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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외화 부족사태 대응을 위한 아르헨티나의 수입규제 강화

아르헨티나 Sebastian Sterzer Observatory of International Trade, Department of Social Sciences, Universidad Nacional de Luján Member – Researcher 2023/09/1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아홉 차례에 걸친 디폴트를 거치며 이미 여러 차례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온 아르헨티나는 IMF의 지원 조건인 긴축정책 수행의 어려움을 충분히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의 재정·경제적 위기가 다시금 가중되고 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전임 대통령이 IMF의 금융지원을 새로이 요청할 정도로 심화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2023년 12월까지로 예정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현(現) 대통령 집권기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부족 및 그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이라는 심각한 국가 경제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원자재 확보는 국내외 시장 수요가 예상되는 상품의 생산을 위해 필수적이다. 천연자원 및 농업 생산량이 풍부한 아르헨티나에서도 상품 수입은 국가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데, 아르헨티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농업 부문에서 수출하는 상품 가치의 7.4%는 수입한 자원에 기반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처럼 큰 중요성을 지니는 상품 수입을 최근 수 년간 규제해 왔다. 그 원인은 수십 년간 계속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인데, 특히 최근의 외화 부족사태는 이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2022년 가뭄은 약 220~230억 달러(한화 약 29조~30조 원)에 달하는 농작물 수출 규모 축소, 즉 외환보유고 감소를 야기했다. 이는 2022년도 아르헨티나 수출총액의 약 25%, 수입총액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아르헨티나는 해당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편으로 외화 공백을 메꾸면서 다른 한편으로 수입을 통제해 외화 유출을 막는다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Origlia, 2023).

이러한 배경 아래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의 외화 부족 문제 대응을 위해 지난 수년간 시행하던 수입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을 도입하였으며, 시행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국가수입관리제도(SIRA, Sistema de Importaciones de la República Argentina)를 마련했다. 동 제도는 자국 내 달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수입대금 지불 용도로의 외화 유출을 줄인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해당 시책은 중앙은행의 외화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SIRA의 구성요소 및 운영방식
2022년 공동일반결의 5271호(Joint General Resolution 5271/2022)에 따라 신설되어 아르헨티나의 해외통상이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SIRA는 차별화된 무역 흐름의 감시, 통제, 등록의 방법론을 구현한다. 투명한 정보 제공 기준 확립에 주안점을 두며, 해당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수입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보장하고자 한다. 이러한 SIRA에 포함된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해외통상 단일계정 
수입 업자의 환전 업무 등록과 상담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수입 절차에 따라 물품과 가격 정보 등을 입력하면 해당 정보에 대한 분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이용자별로 자유 외화거래 허용조건을 설정·안내한다.

경제·재정역량 확인 
수입업자의 경제·재정적 역량 관련 정보를 적시에 수집해 제공한다.

통관·재무 리스크 프로파일링
개별 수입업자의 수입품 기초 안전조치 이행 이력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르헨티나 해외통상의 단일창구로 기능하는 SIRA는 상무부, 중앙은행, 국세청, 관세청 등 각종 정부기관이 상호조율을 바탕으로 각각의 관할사안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외에 수입내역 축소신고 등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SIRA, n/d). SIRA에 등록된 신청 건이 유관기관의 승인을 얻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최대 60일로 설정되어 있다.

SIRA는 아르헨티나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소비재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어 수입업자가 해외에 주문서 등 공식 문건을 발주하기 전에 상품의 성격에 관한 정보를 시스템에 미리 입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IRA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에는 재수입품, 기존 수입품 하자 보상 목적의 추가 배송품, 기부품, 견본, 외교물품, 그리고 배송사별 협약에 따라 들어오는 물품 등이 있다.

수입업자가 SIRA에 등록한 수입내역서를 당국이 검토해 발급한 승인서는 발급 시점에서부터 90일간 유효하고, 필요에 따라 90일 전후의 추가 유효기간이 부여될 수도 있다. 내역서 심사 현황을 확인하고자 하는 기업은 관련 기관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제출한 후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고, 최종 수입품의 처리와 반입을 적시에 완료하기 위해서는 SIRA에서 수입이 승인된 수입 건에 대한 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한다.

