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유럽

☐ 이스탄불 시장에 공직자 모욕 혐의로 징역형과 정치 활동 금지 판결...시민들 반발

◦ 튀르키예 법원은 현직 이스탄불 시장에 징역형 선고...정치 활동도 금지

- 12월 14일 튀르키예 법원은 에크렘 이마모을루(Ekrem İmamoğlu) 이스탄불(Istanbul) 시장에게 공직자 모욕 혐의로 2년 7개월 15일의 징역형을 선고했으며, 집행 기간 내 정치 활동을 금지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이마모을루 시장은 재판 청문회나 선고에 참석하지 않았고, 항소할 경우 시장직은 유지할 수 있으나 최대 1년 6개월 동안 법원 청문회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원은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 당시 최고 선거위원들에게 멍청이들이라고 발언했던 것에 공직자 모욕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에 대해 이마모을루 시장은 법원의 결정은 사법부가 반정부 인사를 처벌하는 기구로 변모했고, 현 지도층이 정의와 민주주의를 포기했다는 증거라며 반발했다. 또한, 이마모을루 시장은 정부의 부패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에게 응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정부 여당의 압박은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도 자행된 바 있다. 2019년 3월 31일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은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Adalet ve Kalkınma Partisi)의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마모을루 시장이 여당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선거 결과를 불인정했다. 2019년 6월 23일 재선거가 치러졌고, 이마모을루 시장은 여당 후보보다 80만 표 앞서며 압승을 거두었다. 이후 이마모을루 시장은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을 멍청이들이라고 비난한 슐레이만 소일루(Süleyman Soylu) 튀르키예 내무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진짜 멍청이들은 3월 31일 이스탄불 시장 선거를 취소한 사람들이라 발언했다. 당시 이마모을루 시장은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튀르키예 법원은 해당 발언에 대하여 공직자 모욕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 법원 판결에 불공정하다고 느낀 시민들은 항의 시위에 나서

- 12월 15일 이스탄불에는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에 항의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시위대는 현 정부 여당이 유력 야당 후보인 이마모을루 시장의 2023년 대통령 선거 출마가 두려워 정치 활동 금지 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영국 언론사 가디언(Guardian)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대는 법과 정의가 상실되었으며, 여당인 AKP가 스스로 권력으로부터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비난했다. 여론조사기관 터키 리포트(Turkey Report)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판결이 불공정하다고 답했으며, 62%는 법원의 판결이 법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 이스탄불 시청 앞에 모인 시위대에게 이마모을루 시장은 자신을 보호해줄 판사는 없지만, 1,600만 명의 이스탄불 시민과 튀르키예 국민이 보호해 줄 것이라고 말하며 시민들의 지지에 호응했다. 정치 비평가들도 수년에 걸쳐 튀르키예 사법부가 대통령의 사적 기구로 변모했다고 비난했다. 이스탄불 시위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은 판결에 잘못이 있다면, 항소를 통해 법원이 이를 수정할 것이지만, 그 누구도 법적 판결을 무시할 권리가 없다고 발언했다.

☐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징역형과 정치 활동 금지는 2023년 대선 견제 목적으로 분석

◦ 법원 판결은 2023년 선거 견제 목적으로 분석...시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도 이어져

- 2023년 6월 23일 튀르키예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있다. 이에 정치 전문가들은 법원의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징역형 판결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야당 유력 후보들을 견제하려는 목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원은 앞서 2022년 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Cumhuriyet Halk Partisi) 소속의 카난 카프탄치올루(Canan Kaftancıoğlu) 이스탄불 지부장에 대하여 대통령 모욕죄로 정치 활동 금지와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판결은 2023년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정부가 사법부를 이용하여 주요 야당 인사를 배제하거나 침묵시키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법원의 판결이 정의를 희화화했고, 이스탄불 유권자들이 선출한 시장을 정치적 대표로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드 프라이스(Ned Price)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법원의 판결이 인권, 기본권, 자유, 법치를 존중하지 않는 일이며, 가장 큰 정치적 경쟁자를 정치권에서 제거하려고 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시도에 대해 우려되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독일은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주는 일이라고 평가했으며, 프랑스는 튀르키예가 법치, 민주주의,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논평하며, 이를 되돌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야당 연합도 단일 후보를 선출하지 못해

- 공화인민당(CHP), 좋은당(İyi Partisi), 행복당(Felicity Party), 미래당(Future Party), 민주진보당(Democracy and Progress Party), 민주당(Democrat Party)은 2023년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항하기 위해 야당 연합을 결성했다. 특히, CHP에서는 이마모을루 시장뿐 아니라 당 대표인 케말 킬리치다로을루(Kemal Kilicdaroglu), 만수르 야바쉬(Mansur Yavas) 앙카라(Ankara) 시장도 2023년 선거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6개 야당 연합은 단일 후보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두고도 각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 좋은당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해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좋은당의 행동이 다른 당에 대한 간섭이라며 반발하며 이마모을루 시장을 견제했다. 튀르키예 언론사 데일리 사바(Daily Sabah)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2010년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선거에서 여당을 상대로 승리를 이끌어 내지 못한 반면 이마모을루 시장과 야바쉬 시장은 각각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시장으로 당선되어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향후 CHP의 유력 후보 3인이 상호 합의를 이루어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감수 :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ational Public Radio, Turkey's attempt to ban an Erdogan rival from politics is drawing a backlash, 2022.12.21.

Daily Sabah, Is the Turkish opposition united ahead of 2023 elections?, 2022.12.20.

Euractiv, Thousands protest in Turkey over Istanbul mayor’s conviction, 2022.12.16. 

France24, Thousands protest after opposition Istanbul mayor banned from politics, 2022.12.15.

The Guardian, Istanbul mayor Ekrem İmamoğlu sentenced to jail over ‘fools’ insult, 2022.12.14.

Human Rights Watch, Turkey: Court Convicts Istanbul Mayor Ekrem İmamoğlu, 2022.12.14.

[관련 정보]

1. 튀르키예, 이스탄불 시장 유죄 판결에 시민 수천 명 항의 시위 (2022.12.20)

2. 이스탄불 시장, 최고 선거위원 모욕죄로 구금 (202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