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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레바논-이스라엘 간 해상 경계선 획정 협의안 타결과 향후 전망 : 레바논을 중심으로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이경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2023/03/27
‘역사적인’ 해상 경계선 획정 협상 타결
레바논 남부와 이스라엘 북부가 맞닿는 접경지역 해상 경계선을 두고 오랜 기간 이어지던 양국간 영토분쟁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2020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번 협상은2021년 아모스 호치스타인(Amos Hochstein) 미 국무부 에너지 안보특사의 중재 하에 간접 협상의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2022년 10월 27일 양국이 최종 서명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외교관계가 없는 두 국가 간 간접 협상을 통해 성공한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해상 경계선 획정 협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적국으로 마주하고 있는 양국이 어렵게 도달한 이번 합의를 두고 세계 지도자들과 언론은 입을 모아 ‘역사적인 합의’라고 칭하며 주목했다.
양측 실무자들은 이번 협상의 타결을 발표하며 각자 자국이 원하는 바를 달성했음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 레바논은 분쟁 수역에서 요구하던 카나(Qana) 가스전에 대한 권리를 갖고, 이스라엘은 부표라인 (Line of Buoys)를 인정받으며 향후 더 이상 레바논의 위협 없이 카리쉬(Karish) 가스전 채굴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양측이 제안한 요구사항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 협정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외교관계 복원이나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 간 체결된 국교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 등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양국 간 적대적 외교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셸 아운(Michel Aoun) 레바논 대통령은 이번 협상 체결이 레바논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공식발언을 하여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이스라엘 총리의 “적국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흔치 않은 일”이라는 발언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 총리 또한 기자회담에서 “이번 합의는 이스라엘의 승리이며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가 강화될 것”이라고 발언할 뿐 양국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외교적 분위기는 당시 이번 협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Hezbollah)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과 서로 적대관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이스라엘의 카리쉬 가스전 개발 시 지속적으로 무력도발을 했던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 사무총장은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어떠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은 채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는데, 그가 체결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협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오랜 시간 계속된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해상 국경 분쟁
동지중해 해상 국경 획정 협상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2007년 레바논과 사이프러스(Cyprus, 키프로스) 간 해상 경계선 협상 당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해상 경계선에 대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 둔 채 협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레바논은 해당 협정을 비준하지 않았다. 이후 2011년 UN에 법령 제 6433조를 제출하였고 UN에 등재한 지중해 해상 경계선 중 1번 포인트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간 23번 포인트를 남부 경계선으로 재주장 했다. 결국 사이프러스는 2007년 협정을 비준하였고, 이후 2010년 이스라엘과 사이프러스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 협정이 체결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이 협정에서 이스라엘과 사이프러스 양국은 레바논 영해와 이어진 이스라엘 북부 해상 경계를 2007년 협상 당시 제안된 기준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측이 주장하는 북쪽 해상 경계선과 레바논이 2011년 UN에 제출한 남부 해안 경계선 사이 지역이 겹치게 되었다. 1번 포인트와 23번 포인트 사이 약 860 제곱킬로미터(km2) 넓이의 이 구역이 이때부터 양국 해상 영역 분쟁의 구심점이 된 것이다. 2011년 당시 양국 해상 경계선 분쟁을 중재하던 미국 외교관 프레더릭 호프(Frederick Hoff)는 이 구역의 55%를 레바논에 제공하는 이른바 호프 라인을 제안했으나 레바논이 이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지속되었다.
레바논이 이후 10년간 양보하지 않았던 23 포인트를 기준으로 하는 해상 경계선 기준의 주장은 자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팀(USGS)은 동부 지중해 지역의 레반트 유역(Levant Basin) 내 잠재적 원유 매장량을 17억 배럴, 가스를 3,450억 입방미터로(㎥) 평가했으며 영국에 기반한 노르웨이 회사인 스펙트럼(Spectrum)은 레바논 내 가스 매장량을 약 25억 4,000만 입방미터(㎥)로 추정했다1). 이에 더해 2012년 23번 포인트 남쪽지역 이스라엘 EEZ 내에서 카리쉬 가스전이 발견된 후 풍부한 자원 매장량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20년 협상 당시 레바논은 남부 해안 경계선을 29번 포인트까지 이동해 카리쉬 가스전의 일부까지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호치스타인 특사의 중재를 통해 레바논 정부는 카나 가스전의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대신 카리쉬 가스전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게 되었다.
