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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모하메드 빈 살만 집권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화: 여성 지위·정부 시스템·법령 부문

사우디아라비아 김현종 MEA Law Firm 변호사 2023/03/27

1. 프롤로그-사우디아라비아의 급격한 변화 
신속한 입국 절차, 휴대폰으로 온라인 비즈니스 중인 사람들, 우버(Uber)나 카림(Careem)1)을 이용한 편리한 이동. 놀라운 변화이다. 사우디의 최근 2~3년 동안의 변화는 과거 수십 년 동안의 변화를 뛰어넘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회의 개혁, 개방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국가지도자의 간절한 열망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Mohamme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이하 ‘모하메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은 사우디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의 변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2. 가장 중요한 변화: 여성의 사회 활동 증가 
10년 전만 해도, 사우디 공항의 직원들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길가나 식당, 관공서를 가더라도 필자가 여성들과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상당 수의 여성을 만나게 된다. 아바야(Abaya, 검은색 긴 망토)와 히잡(Hijab, 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을 쓰지 않고 국영방송에 출연한 여성, 사우디 친구의 로펌 사무실에서 함께 회의한 여성 변호사, 세련된 외모와 복장을 갖추고 능숙한 영어로 손님을 맞이하는 사무원 등 가는 곳 마다 놀라운 변화를 실감하였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우디의 인구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2021년 통계 기준 약 3,500만 명이다. 여기에서 약 30%의 외국인을 제외하고, 70%의 자국민 중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그간 경제활동이 전무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사우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고, 운전을 하는 여성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에서는 여성 고용 확대를 통한 국민 소득 증대를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가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우디 사회가 가지고 있던 보수성이나 문화적 폐쇄성이 상당 부분 걷혀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3. 정부 및 사회 시스템의 개혁 
법률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필자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사우디의 법령과 사법시스템의 변화이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법령이 아랍어로만 표기되어 있어서 객관적인 법령 정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법무부를 비롯한 법원, 경제부, 투자개발부 관련 정부 부처들이 각각의 홈페이지에 기초적인 관련 법령들을 영문으로 제공하고 있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벗어나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 혹은 외국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사회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사우디와 같은 정교일치의 사회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사회 변혁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지만, 이러한 의지가 현재의 사우디를 변화시키고 있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정권을 잡은 후, 정부기관의 통폐합과 공기업 개혁, 고유가에 따르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소수 왕족들 혹은 귀족들이 독점하고 있던 부(富)를 이제는 사우디 국민 전체와 나누겠다는 큰 꿈이 담겨 있는 듯하다. 최근 중동에서 나오는 대형 프로젝트의 60% 이상이 사우디발 프로젝트이다. 사우디 국부펀드은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PIF, Public Investment Fund)2)를 정점으로 하여 아람코(Aramco), 사빅(SABIC), 사우디텔레콤(STC)와 같은 국영 기업들 역시 빠른 속도로 개혁을 하고 있으며, PIF가 스타벅스(Starbucks) 지분 30%를 인수하는 등 그 투자의 규모도 크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에 부응하여 빠른 속도로 사우디로 다시 몰려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변화가 성공적으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중동지역 허브가 바뀔 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사우디를 예측이 쉽지 않아 힘들고 불안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가 큰 변화를 꾀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체 현상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게 될 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 왕실(Royal Court)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사우디를 십여 년 넘게 왕래하면서, 이와 같이 국가를 위하는 진지한 다짐은 그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미 그들은 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고, 개혁의 성공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4. 공개 정보 및 서면화된 자료의 증가 
사우디에서 사업이나 행정 관련 정보를 얻으려면, 정부 기관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소수의 영미계 로펌이나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통해야만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공개 정보가 넘쳐나고, 대부분이 영문으로 제공된다. 현재 모하메드 정부는 글로벌 컨설팅, 회계법인, 로펌을 비롯한 전 세계 서비스 공급자들을 모두 흡수하고 있다. 이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최고 품질의 서비스 수혜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덕분으로 사업 관련 실질적 의사 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 자료들이 축적되었고, 사우디 정부는 이와 같은 정보를 사장시키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빠르게 공표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사우디 사업 환경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큰 변화이다. 이제 사우디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들에게 필자는 과감하게 말을 할 수 있다. 사우디는 더 이상 ‘도저히 알 수 없는 나라’가 아닌 ‘충분히 열려 있고 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시작하고 있는 나라’이다.

