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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디지털화의 진전과 그 영향: 인도네시아의 사례

인도네시아 김형준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2023/08/07

2000년대에 접어들어 인도네시아 경제는 매년 5% 내외의 성장을 기록했다. 그 결과 1,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1,000달러, 2008년 2,000달러를 넘어섰고, 2019년 4,000달러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고도성장이라 부를 만한 상황이 지속됨으로써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절대 빈곤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 세대의 출현이 가능해졌다. 

꾸준한 소득 증가의 결과이면서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흐름이기도 한 것은 ‘디지털화’이다. 2010년 전체 인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던 인터넷 이용자는 2022년 전체 인구의 78%인 2억 1,000만여 명으로 급증했다(APJII 2023: 8). 인터넷 이용자 증가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의해 추동되었는데, 경제 성장과 더불어 스마트 기기와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인터넷과 연결된 일상을 살아가는 다수의 집단이 출현할 수 있었다. 

급격한 디지털화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관심을 받은 부문은 디지털 경제로, 디지털 기반 기업의 출현과 확장, 슈퍼 앱과 유니콘 기업의 급성장은 경이로운 현상으로 주목을 받았다(고영경 2021). 이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는 이용자로서, 인도네시아인의 일상에서 디지털화가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디지털 이용 격차, 디지털 활용 양상, 그리고 디지털화의 영향을 중심으로 급격한 디지털화가 가져온 변화를 간략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인터넷 이용 격차: 연령, 성, 교육, 지역
2020년대에 접어들며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70% 이상에 도달했으나 디지털 침투 정도에서는 큰 격차가 존재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연령별 이용률로서, 2022년 13~34세 인구의 97%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55세 이상에서 그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APJII 2023: 9). 연령별 자료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사실은 청소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경험한 13~18세 인구와 청년기에 접어들어 인터넷을 접한 19~34세 간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19~34세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97%로 98%의 인터넷 이용률을 보인 13~18세보다 1% 정도 낮을 뿐이었다(APJII 2023: 9). 이는 소위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Z세대만큼이나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음을 시사한다.

인터넷 이용률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2022년 남성의 인터넷 이용 비율은 79%, 여성은 77%였다(APJII 2023: 9). 그러나 해당 성별 자료를 연령별 자료와 연계하여 분석하면 다른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월드밸류서베이(World Values Survey)의 2018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인구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에 있어 성별 간 이용률 차이는 10%대인 반면 1980~1994년생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성별 차이는 14%, 1995~2000년생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성별 차이는 3%로 두 대조군 간 11% 정도의 격차가 발생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는데, 1965~1979년생의 소셜미디어 사용의 성별 차이는 10%, 1980~1994년생의 성별 차이는 7%인 반면, 1995-2000년생 사이의 차이는 2%에 불과했다. 이는 정보 습득에 있어 존재했던 성별 격차가 디지털화 진행 과정에서 완화되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교육과 계층 차이 역시 인터넷 사용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2022년 기준 대학 졸업자의 인터넷 이용률은 97%에 달했으나 해당 비율은 고졸자 94%, 중졸자 85%, 초졸자 67%로 점차 낮아졌다(APJII 2023: 9). 소득 역시 동일한 양상을 나타내는데, 가장 소득이 높은 10분위의 인터넷 이용률은 71%, 가장 낮은 1분위의 인터넷 이용률은 14%였다(World Bank 2021: 81). 교육과 관련하여 주목할 측면은 지난 10여 년간 대학 진학 비율이 10%에서 30%로 급증했다는 점인데(BPS 2022a: 63), 대졸자 증가에 따라 인터넷 이용 격차 또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요소는 지역적 차이이다.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간극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도 자카르타의 경우 85%가 넘는 인터넷 이용률을 보인 반면, 발리 동부의 도서 지역, 말루쿠, 파푸아 지역의 인터넷 이용률은 50% 이하에 머물렀다(BPS 2021: 192). 2010년대 초와 비교하면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인프라 구축이 용이한 지역을 중심으로 편중된 인터넷망 확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인터넷 이용률이 급속히 상승함으로써 인도네시아는 본격적으로 디지털화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형가된다. 인터넷 침투는 불균등하게 진행되어서, 연령, 성, 교육, 계층, 지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높은 인터넷 이용률은 이전에 존재했던 연령별, 성별 정보 격차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디지털화가 미친 긍정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 활용 양상: 이용 시간, SNS, E-Commerce 
인도네시아인의 인터넷 활용 양상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이용 시간이다. 조사 자료마다 다소간의 편차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매일 8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데이터리포털(Datareportal)의 자료에 따르면(2023a: 32) 2023년 인도네시아인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평균 7시간 42분으로서 한국의 5시간 21분, 일본의 3시간 45분보다 확연히 길다. 이는 인터넷 보급률과 이용 시간이 뚜렷한 비례관계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동남아에서는 전반적으로 인터넷 이용 시간이 길게 나타나는데 인도네시아는 필리핀(11시간), 말레이시아(9시간 18분)에 이어 8시간 52분으로 3위를 기록했다1).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헤비 유저(Heavy user)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2021년 기준 20~25세 인구의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10시간에 달할 정도로 다른 연령층을 능가했다(World Bank 2021: 83).

