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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도의 신규 공급망 전략: 아시아 지역에 미치는 영향

인도 Rajiv Kumar Institute of Indian Studie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Research Professor 2023/09/0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코로나 19 팬데믹은 아시아 전역의 공급망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자유민주진영의 주요국인 미국, 한국, 호주는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공급망 안정성에 미치는 악영향을 절감했다. 이후 기존의 접근법을 재고하고, 자국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아시아의 신흥 경제 강국인 인도 또한 현재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경제안보 강화를 목표로 공급망 전략을 전면 재설계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인도의 새로운 공급망 전략을 주제로 삼아 그 추진 배경, 주요 구성요소를 파악한다. 또한 인도의 이러한 전략이 주변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인도의 새로운 공급망 전략은 자급형 공급망 조성과 신뢰성 있는 가치사슬 구축이라는 양대 목표를 중심으로 한다. 이는 인도의 공급망 발전 역량 개선과 회복력 보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인도가 이러한 공급망 전략 수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다양한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가 새로운 공급망 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국내외적 측면 모두에 영향을 주는 이들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상기한 인도의 전략이 역내 국가들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과도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본고는 인도의 전략적 방향 전환이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환경이라는 보다 넓은 차원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도 다루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인도의 새로운 전략이 주변 지역의 공급망 역학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에 관해 종합적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인도의 신규 공급망 정책 추진 배경
인도가 신규 공급망 전략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그리고 중국과 관련된 지정학적 고려라는 두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이들 요인을 자세히 조명하기에 앞서 인도의 경제전략이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인도는 냉전기 사회주의 이념에 토대를 둔 내부지향적 자급형 경제발전 모델을 도입했다. 이후 국내 금융위기 및 서방국가로부터의 구조조정 압력을 겪은 후 1991년 기존 모델을 파기하고 경제 자유화 노선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전까지의 국가주도형 개발전략에서 탈피해 민간부문 및 국제통상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취지의 경제 자유화 정책은 민간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성과를 냈지만, 다양한 부작용도 야기했다. 예를 들어 인도가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무역적자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했고, 여러 상품의 원산지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경제 의존 또한 심화되었다.

무역적자 확대 및 대외 경제 의존 심화는 인도가 이전부터 장기적으로 고민해 온 문제였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여러 부문의 공급망에 내재되었던 취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본격화되었다. 의약품 산업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인도는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감염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국내총생산(GDP)의 7% 이상을 담당하는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계 또한 중간재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외에 인도 공급망의 대중(對中) 의존에 따른 취약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중국산 태양열 장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유관산업 및 녹색 성장전략의 타격, 중국 소재 부품공장의 대규모 폐쇄에 따른 인도 전자제품업계의 피해 등 다양하다. 이러한 맥락으로 인도 정책결정자들은 대중(對中) 의존도가 낮은 신규 공급망 구축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략의 수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1).

아울러 지정학적 요소 또한 인도의 공급망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 관측되는 정치·안보 분야의 변화는 인도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도는 중-인 국경분쟁이 발생한 1962년 이래로 중국과 최소한의 관계만을 유지하는 냉전기를 거쳐 탈냉전 시대의 도래 이후로는 평화적 발전과 서방식 자유경제질서로의 편입을 강조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높이 평가해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다만 그 결과 중국이 인도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면서 인도 경제가 중국산 상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당초 이 점을 별다른 위협으로 여기지 않던 인도 정책결정자들도 중국이 점차 공세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특히 인도가 중국을 경제적 파트너가 아닌 위협요소로 인지하게 된 사건은 2020년 인도군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경 무력충돌이다2). 인도는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자급형 공급망 조성과 신뢰성 있는 가치사슬 구축에 초점을 둔 신규 공급망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다.

자급형 공급망 조성
자급전략은 인도가 최근 내세우는 경제전략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전향적 변화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를 수립한 집권여당 인도인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은 같은 해 자국을 제조업의 허브로 만든다는 취지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본래 이 구상이 초기 단계에서 추구한 목표는 자급형 경제 구축이 아니라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유치액을 늘리는 것이었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정세 변화를 목도한 모디 정부는 자급력 확보를 인도 개발정책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설정했다.

상기 전략 아래 인도는 동아시아 개발국가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생산연계 인센티브 제도(PLI, Production Linked Incentive Scheme)를 도입해 핵심 산업부문3)을 선정하고 민간부문에 보조금을 확대 지급하는 정책을 폈는데, 팬데믹이 초래한 공급망 교란으로 큰 타격을 입은 부문이 중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경제적 자급력 확보 정책 아래 인도 내 보호무역주의도 점차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여기서 모디 정부가 지향하는 자급형 경제모델이 과거 냉전기에 인도가 추진했던 자급력 확보 노력과는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인도의 냉전기 경제모델은 수입대체산업화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어 FDI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지만, 현재 인도의 자급력 확보 정책은 미국, 한국, 일본 등 유사입장국(LMC, Like-minded Countries) 등에서 유입되는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모디 총리 및 인도 정부 각료들이 해외 포럼에서 내놓은 발언에 의하면 인도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핵심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짐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로의 편입을 가속하고자 하며, 인도 정부의 정책문서에도 이러한 목표가 명기되어 있다4).

