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유럽

☐ 연정 붕괴가 정부 불신임안으로 이어져...무소속 의원들의 결정에 따라 통과 여부 달려

◦ 연정에서 탈퇴한 정당이 정부 내각의 불신임안을 발의

- 슬로바키아 정부는 4당 중도 우파 연합으로 평범한 사람과 독립적 인격(OLaNO, Obyčajní ľudia a nezávislé osobnosti)당, 자유와 연대(SaS, Sloboda a solidarita)당, 우리는 가족(We Are Family)당, 민중의(For the People)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6월부터 SaS의 리하르트 슐리크(Richard Sulik) 대표는 경제부 장관 시절 OLaNO의 이고르 마토비치(Igor Matovic) 슬로바키아 재무부 장관과 인플레이션 대응 법안을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두 장관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충돌한 바 있다. 

- 이후 8월 말까지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마토비치 장관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SaS 소속 4명의 장관과 함께 사임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슐리크 대표의 이 같은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고, 본인과 4명의 장관이 모두 사임하면서 연정에서 탈퇴하여 중도 우파 연합이 분열되었다. 연립정당에서 탈퇴한 SaS는 정부가 에너지 가격 통제에 실패한 점을 비판하며, 불신임 투표를 발의했다. 12월 중 의회에서는 2023년 정부 예산안 승인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후 슬로바키아 의회는 12월 8일부터 정부의 불신임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다.

◦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수에 못 미쳐 무소속 의원들의 결정에 불신임안 통과 여부 달려

- 현재 연립 정부의 주축인 OLaNO의 소속 의원은 40명으로 SaS가 연정에서 탈퇴함으로 과반수를 상실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총 15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불신임안을 가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76표가 필요하다. OLaNO는 ‘우리는 가족’당 의원 20명의 지지를 받는 상황이며, 정부의 불신임안 가결을 원하는 야당 의원도 70명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인 76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소속 의원 13명의 투표 결과에 따라 불신임안의 통과나 부결이 결정될 예정이다.

- 민중의 당의 토마시 발라셰크(Tomas Valasek) 의원은 극우 성향의 국민정당 우리의 슬로바키아(L’SNS, Ľudová strana naše Slovensko) 의원들과 더불어 무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불신임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헤거 총리는 민주적인 의원들이 정부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불신임안을 추진한 의원들이 미래에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지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이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저널리스트이자, 헤거 총리의 미디어 고문 이반 스툴라이터(Ivan Stulajter)는 소수 의원이 정부 내각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면서 불건전한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스툴라이터 고문은 범죄자가 돈을 반환하면, EU가 금융 사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조항이 담긴 법안을 발의한 생활-국민당(Life-National Party)의 토마시 타라바(Tomas Tabara) 의원이 법안 통과를 위해 정부 여당과 협상을 할 수 있으며, 이는 EU로부터 지적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 불신임안 통과 시, 조기 총선 가능성...인플레이션으로 야당의 지지율 높아진 상황

◦ 불신임안이 통과될 경우,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2023년 예산안 승인도 불투명

- 미국 언론사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불신임안이 통과되어 의회가 내각을 해산할 경우, 세 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첫째로 정당 간 집권 연합을 구성할 수 있으며, 둘째로는 주자나 차푸토바(Zuzana Caputova)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임시 총리를 임명해 내각을 구성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는 조기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신임안 논의에 대해 차푸토바 대통령은 불신임안이 통과될 경우, 내각을 해산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차푸토바 대통령은 내각의 운영 방식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를 자처하고 있으며, 통치 방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총리를 교체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한편, 불신임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의회의 2023년 예산안 승인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2023년 예산안에는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지출안이 포함되어 있으며, 추가 세수를 위한 횡재세 부과가 포함되어 있다. 12월 15일 마토비치 재무부 장관은 SaS가 불신임안을 철회하고, 2023년 예산안 승인을 지지할 경우, 장관직을 사임할 것이라 제안했다. 그러나 슐리크 대표는 마토비치 장관의 제안을 수용할 생각이 없다며 불신임안 투표를 강행할 것이라 밝혔다. 2023년 예산안이 승인되지 못할 경우, 행정부는 2022년과 동일한 예산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된 지출안 실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로 야당 지지율 상승

-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인 목소리-사회민주주의(Hlas – sociálna demokracia)당의 지지율이 18.6%로 조사되었으며, 방향-사회민주주의(Smer–sociálna demokracia)당의 지지율이 14.2%로 조사되어 지지율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연립 정부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통제에 실패하면서 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방향-사회민주주의당의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대표는 그의 측근과 부패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으나 혐의가 기각되면서 지지율 상승을 추동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피초 대표는 2018년 총리 집권 당시 정부의 부패 혐의를 조사하던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촉발된 시위의 압박에 사임한 바 있다. 

- 스툴라이터 고문은 피초 전 총리의 복귀가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목소리-사회민주주의당이 친러시아 정책을 주장하면서 과거보다 더 극우 정당이 되었으며, 이에 방향-사회민주주의당이 협력할 경우, 여당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툴라이터 고문은 양당이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SaS의 불신임안이 역효과를 낼 것을 우려했다. 한편, 피초 전 총리는 여당의 정책을 비난하며 조기 총선을 주장해왔으며, 서명 운동을 통해 이를 추진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 판단하여 실패한 바 있다. 

<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Reuters, Slovak government's last-ditch offer fails before no-confidence vote, 2022.12.15.

Independent, Slovak government faces parliamentary no confidence vote, 2022.12.08.

AP News, Slovak government faces parliamentary no confidence vote, 2022.12.08.

Reuters, Slovak government at risk of collapse as rivals call no-confidence vote, 2022.12.08.

BNE Intellinews, No confidence motion in Slovakia to be decided by independent MPs, 2022.12.07.

Bloomberg, Slovak Government on the Edge as No-Confidence Motion Submitted, 2022.12.01.

Reuters, Former Slovak coalition party starts no-confidence vote against government, 2022.12.01.

[관련 정보]

1. 슬로바키아, 무소속 의원들에 의해 불신임안 채택 여부 결정될 것 (2022.12.09)

2. 슬로바키아, 11월 정부 재정 적자 26억 유로로 증가 (202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