인터넷상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 분야는 SNS였다. SNS를 통해 소통하거나 타인의 SNS 계정을 살펴보는데 투입되는 시간은 전체 이용 시간의 57%로 가장 높았고, 인터넷 콘텐츠를 살펴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여흥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21%를 차지했다(World Bank 2021: 83). SNS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상위의 SNS 사용국에 속한다. 인도네시아는 페이스북 사용자 세계 3위(2021년, 1억 7,000만 명), 인스타그램 사용자 4위(2022년, 1억 명), 왓츠앱 사용자 3위(2021년, 8,000만 명)에 올랐다(World Population Review). 2023년 기준 유튜브 사용자 수는 1억 3,000만 명으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Datareportal 2023b). 여기에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라는 국가적 특성도 작용했지만, SNS에 대한 높은 관심 역시 반영되어 있다.

SNS 이용에서는 인터넷 사용 일반에서 나타난 연령별 격차가 축소되어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를 연령별로 나눈 자료를 살펴보면(NapoleonCat 2022), 인도네시아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중 13~24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하며, 25~44세 인구 비중은 43%에 달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13~24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2%인 반면, 25~44세 인구의 비중은 47%에 이르렀다. 인터넷 이용 관련 연령별 차이를 고려하면, 동 자료는 25~44세 연령층의 인터넷 이용에서 페이스북이 훨씬 더 선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들에게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라는 기능이 중시된다면, 13-24세 연령층에게는 음악, 영화나 비디오,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쇼핑이 인터넷 이용의 주요 목적이라는 점에서 각 연령대별로 선호되는 SNS의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자료(UMN 2021: 20)를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이들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으로 음악 듣기, 감상과 영화 보기를 선택했다. SNS와 채팅이 그 뒤를 이었고, 온라인 쇼핑과 상품 정보 조회는 5위와 7위에 랭크되었다. 이러한 자료는 젊은 세대의 인터넷 활동이 훨씬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 활동으로 각광을 받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자국 기업과 여타 동남아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 가장 인도네시아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한 온라인 쇼핑 사이트는 싱가포르 국적의 쇼피(Shopee)였고, 역시 싱가포르 국적인 라자다(Lazada)와 인도네시아 기업인 토코피디아(Tokopedia)가 그 뒤를 이었다(APJII 2023: 52). 온라인 쇼핑 전문 사이트에 더해 최근에는 SNS를 통한 쇼핑 역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인도네시아의 컨설팅 기업 마크플러스(Marklpus)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Markplus 2020: 27) 조사대상자의 23%가 SNS 쇼핑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주요 물품은 패션과 화장품이었고, 그 뒤를 가정용품과 식음료가 차지했다(Statista 2022: 29). 온라인 쇼핑의 부상은 온라인 지불 방식을 활성화했다. 온라인을 통한 물품 거래의 39%가 전자지갑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전통적인 지불 방식인 계좌이체(27%) 및 현금 지불(11%)을 뛰어넘었다(Statista 2022: 29). 

온라인 시장에서도 연령별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월드밸류서베이(World Values Survey)의 자료에 의하면 25세 이하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비율은 67%, 41~55세 는 34%, 55세 이상에서는 21%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품 소비 부문에서 온라인 쇼핑의 불균등한 이용 양상이 잘 드러났는데, 온라인을 통한 화장품 구매 비율은 13~22세는 60%를 초과했으나 39~65세는 30%로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화장품 구매 시 SNS를 이용하는 비율 역시 13~22세는 80%에 달했으나 39~65세는 30%에도 미치지 않았다(Mark Plus 2020: 16-27). 
 
