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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사우디아라비아, 고유가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독자적 외교 행보 강화

사우디아라비아 EMERiCs - - 2022/12/30




사우디아라비아, 고유가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독자적 외교 행보 강화
사우디아라비아, 유가 상승으로 9년 만에 예산 흑자 기록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유가 상승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8.3%를 기록해 세계 평균인 6.1%를 상회했던 사우디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고유가에 힘입어 2022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4분기 사우디의 GDP 성장률은 8.8%를 기록했으며, 특히 원유 부문이 14.2%의 성장세로 전체 성장률을 견인했다. 사우디는 앞서 2/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2.2% 성장률을 보여 2011년 이후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우디 정부는 2022년도 사우디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에서 8.5%로 상향했으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성장률을 7.5%로 전망했다. 무디스(Moody’s) 또한 2022년도 1~9월 사우디의 성장률이 10.2%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 상황 또한 개선되고 있다. 2022년도 사우디 예산 흑자 규모는 GDP의 2.6%에 달하는 1,020억 리얄(한화 약 34조 7,687억)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예산 흑자를 기록했다. 사우디 정부는 2023년에도 160억 리얄(한화 약 5조 4,539억)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2년도 흑자 규모보다는 감소한 것이나, 전문가들은 사우디 정부가 2023년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약 75달러(한화 약 9만 6,150원)로 소극적으로 추산했다고 보았다. 에미레이츠 NBD(Emirates NBD) 은행이 내놓은 2023년도 유가는 배럴당 105달러(한화 약 13만 4,631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한화 약 11만 5,450원) 선에서 머물고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사우디 정부의 예산 지출도 늘어날 것을 전망함에 따라 2023년에는 사우디가 GDP의 0.7% 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았다. 

미국이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증산을 요구했음에도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을 지지하고 석유 수출량을 오히려 줄여가고 있다. 지난 10월 OPEC은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11월 사우디의 원유 선적량은 전월 대비 6% 감소한 일 43만 배럴에 그쳤다. 이어 12월 4일에는 OPEC 정례회의에서도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12월 20일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가입 산유국이 모인 OPEC+는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에너지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에 따라 원유 생산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빈 살만 장관은 지난 10월 감산 결정이 에너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으며,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산유국을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의존도 낮추고 역내 지도력과 독립 강화
고유가를 통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 내 지도력과 독립을 강화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12월 7일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하자 사우디는 시진핑 주석과 걸프 및 아랍 각국 정상과의 회담을 주최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국제 정세에서 사우디가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독자적인 외교 관계를 추구하는 동시에 아랍 국가에 대한 사우디의 지도력과 영향력을 드러내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중국과 관계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거리두기

사우디아라비아-중국,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사우디는 독립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가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원유 수출 시장으로 2021년 기준 중국은 사우디에서 439억 달러(한화 약 56조 2,446억 원) 규모의 원유를 수입했다. 중국은 또한 디지털 전환, 석유화학산업, 친환경 에너지와 수소 산업 등 사우디가 산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산업 부문에서도 중요한 협력 대상국의 위치를 차지한다. 중국 역시 안정적 에너지원 수급을 위해 사우디와의 우호적 관계 구축을 중시하는 상황이다. 

양국 관계의 긴밀함은 12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Muhamma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을 가지면서 분명히 드러났다. 사우디와 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주권에 대한 존중과 내정 불간섭, 외교와 안보, 경제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팔리흐(Khalid al-Falih)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회담 기간 에너지, 정보통신, 인프라, 녹색산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총 34개 협약이 체결되었으며, 협약 규모는 500억 달러(64조 6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와의 회담 외에도 걸프 및 아랍 국가 정상들과도 만나 개발 협력, 식량 안보, 보건, 녹색성장, 에너지 안보 등 8개 부문에서 중국과 아랍 국가 사이 협력을 강화하는 ‘8개 공동행동’을 제안했으며, 아랍 국가 정상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상하이 석유·천연가스 거래소를 통해 원유 및 천연가스 대금의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자는 시진핑 주석의 제안이었다. 이는 원유 거래에서 기축 통화로 사용됨으로써 유지되는 달러화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원유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추후 사우디가 원유 거래 대금 일부라도 위안화로 결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설명한다.

