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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칠레 하원, 피노체트 역대 대통령 명단에서 제외.. 개헌 탄력 받나

칠레 EMERICs - - 2023/09/08

☐ 칠레 하원, “피노체트는 잔인한 독재자”

◦ 국회 결의안 통과 
- 칠레 국회가 군부 정권을 이끌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를 역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칠레 하원은 최근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을 칠레의 공식 대통령 명단에서 제외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에는 총 122명의 하원 의원들이 참여했으며, 결과는 찬성 67표, 반대 47표, 그리고 기권 8표로 하원은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 하원에서 통과된 이 결의안은 이제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에서도 찬성 우세로 결의안이 가결될 경우, 해당 결의안은 법안 초안(draft) 작성 단계로 이행될 것이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피노체트 정권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공식적으로 법제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아닌 ‘정치 군사적인 인물’로 인식될 것이며 피노체트 정권 당시의 행정부도 ‘독재 정치 집단’으로 분류된다.

◦ 피노체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지지
- 하원에서 결의안에 채택된 직후, 현(現)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선 당시 야권 단일화에 참여했던 칠레 공산당(Partido Comunista de Chile)의 로레나 피사로(Lorena Pizarro) 대변인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피사로 대변인은 “피노체트는 한순간도 칠레의 대통령이었던 적이 없으며, 그저 살인자이자 도적일 뿐”이라며 피노체트를 범죄자로 평가했다.
- 반면, 정치적으로 피노체트 정부의 사상을 계승한 칠레 공화당(Partido Republicano)의 요하네스 카이저(Johannes Kaiser) 상원 의원은 “기술적으로 피노체트는 역대 칠레 대통령 중 한 명”이라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좋건 싫건,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이 칠레의 공산화를 막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권 탄압 자행한 피노체트 정부...현(現) 정부는 역사 바로잡기 시작

◦ 칠레 정부 피노체트 정권 희생자 찾기 나서
-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 지지 세력이 피노체트가 주도한 쿠데타 5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하는 가운데, 카밀라 바예호(Camila Vallejo) 칠레 총무 장관은 피노체트 정권 탄압을 보도한 언론인들을 치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녀는 피노체트 쿠데타에 대한 대항의 움직임을 ‘민주주의 약탈자에 맞선 항거’라고 평가했다.
- 바예호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현(現) 정부가 입법부에서 채택된 결의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실제로, 바예호 장관의 발언이후, 보리치 대통령은 피노체트 정권 시기에 발생한 실종자들의 흔적 찾기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피노체트 정부가 1,000명 이상의 무고한 칠레 시민을 감금 또는 처형했다고 말하면서, 유족들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유품을 되돌려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칠레 정부는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당시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당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공개를 바이든 정부에 요청했으며 미국 정부는 해당 문서의 기밀 해제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 칠레 사상 최악의 인권 탄압 만연했던 피노체트 시대
- 피노체트 지지자들은 중남미에 공산주의 이념이 확산되던 1970년대 당시,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이 칠레의 좌경화를 막았다고 주장한다.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공산주의를 연상케 하는 출판물까지도 검열 대상으로 삼았으며,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극우 성향의 정책을 추구하였다.
- 그러나 피노체트 전(前) 대통령이 좌경화를 막았다고 인정한다 해도, 칠레 역사에서 가장 가혹한 수준의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피노체트 정부는 공산화 방지를 명분으로 언론 통제를 실시했으며, 정치적으로 피노체트 정부에 찬성하지 않는 반대파 인물은 해외에서까지 추적해 암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 피노체트 정권 부정 시 헌법 당위성도 상실

◦ 현행 헌법은 군부 헌법
- 놀랍게도, 현재 칠레의 헌법은 피노체트 군부 정권 시기인 1980년에 제정된 것으로 벌써 4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피토체트 군부의 헌법은 신자유주의와 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오랜 기간 동안 칠레 사회의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현재의 고질적인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는 2019년 수도 산티아고(Santiago)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및 그로 인한 정권 교체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 칠레 국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서 출범한 보리치 정부는 즉각 군부 헌법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2022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61.9%의 반대로 개헌은 무산되었다. 오랜 기간 군부 헌법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들은 기존 헌법과는 너무도 다른 새로운 헌법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피노체트 대통령 명단 제외는 개헌 작업에 힘 더할 수 있어
- 보리치 정부는 개헌 실패 후 개헌안을 재구성하여 다시 헌법 개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칠레 의회는 새로운 개헌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1차 개헌 시도 당시 대비 우파 성향의 인물이 대거 위원회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새로 작성될 개헌안은 부결된 첫 개헌안보다는 덜 급진적인 방향으로 작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 경우, 개헌이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피노체트 정권이 공식적인 지위를 상실한다면 현행 헌법은 불법 정치 집단이 만든 것이 된다. 따라서, 이번 하원에서의 결의안 통과는 개헌 작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지, 또 2차 개헌 시도 결과는 어떻게 될지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Guarian, The big picture: an image that defined Chile’s brutal 1973 coup, 2023.09.03.
AP News, AP PHOTOS: 50 years ago, Chile’s army ousted a president and everything changed, 2023.09.06.
Merco Press, Pinochet, not a “President,” Chile's Lower House approves, 2023.07.12.
Nodal, The Library of Congress will remove the classification of “president” from Pinochet in its reviews, 2023.07.12.
DW, The press in German: "Pinochet is no longer 'former president'", 2023.07.14.
Telam Digital, Chile: the Library of Congress will remove the qualification of "president" from Pinochet, 2023.07.11.
Affair Internazionali, Will Chile be able to reform Pinochet's constitution?, 2023.07.11.
Yahoo! Noticias, 50 years after the coup, Pinochet's legacy continues to generate controversy in Chile, 2023.07.19.
Merco Press, Documents revealing US involvement in Pinochet's coup declassified, 2023.08.27.
Aljazeera, Chile launches push to find people disappeared in Pinochet era,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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