외화로 지불하는 수입대금의 경우 에너지와 알루미늄, 그리고 아르헨티나 정부가 운영하는 공정가격 프로그램(Fair Prices Program) 관할 대상품은 최종 수입 이전에 사전대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상품은 승인 시점으로부터 30일 이상의 시한을 두고 대금이 지급된다. 이 중 자동차 부품, 과일, 채소류 등에 설정된 지급시한은 30일이며, 여타 상품의 경우 성질과 크기에 따라 90~180일의 시한이 부여된다. 한편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근 중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는데, 그 이후 중국 위안(CNY)으로 결제한 상품은 승인이나 대금 지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졌다(Clement, 2023).

한편 SIRA에서 파생된 해외서비스용 SIRA(SIRA Servicios al Exterior)는 해외 주체와의 서비스 계약을 관할하는데, 대표적인 적용 사례로 국제 운송계약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당국의 승인을 얻은 시점에서부터 3개월간 외화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으나, 해당 절차가 복잡하고 지급 대기기간이 길어 물류업계의 불만을 사거나 선적항 등에서의 잠재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Galli, 2023; Muzio, 2023).

위에서 살펴본 SIRA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자국으로의 수입을 통제하고 상품·서비스 수입에 들어가는 달러의 지급 시점을 늦추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아르헨티나는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바탕으로 달러 의존도 및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Boettner, 2023), 향후 브라질이나 우루과이에서 들어오는 상품 구매에 현지 통화 사용을 허용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한편 아르헨티나에 많은 상품을 수출하며 무역흑자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는(Perfil, 2023) 브라질의 수출기업들이 아르헨티나의 외화 부족으로 대금을 적시에 지급받지 못하는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아울러 아르헨티나는 메르코수르(MERCOSUR) 회원국인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와 함께 상호 전략적 교역시장 확대에도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SIRA의 문제점 및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
SIRA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규제당국이 법에서 규정한 승인시한을 준수하지 않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인데, 이로 인해 자동차 및 최종소비재 수입업계, 생산공정 가동 및 기계류 조립에 수입부품을 필요로 하는 산업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애로사항이 발생한다(Cristófalo, 2023; Keller, 2023). 일부 기업은 정부의 처리 지연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관련 소송에서 수입업자가 특정 규제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Infobae, 2023; Ambito, 2023). 이렇듯 법원이 SIRA를 옹호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는 점은 외화의 흐름을 통제하고자 하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에 대한 제도적 지지를 의미한다.

이렇듯 SIRA에 관한 수입업계의 이의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SIRA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를 근거로 해당 시스템의 필요성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1~5월 SIRA 에 접수된 신청 건 중에서 88%가 승인되었고, 승인절차를 완료한 수입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수입을 승인받은 기업의 97%는 중소기업이며, 품목별 수입비중은 생산용 투입재·원자재(46%), 자본재(24%), 연료·에너지(18%), 소비재 및 자동차(12%) 순이었다(Espina, 2023; Ambito, 2023). 아울러 아르헨티나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입절차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상무부에서 개발한 조력형 수입 자체관리 플랫폼(Importa PyME)을 홍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아르헨티나 전체 기업의 80%, 공식 일자리 창출량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1만 8,000여 개 중소기업에 혜택을 부여하고자 한다(Primera Del Plural, 2023).

결론
결제대금용 달러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수입업체는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에 외화 교환을 신청할 수 있지만, 현재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는 이 과정에 매우 많은 제약이 동반되고 소요시간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가 수입하는 물품을 생산하는 원산국 수출업계는 해외 주체의 이해 도모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고 추진된 아르헨티나의 수입구조 개편과 대금결제 지연이라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상품무역에 국한되지 않고, 물품을 운송하는 국제물류와 같은 서비스 부문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혹자는 자동차산업과 같이 일자리 창출이나 국내생산 측면에서 지대한 중요성을 지니는 부문의 경우 해외로부터의 자본재, 부품, 생산용 자재 도입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큰 문제를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달러 부족 문제가 연내 해결이 가능한 단기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SIRA를 비롯한 복잡한 수입규제가 향후 장기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며, 따라서 자동차산업과 같은 핵심 산업 부문도 이러한 문제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가 시행하는 수입규제의 미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는 먼저 2023년 10월로 예정된 대선을 들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해외로부터의 원자재 및 중간재 수입이 난항을 겪을수록 아르헨티나 국내 생산활동도 위축되어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의 양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형성된 물가에 더욱 큰 상방압력을 가함과 동시에  진정한 외화벌이 수단인 수출 성장도 가로막는 장애물로도 작용할 수 있어 결국 중앙은행의 외화 부족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달러 수요 통제를 위한 시책이 달러 부족사태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아르헨티나가 장기적으로 고민해 온 딜레마이지만, 아직까지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뾰족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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