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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겨울 폭염ㆍ삼림 파괴 등 환경 위기로 시름하는 중남미… 대책 마련에 고심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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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폭염… 극단적 이상 기후로 펄펄 끓는 남미


칠레, 역대 8월 최고 기온 기록

칠레의 일일 기온 추이가 심상치 않다. 칠레는 2023년 7월부터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38℃를 넘어섰다. 남반구 국가이기에 북반구와는 반대로 6~8월이 겨울인 칠레는 40 ℃에 가까운 겨울철 기온을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겨울 기온이 여름보다 높은 기온 역전 현상이 나타났는데, 칠레 북부 코킴보(Coquimbo)의 경우 여름이었던 지난 2023년 2월 평균 기온이 22℃ 정도였으나, 겨울인 7~8월에는 30℃가 넘는 기온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상학자이자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추적하고 있는 말시밀리아노 헤레라(Maximiliano Herrera) 박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칠레의 겨울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훨씬 높다”고 평가한 후, “가혹한 수준의 겨울철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사 로하스(Maisa Rojas) 칠레 환경부(Ministerio del Medio Ambiente) 장관 역시 이번 겨울 칠레 기온에 대해 우려했다. 로하스 장관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전 세계가 차례로 이상 고온 현상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제는 칠레가 그 차례를 맞이했다”고 말해 칠레의 현 기상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했다. 기후 전문가인 산티아고 대학(University of Santiago)의 라울 코데로(Raúl Cordero) 교수는 “칠레의 겨울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일 수 있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아르헨티나, 기온 관측 후 가장 더운 겨울

칠레와 마찬가지로 남반구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역시 ‘무더운 겨울’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기상청(Servicio Meteorológico Nacional)에 따르면, 8월 초  아르헨티나 일부 지역에서 38℃ 이상의 일일 기온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의 경우, 과거 8월 평균 기온이 18℃도 정도였으나, 올해 8월 1일에는 기온이 30℃를 넘어섰다. 아르헨티나 기상청은 8월 1일 기온은 지난 190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온 관측을 시작한 후 117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CNN과 인터뷰한 헤레라 박사는 예년과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남미 지역의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40℃가 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고온 현상은 칠레와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파라과이, 볼리비아, 그리고 브라질 남서부 지역 등 중남미 대륙 곳곳에서 관찰될 것으로 예상했다.


열대우림 파괴에 맞서 남미 8개국 단결


8월 브라질에서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 개최

이상 고온 현상의 원인이 탄소를 흡수해야 할 열대림 파괴에도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라질 현지 시각으로 8월 8일, 브라질 북부 벨렘(Belem)시에서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Amazon Cooperation Treaty Organization) 정상회의가 열렸다. ACTO는 아마존 열대림 보호를 목적으로 결성된 국제기구로, 영토내 아마존 밀림이 있는 중남미 8개국이 회원국이다. 이번 회의는 무려 14년 만에 열린 것으로 개최국 브라질을 비롯해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수리남, 가이아나 등 회원국이 모두 모였다.


14년 만에 ACTO 회원국 회의가 재개된 이유는 그만큼 온난화로 인해 중남미 국가들이 입는 실질적인 피해와 위협이 커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개최국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단순한 개발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지켜야 할 보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ACTO 회의에서는 삼림 벌채 중단과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채굴 활동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 방안 등을 주요 주제로 논의했다.


벨렘 선언 채택…아직은 선언적 의미 정도

ACTO 회원국은 정상회담을 거친 끝에 벨렘 선언(Belem Declareation)이라는 이름의 공동 성명서를 채택하여 발표했다. 약 110여 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벨렘 선언은 1) 아마존 밀림 지대를 파괴하는 모든 환경 범죄 단속, 2) 아마존 밀림 지대에 거주하는 지역 원주민과 아마존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들의 인권 보장, 3) 정부 차원의 아마존 개발 축소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CTO 회원국 사이의 초국가적인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벨렘 선언은 많은 환경 단체 등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2030년까지 삼림 벌채 완전 종식’은 일부 국가의 반대로 벨렝 선언문에서 제외됐다. 비영리 환경 기구 브라질 기후관측소(Observatório do clima)의 마르시오 아스트리니(Marcio Astrini) 총장은 “이번 벨렘 선언에는 매우 평이한 약속만 있었다”고 평가한 후, “아마존 밀림을 보유한 8개국이 작성한 공동 성명서에 삼림 벌채를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번 벨렘 선언에는 또한 밀림 지대 불법 광업 활동을 언제까지 근절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으며, 국경 지대에 일어나는 환경 파괴를 함께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만 형성되었을 뿐 실행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브라질 기후관측소를 비롯한 환경단체는 ACTO 회원국 정상이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극심한 가뭄에 경제적 피해 가시화


몇 달 째 지속되는 가뭄으로 농업에 막대한 피해

아르헨티나 경제가 3개월 연속으로 위축되었고, 그 원인은 가뭄이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 y Censos República Argentina)이 매월 발표하는 월간 경제 활동 지표인 EMAE 지수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월간 경제 활동 성장률은 지난 2023년 4월  전년 동기 대비 -4.2%에 그쳤으며, 5월에는 -5.5%, 그리고 가장 최근 발표치인 6월에도 -4.4%를 기록했다.


