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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전염병, 물 부족, 이상 기후··· 중남미 식량 위기 요인 심화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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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조류 독감 확산에 비상 사태 선포 및 가금류 수출 

중단…농축산업 피해 우려 커져


북미와 남미를 휩쓸고 있는 신형 조류 독감

전 세계 가금류 농가가 조류 독감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중남미 지역에서도 조류 독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먼저, 시작은 북미 대륙이었다. 2022년 상반기, 철새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 조류 독감이 전파되었고, 이후 2022년 한 해에만 5,800만 마리가 넘는 조류가 살처분되거나 사망했다. 미 보건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고, 이번 조류독감이 일찍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발견된 H5N1형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H5N1형 바이러스는 이전에도 유행했던 조류 독감의 변형 바이러스이며 전염력과 치사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2022년 초 북미 대륙에 먼저 상륙한 조류 독감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 연말로 가면서 중남미 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남미 지역 국가 상당수가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어 북반구와는 달리 대략 매년 9~10월 사이부터 춘ㆍ하절기에 접어들기 때문으로, 북반구에서 봄여름을 지낸 철새들이 하반기에는 따뜻한 기후를 찾아 남반구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철새 이동에 따라 조류 독감을 보유한 새들도 남반구 지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남미 대륙에서도 상대적으로 북쪽에 위치한 국가부터 차례로 조류 독감 사례가 보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아메리카를 강타한 조류 독감은 이제 일시적인 유행병이 아닌 풍토병이 되어 가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에 따르면 이번 조류 독감은 공중으로 이동하는 새들뿐만 아니라 오리와 같은 기러기목(Waterfowl)에서도 발견되는데, 증상이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바이러스를 보유한 기러기목 조류로 인해 계속해서 추가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에콰도르, 남미 지역 최초로 조류 독감 비상사태 선포

남미 지역에서 가장 처음으로 조류 독감 비상 대응 태세를 발령한 국가는 에콰도르였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29일, 그로부터 이틀 전인 2022년 11월 27일 자국 내에서 H5N1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를 발견하자 즉시 3개월의 동물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콰도르 역시 미국과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조류 독감 첫 보고 후 야생 조류와 가금류의 피해가 빠르게 누적되었다. 에콰도르 농업축산부(Ministerio de Agricultura y Ganadería)에 따르면 그리고 첫 비상사태 선포 후 3개월이 지난 2023년 2월 말 기준으로 110만 마리 이상의 야생 조류 또는 축산 가금류가 살처분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조류 독감으로 인한 에콰도르 정부의 고민은 축산 가금류의 폐사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에콰도르령 내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에는 희귀 조류와 동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데, 에콰도르 정부는 해당 지역의 조류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니 루에다(Danny Rueda) 갈라파고스 국립공원(Galapagos National Park) 원장은 작금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하면서, 갈라파고스 제도의 야생 조류와 갈라파고스 제도를 출입하는 관광객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체계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에콰도르 정부가 갈라파고스 제도 출입 제한을 강화하면서, 에콰도르는 조류 독감으로 인해 축산 농가뿐만 아니라 관광업계도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 조류 독감 확산 방지 위한 이동 제한 실시

에콰도르에서 조류 독감 비상사태가 한창이던 2023년 1월, 볼리비아 축산 농가에서도 조류 독감 감염이 보고되었다. 가장 처음으로 조류 독감이 발견된 곳은 볼리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코차밤바(Cochabamba)내에 위치한 사카바(Sacaba) 지역의 한 양계장으로, 첫 보고 당시 3만 5,000마리의 닭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역시 코차밤바 내 또다른 도시인 끼야꼬요(Quillacollo) 지역 농가에서도 조류 독감이 발견되는 등 조류 독감이 첫 발견된 후 급속히 확산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방역 당국은 폐사한 조류가 어떠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조류 독감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를 실행했다. 이에 볼리비아 정부는 조류 독감 확산 의심 지역내에서 생산된 닭고기와 계란 등을 모두 폐기 처분하는 한편, 조류 독감 확진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가금류 및 일체의 관련 부산물을 이동시키지 못하도록 격리시켰다. 


