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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유럽연합의 내부적 갈등요인과 향후 전망

중동부유럽 일반 고상두 연세대학교 지역협동과정 교수 2022/10/05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중동부유럽 회원국 간의 가치 갈등
금융, 재정, 난민 등의 분야에서 각종 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럽 각국에서 유권자의 위기감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당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동부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하기에 이르렀는데, 대표적으로 헝가리에서는 2010년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인 피데스(Fidesz)가 압승하였고, 2018년에는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였다. 2015년 폴란드 총선에서 법과 정의당(PiS)은 상하 양원에서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폴란드에서 단독정당이 과반 의석을 얻은 것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최초의 일이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포퓰리즘 정당은 집권 후 국민의 기본권 침해, 언론 통제,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반(反)난민정책 등을 자행했다. 2019년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헝가리와 폴란드를 ‘자유로운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수정하였고, 브뤼셀은 양국이 EU의 가치와 정체성을 위반한다고 비판하였다1)

사실 EU는 냉전 종식 직후 가입을 희망하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게 EU의 가치 준수를 요구하였다. 1993년 코펜하겐 정상회담에서는 신규가입 조건으로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소수민족 보호 등을 명시한 코펜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을 마련하였다. 2004년에 이루어진 EU의 동부확대는 동유럽 국가들이 코펜하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그 결과 민주주의의 신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유럽화가 민주화를 촉진한 것이다. 하지만 가입에 성공한 이후 중동부유럽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U와 헝가리, 폴란드 간의 최대 갈등 이슈는 법치 위기와 난민 문제이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법치주의 위기
헝가리의 집권당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한 후, 기존의 정치체제를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을 수행한다면서 대대적인 법률개정을 통해 자유주의적 요소를 배제하였다. 미디어의 국영화를 추진하였고, 친(親)정부 성향의 언론에 정부 보조금과 광고를 몰아주었다. 시민사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도 마련되었는데, 헝가리 출신의 백만장자 조지 소로스(Soros György)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원하는 ‘열린사회 재단’을 설립하여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정부를 비판하자, 재단이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중동부유럽 대학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시켜 비엔나로 이전하게 만들었고, 외국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의 등록을 의무화하였다. 그리고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였다. 또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침해하는 입법을 하였는데, 의회의 지역구 의석은 늘리고 비례의석은 줄였으며, 선거구 획정, 중앙선관위원 임명 등에서 여당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해임권을 행정부에 부여하여 사법부를 약화시켰다.

헝가리보다 5년 늦게 집권한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은 국영 방송의 경영진 임명권을 재무부 장관에게 주고, 폴란드 신문의 경우에는 외국자본에 의한 소유가 많았기 때문에 국영화보다 정부의 보조금과 광고를 통제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사법권의 독립성 침해는 폴란드가 헝가리보다 심했다. 판사의 정년을 72세에서 65세로 낮추어 기존의 대법관 40%를 해임하였고, 판사 지명권을 하원에 부여하고, 대법원에 판사 징계위원회를 설치하여 징계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2020년 독일의 주 고등법원은 폴란드 피의자의 본국 송환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유는 폴란드 사법부의 독립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反난민정책
유럽연합의 공동난민정책은 1990년에 논의가 시작된 더블린협약(Dublin Regulation)에 근거하며, 이 협약에 따라 난민은 EU내 첫 도착국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 만 2011년 리비아 내전과 시리아 내전이 잇달아 발발하면서 대규모의 난민 유입으로 이태리, 그리스 등과 같은 유럽 접경 국가들이 난민 수용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2015년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시리아 난민에 대해 더블린협약의 중단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EU로 입국한 대다수 난민들은 그들에게 우호적인 독일과 프랑스로 향했다. 결국 과부하에 걸린 독일과 프랑스는 난민 할당제를 제안하였는데, 모든 회원국은 난민을 배분 받거나 수용을 원치 않을 경우 재정적 기여로 대신하도록 했다. 

EU의 난민 할당제에 대하여 비셰그라드 4국은 공식적으로 반대하였다. 난민수용에 따르는 재정적 부담과 시리아 난민에 대한 자국민의 반대가 이유였다. 비셰그라드 국가는 가톨릭 국가이며, 오스만 터키의 지배를 받은 과거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서유럽에서는 이슬람 이주민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비셰그라드 국가는 0.2%에 불과해 무슬림과의 상생 경험이 없어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었다2).

난민 문제에서 헝가리가 가장 강하게 저항하였다. 오르반 총리는 난민 할당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국민의 99%가 반대한 결과를 공표하였다. 이로써 그는 EU의 난민 정책에 저항하고, 국민의 의지를 대변하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였다. 헝가리가 EU의 공동 난민정책을 거부한 것은 유럽법이 회원국 법의 상위에 있다는 EU 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EU와 중동부유럽 회원국 간의 민주주의 인식 차이
헝가리와 폴란드 정부는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 사회적으로는 보수주의를 강조하며, 기독교 가치와 국가 주권의 수호를 천명한다.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 대표 야로슬로브 카친스키(Jaroslaw Kaczynski)는 “사법권은 회원국의 독자적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법치주의 개념은 개별 회원국의 정체성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패한 사법부를 혁신하고 사법 체계를 바꾸는 것은 국민의 정부가 해야 할 의무라고 주장한다3).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대통령은 EU의 비판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였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과거 오스트리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았고, 또다시 EU의 지배를 받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난민 문제에서도 중동 아프리카의 난민 발생국을 식민지배한 서유럽의 책임이 크며, 자신들에게 난민수용과 다문화주의를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비셰그라드 4국을 상호 비교하면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는 투표율, 정당 가입율, 정부 신뢰도 등이 감소하는 민주주의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에,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의회 다수를 차지한 포퓰리즘 정당이 적극적인 국민의 대변자로 나서면서 EU와 갈등을 벌이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중동부유럽에서 집권당에 대한 투표 지지율이 높은 헝가리, 폴란드 그리고 체코와 슬로바키아 순으로 EU와의 갈등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연합의 대응 방안과 한계
EU는 회원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최초로 마련된 제제 수단은 EU법 위반절차(infringement proceeding)로서 회원국이 EU법 수용을 거부할 경우 취하는 조치 규정이다. 개별 회원국은 EU가 결정한 지침(directive)에 맞추어 자국 국내법을 신속하게 개정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회원국이 이행법률 제정을 게을리할 경우, 집행위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유럽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이 절차에 따른 제재는 주로 단일시장이나 농업정책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의 이행을 위반하는 경우에 취해진다. 