해양 경계선 설정은 국제 사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은 해안선을 기준으로 90도선을 그려 경계선을 설정했고 레바논은 육지 경계선의 연장선 상에서 해상 경계선을 설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제법적으로 보았을 때 유엔해상법약(UNCLOS)의 당사국이 아닌 이스라엘이 제안한 경계선은 국제법상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2007년 레바논과 사이프러스 간 체결한 해상 경계 획정안 양자 협정 또한 양측의 비준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구속력이 없다2). 한편, 해양법과 관련된 몬테고 베이(Montego Bay) 협약을 비준한 레바논이 제안한 해상 경계선의 경우 국제법상 유효하다고 국제법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림 1> 동지중해 영해 분쟁에서 제기된 배타적 경제수역
자료: Fattouh, B. & El Katiri, L., “Lebanon: The Next Eastern Mediterranean Gas Producer?”, 2015, German Marshall Fund of the United States.
<그림 2> 협상 타결된 23번 라인과 카리쉬, 카나 가스전의 위치
자료: Sabaghi, D., “Explained: Renewed Israel-Lebanon maritime border dispute”, 11, June 2022, (https://www.middleeasteye.net/news/explained-israel-lebanon-maritime-border-dispute-renewe, 검색일:2023.3.1.).
해상 경계선과 이어지는 육상 경계선 상의 갈등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의 국경 분쟁은 비단 해상 경계선에만 한정되어 있지는 않다. 레바논 남부, 특히 이스라엘과의 국경지역은 헤즈볼라의 근거지로 1985년 이후 현재까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긴장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국가를 선포하면서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영토 밖으로 쫓겨나 요르단, 레바논을 포함한 인근 국가로 유입되었다. 초기 많은 이들이 국경에서 가까운 남부 레바논 지역에 정착했다. 이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이 아랍국과 이스라엘 간의전쟁으로 확대되자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와 같은 무장 저항단체가 형성되고, 이들을 섬멸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로 침투하면서 양국간 갈등은 심화되었다.
1978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게릴라 단체 소탕을 명목으로 국경을 넘어 남부 레바논 지역을 무력 점령하였다. 이에 레바논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항의서를 제출했고 유엔 안보리는 이스라엘에 군사활동 중단 및 군대 철수를 촉구하고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을 창설하여 같은 해 파병했다. 이후 추가적인 공습 및 남부 레바논 영토 점령을 지속하던 이스라엘군은 2000년 완전히 철군하였다. 그러나 이후 지속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육상 및 해상 국경 지역에서 분쟁이 이어지면서 분쟁 자체가 종결되지 않아 2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며 국경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이에 지역 안보에 있어 가장 취약한 이 지역의 육상 완충지대(UN에 의해 형성된 블루라인(Blue Line))의 연장선상에 있는 해양 지대 경계선 분쟁 해결은 향후 육상 경계선상 긴장 완화의 포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지역 현황
자료: https://fanack.com/lebanon/geography-of-lebanon/
해상경계선 합의 이후 지역 전망
이번 레바논-이스라엘 간 해상 경계선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는 레바논의 극심한 에너지 위기와 경제 위기를 가스전 개발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레바논에 주어진 카나 가스전 개발권이 직접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너지(Total Energies)사를 통한 이면계약으로 17%의 로열티3)를 받는 조건 하에 있어 추후 성공적인 가스 및 석유 시추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온전히 그 몫을 다 가져갈 수는 없다. 또한 이스라엘 외에도 영해상 이웃해 있는 시리아와 사이프러스와의 EEZ를 확정하여 향후 분쟁의 가능성을 없애야 본격적인 에너지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
