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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 볼리우드 위기의 배경과 전망

인도 박영선 KOTRA 개발협력실 소장 2022/11/09

볼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 영화산업
인도 영화산업은 연간 1,500~2,000 편의 영화를 만들어 세계 최대 제작 편수를 자랑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가 201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영화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는 41억 달러(한화 약 5조 8,777억 원)이며 직접고용 인원은 24만 명에 다다른다. 인도영화는 흔히 미국 할리우드에 대비하여 ‘볼리우드(Bollywood)’로 일컬어진다. 이는 인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뭄바이(Mumbai)의 과거 이름 봄베이(Bombay)에서 따온 합성어로서 우리나라에서 영화계를 흔히 ‘충무로’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인도는 지역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특성을 갖춘 영화산업이 성장하였다. 각 언어권별로 타밀어권 칼리우드(Kollywood), 말라얄람어권 몰리우드(Mollywood), 펀잡어권 폴리우드(Pollywood), 카나다어권 산달우드(Sandalwood) 등이 있다. 텔랑가나(Telangana) 지역의 텔루구어권과 웨스트벵골지역의 벵골어권은 톨리우드(Tollywood)라는 명칭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마다 영화산업이 발달하였지만 인도영화를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볼리우드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만큼 볼리우드가 인도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볼리우드 영화는 일반적으로 마살라(Masala)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마살라는 인도요리에 들어가는 혼합 향신료로서 볼리우드 영화는 지난 수십 년간 마살라와 같이 복합된 영화의 성공 공식을 만들고 발전시켰다. 우선 대부분의 영화는 상영시간이 3시간을 넘고 중간에 춤과 노래가 여러 차례 들어간다. 그리고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기본적 인간의 감정이라고 꼽는 아홉 가지 라사(rasa), 즉 기쁨, 공포, 분노, 사랑, 용기, 슬픔, 경외, 싫음, 평온을 한 영화에서 모두 보여준다. 따라서 볼리우드 영화는 비극과 희극, 액션과 로맨스가 버무려진 진정한 롤러코스터를 관객들이 경험하게 만든다. 현대 볼리우드 영화의 특징 중 하나로 극소수의 슈퍼스타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볼리우드 영화를 주도한 배우들은 샤룩 칸(Sharuch Khan), 살만 칸(Salman Khan), 아미르 칸(Amir Khan)이다. 이들은 성씨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무슬림이며 1965년에 태어난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역대 최고 흥행을 달성한 인도영화 30선 중 아미르 칸 5편, 살만 칸 5편, 샤룩 칸 3편으로 세 명의 배우 출연 영화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아미르 칸이 제작 및 주연한 영화 ‘당갈(Dangal)’은 2016년 개봉하여 인도뿐만 아니라 중국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기록하였고 현재까지도 인도영화 최고 흥행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표 1> 인도 역대 최고 흥행영화 순위
* 자료: Wikipedia 