가금류 수출 중단 후 축산 농가 보상 실시한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에서는 볼리비아보다 조금 늦은 2023년 2월에 조류 독감이 처음 발견되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현지 시각으로 2023년 2월 15일 조류 독감 확인 사실을 발표하고, 약 일주일 뒤인 2023년 2월 22일에는 조사 결과 감염된 개체 모두 H5N1형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조류 독감이 확인되자 아르헨티나 정부 역시 비상사태를 발동했다. 세르히오 마사(Sergio Massa) 아르헨티나 경제부(Ministerio de Economía) 장관은 조류 독감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아르헨티나 국내외를 오가는 가금류와 관련 제품의 수출입 검역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조류 독감에 경제부까지 나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데에는 농업이 아르헨티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조류 독감을 겪었던 아르헨티나는 정부 차원에서 축산 농가에 10억 아르헨티나페소(한화 약 63억 1,300만 원)를 지급한 바 있다. 과거 유행했던 조류 독감보다 전염성과 치사율이 더 높은 H5N1형 바이러스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급히 조류 독감 관리 및 피해 보상 예산으로 450만 달러(한화 약 58억 5,000만 원)를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조류 독감에 의한 축산 농가 피해가 계속 발생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의 보상책도 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루과이도 조류 독감 감염 보고, 초기 진화에 나서

남미 대륙에서 비교적 최남단에 위치한 우루과이도 조류 독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루과이 농축산어업부(Ministerio de Ganadería, Agricultura y Pesca)는 2023년 2월 하순 경 야생 검은목고니(black-necked swan)가 조류 독감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이후 계속해서 조류 독감 추가 감염 사실을 발표했다. 우루과이 방역 당국은 정확한 조류 독감 유입 경로와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서는 한편, 확산 방지 대책에 나섰다고 언급했다. 우루과이 방역 당국은 아직까지는 조류 독감에 의한 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전례를 볼 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칠레는 가금류 4만 마리 살처분, 가금류 한시적 수출 금지 조치

한편, 칠레는 조류 독감 발생 축사에서 사육하던 가금류를 신속하게 살처분 했다. 현지 시각으로 2023년 3월 13일, 한 기업형 가금류 축사에서 조류 독감이 발견되자 칠레 정부는 이틀 후인 3월 15일 해당 축사의 가금류 4만 마리를 매립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축사는 기업형 사육 시설에서는 처음으로 조류 독감이 발생했으며, 칠레 정부는 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폐사 조치를 내렸다.


대량 살처분 조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칠레 정부는 칠레 전역에 약 3,0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를 감안 시 이번에 살처분된 양은 그리 많지 않아 칠레 축산 산업계에 큰 여파를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정부는 현 상황에서는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대량 살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칠레 정부는 한시적으로 닭고기의 해외 수출을 중단했다고 밝혀 정부가 감염 확산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류 독감 확산 막기 위한 역내 협력


