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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방글라데시의 국제상사중재: 외국 기업이 겪는 문제점

방글라데시 Najmul Hossain Chowdhury Bangladesh Judicial Service Senior Assistant Judge 2023/03/13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오늘날 세계 각지의 국가들과 광범위한 무역 관계를 영위하는 방글라데시는 지리적 이점, 유연한 조세 정책, 저렴한 인건비, 대규모 소비시장과 같은 매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업 거점을 물색하는 많은 외국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외에 지난 20년간 꾸준히 이어진 경제성장과 우호적인 기업환경도 방글라데시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돕고 있으며, 이 덕분에 석유, 천연가스, 의류, 의약품, 정보통신, 건설, 농업 등은 방글라데시 경제에서 해외 자본의 참여도가 높은 주요 분야로 부상했다. 하지만 국제 무역 및 투자의 증대로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국경적 분쟁도 빈번해지면서, 이러한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의 중요성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분쟁 해결 수단의 존재 유무는 방글라데시로의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고려하는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분쟁 당사자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절차 확립의 첫 단계는 기업 간 분쟁 조정을 전담하는 기관의 확정이다. 하지만 이미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사법부가 소송을 적시에 처리하지 못하면서 분쟁 당사자들은 계약 불이행 여부 등 거래 관련 분쟁을 법원에서 처리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이 점에서 정식 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과 시간도 적게 든다는 이점을 지닌 국제상사중재(ICA,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는 기업 간 국제 분쟁 분야의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현대화되지 못한 방글라데시의 ICA 제도는 현재 여러 법적·절차적 문제를 내재하고 있으며, ICA를 통한 중재 결정의 적절한 집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해외 투자자들의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이러한 맥락 아래, 본고는 방글라데시 투자나 현지 진출을 고려하는 해외 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상사 분쟁 해결 수단의 주요 사례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소송의 대안으로 떠오른 중재 제도 
방글라데시에서 상사 분쟁을 진행하는 해외 주체들은 일반적으로 사법부가 아닌 ICA 제도를 해결책으로 선호하는데, 그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지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안 처리에 지나치게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 100년 이상 지속된 법체계의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면서 사법부의 업무 부담 과다로 판결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으며, 이에 따라 도합 수억 방글라데시 타카(BDT) 규모의 상사 소송 건이 각지 법원에서 몇 년째 묶여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제 상사 분쟁 해결수단으로서의 초국가적 소송(transnational litigation)은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해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을 인지한 외국 기업들은 소송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상사 분쟁의 빈도 증가와 복잡성 증대가 전통적 사법 절차의 소송 처리 지연 문제와 겹치면서 기업들은 ICA라는 대안을 선호하게 되었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이와 같은 맥락 아래 ICA 제도가 단순한 선택지를 넘어선 국제 분쟁 해결의 필수적 절차로 자리잡았다.

중재 관련 법체계 현황
방글라데시에서  1980년에 제정된 외국민간투자(보호·증진법(Foreign Private Investment (Protection and Promotion) Act)은 제4절에서 외국민간투자가 완전한 보호와 안전을 보장받으며,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들을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대우한다는 일반 원칙을 천명한다. 하지만 여기서 규정한 법적 보호는 정부를 주체로 하기에 민간 차원까지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FDI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에게 이 법의 보호가 적용되는지의 여부도 불분명하다.

한편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상사 분쟁을 관할하는 핵심 법률은 2001년 중재법(Arbitration Act)으로, 동 법은 제정과 동시에 이전까지 적용되던 1940년 중재법과 1937년 중재절차·규약법(Arbitration Protocol and Convention Act)을 대체했다. 2001년 중재법은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국내·외적 상사 조정 절차를 종합해 1985년에 내놓은 모델법(Model Law)의 내용 다수를 차용했으나, 모델법의 모든 조항이 방글라데시에도 그대로 도입된 것은 아니다. 이외에  중재 활성화 조항을 담고 있는 기타 법률의 사례로는 2003년 에너지규제위원회법(Bangladesh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Act) 및 2010년 부동산·관리법(Real Estate and Management Act 2010)이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초국경적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국제 중재의 핵심 원칙을 받아들이고 관련 정책도 함께 도입했다. 일례로 방글라데시는 뉴욕협약(New York Convention)이라고도 알려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의 가맹국이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 협약도 비준한 상태이다.