문제는 농업 부문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대두(soybean) 수출국이자 세계 3위 옥수수 수출국이며, 글로벌 밀 산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농업 강국이다. 그러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작물 수확량이 크게 즐어들면서 농업 부문이 크게 부진했다.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입는 것은 농민 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무역으로 얻는 외화의 대부분을 농산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농업 부문의 부진은 곧 외화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외환 시장에서 아르헨티나페소의 가치 하락을 야기하고, 이어서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한 과도한 물가 상승이 나타난다.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국가 경제에서 농업의 비중이 큰 다른 중남미 국가도 가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농업 부문이 홀로 연간 GDP의 9.4%를 차지하고 있으며 페루 역시 같은 해 농업 부문의 GDP 기여도가 7.0%에 달할 정도로 두 국가 모두 농업이 중요한 나라인데, 올해 심각한 가뭄으로 에콰도르와 페루의 GDP 성장률이 각각 전년 대비 -1.6%와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와인용 포도 생산으로 널리 알려진 칠레는 가뭄으로 포도 수확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뭄은 이처럼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비용 부담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멕시코의 경우, 주류 제조 시설이 대체로 미국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가뭄으로 생활용수마저 부족해 지자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북부 지역에서 맥주 생산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한편, 관련 업체는 생산 설비를 물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남부 지역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이 뿐만 아니다. 칠레는 식수가 부족해지자 물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우루과이에서는 호세 무히카(José Mujica) 전 대통령이 정부가 상수도 공급 인프라 확충에 더 많은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와 같이 가뭄은 당장 눈에 띄는 산업 지표 둔화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사회ㆍ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전에 없었던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간접적 피해를 제외하고도, 엘니뇨 등 이상 기후 현상은 중남미 지역 전체에 최대 3,000억 달러(한화 약 398조 1,0000억)의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파나마운하, 극심한 가뭄에 통행 선박 제한… 선박 정체 심각

가뭄은 전 세계 물류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의 기능 저하로도 연결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운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담수(fresh water)를 사용하는데, 가뭄으로 강수량이 크게 줄어들자 하루 운하 통과 가능 선박 수는 물론, 선박이 적제할 수 있는 화물량도 모두 하향 조정했다. 그로 인해 파나마 운하는 2024년에 매출이 약 2억 달러(한화 약 2,654억 원)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문제는, 이처럼 통과 가능 선박 수가 줄어들면서 컨테이너선의 이용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1회 운항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이 줄자 전반적인 운송 요금도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매년 태평양을 지나는 컨테이너의 약 29% 정도가 파나마 운하 덕분에 운송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있는 점을 감안 시, 파나마 운하의 기능 저하에 따른 물류 비용 증가는 중남미 외 다른 지역 국가들의 인플레이션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비하는 중남미 각국들


칠레와 에콰도르, 엘니뇨 피해 복구 및 농가 지원책 발표

이처럼, 이상 기후가 실질적인 경제 피해로 이어지자 중남미 각국 정부도 그에 대응하여 경제적인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에콰도르 정부는 리스크 관리 부서를 통해 올해 엘니뇨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2억 6,600만 달러(한화 약 3,53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발표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해당 재원을 배수로 정비와 수자원 및 도로 인프라 보호,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피난 시설과 구호용 식료품 조달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기후 이상을 사전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도 해당 예산의 일부가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칠레 정부는 엘니뇨로 칠레 중부 농업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발파라이소(Valparaíso), 오히긴스(O'Higgins), 마울레(Maule), 누블레(Ñuble), 그리고 비오비오(Biobío) 등 다섯 개 지역에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서, 칠레 정부는 해당 지역 농가에 농가 지원 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칠레 정부는 칠레 각지에서 모인 450여 명의 전문가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훈련을 받았으며, 농작물이 유실된 농가와 농업 기업에 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며, 더불어 농촌 지역 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에도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루, 엘니뇨 대비에 11억 달러 투입

한편 페루는 그 어느 해보다 심각한 뎅기(Dengue) 바이러스 팬데믹에 직면했다. 모기로 인해 전염되는 뎅기 바이러스는 고온과 몸살,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데, 페루에서는 벌써 16만 명 이상이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가뭄으로 인해 수자원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상수도 인프라가 취약한 시골 지역에서는 비가 올때 물을 저장할 수 밖에 없는데 정교한 물 저장 시설이 없는 시골 특성상 모기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다시 뎅기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가뭄으로 작황이 불황해진 농가는 경제적 피해도 겹치는 등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다. 페루 정부는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 11억 달러(한화 약 1조 4,6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상 기후와 온난화는 더 이상 단순히 무더위로 불쾌지수를 올리는 기상학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당장의 경제 침체와 소득 감소, 물가 상승 등 다양한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나비 효과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에 중남미 국가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방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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