신뢰성 있는 가치사슬 구축
인도의 새로운 공급망 전략에 포함된 두번째 요소인 신뢰성 있는 가치사슬 구축은 비용 효율성과 같은 경제적 논리보다도 신뢰와 자유주의적 가치, 안보, 지속가능성과 같은 개념을 우선시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인도는 미국을 비롯한 유사입장국들과 견고한 공급망 연계 추구를 목표로 상기한 접근법을 양자·다자외교 모두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2023년 1월에는 미국과의 무역관계에서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무역협의체를 새로 창설하기도 했다5). 또한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지난 6월에 미-인 양국은 반도체와 같은 중요기술을 중심으로 양국관계를 더욱 심화하는 데 합의했고6), 일본도 인도와 6개 하위사업으로 구성된 인도태평양지역 공급망 강화 사업을 추진하며 인도와의 연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7). 또한 인도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 노력의 지평을 확대해 2023년 2월에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무역기술협의회(TT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를 신설하는 등 유럽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새로이 추진하고 있으며, TTC는 무역·기술 분야에서 지역간 전략적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8).

한편 인도는 다자외교 분야에서도 자국 공급망 강화를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021년 4월에 인도는 일본 및 호주와 공급망 강화 구상(SCRI, Supply Chain Resilience Initiative)을 출범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공급망 의존을 줄이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노력에 함께하기로 했다9). 또한 인도는 2022년에 미국이 주도한 장관급 공급망  포럼(SCMF, Supply Chain Ministerial Forum)에 참석해 필수 공급품의 생산기지를 뜻을 같이하는 민주국가로 이전한다는 미국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4개국 안보회담(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또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례로 2023년에 열린 Quad 정상회의에서는 Quad 투자자 네트워크(QUIN, Quad Investors Network)가 신설되었다. QUIN은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수직형 청정에너지 공급망에 관한 민-관 협력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민-관 쿼드 청정에너지 공급망 회의(Quad Clean Energy Supply Chain Conference)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외에 인도는 역내 공급망의 회복력 및 통합성 제고를 목표로 현재 14개국으로 구성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협상에도 참가 중이다. 이러한 다자외교 방면에서의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 내 주요 생산거점의 인도 이전, 국내 제조업 역량 신장, 자급형 경제 구축 등 다양한 혜택을 확보하고자 한다10).

결론: 인도의 전략이 아시아 각국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 미치는 영향
인도의 신규 공급망 전략은 아시아 각국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도 상당한 함의를 지닌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양대 진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데, 오늘날 인도는 미국 및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경제적 연대 강화 기조를 펴면서 미국 주도형 공급망에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 최대의 경제강국 중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가 이러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 및 자유진영 연대에 큰 힘을 보탬과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인도가 미국 주도형 공급망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인도와 우호적인 국가에 소재한 다국적기업도 인도에 진출하거나 현지 활동을 확대할 기회가 더욱 늘어나게 되었고, 이는 인도가 미래 생산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및 일본 국적의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를 지목하면서 투자를 이전하고 있으며, 인도의 신규 공급망 정책은 앞으로도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에 다양한 형태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 각주
1) https://www.livemint.com/news/world/global-supply-chains-are-becoming-more-and-more-unpredictable-goyal-11650094314576.html
2) Rajiv Kumar. (2023). “New Threat Perceptions, Domestic Political Changes and India's Shifting Strategy toward the U.S.–China Rivalry,”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vol.35, no.2, pp. 253-275
3) 사례: 의약품, 자동차 및 부품, 전자기기 및 IT 하드웨어, 통신, 태양광 장비, 금속·채광, 직물·의류, 백색가전, 드론, 첨단화학전지 등
4) https://www.pib.gov.in/PressReleasePage.aspx?PRID=1671912 
5) https://pib.gov.in/PressReleasePage.aspx?PRID=1890613 
6)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06/22/fact-sheet-republic-of-india-official-state-visit-to-the-united-states/ 
7) https://www.in.emb-japan.go.jp/itpr_en/11_000001_00618.html 
8)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3_596 
9) https://pib.gov.in/PressReleaseIframePage.aspx?PRID=1714362 
10) https://pib.gov.in/PressReleaseIframePage.aspx?PRID=1929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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