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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카자흐스탄의 인플레이션 문제: 배경, 영향 및 전망
카자흐스탄 Islam Yerzhan Payment and Financial Technologies Development Center, National Bank of Kazakhstan Chief Economist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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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카자흐스탄에서는 2023년 1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26년 만의 최고치인 20.7%를 기록했다.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부문에 걸쳐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림 1>에서 보듯 동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식품 부문에서 25.7%, 비식품 부문에서 20.2%, 서비스 부문에서 14.2%까지 올라갔다.
<그림 1> 2018~2023년 카자흐스탄의 부문별 인플레이션 추이(전년 동월 대비)
자료: 카자흐스탄 통계청(BNS, Bureau of National Statistics)
카자흐스탄의 소비재 및 서비스 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에는 국내·외적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 이 중 국외적 요인에는 ▲세계 식품 물가의 상향 평준화 ▲주요 교역국의 물가상승 ▲카자흐스탄의 통화인 텡게(KZT)의 평가절하 등이 있고, 이 밖에도 이전까지 핵심 교역국이었던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그리고 2022년 러시아 루블(RUB) 가치가 텡게 대비 강세(수입 물가 상승)를 보인 점도 지적해 볼 수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를 우회하는 물류망을 신설하는 작업도 추가적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결과적으로 최종재 가격 상승에 일조했고, 러시아 정부가 동원령을 발동한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러시아 국민들이 몰려오면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국민들 사이에서는 미래 물가도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2. 부문별 인플레이션 심화 배경
현재 광범위한 품목에 걸쳐 나타나는 카자흐스탄의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공급 측면의 요인에서 초래된 것이다. 먼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기조는 카자흐스탄 국내 물가도 함께 끌어올렸고, 국내에서 자체 생산되지 않아 외부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물품의 운송비용도 올라갔다. 한편 식품 부문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카자흐스탄의 식품 수입 비중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식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료 일부에서는 높은 수입 의존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수입 식품 및 원료의 주요 원산지는 러시아였는데, 이 때문에 루블의 강세로 텡게의 루블 대비 가치가 26% 하락한 2022년에는 수입 비용 부담이 이전보다 크게 가중되었다. 이러한 맥락 아래 카자흐스탄의 2023년 1월 기준 연간 생산자 물가상승률은 식품 부문에서 18.6%, 음료 부문에서 20.7%까지 치솟았다.
다음으로 수입 비중이 절반을 넘어가는 비식품 소비재 부문의 경우 텡게의 평가절하가 물가상승의 핵심 원인이며, 러시아를 우회하는 물류망 재구성 과정에서도 최고의 가성비를 지닌 해상운송이 불가능한 내륙국의 특성상 운송비용 상승이 불가피했다. 게다가 러시아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도 카자흐스탄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루블의 가치가 올라가고 대러 제재 이후 일부 상품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국경 지대에 거주하는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에서 소비재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의 숫자도 크게 늘어난 상태로, 카자흐스탄 내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동원령 여파로 2022년 한 해 동안 카자흐스탄에 입국한 러시아인은 약 290만 명이며, 이 중 14만 6,000여 명은 카자흐스탄 거주권을 취득해 취업이나 은행 계좌 개설도 가능하다. 그 결과 발생한 소비재 수요 증가는 2023년 1월 기준 비식품류 상품의 소매거래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 34.2%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공식 통계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러시아 국민들로부터의 추가 수요 발생이라는 요인이 겹치며 발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2022년 9월 21일에 러시아에 동원령이 발동된 이후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으로 건너오면서 주택 월세나 호텔 숙박요금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고, 현재 이들 서비스 가격은 통상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2.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분쟁의 영향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군사분쟁(military conflict)은 카자흐스탄의 소비자 물가에 즉각적인 상향 압력을 가했다. <그림 2>에서 보이듯 2022년 3월 기준 소비자 물가는 전월 대비 3.7%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3월에 달러 대비 탱게 가치가 14.5%나 떨어졌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이외에 카자흐스탄의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의 물가가 동월에 7.6%의 상승률을 기록한 점(단, 동월 텡게 가치가 일시적으로 루블 대비 16.2% 올라가면서 이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를 냈다), 그리고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물품 공급망이 개전 이후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 점도 카자흐스탄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전쟁으로 인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고도의 불확실성이 전개되자 판매자들은 상품 가격을 인상했고, 그 결과 이른바 리스크 프리미엄 증가분을 최종재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림 2> 2018~2023년 카자흐스탄의 부문별 인플레이션 추이(전월 대비)
자료: 카자흐스탄 통계청(BNS, Bureau of National Statistics)
소비재 가격의 실제 동향 파악이 어려운 경우 수집 빈도가 높은 간접 지표를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카자흐스탄 중앙은행(NBK, National Bank of Kazakhstan)은 그 대안 으로 2018년부터 온라인 상점의 상품 가격을 관찰해 내부 용도로 쓸 수 있는 일간 소비재 가격지수를 집계하여 물가추적지수(Price Tracker)로 활용하고 있다. 즉 NBK의 물가추적지수는 각지의 행정 관청에서 웹 스크레이핑(web scraping) 기술을 바탕으로 380개 온라인 상점에서 일간 가격 정보를 수집해 이를 일간 인플레이션 간접 지표로 변환한 것이다.
상기 지수는 텡게 가치 하락과 공급망 차질이 발생한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큰 폭의 물가상승을 통계화하는 데 일조하면서 위기 상황에서의 활용성을 입증했다. <그림 3>에 따르면 NBK 물가추적지수는 2022년 3월 3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3월 3~4일에 걸쳐 1.5%나 올라간 소비재 가격은 이후 속도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3월 말까지 추가로 2.3%의 상승을 기록했다. NBK 물가추적지수가 나타내는 3월 전체 물가상승률은 3.8%이며, 카자흐스탄 통계청(BNS, Bureau of National Statistics)의 월말통계도 이와 유사한 3.7%를 보였다.
