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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한국 창조산업을 교훈 삼은 에티오피아의 경제 개발 전략 제언

에티오피아 Dr. Balew Demissie, PhD Addis Ababa University, Ethiopian Policy Studies Institute Faculty Member, Consultant 2022/12/2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1. 서론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인 변화 과정이나 새로운 상황으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개발(development)이라는 용어는 민주주의, 보건의료, 식량이나 수자원 안보, 기회균등과 자원 접근성, 사회적 형평성과 정의, 경제 번영 등 다양한 분야의 진전을 기술하는 데 사용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제시하는 개발 과정 평가 기준에는 지속 가능성, 형평성, 공정성, 그리고 세대 내부 및 세대 간 책임성 등이 있고, 이외에 각국이 지닌 문화도 때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한편 개발 과정에서 국가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시장이나 국가가 각각 주도하는 개발 모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Chang, 2020).

동아시아 지역의 국가 주도형 개발 모델은 지난 30여 년간 에티오피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에티오피아 정계 주요 인사들이 동아시아 지식인 계층의 논의를 자주 참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적 개발 사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에티오피아의 개발 모델은 아직 통일된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Hauge and Chang, 2019).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에티오피아의 향후 경제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대안의 사례로는 한국의 창조산업을 꼽을 수 있다. 혁신성과 창의성에서 세계 수위권에 드는 한국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는데(OECD, 2021),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창조혁신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각종 연구개발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다(SKCCI, 2022).

본고는 한국의 성공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에티오피아도 자체적인 창조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골자로 삼으며, 에티오피아가 한국의 창조산업에서 배울 수 있는 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2. 현대 에티오피아의 사회·경제적 여건
에티오피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이고, 나이지리아를 뒤이은 역내 2위 규모의 1억 1,000만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인구 중에서 거의 70%가 30세 미만의 청년층이라는 특징을 지닌다(UN, 2020). 지난 10년 이상 두 자릿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에티오피아는 2000년 기준 44.2%였던 빈곤율도 2019년에는 20%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고, 인프라와 인적 자본, 농지 확충을 위한 대규모 공공 투자로 자국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PDC, 2020).

하지만 에티오피아는 이와 동시에 거시경제적 불균형, 내전,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대규모 이주민의 도래 및 난민 위기,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저해하는 경제 안보 위기와 같은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국정 운영 개선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적 성장 달성과 빈곤 문제 해소를 에티오피아의 당면 과제로 지목했고, 에티오피아의 2021~2023년도 10개년 국가개발계획(Ten-Year National Development Plan)에서도 자국의 8대 주요 과제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1). 에티오피아 정부는 국가개발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저소득 농업 국가에서 탈피해 중간 소득 산업화 국가로의 이행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2018년 4월부터 내생적 경제개혁(HGER, Home-Grown Economic Reform)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아프리카 지역 내 번영을 상징하는 국가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PDC, 2020).

한편 현재 시행 중인 10개년 국가개발계획에는 유엔(UN)이 제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나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의 어젠다(Agenda) 2063 내용도 반영되어 있다. 참고로 어젠다 2063의 7대 주제 중 다섯 번째는 문화·창조산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PDC, 2020).

<표 1> 에티오피아 경제 부문별 GDP 비중 추이 및 2030년 목표 단위: % 
* 자료: PDC, 2020.



3. 창조산업의 개념 정의
창조산업이라는 용어는 1994년 호주에서 발간된 창조국가(Creative Nation) 제하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세계로 확산되어 1997년에는 영국에서 창조산업 태스크포스(Creative Industries Task Force)가 최초로 출범했다. 기존의 예술 범주를 넘어서는 상업 활동을 포괄적으로 이르는(UNCTAD, 2017) 창조산업의 구체적 정의는 주체마다 상이한데, 일례로 유네스코(UNESCO)는 ‘무형 문화 상품의 발굴과 생산 및 마케팅에 관여하는 산업’,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s)는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 재능에 기반을 둔 산업’이라는 개념을 각각 사용한다. 즉, 세계의 여러 기관에서 사용하는 창조산업이나 관련 모델의 정의는 완전히 통일되지 않은 상태이다(Dal Yong Jin, 2012).

창조산업으로 분류되는 활동에는 전통 민속 기예, 문화 축제, 서적, 그림, 음악, 공연예술 등에 더해 디자인이나 시청각산업과 같은 기술집약적 분야도 포함된다. 창조산업 상품의 대표적 사례로는 세계 시장 진출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인도의 영화 및 소프트웨어, 그리고 세계적 시청자층을 향유하는 멕시코의 TV 방송을 들 수 있다.

세계에서 창조산업이라는 개념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여기서 만들어지는 상품이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수출 실적 증대라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창의성과 혁신성이 새로운 시대의 경제를 주도하는 요소로 부상한 시대적 맥락에서 창조산업은 경제성장이나 무역 촉진에 더해 사회적 포용성, 문화적 다양성, 국민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추가 혜택도 가져오며, 이 점에 주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개도국에서도 창조산업의 증진, 보호, 지원 노력을 펼 것을 주문했다(OECD, 2021).

4. 에티오피아 창조산업의 잠재력과 과제
창조산업에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 온 에티오피아에서는 문화산업이 경제, 사회, 문화적 개발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현행 헌법에서부터 등장한다. 현재 창조산업은 에티오피아가 농업과 제조업에 중점을 두던 전통적 경제에서 탈피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있고, 그 잠재력이 십분 발휘되면 GDP 내 비중이 최대 4%에 이르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PDC, 2020).

