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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부패 척결을 위한 벨리즈의 도전 과제
중남미 기타 Beatriz Chicas Kookmin University Researcher, PhD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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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오늘날 전 세계에서 부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부패의 정도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있으며,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여타 지역 국가들보다 더 부패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세계은행(WB, World Bank)에서 정의하는 부패는 사적 이득을 위한 공직의 남용을 의미하며 뇌물수수부터 공금 횡령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행위를 포함한다1). 벨리즈에서의 부패는 보통 개인적 이득을 위한 권력이나 권한의 남용 혹은 부실로 정의된다. 이는 새롭게 대두된 문제가 아니며, 공공 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 걸쳐 존재한다.
본고는 벨리즈의 부패 원인과 영향, 그리고 부패 척결에 대한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벨리즈는 중앙아메리카 유카탄 반도 남쪽에 위치한 국가로 과테말라,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며 동쪽 해안은 카리브해와 맞닿아 있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1981년 9월 21일 독립했다. 중앙아메리카 국가 중 찰스 3세를 국가 원수로 하는 유일한 국가로, 총독은 영국 국왕을 대리하며 공식 언어는 영어이나 스페인어가 일상 언어로 사용된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인민연합당(PUP, People’s United Party)과 연합민주당(UDP, United Democratic Party)이 정치의 주요 주체이다. 변화와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여러 군소 정당이 창당되었으나 독립 이후 인민연합당과 연합민주당이 계속 지배 정당 지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벨리즈의 인구는 2022년 기준 40만 5,272명에 불과하지만 인종의 용광로라 일컬어질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고 있다. 벨리즈 인구의 대부분은 메스티소(마야인과 유럽 후손의 혼혈), 크리올과 가리푸나인(마야인과 흑인의 혼혈)이며 나머지는 메노나이트, 유럽인(대부분 스페인과 영국인), 미국인, 중국인, 동인도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벨리즈 내에서는 부패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인종이 다수와 소수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II. 벨리즈 부패의 원인
벨리즈는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모든 영역에서의 개선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금 기반의 경제 체제와 주요 시장인 멕시코와 미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역외 금융 분야의 활용 정도, 자유 무역 지대로서 허술한 국경 관리, 낮은 최저임금, 그리고 35.7%의 높은 빈곤율 등이 부패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고 있다. 벨리즈의 부패는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하는데 정부 계약, 모든 종류의 인허가, 비자 및 이민 서비스, 면허, 자금 유용성 등의 처리과정에서 친족주의와 부패가 연결되곤 한다. 벨리즈는 자원, 권력, 권한을 보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이 일반화된 국가이다. 부패와 관련된 자들은 모두 법적 처벌 대상이지만, 정부 당국자들 스스로가 부패 관행에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법이 실제로 이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일반 대중들은 2022년 이후 벨리즈의 부패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정당의 부패가 가장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2).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응답자의 64%는 정치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부패 관행에 공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2022년 조사 응답자의 48%는 경찰들이 가장 부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2021년 경찰들이 가장 부패했다고 응답한 45%와 비교하면 점점 더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22년 조사 응답자 중 교사를 부패하다고 인식한 응답자는 22%로 교사가 전체 기관 내 가장 덜 부패한 집단으로 여겨졌다(<표 2>).
벨리즈 국민들은 고위 정부 관계자들이 여론을 여당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려는 목적으로 대중들에게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여 야당을 공격하거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벨리즈 국민들은 정부 관리들에게 특정 업무의 신속한 처리나 서비스를 요청할 때 자발적으로 뇌물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III. 부패의 영향
벨리즈는 투자처로서뿐만 아니라 관광지로서도 활발한 홍보를 시행하고 있다. 벨리즈 정부는 경제 다변화와 성장을 위해 외국인 직접 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11월 벨리즈는 외국인 투자유치 행사인 ‘벨리즈에 투자하세요(Belize: Open for Business)’3) 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으며, 오는 2023년 9월에 개최될 투자유치 행사의 주제는 ‘벨리즈: 끝없는 기회의 땅(Belize: Endless Opportunities)’으로 정해졌다. 벨리즈 정부는 또한 벨리즈계 미국인들에게도 벨리즈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2023년 1월 벨리즈는 전 세계 여행업계 권위자들이 모이는 스페인 피투르 국제관광박람회 (Feria Internacional de Turismo: FITUR)에 참가하여 외국 투자자들과 관광 업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벨리즈 정부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업환경 개선을 위해 전력체계를 개선·발전시켰다. 또한 위험 기반 거래 시스템을 강화하여 국외 거래 편의성을 제고하였다.
