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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두 달간 이어지는 이란 시위, 정권에 대한 누적된 분노의 폭발

이란 EMERiCs - - 2022/10/28

☐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이란 시위, 정권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 제기


◦ 이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스포츠 선수가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

-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라는 여성이 히잡을 올바르게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어 의문사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정부 보안 병력 사이의 충돌로 10월 21일까지 이란 전국에서 244명이 사망하고 1만 2,5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고 이란 인권단체는 주장했다. 사망자 중에는 아동도 32명 포함되어 있다.

- 한편,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참여한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Elnaz Rekabi)가 10월 19일 이란으로 귀국했다. 레카비는 히잡을 쓰지 않은 것이 의도치 않은 사고였다고 언급하며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이란 SNS 사용자들과 서구 언론에서는 레카비가 경기 이후 주한 이란대사관으로 소환되어 이란으로 강제 귀국당했으며 귀국 이후의 사과 표명 또한 정권의 강압에 따른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레카비는 시위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상했다. 레카비가 귀국하는 날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을 포함한 지지자들이 공항 주위에 모여 레카비를 영웅이라고 부르며 환영했다.


◦ 정권 고위층 내에서도 시위에 공감하는 목소리 제기

- 한편 정권 고위 인사와 종교계 사이에서도 시위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보수파 중진인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 전 의회의장은 지나치게 억압적인 방식으로 히잡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하며 히잡 문제를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종교계에서는 지난 9월 이란의 고위 성직자 누리 하메다니(Nouri Hamedani)가 “소수가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10월 21일에는 저명한 시아파 학자 자바드 알라비보루제르디(Javad Alavi-Boroujerdi)가 “국민에게는 정치인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 히잡 착용 의무화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시위, 기저에는 오랜 국민적 불만 깔려 있어  


◦ 경제난으로 누적된 국민적 불만, 히잡 반대 시위로 폭발 

- 시위의 배경에는 히잡 강제와 같이 보수적인 이슬람 규범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이슬람 정권 체제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오랜 경제난으로 누적된 반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10월 기준 이란의 인플레이션은 30%가 넘으며 2023년 3월에는 4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대비 이란 리얄화 가치는 2017년 대비 90%가 폭락해 이란인들의 구매력 또한 크게 악화되었다. 청년실업률은 2021년 기준 27%에 육박한다. 자바드 샤리프이스파하니(Djavad Salehi-Isfahani) 버지니아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시위가 단순히 히잡 문제에만 국한된 사건은 아니라고 보았다.

- 실제로 이란 북부 타브리즈(Tabriz)의 초콜릿 공장, 남서부 슈스(Shush)의 사탕수수 공장 노동자와 아바단(Abadan), 부셰흐르(Bushehr)와 같은 이란 남부의 석유화학공단 노동자들도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영상이 확산되는 등 시위는 대도시 청년을 넘어 지방의 노동계층에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 수잔 맬로니(Suzanne Maloney)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외교정책 프로그램 부팀장은 2017년과 2019년에 고물가와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이란 사회 내에는 경제난에 대한 깊은 불만이 잠재되어 있으며, 이번 시위의 격렬함은 그러한 누적된 불만이 자유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경제적으로 소외된 청년과 여성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 표출

- 특히 경제난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집단은 청년과 여성이 현재 시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북아프리카 국가 중 여성 노동 참여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여성 노동 인구는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여성 대졸자의 실업률은 22.3%으로 남성 대졸자의 두 배에 육박한다.

- 기성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으면서 인터넷을 통해 해외 문화와 소식에 익숙한 청년 사이에서는 경제 정책과 경제제재 해제에 실패한 기성 정치인과 정권 지도자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절망과 분노가 시위로 터져나왔다고 사남 바킬(Sanam Vakil)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 카타르대학교 걸프연구소의 니콜라이 코자노프(Nikolay Kozhanov) 교수는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의 강화된 사회 통제 정책이 이번 시위를 촉발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코자노프에 따르면 과거 정부는 국민들의 종교 규범 위반을 묵인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는 것을 억제해 왔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통제가 강화되었고 이로 인해 억눌린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 이번 시위이다.


☐ 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시위가 혁명과 정권 타도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


◦ 이란 정부, 시위를 외세의 사주를 받은 ‘폭동’으로 규정  

- 10월 3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왕정복고주의자와 반정부 분리주의 무장세력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사주를 받은 이란 국내외 배신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시위와 혼란을 조장하는 언론 보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경찰 부청장과 내무부 장관 등 이란 정권 주요 인사와 보수파 일간지 또한 시위를 외세의 사주를 받아 의도적으로 이란 국내에 혼란과 불안정을 야기하는 폭동이자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고 공격했다. 10월 19일 이란 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 14명을 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여전히 강고한 정권의 통제력, 정권 타도로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

-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위가 지난 2009년 녹색운동 이후 최대 규모로 정권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권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혁명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권 타도에 필수적인 군부와 보안기구의 이탈이 아직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79년 혁명에서는 이란군이 시위대의 편을 지지함으로써 팔레비(Pahlavi) 왕정이 붕괴했다.

- 시나 아조디(Sina Azodi)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비상임 연구원은 시위와 같은 위협에서 정권을 보호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s Corps)의 정권에 대한 충성은 확고하며 반정부 세력을 규합하고 정권 교체 시나리오를 주도할 조직적 지도부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 브루킹스 연구소의 수잔 맬로니는 1979년 이후 이란 정권이 이라크의 침공, 녹색운동과 같은 도전에도 살아남았음을 지적하며 정권이 여전히 핵심 기구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시위를 진압할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l-Arabiya, Iran protests death toll rises to 244, over 12,500 detained: Rights group, 2022. 10. 21.

AP, Iranian rock climber who competed without hijab returns home, 2022. 10. 20.

France 24, Iranian climber Rekabi gets hero’s welcome in Tehran after competing without hijab, 2022. 10. 19.

Iran International, Khamenei Repeats Claims Of 'Enemies' Instigating Protests, 2022. 10. 19.

Radio Farda, Sugar Factory Workers Join In Strikes As Unrest In Iran Continues, 2022. 10. 19.

Middle East Institute, The economic backdrop of Iran’s protests, 2022. 10. 17.

The Arab Gulf States Institute in Washington, Iran Protests: Reform, Revolution, or Status Quo?, 2022. 10. 14.

CNBC, No hope for the future: Economic struggles add fuel to Iran’s protests, 2022. 10. 12.

The Guardian, Cracks appear among Iran elite as senior figure calls for hijab policing rethink, 2022. 10. 12.

BBC, How Iran’s economic woes created conditions ripe for protests, 2022. 10. 11.

Al-Monitor, Khamenei breaks silence on Iran protests, lays blame on US, 2022. 10. 03.

Atlantic Council, Iran is having nationwide protests. Is it a ‘revolution’?, 2022. 09. 30.

Amwaj, Grand ayatollah warns authorities as Iran clamps down on unrest, 2022. 09. 27.



[관련 정보]

이란, 학생들의 시위 격화로 불안정 지속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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