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가 세부적 문화 정책 기획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실제 정책의 적절한 시행을 위한 여건 조성에 보이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문제가 나타나고, 여기에 더해 인프라 부재나 낮은 국민 교육 수준을 비롯한 요소가 에티오피아의 창조산업 수출 잠재력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Wassihun, 2018). 다만, 이와 같은 문제는 향후 정책 개선을 통한 완화나 해소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으로 판단된다.

5. 한국의 창조산업 사례
한국은 자국민이 지닌 재능에 대한 효과적 투자를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 이래 한류의 세계화라는 성과를 일구어냈다. 현재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류 상품에는 케이팝(K-Pop),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등이 있고, 특히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각각 아카데미상(Academy Awards)과 에미상(Emmy Awards)을 수상하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늘날 한국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술 분야 초강대국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기존의 문화 관념을 넘어선 창조산업으로의 젊은 세대 관심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대규모 변혁을 불러일으킨 핵심 요소로 기능한 것은 바로 정부의 투자였다.

창조경제 개념을 국정 비전의 전면에 제시한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은 2013년 취임사에서 해당 개념을 과학·기술과 산업의 융합이자 문화와 산업 간 접목 사례로 소개하고, 이전까지 장벽으로 가로막혔던 분야 간 경계를 허물어 창의성이 꽃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 시장을 확대하는 기초 단계를 넘어 부문 간 융합에 기반한 신규 시장 개척이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창조경제 비전 실현을 위해 여러 정책과 행동계획, 전략을 내놓았다. 일례로 창조경제 기반 마련을 위한 7대 전략에는 (1) 신규 시장 및 일자리 발굴, (2) 미래 성장을 견인할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3) 개방과 공유를 통한 창의성 실현, (4) 스타트업 지원, (5) 단순 스펙 경쟁을 넘어선 채용 제도 수립, (6) 한국 청년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케이무브(K-Move) 활성화, (7)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전략의 기본 취지는 오늘날 한국 정책에서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OECD, 2021).

6. 에티오피아 창조산업이 나아갈 길
지난 수 세기간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보여준 에티오피아 국민이 만들어낸 수공예품, 음악, 직물, 건축 디자인 등의 다양한 상품은 앞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에티오피아도 한국의 사례를 본뜬 창조산업 투자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에티오피아 정부의 특별한 관심을 요하는 사안으로는 ▲정책과 규제에 반영되는 용어의 명확한 정의 ▲창조산업과 지식재산권 정책의 집행 절차 확립 ▲구체적 행동계획 수립 ▲기업 혁신 중심지 신설 ▲예산 확보와 전담 기구 설립 등을 들 수 있다.

자국 창조산업 육성 과정에서 에티오피아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다음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유관 분야에서 활동하는 민간부문이나 비정부기구와 함께 디지털 경제 이행 가속화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의 공조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사례로는 인터넷망 보급, 기업가 교육 강화, 문화·창조산업에 대한 민간부문의 투자와 재정 지원 촉진을 들 수 있다. 둘째, 창조산업 정책 설계와 집행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한국식 모델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개인의 창의성이 지나치게 제약되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을 적절히 통제하는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 즉, 창조산업 구성원의 역할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정짓기보다는 해당 산업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제도와 국민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셋째, 유네스코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공조해 창조산업 개발 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및 법령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어린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창조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한국식 교육 정책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도에 한국 콘텐츠 시장이 기록한 매출액은 126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SKCCI, 2022), 에티오피아 창조산업도 각 부문의 다양한 시장 진출, 지역별 개발 지구 활용, 타국과의 벤처 제휴 등을 활용해 엄청난 국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티오피아는 지금도 교육, 연구, 정보통신 부문에서 창조산업의 발전을 지원해 이들의 역량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둔 한국식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여타 분야로는 ▲민-관 협력 사업 활성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지원 ▲산업 분야의 과학·기술 응용 장려책 시행 ▲문화, 산업, 창의성, 기업가 정신 등 다양한 요소의 융합 촉진 ▲창업 절차의 신속화 등이 지목된다.

7. 결론
지금까지 일자리 창출이나 무역 증진에 일익을 담당한 창조산업은 앞으로 에티오피아가 농업 일변도였던 국가 경제의 다변화를 도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특히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년층의 창의적 역량을 바탕으로 창조산업을 육성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나라이다. 여기에 한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은 창조산업 발전 전략이 더해진다면 에티오피아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창조산업 허브로 도약하는 일도 단순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 각주
1)  (1) 거시경제적 불균형, (2) 코로나19, 기후변화, 메뚜기떼 창궐 등 충격에 대한 취약성, (3) 저성장 및 인프라 사업의 불균등성 심화, (4)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보건의료 및 교육의 질, (5) 농업, 산업, 서비스업 등 생산 부문 전반의 실적 미달(생산성이나 상호연계성 부족 등), (6) 인플레이션 안정화 과정의 난항, (7) 산업 구조 변혁 지연과 산업 간 연계 미약, (8) 전통적으로 발전 수준이 낮은 민간부문이 배제된 공공부문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면서 발생한 생산성, 경쟁력, 수출 기회, 일자리 창출 등 분야 잠재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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