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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 전자상거래 패션산업의 발전과 대러 제재의 영향

러시아 Zoia Podoba Institute of Industrial Management of Economics and Trade (IPMEiT), Russian Federation Professor 2023/05/1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현대 패션산업은 의류, 액세서리, 신발의 디자인과 생산, 판매까지 아우르는 독립된 산업으로, 제반 과정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고도의 역동성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지닌다(Macchion et al., 2015). 한편 전자상거래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여러 기업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판매수단으로 부상했고, 패션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7,750억 달러(한화 약 1,040조 원) 상당의 시장 가치를 달성한 전자상거래 패션산업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 부문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Rosen M., Orendorff A. 2023). 이처럼 놀라운 성장세는 높은 시장 침투율(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층의 비율) 및 패션 소매업계 내 전자상거래 점유율 상승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패션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일명 디지털 패션에 관한 연구도 그 수가 늘어나면서 학계 및 산업현장 모두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Noris et al., 2021). 패션산업의 ICT 활용도가 증대되면서 현재 유관 분야 기업들은 국경을 초월해 세계 각지의 고객 및 공급처와 접촉하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으며(A et al., 2016), 온라인 소매업(e-tailing)도 패션 부문 소매업자들에게 새로운 경쟁력을 부여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았다(Vannucci & Pantano, 2022).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전자상거래가 패션 소매기업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입지를 더욱 넓히기도 했다.

러시아 패션 소매시장의 변천사 및 제재 이후 동향
구소련 붕괴 이후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겪은 러시아의 패션 소매시장은 어려운 상황에서의 생존을 도모하면서 당면한 과제를 직시하고 상황에 적응하여 궁극적으로는 원상 회복을 달성한 경험이 많다. 1990년대에 혼란과 격동의 시기에 돌입한 러시아 패션 소매시장은 199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로 상황이 더 악화되었지만, 이후 2014년까지는 시장규모의 폭넓은 성장을 지속했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의 산업 성장기에 나타난 특징으로는 세계 패션시장과의 연계성 확대, 비공식적 루트로 이루어지던 패션시장 활동의 양성화, 현대적 소매용 판매점과 쇼핑센터에 대한 투자 증대, 고객층의 선호 변화 등이 있다. 

이후 2014~2020년에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러시아 패션 소매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는데, 이 시기 러시아에서는 국민의 생활수준 저하, 정부의 사회 통제 강화, 수입 대체산업 육성, 디지털화와 같은 새로운 경향이 등장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의류 부문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서 전자상거래 매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2022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적인 제재 압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심화되면서 러시아 산업계는 재차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까지는 많은 기업이 러시아 패션산업 시장에 진출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상품의 다양성 개선 ▲전자상거래 인프라 발전 ▲여러 해외 브랜드의 시장 진입 ▲소비자 눈높이 상승에 따른 고품질 상품 수요 증대와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당시 시장의 특징은 러시아 국내 브랜드가 점차 성장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점유율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으로, 러시아 고객층이 85%라는 높은 인지도를 지닌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다국적 패션 소매기업이 러시아에서 활동범위를 급속히 늘려 나갔다.

하지만 국제 정세가 급변한 2022년에는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자발적으로 국제 대러 제재에서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영업 축소 계획을 발표했고(The Yale School of Management, 2022), 이에 따라 러시아의 소비자 시장에서는 수입품과 산업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물가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를 기점으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패션 소매기업은 100개를 넘어서는데, 러시아 내 영업 축소를 발표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스웨덴계 에이치앤엠(H&M)1), 스페인계 인디텍스(Inditex)2), 영국계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가 있고, 럭셔리 시장에서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3), 케링(Kering)4), 샤넬(Chanel) 등 프랑스계 기업이 대거 철수를 결정했다.