<그림 3> 2022년 1월 1일(=100)부터 6개월간 카자흐스탄의 물가지수 변동
자료: 카자흐스탄 통계청(BNS, Bureau of National Statistics), 카자흐스탄 중앙은행(NBK, National Bank of Kazakhstan)
카자흐스탄에서는 특히 비식품 부문의 물가가 외부 충격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NBK 물가추적지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분쟁 발발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라 텡게 가치가 하락한 직후인 2022년 2월 25일부터 전자제품, 의류, 의약품 등 개별 비식품류 상품 가격이 즉각적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4. 고물가의 사회·경제적 영향 및 카자흐스탄의 대응
NBK는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에 대응해 통화 긴축 정책을 지속해 왔고, NBK 산하 통화정책위원회(Monetary Policy Committee)는 최근 2023년 1월 13일자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6.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NBK의 실제 인플레이션 전망을 기준으로 시장 내·외적 요소의 상호작용과 향후 경제성장 전망치 또한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온 것이다.
한편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1년 후 미래 인플레이션 전망도 2022년 12월에 24.1%를 기록해 설문조사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해가 바뀐 2023년 1월에는 향후 물가에 관한 낙관적 평가가 다소 늘어나면서 해당 전망치가 17.3%로 하락했다.
한편 카자흐스탄의 임금 상승 속도가 높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이 가져온 주요 문제 중 하나인데, BNS의 예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카자흐스탄 인구의 실질소득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연금 수령자, 공공 부문 근로자, 저임금 노동자 등 고정 소득에 의존하는 계층은 실질소득 감소 문제에 특히 취약해 생계유지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지 못하면서 삶의 질 저하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이를 인지한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최저임금을 17%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앞으로 공무원 및 공무직원 임금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카자흐스탄에서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임금 인상 조치의 대상에는 ▲유치원·학교·대학 교사 및 교원과 교육 분야 전문인력(25%, 추가로 교사 자격등급별 특수수당 30~50% 책정) ▲의사(30%) ▲의료 보조인력(20%) ▲카자흐스탄 비상사태부(Ministry of Emergency Situations) 직원(직능별 10~70%) 등이 있고, 앞으로 군경인력의 임금도 올라갈 전망이다. 또한 2023년 9월 1일부터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에 지급되는 장학금 규모도 15~20 %가량 인상된다. 이와 같은 임금 및 소득 인상 정책은 고물가에 따른 구매력 하락을 상쇄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5. 향후 물가 전망
NBK의 최신 자료에 의하면 카자흐스탄의 인플레이션은 2023년 2월에 정점을 찍은 후 전년도 물가의 영향이 줄어들고 통화 긴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연말까지 9~12% 수준으로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4년에도 이 추세가 계속되어 연간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 경우에도 물가를 정부의 목표치(4~5%)까지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023~2025년 인플레이션 완화에 다차원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요소에는 ▲2022년도 물가의 영향력 감소 ▲물가 대비 실질금리 상승 ▲글로벌 식품 가격 하락 ▲2022년의 곡물 작황 개선 ▲국외 물가 압력 완화 등이 있다. 반대로 경기 부양책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생산, 그리고 인플레이션 자체의 관성 등은 물가 안정화를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한편 카자흐스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3년 연말까지 3.5~4.5%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2023년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요소로는 ▲정부 지출 증대 ▲공공부문 임금 인상 ▲다수의 인프라 사업 전개 ▲텡기스(Tengiz) 유전 완공 등이 있다. 이외에 앞으로 카자흐스탄 국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전까지 침체에 빠졌던 수입 부문도 다소간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텡기스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증대되어 석유 수출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및 2025년에도 경제성장률이 3.5~4.5% 수준의 균형점을 유지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가 카자흐스탄의 경제에 관해 내놓은 전망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은 카자흐스탄의 경제성장률이 2023~2024년 4.5%를 기록한 뒤 3.5% 수준으로 다소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은 2023년도 초순에 정점을 찍은 뒤 2024년까지 6%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음으로 유라시아개발은행(EDB) 소속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경제 지원 및 생산역량 확대 정책이 외부 환경의 악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2023년도 경제성장률은 최대 4.2%를 기록하고 연말 물가상승률은 7.8%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6. 결론
카자흐스탄이 현재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 심화 문제는 국내·외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물가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던 요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군사분쟁으로, 개전 이후 카자흐스탄은 ▲루블 강세에 따른 러시아산 상품 수입 비용 상승 ▲공급망 차질 ▲러시아 우회 물류망 모색 비용 지출과 같은 새로운 도전과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물가상승을 부추긴 또 하나의 주요 요인은 러시아 국민들로부터의 수요 증대로, 이는 루블 강세 및 대러 제재로 인한 특정 상품 품귀 현상 아래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에서 비식품류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난 점, 그리고 동원령 발동 이후 카자흐스탄 임시 거주를 택한 러시아인의 규모가 증가한 점에서 기인한다.
한편 고물가 기조가 카자흐스탄에 불러온 결과로는 향후 물가에 관한 비관적 전망 확산, 그리고 실질소득 및 삶의 질 감소를 들 수 있다. NBK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2022년 2월 말부터 통화 긴축을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 향후 물가 전망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16.75%로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NBK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인플레이션은 2023년 2월에 고점을 찍은 이후 2022년 고물가 기조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통화 긴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남에 따라 연말까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2024년에도 물가상승률은 안정화 추세를 지속하되, 카자흐스탄 정부가 설정한 물가 목표치를 여전히 상회하는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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