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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EU 가입 신청한 몰도바와 조지아 내 친러-친서방 갈등 격화

조지아 EMERICs -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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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외국 지원 단체법 논란으로 살펴보는

조지아 내 친러-친서방 갈등

 

조지아 의회, 일명 ‘러시아식 법’으로 불린 외국 지원 단체법 추진

3월 7일 샬바 파푸아슈빌리(Shalva Papuashvili) 조지아 국회의장은 ‘외세투명성법(On transparency of foreign influence)’에 대한 1차 독회를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조지아 국회는 곧바로 표결 절차에 돌입했고, 그 결과 ‘외세투명성법’은 찬성 76, 반대 13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되었다.  외세투명성법은 2023년 2월 조지아 여당 조지아의 꿈(Georgian Dream)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세운 정당인 인민의 힘(People’s Power)이 발의한 법이다. ‘외국 지원 단체법,’ 으로 불리는 외세투명성법은 해외로부터 20% 이상의 비영리 수입을 지원받는 언론사 및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은 반드시 조지아 법무부에 매년 등록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이를 위반하는 조직은 벌금을 내야하며 개인은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공개적으로 반(反)서구를 지향한다고 선언한 인민의 힘은 조지아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외국 지원 단체법을 입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민의 힘은 외국 지원 단체법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입법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외국 지원 단체법’, 조지아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반발 마주쳐

 하지만 이 법은 조지아 대내외적으로 수많은 비판을 마주했다. 2월 20일 살로메 주라비슈빌리(Salome Zurabishvili) 조지아 대통령은 ‘외국 지원 단체법’ 초안이 조지아 의회에 상정되자 이 법이 조지아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 법을 통과시키면 조지아가 러시아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유럽적 가치에 반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을 ‘외국 지원 단체법’은 오히려 러시아가 2012년부터 시행 중인 ‘외국대리인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러시아가 ‘외국대리인법’을 공표했을 당시에는 오직 외국의 영향을 받는 정치 조직만 이 법의 영향을 받았지만, 2017년부터 그 대상이 언론사와 개인에게 확대되더니 2022년에는 외국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지원을 받는 개인과 법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법이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대상이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되었다.


 반면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은 현재까지 수많은 개정을 거치며 외국과 외국 기관의 직접적인 명령을 수행하는 개인과 법인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히 언론사나 비정부기구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 법으로, 따라서 인민의 힘이 발의한 ‘외국 지원 단체법’과 거리가 멀다. 한편 발의 당시 의회 과반을 차지한 여당 조지아의 꿈은 이 법안이 추구하는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지아 국민들은 조지아 의회가 개최된 직후 의회 앞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조지아 시민들은 조지아 의회가 ‘외국 지원 단체법’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후, 격렬한 시위를 진행했다. 조지아 의회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는 물병, 막대기 등을 투척했으며 조지아 경찰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사용했다. 3월 8일과 9일, 시위의 양상이 더욱 격화된 가운데 조지아 경찰은 130명이 넘는 시민을 체포했다. 


조지아 여당, ‘러시아식 법’을 포기한다고 선언… 동시에 시위대 강력 비난

3월 9일 조지아의 꿈은 ‘외국 지원 단체법’을 무조건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지아의 꿈은 조지아 국민이 이 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서, 누군가가 이 법이 ‘러시아식 법’이고 EU 가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지아 시민들은 조지아의 꿈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외국 지원 단체법’을 폐기할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며 조지아의 꿈이 단지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월 9일 조지아 시민들은 시위를 이어가면서 조지아의 꿈에 구체적인 법안 폐기 일정과 구금된 시위대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시위가 다소 진정된 후, 조지아 정부와 조지아의 꿈은 동시에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Irakli Garibashvili) 조지아 총리는 ‘외국 지원 단체법’ 반대 시위를 조직한 사람들이 극단주의자이며 쿠데타를 도모했다고 주장했다. 이라클리 코바히제(Irakli Kobakhidze) 조지아의 꿈 대표 또한 이번 시위가 조지아 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라면서 극단주의적 움직임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지아 경찰은 3월 15~16일 ‘외세투명성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트빌리시 국립대학(Tbilisi State University) 학생들을 조사하기 위해 트빌리시 국립대학 기숙사를 기습적으로 수색하고 학생 정보를 수집했다. 트빌리시 국립대학 관계자는 매년 경찰이 트빌리시 국립대학 기숙사를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3월 시위를 주도한 ‘5월 학생 운동(May Student Movement)’은 조지아 정부가 3월 시위에 참여한 청년을 무력화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조지아의 꿈’이 집권 여당 지위 유지… 창당자의 영향력 아직도 강해

