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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조지아 관계: 최근 동향과 함의

러시아 / 조지아 Levi Nicolas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3/09/2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이 중대한 사건은 국제 관계와 지역 관계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당사국들과 주변국들 간의 관계에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그 대표적인 예를 러시아와 조지아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남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한 인구 370만 명의 조지아는 구(舊)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던 공화국이었으며 1991년 연방에서 독립했다. 러시아와 조지아의 양국 관계는 2000년대에 이미 악화되기 시작했다.

1991년 조지아의 독립 이후, 러시아-조지아 접경 지대에 위치한 두 자치 지역 남오세티야(South Ossetia)와 압하지야(Abkhazia) 역시 러시아 연방의 후원 하에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 군은 분리주의 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주둔하고 있는데, 이들은 크림 반도, 트란스니스트리아와 함께 러시아의 전술지정학적 완충지대를 구성하여 러시아가 군사력을 포함한 배타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서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는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했다(Voll, F., & Mosedale, J. (2015): 94). 그 결과 러시아와 조지아의 관계는 경색되었고 남오세티야 전쟁(1991-1992), 2008년 러시아-조지아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압하지야-오세티야 연합군과 조지아 군 간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조지아는 관계회복에 수반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국 경제관계 개선을 위한 조지아의 노력은 이미 경제적 영역을 넘어,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지아는 러시아와 경제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하여 다른 흑해 연안 국가들과 협력하여 군사력 증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장기적 안보를 확보하고 지역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유로-대서양 기구들과 협력을 증대함과 동시에, 터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의 양자 관계 또한 강화하는 이중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조지아 관계 관련 배경
조지아의 친서방 경향은 2008년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개정한 조지아 헌법 78조에 명시되어 있으나, 조지아의 경제 정책은 친러 성향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살로메 주라비슈빌리(Salome Zourabichvili, 2018년 12월 16일 취임~) 조지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견고한 경제적 관계를 의식한 듯 조지아는 서방이 시행하고 있는  대러제제를 거의 도입하지 않았으며(Lasserre 2022), 조지아와 러시아 사이에 양자간 제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 관계는 조지아의꿈(Georgian Dream)당 집권 하에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조지아의꿈당은 무역 상대국의 정치적 특성에 주목하지 않는 진보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조지아의꿈당을 창당한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Bidzina Ivanishvili, 2012년 10월 ~ 2013년 11월 재임) 전(前) 조지아 총리는 특히 러시아와 관계가 깊다(Carasso 2021: 180). 이바니슈빌리 전(前) 총리는 친(親) 러시아 정당(2012년 설립된 조지아 애국 동맹(Alliance of Patriots) 등) 창당 지원, 러시아 경제 이해 관계의 재도입(거대 기업 로즈네프트가 포티(Poti)의 유류 터미널 주식 매입권을 획득하도록 지원), 러시아의 정치 선전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 선전의 전개 등 친(親)러시아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사회적으로도 러시아에 대한 조지아의 태도는 진보와 보수 계층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이중적인 잣대를 유지하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의 조지아인들과 정치 엘리트의 대다수는 2008년 전쟁 이후 러시아를 자국 영토 일부를 점령한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조지아의 진보 세력은  러시아와 경제적인 유대 및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가입이나 서유럽 국가들과의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문화적 영향력이 여전한 노동자 계층과 농촌 지역 사회 등의 보수적 집단에서는 여전히 러시아를 가깝고 친근한 국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1991년 독립 이후 조지아는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서유럽 국가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EU 가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EU 가입에 대한 조지아 국민들의 열망은 약 20년 전 ‘장미 혁명’을 주도했던 친(親)서방 성향의 미하일 사카슈빌리(Mikheil Saakashvili, 2004년 1월 ~ 2013년 11월 재임) 전 대통령이  2004년 1월 정권을 잡는 원동력이 되었다(Matsaberidze 2015: 80).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는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했던 2012년 전까지 꾸준히 악화되다가,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 취임 이후 긴장이 다소 완화되었다. 한편, 영토점령과  유로-대서양 통합(Euro-Atlantic Integration)에 관한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의 견해는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과 일부 결을 같이했다. 양국 간 오랜 관계 단절 이후 이바니슈빌리 전 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러시아가 2012년 3월 2일 조지아에 외교 관계 재개를 제안했으나, 조지아는 러시아가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한 양국 관계를 회복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이다. 

경제 협력 분야 최근 발전
남오세티야 전쟁 이후 단절된 외교 관계에도 불구하고(양국 간 대사관은 없으며,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이익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 관계는 여전히 강건하다. 조지아의 대러 수출액은 2021년에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ნათია კურდღელია 2022: 46),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과 중국에 이은 조지아의 3대 교역국으로 조지아 수출의 12%, 수입의 13%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조지아 경제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NGO 국제투명성기구 조지아 지부(Transparency International Georgia)가 2022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GDP 비중이 2021년 상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2.5배 증가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군사 동원을 피하기 위해 조지아에 대거 유입된 러시아인들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지아로 이주한 러시아인들은 조지아 은행에 자금을 이전하고 사업체를 등록했다.

