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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장기적인 요인으로 인한 최근 케냐의 사회 불안

케냐 Jared Ariemba, PhD Technical University of Kenya Head of Department of Accounting and Finance 2023/10/3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케냐는 지난 2022년 8월 시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지도자인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가 20만 표 미만의 근소한 표차로 패배한 이후 크게 분열되었다. 대법원이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의 승리를 확정했음에도 대선 결과 불복으로 인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매주 두 차례씩 야당 주도 하에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고 있는데, 수도 나이로비에서 시위가 소집될 때마다 교통이 마비되는 등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023년 3월 27일 정부의 암묵적 지지를 받은 괴한들이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 전(前)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노스랜드 농장에 침입하여 기물을 파손하고  약탈을 자행한 이후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 사건은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 일가가 소유한 가스 실린더 제조회사 이스트 아프리카 스펙터(East Africa Spectre)에 대한 또 다른 공격과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이에 대통령은 야당 연합이 제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 대화를 요구했다.

1차 대화는 야당에서 정부측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결렬되었다. 이는 지난 6~7월 두 달간 지속된 두 번째 사회적 소요 사태로 이어졌고, 7월 둘째 주 야당 주도 소요사태가 일주일 내내 지속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해당 시위는 케냐 전역으로 확산되어 47개 카운티 중 절반 이상에서 소요사태 발생이 보고되었다. 2차 대화는 8월에 시작되었는데, 양측 모두 동 논의가 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논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데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논의에 실패할 경우 주간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

초당적 대화는 10월 말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합의점을 도출해 내고 있다. 특히 급등하는 생활물가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전문가를 초빙하여 대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에 합의한 상태이다.

이렇게 사회가 불안정한 가운데 케냐 국민의 생활 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케냐 실링화의 가치는12개월 이상 연속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정부의 재정 여건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위·폭동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 불안 장기화가 국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주요 영향을 검토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케냐 사회 불안의 근본적 원인
일반적으로 사회 불안은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내재적 요인에 더해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특정 사건(trigger event)에 의해 촉발된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브리짓 로워더(Brigitte Rohwerder, 2015)는 케냐 사회 갈등과 불안의 근본 원인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한 가장 포괄적인 해석을 제시한 바 있는데, 로워더의 주장을 바탕으로 케냐 사회 불안의 근본 원인을 설명해 볼 수 있다. 

먼저 평일에 시위대를 동원하여 나이로비와 같은 주요 도시를 손쉽게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해결해야 할 심각한 근본적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는 아마도 경제 문제일 것이다. 기회 감소와 고물가로 케냐 국민들은 급진적인 사상에 쉽게 빠져들게 되고 그로 인해 시위나 사회적 소요에 더 쉽게 가담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무계획적인 조치와 무대책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1년간 생활비가 급등했고 많은 케냐인들은 식품과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 구매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법 집행과 준수를 강화하고 일부 세금을 인상하여 세금 징수 확대를 도모했다.

소득과 부 그리고 정부 주도 개발 프로젝트에서의 불평등은 광범위한 불만을 야기하여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요 사태는 나이로비에 위치한 저소득 빈민가인 키베라(Kibera)와 마타레(Mathare)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이 지역은 도로, 상수도, 위생 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극심한 빈곤 지역이다. 해당 지역 거주민들은 여러가지 사회적 기회가 제한되어 있고 항상 정부에 불만이 있는 상태로, 이들은 반정부 시위에 쉽게 동원된다. 평일에 시위자들을 쉽게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시위에 쉽게 동원될 수 있다. 

경제 문제 외에도, 미결 상태로 남겨둘 경우 사회 불안이나 전면적인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케냐 사회 여러 집단에서 느끼는 차별과 소외감이다. 케냐는 40개가 넘는 다양한 부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부족에
게 더 많은 공직진출의 기회와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은 케냐 사회에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통합위원회(National Cohesion and Integration Commission) 보고서에 따르면 키쿠유족은 케냐 전체 인구의 17.7%, 칼렌진족은 13.3%에 불과하지만 각각 공직의 22.3%, 16.7%를 점하고 있다. 반면 루오족, 캄바족, 루히아족은 각각 케냐 전체 인구의 10.8%, 14.4%, 10.2%를 차지하고 있으며 공직에서의 비중은 9%, 9.7%, 11.3%이다. 이는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을 배출한 키쿠유족과 칼렌진족이 케냐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은 비율로 공직에 진출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이다. 최근 케냐 국세청에서 실시한 세무 공무원 채용에서도 키쿠유족과 칼렌진족이 전체 채용자의 57%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일부 부족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타 부족들과 상호 간에 배타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분열과 부족의 정치화 또한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다. 부족민들은 범 국가적인 투표에서도 부족의 대표자의 지시에 따라서 특정 방식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여러가지 기회와 혜택에서 배제되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부족민들의 경우 비교적 쉽게 특정 방식으로 투표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 이렇게 조작된 투표는 결과적으로 정치적 기업가들이 권력을 얻고 자원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 권력의 지위가 한정되어 있어 해당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하지 못한 다수는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반(反)정부 운동을 지속할 것이며, 부족의 중심 인물의 요구에 따라 부족 공동체 전체가 쉽게 사회 소요에 가담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과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부족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역사적 불의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사회 불안의 근본 원인들 중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정치인들의 심각한 부정부패이다. 국민들이 정부 서비스를 이용 하기 위해 뇌물을 주어야만 한다면 정부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애국심은 저하된다. 지도자들이 부정부패를 일삼고 정부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 자신들이 낸 세금이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여 사회 소요사태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2023)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케냐는 전체 180개국 중 123위를 차지했고, 설문 응답자 중 67%는 지난 5년간 부패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45%는 공공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지난 12개월 이내에 뇌물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장기화된 사회 혼란의 결과
케냐 통계청의 2023년 경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케냐 경제는 2021년 대비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2021년 7.6%를 기록했던 GDP 성장률은 2022년 4.8%로 감소하였다. 금융 및 보험업(12.8%), 정보통신(9.9%), 물류(5.6%) 부문이 성장을 견인하였으나, 농림어업부문은 2021년 0.4%의 역성장에 이어 2022년에도 1.6%의 역성장을 기록하였다. 2021년 7.3%를 기록했던 제조업 부문의 실질 부가가치 증가율은 2022년 2.7%로 감소하였다. 민간 부문의 일자리 또한 2021년 12만 5,000개가 창출되었던 반면 2022년에 창출된 일자리 수는 9만 4,500개에 불과했다. 특히 민간부문에서 고용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부문은 제조업(15.9%), 농림어업(14.4%), 자동차 수리업(12.8%)인데, 이들 부문 모두가 2021년 대비 2022년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 불안정이 장기화되며 2023년 경제 성적표는 2022년보다 더욱 초라해질 가능성이 크다. 