조지아의 여당 조지아의 꿈은 2012년부터 조지아 정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큰 돈을 모은 조지아 재벌 비지나 이바니슈빌리(Bidzina Ivanishvili)가 창당한 조지아의 꿈은 스스로는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고 주장하며, EU와의 통합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조지아가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의 꿈은 러시아를 적대하지는 않으며, 스스로를 친(親)러 정당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대신 조지아가 러시아와 실용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는 조지아의 EU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이바니슈빌리의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바니슈빌리는 2013년 11월 조지아 총리에서 물러난 후 조지아에서 어떠한 공직도 맡고 있지 않지만, 음지에서 조지아 정치를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15일 유럽의회는 조지아의 EU 가입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는데, 일부 의원들은 러시아와 연결된 이바니슈빌리를 제재해야 조지아가 EU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존재가 강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몰도바의 공식 언어를 둘러싸고

친러-친서방 갈등 고조 


몰도바의 공식 언어를 루마니아어로 확정하는 법안, 대통령이 승인

3월 22일 마이아 산두(Maia Sandu) 몰도바 대통령은 루마니아어를 몰도바어 대신 공식어로 규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몰도바 국민의 약 80%가 루마니아어를 구사하는 가운데 몰도바 헌법과 공식 문서에서 사용 중인 ‘몰도바어’, ‘공식 언어’, ‘모국어’ 등 표현이 모두 ‘루마니아어’로 바뀔 예정이다. 몰도바 국민의 약 80%가 루마니아어를 구사하는 가운데 산두 대통령은 몰도바어를 루마니아어로 바꾸는 시도가 사회를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존하는 몰도바 헌법은 몰도바어를 국가의 공식 언어라고 규정하지만, 1991년 몰도바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때 발표한 독립선언서에는 루마니아어가 공식 언어라고 명시되었다.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언어, 역사, 문화를 공유하며, 몰도바 정부와 여당 행동과연대당(PAS)은 몰도바가 루마니아와 더욱 가까워져야 하며, 일부 강경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몰도바와 루마니아가 합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몰도바 야당, 루마니아어를 공식 언어로 확정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시위 개최

한편 몰도바 야당이자 친러 세력인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블록(Bloc of Communists and Socialists)은 3월 6일 몰도바 헌법재판소 앞에서 루마니아어를 공식 언어로 확정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대항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이고르 도돈(Igor Dodon) 몰도바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러시아 세력은 몰도바어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시위대는 “몰도바, 몰도바인, 몰도바어”라는 구호를 앞세워 몰도바 헌법 13조처럼 몰도바 정부가 몰도바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블록은 몰도바 의회에 공식언어 변경 법안이 상정되었을 때 표결에 불참했었다. 


러시아의 다음 타겟으로 지목되는 몰도바와 조지아

 

몰도바의 반정부 시위, 러시아의 사주받은 것이라는 주장 제기

2월 13일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가 외국 요원을 몰도바 정부에 침투시켜 몰도바 정부를 무너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반응은 앞서 2월 둘째 주 주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몰도바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를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적발했다고 발표한 후에 나왔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가 러시아, 몬테네그로, 벨라루스, 세르비아 국적 사람들을 동원해 몰도바에서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 정보 요원들이 민간인 행세를 하면서 정부 건물이나 인질극을 벌일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가 몰도바 정부의 기능 상실과 몰도바에 친(親)러시아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3월 12일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Chisinau)에서 약 4,500명의 몰도바 시민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 상당의 은행 사기를 저지르고 이스라엘로 망명한 몰도바 야당 정치인 일란 쇼어(Ilan Shor)가 주도한 이번 시위에서는 몰도바가 현재 겪고 있는 고물가 상황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었다. 시위 속에서 소요사태를 일으키려던 러시아인 7명이 체포되었으며, 시위대 중 수상한 행동을 벌인 사람과 무기를 소지한 사람 54명이 체포됐다. 


