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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리비아 외교장관, 이스라엘과 비밀 회동 의혹으로 파문 촉발
리비아 / 이스라엘 EMERICs - - 2023/09/08
☐ 리비아 외교장관,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비밀 회동 의혹
◦ 리비아 외교장관이 이스라엘과 접촉했다는 의혹 제기
- 8월 26일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나즐라 알망구쉬(Najla al-Mangoush) 리비아 외교장관을 이탈리아에서 비밀리에 만났다고 밝혔다. 코헨 장관은 이스라엘과 리비아가 처음으로 외교적으로 접촉했으며,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 발전이 가진 잠재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 이스라엘 내에서는 코헨 장관의 발언이 이스라엘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야권 지도자는 코헨 장관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지적하며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또한, 9월 3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도 코헨 장관의 발언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총리실은 이러한 발언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을 열고 그 내용을 공개하기 전에 반드시 총리실과의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스라엘, 회담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주장
- 알망구쉬 장관은 이스라엘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며, 로마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서 코헨 장관을 우연히 만난 것에 불과하고 어떠한 대화나 논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알망구쉬 장관은 이스라엘이 단순한 만남을 회담으로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 그러나 BBC는 8월 28일 이번 회담이 사전에 조율된 것이었다는 익명의 이스라엘 관료의 발언을 전했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 외신들도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회담이 리비아가 이탈리아에 주선을 요청하여 이루어진 것이며, 양국 외교장관은 2시간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외교장관들은 수자원과 농업 분야에서의 협력, 리비아 내 유대인 유적 복원 등에 관해 논의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리비아가 부인할 것을 예상한 이스라엘이 리비아의 입장을 반박하려는 의도라고 BBC는 분석했다.
☐ 반발 직면한 리비아 총리, 이스라엘과의 수교는 없다고 재확인
◦ 리비아 총리, 대대적 반발 수용해 외교장관 해임청
- 회담에 관한 소식이 알려지자 리비아에서는 이스라엘과의 접촉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일부 시위대는 현 내각이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구호도 등장했다. 리비아 동부 의회는 외교장관의 행위가 ‘리비아 국민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명목상 리비아의 국가 수반 역할을 하는 대통령위원회 또한 정부에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 반발이 거세지자 압둘 하미드 드베이바(Abdul Hamid Dbeibah) 리비아 총리는 알망구쉬 장관을 즉각 해임했다. 알망구쉬 장관이 리비아를 떠나 튀르키예로 피신했다는 소식도 알려졌으나 리비아 치안국은 이를 부인하고 알망구쉬 장관이 여행금지 대상자 명단에 등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 리비아 정부, 이스라엘과의 수교는 없다는 입장 재확인
- 드베이바 총리는 리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을 뜻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8월 28일 드베이바 총리는 리비아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관을 방문해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에 대해 반대하고 리비아는 팔레스타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드베이바 총리는 또한 리비아 국민의 반발이 여전히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리비아 국민의 지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국민의 의사를 따르게 되어 자랑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 리비아 대통령위원회도 알망구쉬 장관이 이스라엘과 접촉한 것은 리비아의 공식적 외교 정책이 아니며 리비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위원회는 또한 ‘시온주의 세력’과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는 리비아 법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무장조직 하마스(Hamas)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는 무하마드 알-만피(Muhammad al-Manfi) 리비아 대통령위원회 의장과의 대화에서 이스라엘이 국교 수립에 반대하는 리비아에 침투하려고 한다고 경고하는 한편 리비아가 팔레스타인에 보내는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드베이바 총리, 미국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 가능성 제기
◦ 드베이바 총리, 정치적 입지 약화 위기
- 드베이바 총리가 이끄는 트리폴리 정부는 여전히 무장 조직과 민병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8월에는 트리폴리의 두 주요 무장 조직인 444여단과 특별진압군이 트리폴리에서 무력 충돌을 벌여 민간인 44명이 사망하는 등 중앙정부는 트리폴리 치안마저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 이처럼 민병대와 무장 조직이 드베이바 정부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베이바 총리에 대한 위협을 가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럽외교위원회의 타렉 마게리시(Tarek Megerisi)는 실제로 무장조직의 주요 근거지인 자위야(Zawiya)에서 많은 인원이 항의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트리폴리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드베이바 정부는 밀수 범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자위야의 무장 조직에 드론 공격을 가하는 등 자위야 민병대와 대립한 바 있다.
◦ 리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미국의 정책에 따른 것일 가능성 제기
- 드베이바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한다는 의혹이 존재한다. 안드레아스 크리에그(Andreas Krieg) 킹스칼리지 런던 교수는 리비아 국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드베이바 총리에게 미국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주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 리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군벌 지도자로서 리비아 동부에서 실권을 행사하는 칼리파 하프타르(Khalifa Haftar)는 UAE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트리폴리 정부와도 접촉하고 있다. 크리에그 교수는 UAE가 아랍 국가와 UAE의 관계 중재를 명목으로 미국으로부터 외교적 자율성을 인정받는 이익을 확보했다고 분석하고 리비아에 영향력을 가진 UAE가 미국에 대한 발언력을 키우기 위해 리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립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놓았다.
- 이번 사건에 앞서 리비아 고위 인사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프타르 장군의 아들 사담 하프타르(Saddam Haftar)는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을 지원받는 대가로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비아 정치인들을 이용해 리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게 하는 전략이 이스라엘에 반감이 큰 리비아 여론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큰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감수 : 이진상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l-Jazeera, Has the US push for Libya-Israel rapprochement failed?, 2023. 09. 04.
Reuters, Netanyahu rues his foreign minister's disclosure of meeting with Libyan counterpart, 2023. 09. 03.
Al-Jazeera, Analysis: Fallout from Israel meeting shows militia power in Libya, 2023. 09. 02.
Middle East Monitor, Hamas praises Libya position on normalisation with Israel, 2023. 09. 01.
The New Arab, Libya PM vows 'no Israel normalisation' following Mangoush scandal, 2023. 09. 01.
Reuters, Libyan PM sacks foreign minister as row over Israel meeting grows, 2023. 08. 29.
Al-Jazeera, Libya’s Foreign Minister Najla al-Mangoush dismissed: Sources, 2023. 08. 28.
BBC, Protests erupt in Libya over contact with Israel, 2023. 08. 28.
France 24, Libya sacks foreign minister over ‘unofficial encounter’ with Israeli counterpart, 2023.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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