5G 부문 협력 관련 사우디아라비아의 중국 통신장비 제조 기업 화웨이(Huawei) 선택으로 희비 갈리는 미·중 
이번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 중 체결된 계약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와 데이터 센터 등 첨단 산업 단지를 건설하는 계약이다. 사우디가 5G 부문에서 화웨이와 협력하기로 한 것은 미국에게 있어 우려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2019년 미국은 중국에 정보를 비밀리에 빼돌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동맹국에게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따. 그러나 화웨이와 협력하기로 함에 따라 사우디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생겼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가 화웨이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자 미국은 UAE에 F-35 전투기 수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여 화웨이와의 계약을 철회하도록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가 가진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게 미국은 여전히 중요한 안보 제공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냉각되었고, 사우디가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미중경쟁 구도에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미국과 완전히 갈라서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Faisal bin Farhan Al Saud) 사우디 외무부 장관은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이란 등 지역 내 적대 세력으로부터 사우디를 지키기 위한 충분한 안전 보장을 제공할 수 없기에 사우디의 미국 의존이 단기간 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중국의 협력강화에 원유 감산에 대한 비난 중지 및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살해 기소 기각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은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2월 16일 미 백악관은 상원이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철회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의결하려는 표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백악관은 해당 결의안이 내전의 평화적 종식을 위한 민감한 외교적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되어 있다고 비판했으나, 지난 11월에는 백악관이 빈살만 왕세자는 주권면제의 대상으로 미국 법원의 판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에 미국 법원은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살해 공모 혐의에 대한 빈살만 왕세자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모두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불만을 달래고 우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역내 영향력 강화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비즈니스 협의회 설립 발표
고유가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우디는 중동 내에서도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사우디가 경제 지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심각한 외화 유출에 시달리는 이집트다. 사우디는 지난 3월 이집트의 외환보유고 지원을 위해 이집트 중앙은행에 50억 달러(한화 약 6조 4,025억 원)를 예치했으며, 지난 11월 예치 기한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측은 이를 통해 이집트가 지역 및 국제 기관에서 새로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또한 양국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고 무역량을 늘리기 위한 비즈니스 협의회(Business Council) 구성을 발표했다. 사우디는 아랍 국가 중 이집트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2022년 1~9월 이집트의 대(對)사우디 수출 규모는 16억 달러(한화 약 2조 488억 원)에 달한다. 사우디는 또한 보건, 교육, 농업, 금융 부문에서 이집트에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8,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해상 훈련 MOU 체결
사우디는 사우디의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12월 11일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흐얀(Sheikh Abdullah bin Zayed Al-Nahyan)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지고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양국 관계를 강화할 방안을 논의했으며 사우디와 UAE 관계가 전략적이고 안정적이며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12월 11일 사우디 교통국과 UAE 에너지·인프라부는 상대측 관계 당국에서 발급한 증명서를 상호 인정하고 선원에 대한 공동 훈련을 추진하는 등 해양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 등 외교적 다변화 행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와 재생에너지 협력 논의 
사우디의 외교적 다변화 행보는 중국과 아랍 국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12월 20일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사우디를 방문한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사절단과 만나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우디의 노력에 관해 논의하고 이를 위한 사우디와 유럽연합 사이의 협력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빈살만 장관은 중동의 에너지 수출국과 유럽의 에너지 수입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탄소 포집과 저장,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 온실가스 배출 절감 등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을 소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 “계속해서 파키스탄 재정 지원할 것” 
이집트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경제난에 처한 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은 사우디가 대외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수단이다.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사우디는 파키스탄 외환보유고 지원을 위해 30억 달러(한화 약 3조 8,430억 원)를 파키스탄 중앙은행에 예치했으며, 무함마드 알자단(Muhammad al-Jadaan) 사우디 재무부 장관은 가능한 파키스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샤크 다르(Ishaq Dar)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 또한 12월 중으로 사우디가 파키스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IMF와 구제금융 도입 협상 중이며, 외환보유고가 67억 달러(한화 약 8조 5,827억 원)까지 떨어져 한달이 지나면 수입대금을 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우디의 자금 예치는 파키스탄 재정에 큰 도움으로 평가된다.

사우디아라비아-아제르바이잔, 경제 및 투자 협력 강화 위해 투자 포럼 개최 
12월 19일에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사우디-아제르바이잔 투자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 사우디 상공회의소 연합과 아제르바이잔 중소기업진흥청은 양국간 무역 확대와 투자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 비즈니스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2022년 양국간 무역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간에 협력을 강화할 분야가 많다고 언급했다. 사우디는 아제르바이잔의 에너지 및 전력 부문에 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아브쉐론-키지(Absheron-Khizi) 지역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3억 달러(한화 약 3,843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사우디와 아제르바이잔의 무역 규모는 2,700만 달러(한화 약 345억 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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