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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중남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바라보는 시각은?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10/20
☐ 콜롬비아, 하마스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외교 마찰
◦ 가자지구 봉쇄 비판한 페트로 대통령
- 이스라엘과 하마스(Hamas) 사이의 전쟁이 콜롬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무고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있다”는 글을 포스팅했다.
- 페트로 대통령이 이와 같은 글을 올린 것은 주 콜롬비아 이스라엘 대사관이 페트로 대통령에게 이번 전쟁에 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기대와는 달리 하마스를 비판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하는 뉘앙스의 발언까지 했다. 페트로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이스라엘은 즉각 페트로 대통령을 비판했다.
◦ 대사관 출국 권고에 사과 요구...이스라엘은 무기 수출 중단
- 페트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대사관이 페트로 대통령을 ‘이스라엘 민족을 위협하는 인물’이라고 지칭하자, 페트로 대통령은 즉각 이스라엘의 가자(Gaza) 지구 봉쇄를 나치(Nazi)와 같은 행위라며 응수했다. 이어서, 콜롬비아 정부는 갈리 다간(Gali Dagan) 이스라엘 대사가 무례를 범했다면서 콜롬비아를 자진 출국할 것을 요구했다.
- 이스라엘 역시 콜롬비아 정부의 행동에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수십 년 동안 콜롬비아에 전투기, 총기, 미사일 등을 수출했던 이스라엘은 콜롬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히는 한편, 외교 단절까지 언급했다. 이에 콜롬비아 역시 외교 관계 중단을 불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콜롬비아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팔레스타인에 기울어
◦ 쿠바, “이번 전쟁의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
- 콜롬비아가 대통령의 발언이 언쟁으로 이어지며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불편해졌다면, 쿠바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쿠바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무력과 폭력 사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인권을 억압한 것이 이번 전쟁의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 특히, 쿠바 정부는 이스라엘이 알아흘리(Al-Ahli) 병원을 공격하여 500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을 한층 더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후 알아흘리 병원 참사가 하마스 측의 오폭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쿠바는 여전히 이미 발표한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 베네수엘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지원 약속
- 한편, 쿠바와 외교적으로 가까운 베네수엘라 역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쿠바와 거의 동일한 입장이다.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가자 지구 봉쇄 비판에 앞장섰으며, 역시 쿠바 정부와 마찬가지로 알아흘리 병원 관련 뉴스를 접하자마자 이스라엘을 ‘비인도적인 정부’라며 날을 세웠다.
- 또한, 마두로 대통령은 마흐무드 아바스(Mahmoud Abbas)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여 대량의 구호물자를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의 여러 발언과 구호물자 지원 결정 등을 미루어 볼 때 베네수엘라는 분명히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의 편에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파라과이, 이스라엘 지지 선언
◦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 “파라과이는 이스라엘 지지”
- 한편, 파라과이는 중남미 지역에서 분명하게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밝힌 국가이다. 산티아고 페냐(Santiago Pena) 파라과이 대통령은 최근 기자 회견을 통해 이츠하크 헤르초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이 잘 이겨내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 또한, 페냐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파라과이는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과 연대하고 있다고 말한 후, “파라과이 정부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비인간적인 적대 행위를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노골적으로 하마스를 향한 발언으로, 페냐 대통령은 하마스를 ‘국제적인 테러 집단’이라고 명명했다.
◦ 친미 성향의 페냐 대통령
- 페냐 대통령이 중남미 지역 국가 중에서 유독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유는 그의 정치적 성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페냐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친미,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였으며 대만-중국 이슈에 대해서도 대만을 파라과이의 외교 파트너로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 이에 더해, 페냐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Jerusalem)에 주 이스라엘 파라과이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페냐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이번 전쟁에서 파라과이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 브라질과 멕시코는 명확한 입장 표명 없어...자국민 탈출 우선
◦ 중립 의지 표명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 중남미 최대 경제 국가 중 하나인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대통령 역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한 견해를 질문받았다. 하지만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멕시코 정부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멕시코는 평화를 지향하는 나라이다”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 또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역에 거주하는 멕시코 국민의 신변 안전이 가장 중요하며, 이에 자국민을 탈출시키기 위해 멕시코 공군기를 파견했다고 밝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입장에 관한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으로 갈무리하는 동시에, 화제를 자국민 탈출 작전으로 돌리면서 대외적으로 중립 노선을 표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 브라질, ‘즉각 휴전’ 결의안 UN 제출...미국은 거부
- 브라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국제연합(UN)에 즉각 휴전과 평화 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미국이 거부권(Veto)을 행사하면서 UN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에서 기각되었다. 미국이 거부한 이유는 결의안에 ‘이스라엘의 자위권(right of self-defense)’을 인정하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 브라질 역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민간인이 사망한 사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 측에 섰다는 제스쳐는 취하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 역시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싼 중남미 각국의 태도는 그간 각 국가 정부 수장이 보였던 외교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미 성향이 분명한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논조를 강하게 표출했다. 친미 성향이 강했던 이전 정부와 결이 다른 페트로 대통령은 현재 이스라엘과 마찰을 빚고 있다. 반면, 후보 시절부터 친미 성향을 드러냈던 파라과이의 페냐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편에 서 있다. 그리고 중남미 지역 국가의 자주성과 연대를 강조했던 멕시코와 브라질은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앞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전개되면서 중남미 국가의 외교적 입장도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이번 전쟁이 각국 외교 정책 또는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nadolu Agency, Cuba, Venezuela condemn Israeli attack on Gaza hospital, 2023.10.18.
Middle East Monitor, Venezuela: president says Israel is committing ‘genocide’ against Palestinian people, 2023.10.10.
Reuters, Venezuela's Maduro speaks to Abbas, condemns Israel's actions, 2023.10.16.
Aljazeera, Which countries have criticised Israeli attacks on Gaza?, 2023.10.15.
Merco Press, Paraguayan President expresses support to Israel, 2023.10.16.
Devdiscourse, Mexico does not want to take sides in Israel conflict: Lopez Obrador, 2023.10.09.
Middle East Monitor, Mexico deploys plane to repatriate nationals in Israel, 2023.10.09.
Reuters, Mexico, Ukraine press Israel to open humanitarian corridor to Gaza, 2023.10.15.
Jurist, US vetoes Brazil UN resolution calling for Israel-Hamas ceasefire, 2023.10.18.
France 24, US vetoes UN resolution on Israel-Hamas war, 2023.10.18.
Anadolu Agency, US vetoes Brazil's UN Security Council draft resolution for humanitarian pauses in Gaza,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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