벨리즈 내 다양한 사업 부문이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위해 협력하고 있으나 관료적 그리고 규제적 조건이 투자 촉진을 방해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실제 투자자를 공개적으로 차별하는 법규는 없으나 투자자들은 벨리즈의 낮은 투명성과 토지 불안전성, 은행 시스템 미비, 서류작업 지연으로 부패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표 1>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부패 인식도(기관 별)
아래 집단의 사람들이 부패 관행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
자료: WJP General Population Poll 2022
<표 2> 연도별 주요 제도에 대한 부패 인식 추이
아래 기관에서 근무하는 전부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패하다고 믿는 응답자의 비율
자료: WJP General Population Poll 2014, 2017, 2019 AND 2022
실제로 벨리즈는 1990년대에 ‘경제 시민권 프로그램(Economic Citizenship Program)’을 도입했는데, 당시 해당 프로그램이 적절히 규제 및 시행되었다면 국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투자자에게 시민권과 벨리즈 여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치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된 투자금이 대외 채무 상환 및 프로그램 운영 담당 공무원들의 급여 인상에 사용되었다면 뇌물 수수 혹은 횡령 발생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부패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는 역할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여권 판매’라는 부패 혐의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결국 종료되었다. 분명 외국인 투자자들은 벨리즈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일정 시점이 되면 법에 의해 혹은 필요에 의해 현지의 경제적 혹은 정치적 인맥을 이용해야 할 경우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IV. 벨리즈의 반부패 노력
벨리즈는 거의 집행되지 않는 반부패 법에 안주하고 있다. ‘공직생활 부패 방지 법 (Prevention of Corruption in Public Life Act)4)’에 의거하여 벨리즈의 공무원들은 법적으로 매년 재정 상태를 공개해야 하지만, 실제로 재정 상태를 공개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벨리즈 공무원들의 자산, 소득 그리고 부채 규모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해당 법은 모든 형태의 부패 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사적 이익 추구, 공적 자금의 오용, 뇌물 수수를 위한 공직 이용 등 공무원에 대한 부패 방지 조치 및 방안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력 부족의 이유 등으로 이 법을 통해 기소나 고발로 이어진 사건은 전무한 실정이다. 벨리즈에서는 스캔들이나 부패에 연루되었던 정치인들도 버젓이 공직을 유지하거나 일정 기간 이후 업무에 복귀하는 등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벨리즈는 지난 2008년을 마지막으로 국제 투명성 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2008년 당시 벨리즈는 28점을 받아 전 세계 180개국 중 109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지난 14년간 벨리즈는 CPI 순위에서 제외되었다. 2022년 벨리즈는 CPI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180개 국 중 47~52위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5). 2022년의 순위는 2008년 대비 상당한 진전을 보여준다. 벨리즈가 순위에서 제외된 이유는 데이터 부족이었다.
투명성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벨리즈 재무부(The Ministry of Finance)는 재무감사법(Finance and Audit Act Belize)을 공표하였으며, 벨리즈 정부는 2021년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와 반부패 협약(Inter-American Convention on Corruption)을 체결했다. 또한 노동 관련 분야에 중점을 둔 전국노동조합총회(National Trade Union Congress)와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 역시 주목된다. 벨리즈 상공회의소(BCCI, Belize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등의 NGO들은 일반적으로 환경 정책처럼 관련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V. 과제 및 한계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변화 과정은 다양한 이유로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며, 부패를 조사하는 NGO들은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해 의욕을 상실했다. 2016년 12월 벨리즈는 부패 및 자원 부실 관리를 척결하기 위한 ‘UN 부패방지협약 (UNCAC, 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을 체결하였으나 벨리즈 정부는 UNAC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아 NGO들의 격한 비판을 받았고 2020년 재차 UNCAC 이행을 약속했다. UNCAC의 이행은 벨리즈 정부가 고위급 반부패 기구들과 협력할 준비와 의지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일반 대중에게 공개적이고 투명한 태도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벨리즈에는 인민연합당과 연합민주당 양당이 정치의 주요 주체로 존재하고 있어 투자자나 사업 등록권, 개인 소유주로서 토지 취득, 물품의 수입 및 수출과 관련된 계약서 서명 등의 분야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편견이 발생하기 쉽다. 현재까지 일반 대중, 관광객, 사업가들은 뇌물을 요구하는 공무원, 이민국 관리들, 다른 정부 관리들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부패 척결을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하나 이를 이끌어 가야할 지도자의 부재가 벨리즈가 안고 있는 한계이다.
VI. 결론 및 제언
부패는 나라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패는 불평등 격차를 확대하고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벨리즈 정부와 국민들은 부패 척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벨리즈는 역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며, 새로운 정책 개발과 시행을 통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과 부패방지 부문에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 보장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벨리즈는 UNCAC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벨리즈는 두뇌 유출을 최소화하거나 방지해야 하며 이를 통해 교육 수준이 높고 숙련된 인력들을 유지하여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두뇌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벨리즈는 경력 개발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정한 연봉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벨리즈는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등 2022년 세계 부패인식지수(CPI2022)에서 부패도가 가장 낮은 국가들의 우수 사례 및 선진 정책을 참조하여 공직자들의 청렴도와 일반 대중의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는 등 부패 척결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각주
1) World Bank. (2020, February 19). Anticorruption Fact Sheet. World Bank. https://www.worldbank.org/en/news/factsheet/2020/02/19/anticorruption-fact-sheet
2) The Rule of Law in Belize Key Findings from the General Population Poll 2022. (n.d.). Retrieved July 14, 2023, from https://worldjusticeproject.org/sites/default/files/rule-of-law/belize-2022/Belize_Report_WJP.pdf
3) Belize’s First National Investment Summit Hailed A Success – Government of Belize Press Office. (n.d.). Retrieved July 14, 2023, from https://www.pressoffice.gov.bz/belizes-first-national-investment-summit-hailed-a-success/
4) BELIZE PREVENTION OF CORRUPTION IN PUBLIC LIFE ACT CHAPTER 12 REVISED EDITION 2000 SHOWING THE LAW AS AT 31ST DECEMBER, 2000. (n.d.). Retrieved July 15, 2023, from https://biblioteca.cejamericas.org/bitstream/handle/2015/3106/bel-corruption.pdf?sequence=1&isAllowed=y
5) 세계은행 세계 거버넌스 지표에서 벨리즈의 부패통제 수준은 45.7%로, 180개 국가들 중 47~52위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추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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