해외 기업들의 폐점 및 철수 결정 직후 러시아에서는 늦기 전에 물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브랜드 상점 앞에 줄을 선 풍경이 연출되었고, 서방 브랜드의 철수 이후 러시아 쇼핑몰의 방문객 수는 최대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쇼핑몰 운영사들이 중국, 튀르키예, 인도, 이란 브랜드와의 협업을 고려하는 등 서방 브랜드의 대체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 아래 러시아 국내 브랜드가 약진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일례로 러시아계 멜론패션그룹(Melon Fashion Group)5) 은 인디텍스의 빈자리를 메꿀 기회를 노리고 있고, 다른 러시아 브랜드6)도  이전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중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 정부는 서방 제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타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상표권자 허가 없이 들여오는 일명 병행수입(parallel imports)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 발생 이후 서방이 개시한 징벌적 제재라는 맥락 아래에서도 자국 소비자층이 유럽이 아닌 제3국을 거쳐 수입된 여러 해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타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상표권자 허가 없이 들여오는 일명 병행수입(parallel imports)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 발생 이후 서방이 개시한 징벌적 제재라는 맥락 아래에서도 자국 소비자층이 유럽이 아닌 제3국을 거쳐 수입된 여러 해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한편 시장 및 기업활동 환경이 바뀌자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의류 생산에 들어가는 섬유 등 원자재 공급처를 튀르키예 및 중국으로 옮기면서 러시아 패션산업의 물류망도 변화를 맞고 있다. 참고로 러시아의 의류 생산량은 지난 수십년에 걸쳐 퇴보를 거듭하면서 그 결과 무역적자 확대 및 의류 분야 수입 의존도 심화 문제가 발생했고, 러시아의 의류 수입대금은 2015년 이래 해마다 늘어났다(단, 2020년은 예외). 현재 러시아가 의류를 수입하는 주요 교역국은 중국이며, 유럽 방면에서는 이탈리아의 비중이 가장 크다(STATISTA, 2022).

2022년을 기준으로 러시아 소비자들이 의류 구입에 지출한 금액은 전년 대비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의류 판매 수량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소비자들의 염가 제품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2021년에는 의류 시장의 저가 상품 비중이 65%였지만 2022년에는 이 비중이 72%로 증가했으며, 반대로 중간 가격대 및 고가 상품의 패션 소매시장 점유율은 각각 5%p와 2%p씩 감소했다 (Shalina E., 2022).

하지만 러시아 내 구매력 감소로 오프라인 매장이 고객을 잃은 반면 전자상거래 패션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계속하면서 준수한 고객 유치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자국 시장에서 철수한 브랜드 상품의 할인판매 확대는 온라인 매장의 추가 고객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러시아 내 전자상거래의 성장 및 최근 동향
러시아 전자상거래 기업협회(AKIT, Association of Internet Commerce Companies) 측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 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2022년에 전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한 4조 9,800억 루블(RUB, 한화 약 81조 5,000억 원)을 달성했다(<그림 1> 참조). 다만 2022년 소매 판매액 전체 중에서 전자상거래의 비중은 11.6%(2021년에는 9.6%)에 그쳐 약 30%의 비중을 보인 영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AKIT, 2022). 현재 러시아 내 소매 판매액 중 전자상거래의 비중은 비식품 부문에서 19.9%, 식자재 부문에서 3.1%인 것으로 나타난다(Levinskaya A., 2023). 

<그림 1> 러시아의 전자상거래 규모 추이
단위: 10억 루블


자료: AKIT (https://www.akit.ru/analytics/analyt-data)



컨설팅사인 패션컨설팅그룹(Fashion Consulting Group)이 내놓은 추정치에 따르면 러시아 패션시장의 온라인 비중은 약 27%이며, 이는  즉 의류나 신발 구매 건수의 4분의 1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온라인 패션시장 판매 품목의 구매 빈도 순위는 (1) 성인용 의류 및 신발, (2) 가방, 벨트, 액세서리, (3) 어린이용 의류 및 신발의 순서로 집계된다(Fashion Consulting Group, 2023).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13세 이상  러시아 응답자 중 73%가 한달에 한 번 이상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를 방문한다고 답변했고, 관련 사이트를 날마다 이용한다는 답변도 37%에 달했다. 또한 실제 온라인 구매건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25~34세 그룹인 것으로 조사되었다(Suhanova I., 2022). 비록 러시아 소비자의 과반수는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지만,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발전은 패션시장의 판매 구조도 빠르게 변혁시키고 있다. 다만 온라인 구매 비중은 러시아 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며, 전자상거래의 발전도 컴퓨터 및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거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에서 수위권에 위치한 지역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러시아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76%, 인구 규모 50만 명 이상 도시에서는 66%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기타 소규모 마을 및 정착지에서는 48%라는 저조한 수치에 머무른다(Suhanova I., 2022). 

