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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중동의 해빙 무드

사우디아라비아 / 이란 EMERICs -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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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데탕트 

7년 만에 화해 이어가는 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7년 외교 단절 끝내고 양국 최고위급 회담에서 대사관과 영사관 재개 합의

지난 3월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단절된 국교를 회복했다. 양국은 2016년 사우디 정부가 반정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자,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하면서 국교가 단절되었다. 중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관계 정상화는 4월 6일 중국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Faisal bin Farhan Al Saud) 사우디 외무부 장관과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이 단교 이후 7년만에 처음 만나면서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탔다. 양국 외무부 장관은 오는 5월까지 상대국 수도에 대사관을 다시 열고 영사관도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양국 간 항공편 운항과 비자 발급 재개 문제도 논의했다. 관계 정상화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이란 정부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 국왕이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으며, 이어 4월 17일에는 이란 외무부가 공식적으로 살만 국왕을 초청하는 등 정상 수준에서도 양국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4월 3일에는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다시 대사를 파견하는 등 이란과 대립해오던 다른 걸프 국가와 이란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있다. UAE는 지난 2016년 이란과의 관계를 격하했으나 2022년 8월 다시 주이란 대사를 파견한 바 있다. 


무함마드 알자단(Mohammed Al-Jadaan) 사우디 재무부 장관, 이란에 투자 의향 밝혀 

지난 3월 15일 알자단 장관은 사우디가 곧 이란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자단 장관은 지역 안정과 번영이 최고 목표로 양국 간 우호 관계가 지속된다면 사우디 기업과 자본이 이란에서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의 아민 나세르(Amin Nasser) 최고경영자(CEO) 또한 양국 에너지 부문이 관계 정상화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원유, 천연가스, 광물 등 이란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걸프 자본의 투자와 전력망 연결 등이 유망한 협력 분야로 분석된다. 또한 이라크와 이란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육로 교통로를 구축해 걸프 국가와 유라시아 국가 사이 무역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로 지난 2021년에는 사우디와 이란 양국은 이라크를 통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對)이란 경제제재로 이란과의 금융 거래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걸프 자본이 이란에 투자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실제 이루어진다면 투자는 주로 제재 대상이 아닌 식품, 의약품 부문에 국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 정상화

합의가 갖는 함의


‘비전 2030’ 통해 국가 경제 대전환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의 관계 회복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계산… 

이란과 대립을 이어오던 사우디가 정책을 선회한 것은 실용적 판단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변화가 사우디가 추진하는 사회경제적 개혁인 ‘사우디 비전 2030(Saudi Vision 2030)’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과의 지속적인 갈등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정은 사우디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는 해외 투자를 유치해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려는 사우디의 계획에 차질을 초래한다. 역내 친이란 동맹세력과의 대립, 특히 예멘 후티 반군과의 전쟁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부담도 고려 대상이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서 발을 빼기 위해서는 먼저 후티 반군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란과 갈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고유가로 사우디의 경제적 입지가 강화되었고 미중경쟁 구도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미국에 대한 발언력이 커진 등 전반적 정세가 사우디에게 유리하게 변화한 것도 사우디가 보다 자신감 있는 정책으로 나아간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는 또한 이란의 위협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진다. 중국-러시아-이란으로 구성된 축과 서방과의 대립이 고조되어 이란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 결국 사우디의 안보 위협은 커지게 된다. 사우디가 중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이란이 지나치게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을 방지하고 이란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이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미국이 이란의 위협에서 안보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사우디가 미국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관계 정상화와 관련되어 있다. 


이란도 자국의 중동 내 입지 강화와 미국 영향력 약화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도모

이란 또한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할 이유가 충분하다. 2022년 촉발된 대대적 반정부 시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지원, 핵협상 중단 등과 같은 이유로 어느 때보다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이란이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정부 시위로 정권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란은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국내 반정부 세력을 자극할 위협을 차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합의에서 상호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이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언론에서는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이란과 사우디를 필두로 한 걸프 국가와 관계가 개선되면 중동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란에 대한 압박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 보수파 일간지인 케이한(Keyhan)은 이번 합의에 서방 국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한 것도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고 읽을 수 있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스라엘, 걸프 국가의 안보 협력 강화와 반(反)이란 진영 구축을 차단하는 성과도 있다. 실제로 2020년 UAE와 바레인과 국교를 수립한 이후 이스라엘은 사우디와도 국교를 맺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미국도 이를 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이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로 구성되는 견고한 반이란 진영이 구축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게 됐다.