자체 에너지 생산을 하기 위해 레바논이 가야 할 길은 인근 국가에 비하면 아직 멀다. 이스라엘은 2004년부터 천연가스 생산을 시작하여 약 11곳의 가스전을 개발해 이집트와 요르단을 포함해 해외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으며, 카리쉬 가스전을 온전히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잠재력은 더 확대될 예정이다4). 한편, 레바논은 토탈에너지, 이탈리아 국영 석유기업 에니(Eni), 카타르 국영석유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가 각각 35%, 35%, 30%의 지분을 가지고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2023년 EEZ의 9번 블록에서 가스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7년 레바논 EEZ 4번과 9번 블록 탐사를 목적으로 토탈에너지와 에니가 각 40%, 러시아 기업 노바텍(Novatek)이 20%의 지분으로 체결했던 컨소시엄은 9번 블록이 포함된 지역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2020년부터 보류되었으며 협상 진행 중 계약이 종료되었다. 그 당시 진행되었던 탐사 결과 4번 블록의 시추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되었지만 9번 블록에 대한 실질적 탐사 기간 및 시추까지 시도할 수 있었던 5년이라는 시간을 레바논은 놓쳐버린 셈이다. 초기 시추 후 천연가스 생산까지는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레바논으로서는 큰 손해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프랑스와 노르웨이의 데이터 업체가 시행한 지진조사 데이터에 기반한 레바논 내 화석 연료 자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잠재적 석유 매장량이 4억 4,000만~6억 7,000만 배럴, 가스 매장량이 12~25입방피트(ft3)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약 20년간 레바논의 전기 공급량에 해당한다5). 레바논이 개발의 이익을 전적으로 가져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적극적인 가스전 개발을 서둘러야 할 이유이다.
레바논은 2020년 3월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언한 이후 가시적인 경제 지표가 급락하고 있다. 화폐가치는 2023년 현재 2020년 대비 97%까지 하락했으며, GDP증가율은 같은 기간 21%가 감소했다. 이에 더해 에너지 자급률이 2020년 기준 약 3.7%밖에 되지 않고 국가 에너지의 수요의 94%를 석유에 의존하는 레바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장기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의 영향으로 천연가스 및 석유 수입의 경로가 차단되었다6). 유가 급등으로 2020년 이후 여러 차례 레바논 주유소 앞에 줄지어 서있는 차량의 행렬이 반복되고 있으며 석유를 사용하는 국가전기 발전기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국민들은 더욱 더 많은 시간을 전기가 없이 지내거나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민간 전기발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견뎌내고 있다. 결국 레바논이 자력으로 국가 인프라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는 최대한 신속히 천연가스 생산을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안한 금융분야 투명성 확보와 정부 구조조정 등 8가지 조건을 이행하고 4년간 약 30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의 원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경제위기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약 5개월째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대통령 선출을 서두르고, 의회를 세워 체계적인 에너지 안보 계획을 정립하고 국가 경제 회복을 추진하는 것이 레바논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타결의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각주
1) Fattouh, B. & El Katiri, L., “Lebanon: The Next Eastern Mediterranean Gas Producer?”, 2015, German Marshall Fund of the United States.
2) Pedro, L. “Israel, Lebanon, and Failed Natural Gas Negotiations”, 11, Dec. 2019, (https://www.fpri.org/article/2019/12/israel-lebanon-and-failed-natural-gas-negotiations/, 검색일: 2023.2.18.).
3) El Hage, A.M., “Maritime border: Why does an agreement with Cyprus have to go through Syria?”, 11, Nov. 2022, (https://today.lorientlejour.com/article/1316937/maritime-border-why-does-an-agreement-with-cyprus-have-to-go-through-syria.html, 검색일:2023.2.11).
4) Kotra, “이스라엘 지중해 연안 해양 가스전 4차 탐사 개발 계획 발표(OBR4)”, 2, March 2023,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00&CONTENTS_NO=1&pNttSn=200555, 검색일: 2023.3.5).
5) Szymczak, P. D., “Israeli-Lebanese Maritime Border Deal Secures Karish Gas Production”,4, Oct. 2022, (https://jpt.spe.org/israeli-lebanese-maritime-border-deal-secures-karish-gas-production, 검색일: 2023. 2. 18).
6) “Lebanon energy report”, 2022, (https://www.enerdata.net/estore/country-profiles/lebanon.html, 검색일: 2023.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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