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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아프리카 대륙서 개최된 COP27,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딜레마 부각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2/11/30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딜레마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기후 변화 대응책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개최되었다. 약 200개 국가가 이번 총회에 초청받았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Rishi Sunak) 영국 총리 등 각국 수반들과 환경단체, 씽크탱크, 유관 기업 대표들도 참석했다. 참가국 정상과 대표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화석에너지 의존도 감소 등 온난화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COP27이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이번 COP27 개최가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의 실상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에너지 위기 직면한 유럽, 가스 확보 위해 아프리카로 눈돌려
그러나 유럽 국가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유럽 각국은 새로운 천연가스 수급처를 찾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부상했다. 아프리카 54개국 중 16개국에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으며, 전체 아프리카 매장량 중 60%가 알제리, 앙골라, 나이지리아, 모잠비크에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알제리는 연 2,930만 톤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집트와 나이지리아의 천연가스 생산량도 각각 1,220만 톤과 2,220만 톤에 달한다. 탄자니아, 모잠비크, 모리타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상당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지만 아직 천연가스를 생산하지 않는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가스전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이다. 한 예로 세네갈은 2023년까지 250만 톤, 2030년까지 1,00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독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운동가들, 부유한 국가들이 당장의 에너지 위기 극복 위해 아프리카 천연가스에 투자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라고 비판
환경운동가들은 아프리카 천연가스에 대한 유럽 국가의 수요 증가는 기후 변화 대응 노력에 역행하는 행보라고 지적한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의 신규 채굴을 중단하고 2035년까지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량을 전체 발전량의 5% 미만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 국가가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신 아프리카에서 천연가스를 계속 수입하면 온도 상승을 억제한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워지게 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유럽 국가의 행보가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한다. 기후변화의 책임이 있는 유럽이 아프리카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노력은 지원하지 않은 채 과거 제국주의 시대처럼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을 착취하며 기후변화를 조장하고, 결국 그 피해는 아프리카 국가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다. 2021년 기준 친환경 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는 전 세계 4,340억 달러(한화 약 575조 4,840억 원)에 달하지만, 이 중 아프리카에 투자된 비율은 0.6%에 불과해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또한 천연가스가 석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신규 가스전 개발과 가스 채굴 시설에 대한 투자 대신 태양광 에너지 등 아프리카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이 오히려 아프리카 국가의 장기적 경제 성장과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씽크탱크 카본 트래커(Carbon Tracker)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화석 연료 수요는 감소할 것이고, 천연가스 수출 역시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2030년이면 천연가스 공급량이 수요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아프리카 국가가 천연가스 생신량 증대를 위해 투입한 막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카본 트래커의 분석이다. 카본 트래커는 향후 태양광, 풍력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아프리카 국가가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발전 필요성 강조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국가들, 화석연료 발전이 빈곤 퇴치에 도움될 것이라고 주장
환경단체와 운동가들의 비판에 대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발전과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천연가스 개발이 필수적이며, 기후 변화 대응을 구실로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마키 살(Macky Sall) 세네갈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가 천연가스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에 대해 화석 연료를 이용한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 모델을 아프리카 국가가 따라서는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살 대통령은 녹색 전환은 공정하고 공평해야 하며 아프리카 국가의 개발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마르 파루크 이브라힘(Omar Farouk Ibrahim) 아프리카 석유채굴협회 사무총장 또한 아프리카에는 6억 명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9억 명이 나무 등의 전통적 연료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사마 모바레즈(Osama Mobarez) 동지중해 가스포럼(East Mediterranean Gas Forum) 사무총장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아프리카의 사용량은 단 3%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아프리카인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천연가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 태양광 자원 중 아프리카의 태양광 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지만, 이 중 단 1%만이 실제 발전에 쓰이고 있다. 카본 트래커는 2021년 기준 아프리카의 태양광 발전량은 14기가와트에 불과했지만, 발전 비용이 저렴해짐에 따라 2050년이면 아프리카 전체 에너지 필요량의 절반인 400기가와트를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할 수 있으며, 천연가스 대신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출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친환경에너지가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에너지포럼(International Energy Forum)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산업화한 선진국을 아프리카 국가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만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으며, 아프리카 국가에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사업가, 부유한 국가들의 위선 비판하며 아프리카에 매장된 천연가스는 아프리카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
수단의 억만장자 기업인인 모 이브라힘(Mo Ibrahim)은 지난 10월 아프리카의 천연가스는 아프리카 국가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비판하는 선진국들의 행동은 위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브라힘은 유럽 선진국들이 중동에서 천연가스 수입은 계속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탄광을 다시 개방한 것을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부터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아프리카의 천연가스 개발에는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 이브라힘의 비판이다.  이브라힘은 또한 아프리카에서 9억 명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연료를 요리에 이용함으로써 보건 및 환경 문제가 야기된다고 언급하고 천연가스 이용은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브라힘이 이끄는 모 이브라힘 재단(Mo Ibrahim Foundation)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가 천연가스에만 의존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세 배 늘리더라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도 안되는 양만 늘어날 뿐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 탄소 배출량 4%인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COP27, ‘손실과 피해’ 보상이 정식 의제로 채택

COP27, 아프리카의 상징성 더해져 기후적응기금이 주요 의제로 부각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프리카에서 개최된 이번 COP27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진 의제는 선진국들이 촉발한기후 변화가 개발도상국에 미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이다.

