 인해 루마니아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수적인 풍력 및 태양광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루마니아는 천연가스 생산 및 수입원 다변화에 앞서 먼저 중·단기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효율성을 증진하는 조치에 관심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Energy Policy Group, 2022). 하지만 루마니아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 자급과 안보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천연자원과 관련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국가 에너지 구조가 점차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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