안드레이 스피누(Andrei Spinu) 몰도바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반정부 시위가 러시아의 사주를 받아 일어난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여전히 몰도바의 정국을 흔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와 영국 외무부는 쇼어가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미 제재를 부과한 상태이다. 이와 동시에 3월 12일 몰도바 국경 수비대는 러시아의 용병 집단 바그너(Wagner) 소속으로 의심되는 182명의 입국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미승인국 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군이 다수 주둔 중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동부에 있는 미승인국으로,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국경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1990년 소련이 붕괴된 후 몰도바로부터 독립을 주장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인구 약 50만 명의 미승인국이지만,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약 1,500명의 러시아군이 주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은 러시아로부터 직접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건너온 사람이 아니라 러시아 국적을 받은 트란스니스트리아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를 관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와 직접 연결하는 회랑을 구축하고 싶었지만,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 도린 레케안(Dorin Recean) 몰도바 총리는 러시아군이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러시아군이 공격받는다면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했다.


조지아로부터 분리 독립 선언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조지아 영토의 5분의 1에 달해… 러시아가 또다시 주민 보호 명분으로 침공 시 조지아, 제2의 우크라이나 될 수 있어 

러시아는 조지아에서 남오세티야(South Ossetia)와 압하지야(Abkhazia)에서 도발적인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경계했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조지아 내에 있는 미승인국으로 조지아 영토의 5분의 1에 달하는 지역이다. 이 두 지역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군사적인 지원을 받는 지역이다. 2008년 조지아는 남오세티야를 무력으로 수복하려고 시도했으나 러시아가 곧바로 개입하며 전쟁으로 이어졌고, 조지아는 러시아에 의해 격파당했다. 2008년 조지아-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는 단독적으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독립 국가로 승인했고, 러시아 본토와 이 지역은 육상과 해상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기에 러시아는 이 두 나라에 병력을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무한정 파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조지아의 영토로 인정하고 있다.


한편 티나틴 히다셸리(Tinatin Khidasheli) 조지아 전 국방부 장관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러시의 다음 타겟으로 조지아가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조지아의 미래와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EU 가입까지 여전히 갈 길 먼 몰도바와 조지아

몰도바와 조지아는 모두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상황은 꽤 차이가 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3월 3일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EU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2년 6월 23일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게 되었다. EU는 몰도바에 경제 효율성 제고, 부패 척결, 재산권 강화, 국영 기업의 규모 축소, 에너지 효율성 제고, 노동 시장 개선과 같은 6가지 구조적 개혁을 요구했다. 러시아에서 오는 안보적 위협이 강해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몰도바를 섣부르게 EU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초 몰도바를 방문한 EU 대표단은 EU가 몰도바에 요구한 개혁이 이뤄져야만 몰도바가 EU에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몰도바가 이상의 6가지 개혁을 완수하더라도 몰도바의 EU 가입은 쉽게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미승인국 트란스니스트리아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있는 러시아군 때문이다. EU에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모든 자국의 영토를 온전히 통치해야 하는데, 몰도바는 그렇지 못한 상태이며 동시에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언제든지 전쟁 수행이 가능한 러시아군이 주둔해있다. 


조지아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3월 EU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EU는 조지아에는 가입 후보국 지위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EU는 조지아에 포괄적인 경제와 정치 개혁, 부패 및 조직화된 범죄 척결, 언론자유, 성평등 및 시민사회 등 민주주의 가치 신장 등 12가지 개혁이 이뤄져야만 조지아에 EU 가입 후보국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2월 24일 EU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의 ‘외국 지원 단체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지를 지지했다. EU는 시민사회를 양성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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