식량 위기 고조에 조류 독감 대응 국가 간 합동 태스크포스 결성

조류 독감으로 인한 가축 피해가 커지면서 닭고기와 달걀 등 중요 식량 자원 생산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중남미 각국 정부는 조류 독감이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합동 대책반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3월 초, 국제수의학협회(International Veterinary Congresses)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그리고 우루과이 보건 관리 당국 대표자가 한 자리에 모여 H5N1형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중남미 합동 태스크포스 설립에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조류 독감 발생을 인정하지 않은 브라질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 최대 농산품 수출 국가인 브라질은 주변 국가에서 조류 독감이 빠르게 확산되자 밀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조류 독감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조류 독감이 브라질까지 번져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타국과의 공조를 원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팬데믹에서 국가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범미보건기구도 협력에 동참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조류 독감 사태에 초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중남미 국가들이 합동 태스크포스 결정을 알리고 조금 뒤, 세계보건기구의 아메리카 지역 산하기관인 범미보건기구(PAHO, 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는 중남미 각국의 보건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를 모아 조류 독감 사태에 대한 분석 및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범미보건기구는 H5N1형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조류뿐만 아니라 포유류와 사람에게까지도 감염된다고 하면서, 조류 독감은 동물 보건상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인류 보건과도 직결되는 이슈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조류 독감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아메리카 지역 모든 국가 정부의 정보 교환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 회의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국가 보건부 장관을 비롯하여 북미의 미국과 캐나다 보건 정책 책임자까지 참여했다. 이에 더해, 범미보건기구는 타 지역 전문가와 방역 책임자를 초빙해 조류 독감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가이드라인과 정보 교환 채널에 대해 논의하도록 했다. 


조류 독감 방어 중인 브라질, 그러나 광우병이 문제


주변국 조류 독감 비상에 브라질의 가금류 수출은 오히려 증가

대부분의 중남미 지역 국가가 가금류 폐사와 수출 중단 등 피해를 입는 가운데, 브라질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브라질 육류협회(ABPA, Associacao Brasileira de Proteina Animal)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2월 2개월 동안 브라질의 가금류 육류 수출이 무게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0.6%, 금액 기준으로는 24.5% 증가했다. 가장 많은 양을 수출한 국가는 중국으로, 2개월간 11만 1,700톤의 가금류 육류를 수출하여 전년 동기 대비 23.2% 늘어났다. 그 외에 사우디아라비아(+71.9%), 남아프리카(+9.6%), 일본(+10%), EU(+15.8%) 등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량이 증가했다.


이처럼 브라질의 가금류 수출이 호황을 맞이한 가장 큰 이유는 주변국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 때문이다.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 최대 농산품 수출 국가인 아르헨티나는 조류 독감 확산에 가금류 관련 제품 수출을 중단했고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등 다른 국가 정부 역시 닭고기나 계란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023년 3월 20일 기준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조류 독감이 발생하지 않은 중남미 국가는 브라질, 파라과이, 수리남, 가이아나 4개국인데, 이들 중 가금류 관련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는 브라질이다.


광우병 사태 발발…소고기 수출 중단

주변국의 조류 독감 확산으로 뜻하지 않는 가금류 수출 호황을 맞이한 브라질이지만, 다른 문제가 소고기 수출 부문에서 발생했다. 농축산식량자원부(Ministério da Agricultura, Pecuária e Abastecimento)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2023년 2월 22일 브라질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세계동물보건기구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으며, 2023년 2월 23일에는 대중국 소고기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2023년 3월 초에는 러시아도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을 중지했으며, 미국 역시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룰라 대통령 방문 전 소고기 수입 재개 결정…그러나 위험 남아 있어

브라질의 핵심 소고기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약 1개월 동안 소고기 수입을 중지하면서 브라질 축산 농가도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브라질 축산업계에 따르면 대중국 소고기 수출 길이 막힌 이후 브라질 축산 농가는 하루 약 2,000~2,500만 달러(한화 약 260~325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손실이 계속해서 누적되자 브라질 정부는 대중국 소고기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과 협상에 나섰다.


이에 브라질 현지 시각으로 2023년 3월 23일,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중국이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브라질 대통령실이 발표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룰라 대통령의 방문을 염두에 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브라질의 광우병 사태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이 중남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브라질과의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브라질에 가장 많은 외국인 투자를 실행하는 나라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는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룰라 대통령이 취임했기에 외교적으로도 껄끄러운 이슈 하나가 완화된 셈이다. 