장기화된 시위와 소요 사태는 궁극적으로 부족들 간 차별을 최소화하고 기회와 지원을 공평하게 배분하도록 케냐 정부를 압박하는 사회 현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1988년부터 2016년까지 나이지리아에서 28년 동안 이어진 시위가 유의미한 경제적 재분배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재정 자원 재배분 노력을 유도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시위 지역에 대한 정부 자원 배분이 일부 증가했으나 이 역시 정부에 정치적으로 동조하는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다(Belinda, Moerenhout & Osabuohein, 2022).

그러나 대규모 국민 시위가 수반된 정권의 위기는 생산량의 즉각적인 감소를 야기하며, 이는 평균적으로 향후 5년간 회복되지 않는다(Samer, Michael & Simon, 2021). 반면, 대규모 국민 시위를 수반하지 않는 정권의 위기가 국내 산업 생산에 미치는 악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시위와 경제 성장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높으며, 국민 갈등은 경제적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경제 침체 역시 불만과 불안을 촉발하여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Christos & Panayiotis, 2022).

케냐에서 일반적으로 발현되는 방식의 사회 소요 사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케냐의 소요 사태는 국민 시위에 그치지 않고 결국 폭동에 이르기 때문에 재산의 손실을 야기하고 경제 활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상점과 사업장이 불에 타거나 약탈당하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경제 비용도 발생한다. 폭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폭동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케냐 부통령은 2023년 3월 20일 발생한 시위로 나이로비시가 입은 경제적 손실액이 1,500만 달러(한화 약 200억 원) 이상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선거 시즌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령의 여파로 인해 아직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질서의 혼란은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기업활동의 차질로 인해 예상한 만큼의 세수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고, 계속되는 휴업으로 고용률은 하락할 것이며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 소요 사태는 혼란을 목적으로 하고, 시위대는 이러한 혼란을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에 이용하고자 한다. 시위가 사업체들의 영업행위를 방해하는 것이 목적은 아닐지라도, 사회 혼란으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은 불가피하다. 지난 시위에서는 도로 폐쇄와 과도한 군중들로 인해 광범위한 교통대란이 발생하여 다수의 사업장이 휴업했고, 근로자들은 출근을 할 수 없었으며, 물류가 마비되고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도 지연되거나 불가능했다.

더구나 케냐의 시위대가 항상 순수한 것은 아니다. 시위자들은 때때로 일부 기관을 표적으로 삼기도 했고, 시위 경로를 따라 약탈과 절도를 자행하려는 범죄자들이 시위대에 침투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농장과 전직 총리이자 야당 지도자 일가가 소유한 공장에 대한 공격은 사회 소요 사태로 인해 기업들이 직면하는 정치적 위험의 심각성을 시사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폭동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의 사업가들은 해당 지역에서의 철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새로운 사업가는 유입되지 않을 것이다. 나이로비와 키수무처럼 폭동이 자주 발생하는 도시와 도시 내 특정 장소들은 사업가들과 투자자들의 기피지역이 될 수 있다. 건물이 파괴된 경우에도 해당 지역에 정치적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건물 소유주들은 건물 수리에 비용 투자를 주저할 것이므로 사회적 불안은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러 산업분야 중 케냐 외화수입의 주요 원천인 관광분야는 폭동 등의 사회 소요에 특히 민감하다. 관광객들은 당연히 폭동이 발생한 곳을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최근에 폭동이 발생한 곳들을 최우선적으로 기피할 것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자국민들에 케냐 여행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으며 향후 소요가 지속된다면 관광산업에 큰 타격이 발생, 외화수입이 급감하여 경제적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
상기 논거에 비추어 볼 때, 현(現) 정부는 사회 불안 문제와 공정한 선거 및 물가 안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사회 불안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사회 불안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면 어떠한 경제 정책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또한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국가 정책은 결코 사회 불안을 피상적인 수준으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피상적인 국가 정책은 국가 전체의 이면에서 사회 불안을 계속 증폭, 심화할 것이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 프로그램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 회복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대한 통치 시행, 자원 접근성 제고, 국가 개발에 대한 오랜 불공정 문제, 불평등과 경제적 소외 해결 그리고 부정부패가 척결되어야 한다. 빈곤과 부족간 정치·경제·사회적 불평등은 케냐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올바른 시행만이 국가 전반의 사회적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다. 정부는 교육, 고용 및 공공 프로젝트에서 불균형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맞춤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조치는 기존에 특권을 누리고 있던 집단이 주도하는 또다른 사회 소요 사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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