회원국이 EU의 추상적인 가치를 위반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수단은 동부확대를 계기로 마련되었다. 1990년대 EU는 중동부 유럽의 신규 가입조건을 마련했지만, 가입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할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코펜하겐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하여 1999년의 암스테르담 조약에 회원국이 시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만들었고, 이 조항은 2009년 리스본 조약 제7조에 반영되었다4)

하지만 헝가리와 폴란드에 대한 리스본 조약(Treaty of Lisbon) 7조의 적용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유럽의회는 양국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였지만, 의결권을 박탈하는 제재는 해당국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데, 폴란드와 헝가리 양국이 서로 표결에서 돕겠다고 밝혀 제재를 최종결정해야 할 각료이사회가 표결을 꺼리고 있다. 2017년 각료이사회에서 폴란드에 대한 리스본 조약 7조의 적용을 논의했을 때,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는 반대했고,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이태리, 리투아니아, 몰타,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영국, 불가리아는 기권 의사를 보였다.

가장 최근에 마련된 제재 수단은 예산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EU는 2020년에 관련 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규정에 따라 EU가 헝가리와 폴란드에 대한 예산지원 삭감을 결정하자, 양국은 EU의 중장기 예산안(2021~2027)의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저항하였다. 이로 인한 EU의 재정 마비를 해결하기 위하여 독일은 양국에게 법치위반을 해소할 수 있는 2년의 시간을 주고 그동안 예산 지원을 동결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하여 타협을 이끌어 냈다.

최근 폴란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EU의 경제회복 지원금 중에서 폴란드에 배정되었던 60억 유로의 동결자금의 해제를 요구하였다.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EU와 폴란드 간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통로 역할을 하고, 350만 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였다. 따라서 경제지원이 절실한 폴란드에 대한 예산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헝가리에 대해서는 75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지원 보류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헝가리는 러시아 석유의 수입통제와 같은 대(對)러제재에 반대하고, 중국산 코로나 백신 구매와 홍콩 보안법에 대한 비판성명에 반대하는 등 다른 회원국과 차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U 내부적 갈등의 해결 전망
헝가리와 폴란드가 EU와 갈등을 벌이는 국내적 원인은 포퓰리즘과 유럽 회의주의가 연계되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이란 정치 엘리트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봉사한다고 비판하는 이념이다. 유럽 회의주의란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이념이다. 중동부유럽 국가들은 EU가 서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위해 자신들을 지배하려고 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5)

이러한 유럽 회의적 포퓰리즘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체제 전환에 대한 국민의 불만, EU 가입에 대한 과도한 기대, 민족 고유의 문화, 전통, 종교에 대한 훼손 우려 등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중동부유럽은 EU와의 경제통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으며, 국민은 정부와 달리 친 EU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유럽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EU의 가치와 정책에 이견을 보일 뿐이다.

서유럽은 중동부유럽의 신생 민주주의를 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중동부유럽이 브렉시트(Brexit)의 전철을 밟고, 유럽이 또다시 반목과 분쟁의 역사로 되돌아가는 것은 EU의 창설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현재의 갈등은 정치 문화적 다양성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며, 유럽통합이 경제통합 단계까지는 원활하게 진행되었지만, 정치통합으로 심화되면서 국가주권을 지키려는 회원국의 저항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러므로 갈등 해결은 EU의 법적 제재 규정에 의한 외부적 압력보다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회원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고 시민사회의 성장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 현재 폴란드와 헝가리가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이지만, 서구식 자유주의에 비판적인 것이다. 헝가리와 폴란드에도 서유럽처럼 정당이 단독으로 의석의 과반을 넘지 못하는 다원적인 정당구조가 정착하게 되면, 서유럽의 자유 민주주의와 수렴하게 되고 가치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본다.



* 각주
1) Elisabeth Bakke and Nick Sitter, “The EU’s Enfants Terribles: Democratic Backsliding in Central Europe since 2010,” Perspective on Politics, Vol. 20, No. 1, 2022.
2) 한미애, “반유럽연합 정서 확산 원인 분석: 폴란드와 헝가리 사례를 중심으로,” 『세계지역연구논총』 37집 2호, 2019.
3) Robert Csehi and Edit Zgut, “We Won’t Let Brussels Dictate US: Eurosceptic Populism in Hungary and Poland,” European Politics and Society, Vol. 22, No. 1, 2021.
4) 안병억, “EU의 법치와 폴란드와 헝가리: 리스본조약 7조 적용 논란을 중심으로,” 『동유럽발칸연구』 43권 4호, 2019.
5) Attila Agh, “Decline of Democracy in the ECE and the Core-periphery Divide: Rule of Law Conflicts of Poland and Hungary with the EU,” Journal of Comparative Politics, Vol. 11, No. 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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