전염병에 이어 가뭄까지...이상 기후도 식량 안보 위협 


라니냐에 의한 강수량 부족, 심각한 가뭄 야기

조류 독감에 의한 가금류 연관 제품 생산 감소와 광우병에 따른 소고기 품질 우려에 앞서 중남미 지역은 지난 수 년 동안 심각한 가뭄이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세계기후연구인 연합 WWA(World Weather Attribution)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중남미 지역에서 라니냐(La Niña) 현상이 계속 심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은 크게 감소했다.


가뭄은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곡물 재배 농가에 큰 타격을 입힌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이번 2022~2023년 농업 시즌 가뭄으로 인해 밀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최근 4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의 수출량 전망치이기도 하다. 또한, 가뭄은 아르헨티나 대두 생산량에도 여파를 미쳤다. 실제로, 2022년 1월~2023년 1월 사이 기간동안 아르헨티나의 대두 및 관련 종자 수출액은 이전 기간과 비교하여 61% 감소했다.


가뭄은 아르헨티나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우루과이도 전 농격지의 60% 정도가 심각한 가뭄에 직면해 있다. 우루과이 정부는 농경 시즌이 시작하던 지난 2022년 10월 전국에 농업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한편, 칠레는 10년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물 배급제까지 실시하는 등 수자원 고갈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세계기상기구(WMW, World Meteorological Organisation)에 따르면 2010년부터 칠레가 겪고 있는 가뭄은 적어도 최근 1,00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칠레 농업계 또한 가뭄에 신음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페루, 브라질, 볼리비아 등 중남미 각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우루과이, 가뭄으로 인한 손실액 18억 달러 초과…전력 생산 차질까지

이번 농업 시즌 우루과이의 가뭄 피해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 우루과이 현지 시각으로 2023년 3월 중순, 우루과이 농축산어업부(Ministerio de Ganadería, Agricultura y Pesca)는 2023년 들어 지금까지 가뭄으로 인한 농축산업 피해액이 18억 달러(한화 약 2조 3,400억 원)을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농축산어업부에 따르면 이번 시즌의 가뭄 피해 규모는 최근 30년 동안 발생한 모든 가뭄 피해액을 합한 것보다 클 정도로 현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농축산어업부는 정부 식량 안보 대책 정책의 일환으로 가뭄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축산 농가가 구매하는 사료 비용의 75%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가뭄이 사료 재배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사료 가격이 크게 올랐고, 그로 인해 축산 농가가 사료 구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육류 생산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뭄이 계속되면 곡물과 육류 생산량 모두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뭄으로 수력 발전량이 급감하여 우루과이는 자국내 소비 전력의 50% 이상을 수입하면서 전기 요금 상승 압력도 커졌는데, 이 또한 농업용 전기료 상승을 야기하여 농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아르헨티나, 대두와 옥수수 예상 수확량 계속 햐향

우루과이에서 가뭄 피해 추산액이 발표된 것과 비슷한 시기, 아르헨티나의 주요 곡물 거래소 중 하나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곡물거래소(Buenos Aires grains exchange)가 아르헨티나의 2022~2023년 농경 시즌의 대두와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를 낮추었다. 이번 시즌 들어 부에노스아이레스 곡물거래소가 예상 수확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처음이 아니며, 파종 시즌 시작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수확량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또 다른 주요 곡물거래소인 로사리오 거래소(Rosario Exchange) 역시 2022~2023년 농경 시즌의 대두 예상 수확량을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700만 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대두는 연간 수출량 세계 1위, 옥수수 수출은 세계 3위로 전 세계 대두 및 옥수수 핵심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해당 작물은 농업 국가인 아르헨티나 경제에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식량 안보에서도 핵심적인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이와 같이 역대급 작황 불황에 시달리는 이유는 극심한 가뭄이다. 아르헨티나는 2023년 3월 들어 체감온도 섭씨 40℃를 넘는 기온으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 폭염 경보를 발동했으며, 강수량 또한 평년보다 적은 매우 건조한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아르헨티나 농업계와 경제계는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면서, 동시에 식료품 인플레이션과 아르헨티나의 식량 안보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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