중재기관 현황
현재 방글라데시 국제중재센터(BIAC, Bangladesh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er)는 현지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 공인 국제 중재 기관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BIAC은 자체적 중재 규칙을 바탕으로 2011년 4월에 공식 출범했고, 2019년부터는 개정된 중재 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방글라데시 상공회의소연합(FBCCI, Federation of Bangladesh Chambers of Commerce and Industry)이 2004년에 설립한 방글라데시 중재협의회(BCA, Bangladesh Council of Arbitration)도 민간 중재 포럼의 일종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 밖에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방글라데시 에너지규제위원회(BERC, Bangladesh Energy Regulatory Commission)가 별도 절차를 통해 중재하기도 한다. 또한 제도권을 통한 공식 중재, 당사자가 직접 정한 규칙에 기반한 사안별 중재 이외에 제3자가 분쟁 중재를 관할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 종류의 중재를 담당하는 기관 및 기업의 사례에는 국제상공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국제분쟁해결센터(ICDR, International Centre for Dispute Resolution),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등이 있다.

방글라데시의 ICA가 지닌 문제
위에서 설명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의 ICA는 분쟁 중재 자체는 물론, 중재 결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해외 주체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법률상 제한적인 중재 인정범위 ▲낡은 법률 조항 ▲사법부의 과도한 개입 ▲중재 결정 집행에 필요한 별도의 사법 절차나 규정의 부재 등을 지적할 수 있으며, 이 모두는 분쟁을 적시에, 그리고 완전하게 해결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본고에서는 지면의 한계를 감안해 여기서 열거한 문제 중 핵심적인 사항만을 아래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중재 절차상의 문제
방글라데시의 ICA가 지닌 첫 번째 문제는 불합리한 지연이 잦다는 점으로, 그 원인으로는 다양한 중재 단계에서의 과도한 사법부 개입, 복잡한 법적 절차, 그리고 분쟁 당사자들의 의도적 지연 전략에 따른 제도 악용이 있다. 특히 2001년 중재법이 중재 결정 시한을 따로 설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은 중재 완료의 적시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한편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접수한 30일 이내에 중재인 임명에 실패했을 경우, 혹은 기 임명된 중재인들이 임명 30일 이내에 제3중재인 추가 지명에 실패할 경우’에 중재인 임명권을 지방 법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2001년 중재법 제12절은 분쟁 당사자들이 주로 악용하는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중재 절차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당사자는 대체로 중재인 임명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지방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사법부가 이들 사안을 심사하는 데에는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이렇게 되면 ICA는 극초기 단계에서부터 멈춰 서게 되고, 이로부터 피해를 입는 쪽은 무고한 분쟁 당사자들이다.

게다가 중재 발원지가 방글라데시가 아닌 외국일 경우 사법부의 임시 구제가 법률적으로 제약된다는 점도 해외 투자자들의 주요 우려사항이다. 2001년 중재법의 제3절 2조는 ‘본 법은 중재가 방글라데시에서 이루어질 때 적용된다’라고 명시적으로 관할권을 제한하며, 따라서 중재 발원지가 해외인 경우 방글라데시 사법부는 당사자가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이들을 위한 임시 구제를 결정할 수 없다. 즉, 위 조항에 담긴 관할권 제한으로 인해 임시 구제 가능성이 중재 발원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방글라데시의 ICA 제도는 적용 범위가 크게 제한하는 결과를 맞았다.

