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유럽

☐ 슬로바키아 수도의 성소수자 주점에서 총격 사건 발생...성소수자 권리 확대 요구로 이어져

◦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총격 사건으로 2명이 사망한 후 추모 집회 개최

- 10월 12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에 위치한 성소수자 주점 앞에서 19세 남성 유라지 크라칙(Juraj Krajcik)이 성소수자 남성 2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용의자는 극우 정치인의 아들로 알려졌으며,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사건 발생 후 슬로바키아 국가범죄수사국(National Crime Agency)은 용의자의 소셜 미디어에 동성애 혐오 및 반유대주의 관련 게시물들이 있던 것으로 미루어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로 인한 계획적인 살인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 이틀 뒤인 10월 14일 총격 사건과 성소수자 혐오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고, 참석자 수는 1만 5,000~2만 명에 달했다. 집회에는 주자나 차푸토바(Zuzana Caputova) 슬로바키아 대통령,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슬로바키아 총리, 마투스 발로(Matúš Vallo) 브라티슬라바 시장이 참석하였으며, 차푸토바 대통령은 증오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더 많은 대가를 치르기 전에 정치인들이 언사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희생자의 장례식이 열린 10월 26일에는 이웃 국가 체코의 수도 프라하(Prague)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으며, 성소수자와 그 가족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 줄 것을 촉구했다.

◦ 성소수자 살인 사건을 계기로 성소수자 권리 확대 및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커짐

-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성소수자 살인 사건 발생 이후 슬로바키아 정부에 성소수자들을 증오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의회는 447명의 의원이 찬성한 결의안을 통해 극우 성향에 기반해 성적 특성,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에 대한 폭력 행위를 비겁한 테러 행위로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또한,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전 슬로바키아 총리, 이고르 마토비치(Igor Matovič) 슬로바키아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슬로바키아 정치권의 전현직 인사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공격적인 언사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 슬로바키아 정치권과 시민 사회에서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시민 단체 이나코스트 이니셔티브(Inakost Initiative)는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가 늘어나는 것을 멈추는 것은 모든 사회의 몫이며, 정부에 성소수자의 지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성소수자뿐 아니라 이민자, 여성, 소수 민족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도 사람들은 늘 방관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슬로바키아 의회는 시민동거기관(Institute of civil cohabitation)을 설립해 성별, 성향에 상관없이 2명의 동거인에 대한 상속권과 진료기록부 열람권 허용 권한을 부여하여 동성 커플에게도 일부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성소수자 관련 법안 부결...그러나 점진적인 개선 기대

◦ 정치권과 시민 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권리 강화 법안이 부결됨

- 10월 19일 의회는 시민동거기관 설립에 대한 법안을 의결에 부쳤으나, 투표 결과 찬성 50표, 반대 37표, 무효 15표, 불참 31명으로 과반인 76표를 얻지 못해 부결되었다. 극우 성향 기독교 연합당(Kresťanská únia)의 리차드 바셰츠카(Richard Vašečka) 의원은 기독교 연합당 지지자들에게 결혼제도가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동성 커플에 대한 권리 부여에 계속 반대할 것을 시사했다. 또한, 바셰츠카 의원은 동성 커플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방식으로 성소수자의 권리가 계속 커질 것이 우려된다고 밝히며, 아동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양육이 가장 좋은 형태의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 부결 소식에 대해 차푸토바 대통령은 비극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의원이 올바른 조치에 찬성하지 않는 것은 슬로바키아 사회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또한, 차푸토바 대통령은 동성 간의 사랑이 사회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함에도 의원들이 단순히 공증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면, 시민들의 안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비판했다. 이나코스트 이니셔티브도 정치권이 구체적인 행동 없이 성소수자 혐오 규탄 선언을 낸 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며, 등록 제도와 지역사회 내 안전한 공간 조성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 슬로바키아 내무부는 증오 범죄 예방을 위한 극우, 극단주의 퇴치를 약속함

- 한편, 슬로바키아 내무부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극단주의와 관련된 경찰의 기소 건수가 28% 이상 증가했다. 내무부 보고서는 2020년부터 극단주의 범죄 중 국가, 인종, 종교와 같은 배경을 이유로 증오심을 표현하는 범죄가 35.7% 증가했으며, EU·NATO에 대한 비판, 반유대, 성소수자 증오와 연관이 있었다고 밝혔다. 10월 26일 로만 미쿨레츠(Roman Mikulec) 슬로바키아 내무부 장관은 성소수자 살인사건을 계기로 극단주의와 혐오 범죄에 더욱 적극적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 밝혔다. 미쿨레츠 장관은 SNS에 증오심을 표현하는 댓글이 넘치고, 폭력 선동과 범죄의 정당화가 빈번하다며, 이런 범죄를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가해자는 최대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내무부는 경찰이 주점 살인 사건 이후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 표현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대테러본부 신설과 국가 범죄 수사국 개편으로 범죄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미쿨레츠 장관은 내무부 내 하이브리드 위협 퇴치 센터(CBHH, Center for Combating Hybrid Threats)에서 급진주의자, 증오심 표현, 극단주의 징후를 식별하고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CBHH의 관계자는 살인범의 SNS 게시글을 파악했으며, 미디어 서비스 위원회를 통해 관련 게시글들을 이미 삭제했다고 밝혔다. 정치 비평가들은 앞서 성소수자 살인 사건의 범죄자가 SNS에 유대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작성했음에도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uronews, Thousands attend LGBTQ rally in Prague after Slovakia shooting, 2022.10.27.

Euractiv, Slovakia to step up fight against extremism following queer bar killings, 2022.10.27.

Los Angeles Times, Thousands rally in Prague to honor two slain Slovak gay men, 2022.10.26.

Slovak Spectator, Interior Ministry gets new tool to fight extremism, 2022.10.26.

Los Angeles blade, EUROPESlovakian Parliament rejects same-sex registration for couples, 2022.10.23.

CNE, Slovakia votes against more rights for LGBT couples, 2022.10.20.

Slovak Spectator, Government told to take 'clear step' on LGBT+ protection, 2022.10.20.

Slovak Spectator, Parliament afraid of granting rights to LGBT+ community, president says, 2022.10.19.

Euractiv, Queer people looking at more rights after Bratislava murders, 2022.10.17.

Gay Community News, Thousands protest against homophobia in Slovakia after LGBTQ+ bar shooting, 2022.10.17.

Balkan Insight, YEARS OF LGBT INTOLERANCE IN SLOVAKIA CULMINATE IN TWO KILLINGS, 2022.10.17.

Euractiv, Extremism grows in Slovakia, 2022.09.20.

Slovak Spectator, Extremism has grown stronger in Slovakia, 2022.09.19.

[관련 정보]

1. 슬로바키아, LGBT 커플에 대한 권리 부여 법안 찬반 투표에서 부결 (2022.10.25)

2. 유럽의회, 슬로바키아 정부에 LGBT+ 보호 조치 촉구 (2022.10.24)

3. 슬로바키아, 성소수자 주점 총격 사건 후 수천 명의 동성애 혐오 반대 시위 (2022.10.19)

4. 슬로바키아 내 극단주의 증가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