디지털 활용의 영향: 뉴스와 온라인 판매
장시간의 인터넷 사용은 인도네시아인의 삶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에 대한 학문적 검토는 현재까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뉴스 활용 그리고 온라인 판매 활동 등 두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디지털화가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인은 인터넷 사용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왓츠앱 등 SNS에 사용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방문 통계를 살펴보면(hypeauditor.com), 인도네시아인이 즐겨 찾는 사이트의 상위권에는 음악, 영화 및 드라마, 게임, 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이트들이 포진해 있다. 이와 더불어 인도네시아인이 즐겨 찾는 사이트는 뉴스채널로, 인도네시아인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 30위권에는 Kompastv, tvOneNews, Tribunnews, CNN Indonesia 등 뉴스 전문 채널이 포함되어 있다(Socialblade). 디지털화가 TV 또는 종이 신문에 대한 수요를 줄였지만, 인터넷을 통한 뉴스 접근성을 개선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이 손쉽게 뉴스에 접할 환경이 구축되었다. 

디지털화의 또 다른 영향 중 하나는 젊은 세대의 뉴스 소비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월드밸류서베이(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1995~2000년생 중 60% 이상이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한 반면, 1979년 이전 출생자에게서 그 비율은 20% 이하로 그 격차가 매우 크다. 젊은 세대의 뉴스 소비 증가는 일상에도 영향을 미쳐 친구나 동료들과 뉴스를 소재로 대화하는 비중이 이들에게서 더욱 높게 나타났는데, 1995~2000년생의 비율은 54%, 1980~1994년생은 50%인 반면, 1964년 이전 출생자 사이에서는 32%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이는 디지털화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은 젊은 세대가 국가적, 국제적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닌 세계시민주의적 성향을 내재화했음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한다. 디지털화는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정보의 유통을 가속화했을 뿐 아니라 개인을 뛰어넘는 지역적, 국가적 문제에 관한 관심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Commerce는 소비 활동의 일환으로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쌍방향적 성격으로 인해 경제 활동 영역의 확대에도 일정한 기여를 했다. 노동 과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3,400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World Bank 2021: 139-140), 이들 중 35%가 온라인을 통해 재화와 용역을 판매했고, 9% 정도가 부업으로 온라인 판매에 종사했다. 

연령별 참여율을 보면 15~24세 연령층이 25세 이상보다 3% 정도 높은 참여 비율을 보였고, 부업의 경우 그 격차는 10%로 상승했다. 온라인 판매자 중 남성의 비율은 34%, 여성은 3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부업으로 판매를 하는 경우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15% 정도 높았다. 여성 판매자 중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생활을 중단하고 전업주부가 된 경력 단절 여성 집단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들 중 58%가 온라인 판매에 참여하고 있었다. 

지역적으로 보면, 자바 지역, 특히 수도권과 수도권에 인접한 서부 자바와 반텐(Banten) 주에서 온라인 판매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발리 동부의 섬 지역과 말루쿠, 파푸아에서는 그 비율이 매우 낮았다. 통계청 자료 역시 유사한 경향을 보여주어서, 2020년 온라인 판매자의 76%가 자바에 집중되었고 말루쿠와 파푸아 판매자의 비중은 2%에 불과했다(BPS 2022b: 49). 

이러한 자료는 판매자로서의 E-Commerce 참여 경향이 디지털화 흐름과 일정 정도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보다, 자바 거주자가 비(非)자바 거주자보다 인터넷을 더욱 활발히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E-Commerce 활동 역시 젊은 세대와 수도 중심적 성격을 나타냈다. 동시에 이 자료는 E-Commerce의 잠재력에 대해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 여성, 특히 경력 단절 여성이 온라인 판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통해 디지털화가 이들의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지역적 격차와 관련되어서도 유사한 설명이 가능한데, 비(非)자바권 지역의 디지털 인프라의 경우 현재 자바에 비해 다소 열악한 상황이나 지역 균형발전 및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프라 구축사업을 통해 향후 인프라 구축의 중심이 이들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는 지역 격차라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문제가 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력 단절 여성의 적극적인 E-Commerce 활용, 비(非) 자바 지역의 낮은 E-Commerce 참여는 디지털화가 소외된 인도네시아 인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확대해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다.


* 각주
1) https://www.aseanexpress.co.kr/mobile/article.html?no=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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