아프리카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단 4%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폭풍, 홍수, 가뭄 등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모 이브라힘 재단에 따르면 2030년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4,000만 명이 극단적 빈곤 상태에 내몰릴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국가에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 2,770억 달러(한화 약 368조 9,640억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지원되는 금액은 약 10%인 연 약 300억 달러(한화 약 39조 9,600억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원금 대부분은 차관 형태로 제공되어 이미 부채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11월 20일 총회 당사국들은 피해보상기금 조성 합의에 도달했다.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한 55개국이 지난 20년간 기후 변화로 입은 피해 규모는 5,250억 달러(한화 약 699조 3,000억 원)에 달하며, 2030년이면 피해 규모가 매년 최대 5,800억 달러(한화 약 772조 5,6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기금을 어떻게, 누가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09년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기후 변화 대응 자금으로 매년 1,000억 달러(한화 약 133조 2,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으나, 2020년의 실제 지원액은 830억 달러(한화 약 110조 5,560억 원)에 불과했다.

‘기후 정의’ 촉구하는 아프리카 지도자들
총회에 참여한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은 기후 정의를 촉구하며 손실에 대한 선진국들의 보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나 아쿠포아도(Nana Akufo-Addo) 가나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하게 게인고브(Hage Geingob) 나미비아 대통령은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선진국들이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라자루스 차퀘라(Lazarus Chakwera) 말라위 대통령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이번 총회는 선진국 지도자들이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에게 기후 정의를 실천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보상 방식 중 하나는 아프리카 국가의 에너지 전환 비용을 선진국이 지원하는 것이다. 한 예로 아프리카 최대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2021년 석탄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 85억 달러(한화 약 11조 3,135억 원)를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지원받는 데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지원 금액 대부분이 무상 공여가 아닌 대출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녹색 성장 위한 에너지 전환에 힘쓰는
남아공 · 이집트 그리고 국제사회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너지 전환 투자 계획 승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뿐 아니라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프랑스, 독일 정부도 참여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에너지 전환과 녹색 성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발전량의 80%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며 G20국가 중 가장 탄소 집약적인 에너지 부문을 가지고 있는 남아공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아 탈탄소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남아공 정부는 지난 10월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위한 85억 달러(한화 약 11조 3,475억 원) 규모를 세계은행(World Bank) 산하 다자간 기후기금인 기후투자기금(Climate Investment Funds)과 유럽연합(EU), 미국, 영국으로부터 지원받는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남아공 정부는 이를 통해 석탄발전소 감축과 친환경 발전 시설 도입, 녹색수소 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1월 7일 기후투자기금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남아공의 계획을 승인하고 남아공에 요청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세계은행은 남아공 국영전력회사인 에스콤(Eskom)에 약 5억 달러(한화 약 6,675억 원) 규모의 자금을 제공, 석탄발전소를 친환경 에너지 발전소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집트 재생 에너지 부문에 투자 발표… 9월 기준 이집트 재생 에너지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약 35억 달러
이번 COP27을 개최한 이집트 역시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지난 9월 모하메드 샤케르(Mohamed Shaker) 이집트 전력·친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아프리카 대륙의 에너지 전환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이집트가 아프리카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샤케르 장관은 이집트 친환경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가 2020년 대비 두 배인 35억 달러(한화 약 4조 6,830억 원)로 크게 늘어났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COP27 총회에서 타레크 알물라(Tareq al-Mulla) 이집트 석유광물자원부 장관은 이집트가 저탄소 에너지 전환 선언 7년 만에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2030년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460억 달러(한화 약 325조 7,04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이집트는 이번 총회 개최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녹색 산업 발전에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11월 8일 EBRD는 이집트 에너지 기업의 태양에너지 관련 자회사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추진에 총 550만 달러(한화 약 73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샤케르 장관은 현재 개발 중인 재생가능 에너지 공장의 용량이 3,570메가와트에 달하며 2022년까지 외국인직접투자가 2020년 대비 두 배인 약 35억 달러(한화 약 4조 6,100억 원)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샤케르 장관은 이전에는 이집트가 재생가능에너지를 수입하는 입장이었지만, 재생 에너지 부문이 성장하게 되면 이집트 에너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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