전자상거래 액수 비중을 기준으로 지역별 통계를 내보면 모스크바가 19.4%로 1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가 7%로 2위이며, 그 뒤를 크라스노다르 변경주(Krasnodar Krai, 4.7%), 로스토프주(Rostov Oblast, 2.6%), 니즈니노브고로드주(Nizhny Novgorod Oblast, 2.1%)가 보로네시주(Voronezh Oblast, 2%), 사마라주(Samara Oblast), 크라스노야르스크 변경주(Krasnoyarsk Krai, 1.8%)가 잇는다. 한편 러시아의 온라인 구매 인기 품목에는 전자기기 및 가전제품(총 판매액 중 22%), 가구 및 가내용품(18.3%), 의류 및 신발(14.5%), 식자재(13.2%), 건강·미용상품(7.7%)이 있다(Ministry of Digital Development, Communications and Mass Media of the Russian Federation, 2023).

러시아에서는 온라인 거래의 절대 다수(96.4%)가 러시아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러시아인들의 해외 온라인 매장 구매액수는 지난 1년간 크게 감소했는데, 2022년 초에는 해외 구매액 비중이 시장 전체의 13% 수준이었다가 2022년 말에는 기존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6%로 급감했다(Levinskaya A., 2023). 이처럼 국제 거래액이 급속히 줄어든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먼저 대러 제재가 시행된 이후 점유율이 가장 높은 카드결제사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국내에서 해외 사이트로 대금을 결제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이와 동시에 에이소스(ASOS), 매치스패션(MatchesFashion), 파펫치(Farfetch), 육스(Yoox), 아이허브(iHerb)와 같은 주요 온라인 의류 쇼핑몰도 러시아로의 배송을 중단했다. 이처럼 기존에 존재하던 거래 경로가 제재 시행과 함께 대부분 막히면서 2022년에 러시아에서 이루어진 국제 전자상거래 중 대다수는 ‘알리익스프레스 러시아(AliExpress Russia)7)’에 집중되었다.

러시아에서 전재상거래 패션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체는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며, 이들 중에서 2022년을 기준으로 규모가 가장 큰 쇼핑몰은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 오존(Ozon), 아비토(Avito),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얀덱스마켓(Yandex.Market)으로 나타난다. 이외에 라모다(Lamoda)는 러시아에서 의류, 신발, 액세서리, 미용상품을 취급하며 신속 배달 서비스도 제공하는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성향 증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패션산업의 주요 기업에서는 아직 전자상거래 분야로의 대규모 이동이나 공격적 시장 진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 개발을 투자 1순위로 삼고 있으며(Klyjenko L., 2023), 많은 수의 소매 매장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결론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의 여파는 2023년 및 그 이후로도 세계 의류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고도로 불확실한 현재의 상황에서 러시아 패션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섣부른 미래 예측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패션산업이 실제로 입은 피해는 그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러시아 내 유관 기업들도 고도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 경제 전반이나 소비자 시장의 붕괴라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는 단순히 소비자의 선택권 제약 및 비용 부담이 심화되는 정도의 효과만을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 각주
1) 산하 브랜드: H&M, COS, Arket, & Other Stories, Monki, Weekday
2) 산하 브랜드: Zara, Bershka, Pull & Bear, Stradivarius, Oysho, Massimo Dutti
3) 산하 브랜드: Louis Vuitton, Christian Dior
4) 산하 브랜드: Gucci, Balenciaga
5) 산하 브랜드: Zarina, Befree, Love Republic, Sela
6) 예: Gloria Jeans, Lime, ТОРТОР, Ostin, Zolla 등
7) 중국의 알리바바그룹(Alibaba Group), 러시아의 인터넷기업 VK 및 지주회사 USM,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의 합작으로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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