다음으로 사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여러 사례에서 발견된다는 점도 방글라데시의 ICA 제도에 대한 세계적 평판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일부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다카(Dhaka)에서 진행된 중재 절차에서 ICC가 내린 결정을 무효화한 사이펨 대 방글라데시(Saipem v Bangladesh) 판결은 방글라데시 법원의 강박적 개입 성향을 드러낸 대표적 판례이다. 또한 ICSID의 국제투자중재와 관련한 셰브론 대 방글라데시(Chevron v Bangladesh) 판결, 해외에서 등록된 중재건에 관한 이집트 비료(Egyptian Fertilizer) 판결도 방글라데시 법원의 부당한 개입으로 중재 절차에 걸리는 시일이 과도하게 늘어난 사례로 회자된다.

(2) 중재 결정 집행의 문제
방글라데시는 1992년에 뉴욕협약의 가맹국이 되었지만, 외국 중재 결정(Foreign Arbitration Awards)의 집행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2001년 중재법도 이 과정을 단순화·합리화하는 데 실패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중재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데, 특히 국외 주체가 개입되는 ICA의 경우 이러한 어려움이 배가되는 경향이 발견된다. 본 사안에 관해 지적해볼 만한 주요 문제로는 관련 법률이 채택한 개념 정의가 작위적으로 이용된다는 점, 그리고 관련 사법 절차가 복잡해 지나치게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01년 중재법은 외국 중재 결정을 ‘중재 합의를 목적으로 방글라데시 이외의 국가 영토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정의하면서 ‘단, 특정국 영토에서 내려진 결정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아울러 이 법의 제47절에서는 일부 외국 중재 결정의 인정과 집행과 관련해 방글라데시 정부가 상기한 특정국을 공보(gazette) 게재문으로 지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들 조항을 근거로 중재 결정 집행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정국 목록을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방글라데시 사법부는 해당 목록에 포함된 국가에서 내려진 중재 결정 집행 신청을 기각할 권한을 지닌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은 방글라데시에서 2001년 중재법의 보호를 받는 ICA의 범위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2001년 중재법의 제45절은 중재 합의 결과가 모든 당사자에 구속력을 지닌다고 선언하며, 방글라데시 사법부는 이를 근거로 중재 결정을 법원의 명령이나 판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위 내용을 뒤따르는 제46절은 방글라데시 법원이 외국 중재 결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상황을 열거하는데, 이는 자의적 판단에 따른 집행 여부 결정권을 사법부에 부여하게 된다.

방글라데시의 ICA 제도에 관해 마지막으로 지적해 볼 문제는 중재 결정 집행에 관한 별도 규정이 전무한 데다가, 결정 집행에 관한 추가 분쟁의 해결 시한도 따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01년 중재법은 위 사안에 관한 특수 규정을 신설하지 않고 단순히 1908년 민사소송법(Code of Civil Procedure)의 일반 규정을 준용했는데, 이에 따라 중재 집행 관련 분쟁이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소송 절차를 적용받게 되면서 여기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

결론
방글라데시의 경제적 발전에 따른 국제 무역 및 투자의 급증은 국제 거래에 관한 분쟁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결과도 자연스레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신속한 분쟁 해결 수단의 마련은 무역, 투자, 통상, 산업 등 여러 핵심 분야에서의 진보와 함께 방글라데시가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데 필요로 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ICA를 비롯한 각종 초국가적 조정 제도는 그 효율성이 이미 입증되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분쟁 해결 수단이지만, 방글라데시에서 만큼은 아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사 분쟁의 해결이 부당한 이유로 지연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방글라데시의 FDI 유치 역량이 저해되고 해외 기업의 진출 의지도 줄어드는 악영향이 나타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방글라데시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해외로부터의 투자 유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관찰되는 여러 문제점을 극복해 ICA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역동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대규모 개혁을 시급히 실시해 해외 투자·무역 파트너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방글라데시가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개혁책으로는 자국 법원의 임시 구제 대상을 외국 중재 결정으로도 확대하는 방안, 그리고 주요 중재 사안 및 주재 결정 집행을 여타 기관의 부당한 개입 없이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별도의 사법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개혁을 기다리는 동안 해외 기업들은 각종 문제로 가득한 ICA보다 조정이나 협상 등 분쟁을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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