최근 볼리우드 위기와 그 원인
2022년 상반기에 개봉한 대표적 볼리우드 영화 20편 중 15편이 흥행에 참패하였는데 여기에는 볼리우드 슈퍼스타 란비르 싱(Ranveer Singh), 악쉐이 쿠마르(Akshay Kumar), 캉가나 라나우트(Kangana Ranaut) 등의 영화들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볼리우드 영화산업 전체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인 볼리우드의 부침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인도 영화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전조로 볼 수도 있다. 볼리우드 영화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원인들은 아래와 같이 대내외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볼리우드 내적으로는 지난 30년간 영화산업을 주도했던 세 명의 칸, 즉 샤룩 칸, 살만 칸, 아미르 칸의 영화들도 과거와 같은 흥행보증수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8년 개봉한 샤룩 칸의 야심작 ‘제로(Zero)’는 2,500만 달러(한화 약 358억 원)의 큰 제작비와 카트리나 카이프(Katrina Kaif), 아누슈카 샤르마(Anushka Sharma) 등의 유명 여배우 출연, 그리고 살만 칸, 알리아 밧(Alia Bhatt), 디피카 파두콘(Deepika Padukone)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측면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여 제작비 조차도 회수하지 못하였다. 이 영화의 실패 이후 샤룩 칸은 수년 동안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세 얼간이’, ‘PK’, ‘당갈’ 등 기념비적 작품들로 인도영화 역사를 새로 쓴 아미르 칸도 인도영화의 전설 아미타브 밧찬(Amitabh Bachchan)과 출연하여 큰 기대를 모았던 ‘힌두스탄의 깡패들(Thugs of Hindostan)’, 그리고 미국 유명 배우 톰 행크스(Tom Hanks)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를 리메이크한 ‘랄 싱 차다(Laal Singh Chaddha)’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저조한 흥행실적을 거두었다. 살만 칸 역시 2014년 대성공을 거둔 영화 ‘카슈미르의 소녀’, 그리고 2016년의 ‘술탄’ 이후 출연한 다수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거나 평범한 성과를 보였다. 볼리우드 영화계가 아직까지 이들 세 명을 대체할 새로운 슈퍼스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점은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여배우들의 경우는 지난 수 년 동안 볼리우드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던 네 배우 디피카 파두콘, 프리앙카 쵸프라(Priyanka Chopra), 카트리나 카이프, 알리아 밧이 최근 모두 결혼하였으며 역시 이들을 대체할 만한 흥행파워를 갖춘 여배우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볼리우드는 이와 같이 소수의 스타 파워에 의존하고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면서 점차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볼리우드 영화가 인도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와중에 인도 남부지역의 영화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타밀나두(Tamilnadu)를 중심으로 한 인도 남부지역은 지역고유의 언어와 문화특색으로 인하여 과거부터 볼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이 적고 지역 내 영화배우들이 큰 팬덤을 형성하였다. 일부 영화배우들은 남부지역에서 신처럼 숭배받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타밀나두 주총리를 여러 차례 지낸바 있는 자야람 자얄랄리타(Jayaram Jayalalithaa)는 젊을 때 인기 여배우였다가 정치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녀가 2016년 사망했을 때 자살하거나 충격으로 사망한 사람이 300명을 넘기도 하였다. 텔랑가나에서 만든 영화 ‘바후발리’는 인도 남부영화로서 최근 인도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영화다. 바후발리 1편의 성공에 힘입어 개봉한 후속편은 전편의 흥행을 뛰어넘어 인도 영화 중 시리즈물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되었다. 남부지역 영화의 흥행은 바후발리 이후에도 2022년에 개봉한 ‘RRR’, ‘비크람’, ‘KGF Chapter 2’ 등이 대성공을 거두고 볼리우드 영화를 압도하였다. 평균 130루피(한화 약 2,200원)인 영화 관람료는 인도의 물가수준에 비하여 비싼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인도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따진다. 비록 영화의 완성도가 높더라도 유명배우가 출연하지 않거나 제작비가 높지 않은 영화는 관객들에게서 외면받는다. 따라서 인도에서 성공하는 영화는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로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도 전체에서 흥행에 대성공한 남부지역 영화들은 모두 이런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전 세계 영화산업에 최근 큰 영향을 끼친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도 영화산업에도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팬데믹 상황에서 극장에 가지 못하는 관객들은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OTT (over the top) 서비스를 통하여 새로운 종류의 영화, 드라마를 접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인도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오직 소수의 젊은 팬층만 형성되어 있었는데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에 인도 소비자들도 한국 콘텐츠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되었다. 한국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많은 넷플릭스의 경우 인도내 상위 10위권에는 한국 영화, 드라마가 항상 여러 개 위치하여 높아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인도의 OTT 서비스 시장에는 넷플릭스보다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Disney+Hotstar)나 아마존 프라임에 더 많은 사용자가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더 저렴한 서비스 이용료, 더 많은 인도 현지 콘텐츠 때문이다. 인도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2020년 에미상을 수상한 드라마 ‘델리 크라임(Delhi Crime)’, 그리고 큰 인기를 끈 ‘신성한 게임(Sacred Game)’ 등이 있으나 이용자 확장에는 고전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 당초에는 한국산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가 성공하자 점차 한국산 콘텐츠를 늘리는 추세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아마존 프라임은 오리지널 드라마 ‘패밀리 맨(Famaily Man)’ 시즌 1과 2가 모두 대 성공을 거두면서 넷플릭스와 격차를 더 벌였다. ‘패밀리 맨’은 중년의 비밀요원이 대테러 임무와 평범한 가장의 역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코믹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그려서 인도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주인공 역할의 배우 마노즈 바즈페이(Manoj Bajpayee)는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인도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OTT 서비스의 발달은 인도 영화 관객들에게 다양한 콘텐츠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동시에 관객의 눈높이를 바꾸는 역할도 하였다. 

