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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페루, 이번에는 뎅기 바이러스…팬데믹 악몽 재현 우려
페루 EMERICs - - 2023/06/23
☐ 역대 최악의 뎅기 바이러스 사태 발생
◦ 감염자 급증
- 페루의 뎅기(dengue)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페루 보건부(Ministerio de Salud)가 발표한 뎅기 바이러스 현황에 따르면 2023년 6월 중순 기준 페루의 뎅기 바이러스 누적 감염자는 14만 6,000명에 이르렀다. 또한 뎅기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도 최소 248명 이상이라고 페루 보건부는 밝혔다.
- 문제는 페루의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 추세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누적 감염자가 15만 명에 육박하기 불과 1개월 전인 지난 2023년 5월 중순경 보건부가 발표한 누적 감염자는 약 9만 명이었으며 사망자는 103명이었다. 그리고 6월 초순경 누적 감염자는 13만 명 정도로 불과 2주 만에 감염자가 40% 이상 증가하면서 사망자도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채 일주일도 더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감염자가 2만 명 가까이 추가되었다.
◦ 예년과 비교하면 상황 더 심각
- 페루 뎅기 바이러스의 심각성은 예년 기록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뎅기 바이러스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으로, 페루에서 뎅기 바이러스가 유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를 제외하고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7년이었는데, 당시 누적 감염자는 약 7만 명 정도였다.
- 따라서 뎅기 바이러스 누적 감염자가 9만 명에 이르렀던 지난 5월에 이미 과거 연간 누적 감염자 최고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 그리고 누적 감염자가 15만 명에 가까운 지금, 이전 기록의 두 배가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더욱이, 페루의 뎅기 바이러스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앞으로도 누적 감염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임시 진료소 설치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까지
◦ 기존 의료 시설 포화 상태
-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가 폭증하자, 페루 의료계도 비상이 걸렸다. 기존 병원에 설치된 병상으로는 늘어나는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를 전부 수용할 수 없게 된 지역에서는 지방 정부가 나서 임시 진료소를 설치했다. 그러나 의료시설 부족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 페루 전역에서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보고된 지역은 북서부의 피우라(Piura) 지역이다. 피우라 지방 정부 역시 임시 진료소까지 설치하여 뎅기 바이러스 사태에 대응하고 있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급기야 피우라 지방 정부는 지금의 뎅기 바이러스 사태가 마치 수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을 연상시킬 정도의 재앙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국가 비상사태 선포
- 가용 의료진을 최대한 쏟아붓고 임시 진료소를 설치하는 등 갖은 노력에도 뎅기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자 페루 정부는 급기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페루 정부는 뎅기 바이러스 사망자가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던 지난 6월 초 이번 뎅기 바이러스 사태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야 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인정했다.
- 비상사태를 선포한 페루 정부는 뎅기 바이러스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각 지역 정부와 중앙 부처 사이의 연락 채널을 개설하는 한편, 뎅기 바이러스 백신을 구하기 위해 타국 정부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자국민을 대상으로 뎅기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 보건부 장관 사임...근본적인 해결은 요원
◦ 보건부 장관 자진 사퇴
- 한편, 로사 구티에레즈(Rosa Gutierrez) 보건부 장관은 뎅기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구티에레즈 장관은 누적 감염자가 15만 명에 육박했다는 발표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뎅기 바이러스 전파를 막지 못한 데에 책임을 통감하며, 이에 보건부 장관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 구티에레즈 장관이 자진 사퇴하기 전 페루 국회는 이미 구티에레즈 장관의 해임 요구안을 준비 중이었다. 구티에레즈 장관은 지난 2023년 4월 뎅기 바이러스가 대유행의 조짐을 보이자, 15일 이내 뎅기 바이러스 전파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구티에레즈 장관의 자신감은 실패로 드러났고, 보건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번 뎅기 바이러스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에 국회는 구티에레즈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해임 요구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 기후 변화가 야기한 문제...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도
- 뎅기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시기는 엘니뇨(El Niño)와 사이클론 야쿠(Yaku)로 인해 페루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고 난 직후부터였다. 잦은 비와 무더위는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고, 그 결과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수가 예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 문제는, 모기 증가의 근본 원인이 기후 온난화라는 점이고, 이는 페루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앞으로 뎅기 바이러스 사태가 계속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겨우 벗어난 페루는 이제는 뎅기 바이러스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사회·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는 페루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Forbes, Peru Suffering Worst Dengue Outbreak In Its History, Over 146K Cases, 2023.06.19.
RPP, Medical College assures that there is a dengue epidemic that has "overflowed" throughout Peru, 2023.05.17.
Infobae, Dengue in Peru: Minister of Health assures that in two weeks the contagions will descend, 2023.05.21.
La Prensa Latina, Peru battles worst dengue outbreak in decades, 2023.05.17.
USA Today, At least 200 dead, more than 130,000 infected: Peru battles major dengue outbreak, 2023.06.12.
BBC, Dengue fever crisis forces Peru minister to resign, 2023.06.17.
i24 News, Peru trains soldiers to fight against mosquito-borne dengue epidemic, 2023.06.17.
Yahoo! Finance, AHF: Dengue in Peru Proves Outbreaks Remain a Global Threat, 2023.06.17.
National Public Radio, Peru is reeling from record case counts of dengue fever. What's driving the outbreak?,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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