5. 법령의 정비 
사우디는 근본적으로 샤리아(Shariah)법, 즉 이슬람법에 의해 규율 되던 나라이다. 헌법이 존재하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코란(Koran)과 하디스(Hadith)를 비롯한 종교법학이 사회를 지배해 왔다. 여전히 종교법학은 가족법 혹은 형법 분야에서 자국민을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민사 분야 혹은 상사 분야에는 과거의 샤리아법에 따른 원칙만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었는데, 최근에 사우디에서 발표되는 법령들의 개편 혹은 제정 흐름을 보면 법령 체계의 변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회사법을 제정하기 시작했고, 그 외에 외국 투자자들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 비자, 노동 관계 등 상당한 수의 법령 제정 및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새로운 법령은 손쉽게 영문으로 찾아볼 수도 있다. 법령 체계의 정비는 외국인들에게 사우디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수 있고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줄 수 있으며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6. 사법시스템과 재판 시스템의 변화
사법시스템과 재판 시스템의 변화도 국가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과거 사우디에서의 재판은 모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샤리아법에 기초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사우디에서 재판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실제 한국 기업의 소송 건수도 그리 많지 않았다. 소송을 해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도입된 온라인 기일제도나 온라인 서면제출과 같은 온라인 재판 시스템의 도입은 소송의 지연이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사우디의 인구는 대한민국의 70%이지만 영토는 20배가 넘는다. 이러한 이유로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변호사 혹은 현지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였다. 그러나 지역별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수준은 천차만별이었고,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온라인 재판이 시작되면서 리야드나 제다, 담맘 등에 있는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고, 합리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7. 법률 서비스 가격의 변화
사우디의 법률 시장은 대체로 영미계 로펌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사우디 현지 변호사를 채용하기도 하고, 주변국의 아랍어와 영어를 모두 잘하는 해외 유학파 변호사들을 채용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영미계 로펌이 가지고 있는 법률 관련 리소스나 현지 네트워크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 문제이다. 프로젝트 발주처나 주계약자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법률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도급인, 하위 공급자, 지사나 연락사무소, 단순 트레이딩 혹은 일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견,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의 변화의 바람을 고려하면, 법률 서비스의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의 경우에도, 경쟁력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현지 로펌이나 현지 변호사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8. 결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대한 노력 
사우디는 중동지역 최대의 경제규모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문화적인 면에서의 보수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법인이나 회사의 지역 본부를 설립하거나 지사를 설립하여 상주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사우디를 여전히 ‘생활 오지’라고 부른다. 

모하메드 정부는 사회를 개혁하고 개방하여 국가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가진 걸프협력기구(GCC, Gulf Cooperation Council)의 허브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우디의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을 것이고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두바이가 사우디의 변화에 대하여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서 매우 개혁적인 정책들3)을 내놓고 있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사우디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고 왕정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지도자가 의사를 결정하면 매우 빠르게 실행된다. 

사우디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게도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며, 사우디라는 나라를 제품 판매 시장에서 협력 동반의 산업시장으로 이끌기에 한국은 매우 적합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난제(難題)’는 우리가 충분히 알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중동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중동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난제’의 시장이다. 그 때문인지, 우리는 사우디를 제품을 판매할 시장 혹은 건설공사를 수주하여 돈을 벌기 위한 시장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이제는 동반 성장을 위한 지속가능한 협력 파트너로서의 사우디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보수적인 종교세력에 의해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모하메드가 이끄는 강력한 사우디의 개혁 드라이브 안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과 활약을 기대해 본다.


* 각주
1) 한국의 카카오 택시와 유사하다. 
2) https://www.pif.gov.sa/en/Pages/Homepage.aspx 
3) 두바이 당국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통한 유대인 자본의 유입, 골든비자 제도의 도입을 통한 인도와 주변국 부호들의 투자 유인, 주말 제도의 변경으로 인한 사업 환경의 개선, 상법 및 상업대리인법 개정을 통한 자국민 보호정책의 완화, 노동법 전면 개정을 통한 고용환경의 개선, 부가가치세 도입에 이은 법인세 전격 시행을 포함한 세법 개정을 통한 투명성 개선, 30%의 주류세 폐지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 놓았다. 앞으로도 전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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