<표 2> 인도 상위 OTT 플랫폼 이용자 현황(2022년)
* 자료: theglobalstatistics.com

볼리우드가 위기를 겪고 있는 또 다른 대외적인 원인은 인도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한 반(反) 볼리우드 정서이다. 인도는 2015년 선거에서 인도국민당(BJP)이 승리하고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총리가 취임하면서부터 힌두 우경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무슬림 배우들이 주류를 형성한 볼리우드는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트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명의 칸 중 특히 아미르 칸은 제작한 다수의 영화들이 사회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으로서 세얼간이는 인도의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 PK는 종교 비판, 당갈은 남녀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종교를 희화한 영화 PK 개봉 이후 아미르 칸은 극우힌두교도들의 비판과 위협에 시달렸으며 그 이후 개봉하는 영화마다 집단 보이콧의 대상이 되었다. 유명 여배우 디피카 파두콘의 경우는 네루대학교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지속적으로 개봉영화 보이콧, 신변 위협, 그리고 마약혐의 경찰조사 등의 고충을 겪었다. 반 볼리우드 정서는 몇몇 배우들에 대한 보이콧에서 더 나아가 예술의 창의성을 해칠 수 있기에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과거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되었던 영화들도 이제는 종교적 감정을 해치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 맞추고 사회적, 정치적 비난과 그에 수반한 흥행실패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 볼리우드 배우들 중에는 친(親)정부 성향의 배우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악쉐이 쿠마르, 캉가나 라나우트 등이 있다. 이들은 최근 주로 애국심과 힌두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영화들에 다수 출연하고 있다. 금년 개봉하여 뜻밖에 흥행한 영화 ‘카쉬미르 파일(Kashmir File)’은 카쉬미르 지역에 살던 힌두교도들 카쉬미르 판딧(Kashmir Pandit)이 무슬림들의 박해로 고향을 등지거나 학살당한 내용을 다루었다. BJP 집권여당 정치인들이 직접 독려하여 관람을 권장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과 무슬림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사점과 전망
볼리우드 영화산업은 대표적 배우들의 노령화 및 세대교체의 어려움, 변화하는 관객 기호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공식을 답습하는 제작환경, 볼리우드를 압도하는 남부지역 영화의 성공, 새로이 등장한 OTT 서비스와의 경쟁, 그리고 힌두극우주의 성향의 가속화에 따른 반 볼리우드 정서 등과 같은 이유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도 영화산업을 전체적으로 보면 남부지역 영화의 성공은 진정한 볼리우드의 위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인도 영화산업의 규모가 축소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볼리우드에 자극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OTT 서비스의 성장은 볼리우드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한다. 과거에는 영화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라는 의식이 있었으나 ‘패밀리 맨’과 같이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가 출현하면서 더 이상 유명배우들의 드라마 출연이 장애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 한 해 동안 만들어지는 많은 영화 중에는 극장에서 상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OTT 서비스는 이런 저예산 영화들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다. 향후 볼리우드 영화산업에 심각한 위협은 힌두우경화로 경직화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영화산업 창작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이다. 과거 아시아 영화산업을 선도하던 홍콩영화산업이 홍콩의 중국 복속과 더불어 창작의 자유가 제한되고 영화계 전반이 쇠퇴한 사례를 인도 영화계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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