‘평등하고 상호 호혜적인 경제, 과학, 기술 협력의 발전 (제7조)’을 옹호하는 1994년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조지아의 무역 관계는 불균형한 관계로 진화해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조지아의 대(對)러 수출은 감소한 반면(2022년 상반기 2.8% 하락), 수입은 급증했다(동기간 51% 증가). 특히 밀 수입량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조지아 재고의 95%를 차지할 만큼 급증했다. 또한,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조지아의 수입액 중 러시아산 가스의 비중은 2.8%에서 23.1%로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액 또한 2022년 상반기에 4배 (약 1억 1,800만 달러) 증가했다. 일부 자원에 대한 높은 대외의존도는 자원안보 문제를 야기한다. 러시아 당국은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무기삼아 정치적 노선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원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2006년 겨울에도 러시아는 조지아에 가스와 전기의 공급을 갑작스럽게 중단한 바 있는데, 이는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 정부와 서방의 관계 회복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었다(Lomia 2021:117).

<그림 1> 러시아-조지아 간 무역 규모
단위:백만 달러


자료: transparency.ge


조지아 경제는  GDP의 약 5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분으로 지탱되고 있는데, 호텔과 식당 등 해당 서비스 분야 업종의 상당수는 러시아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관광업과 연관되어 있고, 그중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 착수와 완성에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1년 기준 조지아를 방문한 러시아 여행객 수는 2020년에 비해 4배 증가했다. 그러므로 조지아가 2023년 5월, 4년째 유지되던 조지아 직항 금지 조치를 해제한 러시아의 결정을 환영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러시아로 여행하는 조지아인들에게 요구되었던 비자 의무도 수 년 만에 해제되었다(Helena Bedwell: 2023). 비자 의무는 1999년, 당시 예두아르트 세바르드나제(Eduard Shevardnadze, 1995년 11월 ~ 2003년 11월 재임) 전(前) 조지아 대통령이 러시아 군기지의 조지아 주둔을 거부한 이래 시작되었다. 양국 간의 항공운항 또한 2019년 여름 반러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중단되었다.

조지아의 EU 가입 가능성: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
조지아는 EU와 2014년 6월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하였고, 이 협정은 2016년 7월에 발효되었다. 이후 EU 국가에서 조지아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가 크게 감소하였고, 통관 절차 또한 간소화 되었으며 다양한 EU 표준과 법률, 규칙 및 절차가 순차적으로 조지아에 도입되어 상호 간의 무역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Gabrichidze 2016 : 120). 그러나 EU 27개 회원국은 2021년 이래 추진되어 온 조지아 정부의 대서방 단절 정책을 주된 이유로 2022년 6월 조지아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 부여를 거부하였고,  이 사안은 2023년 말 다시 한번 논의될 예정이다.   

조지아 국민의 82% 이상이 EU 가입을, 70% 이상 NATO 가입을 지지한다는 사실은(NDI poll) 조지아의 EU 가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반면 조지아 정부의 친러 성향은 조지아의 EU 가입 가능성을 낮추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EU는 조지아의 EU 가입이 EU 및 NATO의 동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역간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군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점령한 사실에서 조지아가 영토와 주권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또한 조지아 국민들이 여러 설문 조사 등을 통해 EU 가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아 정부는 인권 침해 등으로 개혁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지아의 경제가 EU 기준을 충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조지아의 EU 가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결과 및 함의
최근 몇 달간, 조지아는 러시아와 화해와 EU 가입 노력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Irakli Garibashvili, 2021년 2월 취임~) 총리 정부는 조지아의 유럽 통합을 저해하며 러시아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2022넌 6월,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부여한 후보국 지위를 조지아에는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지아에 사법 및 선거 제도 개혁, 언론 자유 신장, 신흥 재벌의 권력 제한을 촉구했다.

조지아의 EU 가입 의지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프로젝트인 ‘러시아인들의 세계(Russian World)’에 대한 강한 거부의지의 표출로 해석된다. 해당 거부의지는 1990년대 초반 러시아가 조지아 국토의 거의 20%를 차지하는 분리주의 지역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를 분리 독립시키면서 더 확고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GDDG 가 집권한 2012년 말 이래로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로 구성된 코카서스 3국에 ‘긍정적’ 소프트 파워보다 서구 세계를 거부하는 ‘부정적’ 소프트 파워를 전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러시아의 조지아 EU가입 방해 전략은 2023년 3월 초 집권당이 ‘외국 지원단체법(Foreign Agent Law)’ 통과를 시도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해당 법안은  ‘해외 세력’으로부터 20% 이상의 수입을 지원받는 언론사 및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은 반드시 ‘외국의 영향을 받는 대리 기관’으로 등록할 것을 의무화하고자 했으며 2021년 러시아에서 채택된 관련 문서와 모든 면에서 유사성을 띄고 있다. 이 법안이 채택되었을 당시 사회 각계각층, 특히 젊은이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틀간 진행된 격렬한 시위로 정부는 법안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말, EU의 27개 회원국은 전(前) 소비에트 연방의 일부였던 조지아에 후보국 지위 부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지아가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게 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고,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국가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EU 제재 조치의 대상에 항공 부문이 포함되기에 러시아 비행기들이 조지아에 착륙할 수 있다는 사실이 EU와의 협상 에서 조지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조지아 당국이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양측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정책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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