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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브라질, 역사적 토지 분쟁 판결…환경보호 초석되나

브라질 EMERICs - - 2023/10/06

☐ 토지 분쟁 재판에서 승리한 토착 원주민

◦ 브라질 연방 대법원, 마르코 템포럴 해석에 토착 원주민 주장 수용 
- 토착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 해석을 둘러싼 법리 다툼에서 브라질 연방대법원(STF, Supremo Tribunal Federal)이 토착 원주민의 손을 들어 주었다. 연방대법원은 토착 원주민의 토지 소유 시점을 둘러싼 ‘마르코 템포럴(marco temporal)’ 규정과 관련하여, ‘1988년 법 조항 제정 당시의 실거주 여부만을 고려하여 토지 소유 여부를 판결한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 연방대법원에 따르면 이번 소송과 관련하여 대법관 11명 가운데 9명이 토착 원주민의 마르코 템포럴에 반대했다. 대법원이 이번 소송에서 마르코 템포럴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판결을 기다리던 브라질 전역의 토착 원주민 커뮤니티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마르코 템포럴이란?
- 브라질은 지난 1988년, 1960년대부터 이어진 오랜 군사 독재 정권을 끝내고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헌법을 제정했다. 헌법 제정 당시 주로 아마존 열대림 지대에서 생활 중인 토착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토착 원주민이 특정 지역이 조상 대대로 생활한 토지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정 시점(1988년)부터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실거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법리 해석이 있었고 이것이 마르코 템포럴로 불리게 되었다.
- 문제는 군사 정권 시절 많은 토착 원주민이 강제 이동을 당했고, 현실적인 이유로 헌법 제정 시점에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원주민도 상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선조 시절부터 오랜 기간 생활한 토지가 다른 이의 소유가 되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해야 하는 사례도 많았다. 당연히 토착 원주민은 마르코 템포럴에 대해 반대했고, 몇몇 인권 기구와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도 마르코 템포럴을 ‘합법을 가장한 강제 토지 몰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브라질 정부, 강제 이주 착수

◦ 대상은 불법 비(非) 토착 원주민
- 연방대법원이 마르코 템포럴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내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브라질 정부는 토착 원주민 토지에 거주 중인 불법 거주자의 강제 이주를 시작했다. 첫 대상은 파라(Para) 주의 아피테레와(Apyterewa) 지역과 트린체이라 바사하(Trincheira Bacaja) 지역으로, 약 1만 명이 강제 이주 조치를 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브라질 정부가 ‘불법 거주자’로 규정한 이들 비 토착 원주민은 대부분 아마존 열대림에서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모여든 외부인이다. 목축, 광업, 원유 시추 등의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상당한 면적의 열대림을 개간하거나 파괴한 것으로 추산된다. 토착 원주민은 이전부터 응당 자신들의 소유였어야 할 토지에서 외부인이 본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 농업 기업 등은 강하게 반발
- 한편,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합법적으로 개발 사업권을 얻어낸 기업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마르코 템포럴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주로 대규모 농축산업을 영위 중인 기업들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시에, 야만적인 처사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 다만, 이들 기업이 애초에 사업권 혹은 개발 대상지의 토지 소유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마르코 템포럴 덕분이며, 기업들이 마르코 템포럴을 관철하기 위해 많은 로비 활동을 벌였던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소수의 기업이 개발 이익을 독차지하기 위해 약 1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브라질 토착 원주민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 룰라 정부의 환경 정책에 힘 실릴 수도...변수는 하원 통과한 새 법 ‘490조’

◦ 룰라 정부, 아마존 열대림 보호 의지 강력
-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신속하게 첫 강제 이주 작업을 시작한 데에는 아마존 열대림 보호 정책을 강조하는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이 개발과 개간을 강조했다면, 현 룰라 대통령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등 환경 이슈에 관해 보호주의 정책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따라서, 아마존 열대림을 개발하는 기존 대형 업체의 활동을 크게 제한하고, 동시에 토착 원주민의 토지 소유권 인정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룰라 정부의 환경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룰라 정부 역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 신규 토착 원주민 보호구 지정 제한한 새 법안 하원 통과
- 다만, 변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조금 앞서 하원에서 가결된 ‘490조(Bill 490)’이다. 해당 법안은 토착 원주민 보호 지역을 새로 지정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하원에서 찬성 283표, 반대 155표로 통과되었다. 기존의 대형 농축산 기업은 490조가 정식으로 법제화되어 아마존 열대림 개발을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입법부 내에서도 개발에 찬성하거나 현 정부에 반대하는 야권 의원들은 490조를 최종 가결하려는 분위기이다.
- 물론, 490조가 상원까지 통과하더라도 룰라 대통령이 이를 비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입법부를 최종 통과한 법안을 행정부가 거부하는 것은 룰라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으며, 이후 국정 운영 시 입법부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 판결로 일컬어지는 이번 마르코 템포럴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이 앞으로 토착 원주민 토지 분쟁의 향방을 어떻게 이끌지, 브라질의 정치 상황이 룰라 정부가 환경보호 정책을 고수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ljazeera, Brazil’s top court rules in favour of Indigenous rights in land claim case, 2023.09.22.
DW, Brazil: Indigenous people celebrate land rights ruling, 2023.09.22.
The Guardian, Brazil supreme court rules in favor of Indigenous land rights in historic win, 2023.09.21.
Climate Home News, Lula scraps Bolsonaro’s cuts to Brazilian climate target ambition, 2023.09.18.
PBS News Hour, Brazil restores stricter climate goals weakened under former administration, 2023.09.15.
Reuters, Brazil farm sector battles Supreme Court on Indigenous land rights, 2023.09.28.
Brazil Reports, Brazil’s Senate limits Indigenous land rights; President Lula expected to veto law, 2023.09.29.
The Guardian, Brazil expels illegal settlers from Indigenous lands in Amazon, 20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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