중동 내 패권 경쟁 구조의 변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 정상화 중재자 역할 자처하는 중국, 중동 역내 영향력 강화

이번 합의는 중국의 주재 아래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중동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성장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12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한 데 이어 2023년 2월에는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은 사우디 및 이란 양국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양국 간 관계 정상화를 중재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외교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사우디에게 새로운 협력 대상으로 부상했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사우디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사우디와 관계가 냉각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사우디와 예멘 후티 반군의 협상도 중재하려고 나서면서 중동 내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중재자로서 이미지와 영향력을 확실히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샤오 젱(Shao Zheng) 예맨 주재 중국 대사대리는 예멘 중앙정부의 최고 결정 기구인 대통령통치위원회(Presidential Leadership Council) 위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사우디의 경제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에 대화 파트너로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대화 파트너는 정식 회원국으로 승격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로, 사우디의 SCO 가입은 이미 지난 12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논의되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도 중국 석유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아시아 지역에 수출될 원유를 보관할 장소를 중국에 확보하는 한편, 또한 중국 기업과 함께 중국에 원유 정제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예멘 문제를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닌 예멘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중동 내에서 쇠퇴해가는 미국의 영향력

중국의 영향력 부상이 과거 중동의 패권국이었던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사우디가 미국의 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4월 2일 사우디를 필두로 오펙플러스(OPEC+)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지난 2022년 10월에도 사우디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산을 단행했고, 이에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와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번 4월 감산에 대해서도 존 커비(John Kirby)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감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은 불만을 드러냈지만, 사우디는 미국의 요구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원유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아직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중국은 사우디의 경제 파트너이자 새로운 협력 대상이지만, 안보 협력국으로서 미국의 중요성은 여전히 확고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목적은 중동 내에서 경제적 영향력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지 반미 동맹을 구축하거나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사우디가 가입한 상하이협력기구도 안보 동맹이 아닌 경제 협력 기구라는 점이 지적된다. 중국은 어느 한 편을 들고 분쟁에 개입하거나 동맹을 구성하기보다는 중동 분쟁에 개입을 피한 채 여러 행위자 모두와 우호적 경제 관계를 맺는 데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반기는 중동 국가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이어 시리아와도 관계 정상화하며 광폭 외교

사우디는 시리아와도 관계 회복에 나서며 광폭 외교를 이어갔다. 4월 18일 파이살 외무부 장관은 2011년 이후 사우디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내전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는 지난 내전이 발발한 뒤 2012년 시리아와 단교했다. 파이살 장관은 이번 방문이 시리아의 아랍 정체성을 지키고 아랍 정치 무대로 시리아가 돌아오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4월 12일에는 파이살 메크다드(Faisal Mekdad) 시리아 외무부 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와 시리아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오는 2023년 5월 사우디에서 열릴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시리아의 아랍 연맹 회원국 자격을 회복하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카타르, 쿠웨이트, 모로코 등 여전히 시라아와의 관계 회복에 반대하는 국가도 있지만, 사우디가 중동 내 행위자로서 입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예멘에서도 화해 분위기가 감지된다. 4월 9일 사우디 대표단이 예멘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을 시작했으며, 무함마드 알자베르(Muhammad al-Jaber) 예멘 주재 사우디 대사 또한 내전 종식과 갈등 해결을 위해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예멘 수도 사나로 갔다. 사우디가 후티 반군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2015년 사우디가 내전에 개입한 이후 처음이다. 4월 14일 파이살 사우디 외무부 장관은 인도적 위기 대응, 포로 교환, 휴전협정 및 완전한 갈등 종식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언급했으며, 4월 16일에는 후티 반군 정부의 최고 행정 기관인 최고정치위원회의 마흐디 알마샤트(Mahdi Al-Mashat) 의장이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명절이 지난 뒤 4월 말에 다시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후티 반군이 임명한 무함마드 알아티피(Muhammad al-Atifi) 예멘 국방부 장관은 대화에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상황이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적대 행위를 재개할 경우 후티 반군 역시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압델 파타 알시시(Abdel Fattah Al-Sisi) 이집트 대통령, “지역 긴장을 종식시키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정 방향을 환영한다” 발언

중동 국가들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환영했다. 이집트 엘시시 대통령은 관계 정상화가 이란의 지역 및 국제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기대하며 다른 국가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여 중동 국가들의 정당한 우려를 고려하는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개선이 지역 긴장 완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와 카타르, 오만, 바레인, 알제리, 요르단, 팔레스타인도 관계 정상화가 지역 평화를 위한 새로운 단계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와르 가르가쉬(Anwar Gargash) UAE 대통령 외교담당보좌관은 특히 중국의 역할에 감사를 표했으며, 이라크는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반(反)이란 주장하는 이스라엘, 미국과 관계 강화


이스라엘 총리, 이란과의 관계 재개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경고하며 미국 개입 촉구

이번 변화를 반기지 않은 국가는 바로 사우디와 국교를 맺어 반이란 진영을 강화하고자 했던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야권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가 외교 정책 실패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4월 19일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95%는 이란 때문이라며 이란과 협력하는 것은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여전히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자 하며 아랍 국가와의 갈등을 끝낼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 문제에 미국이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많은 중동 국가가 중동에서 미국의 위치를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한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중동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중국과 가까운 관계고 많은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떼어놓을 수 없는 동맹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중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해결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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