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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미얀마를 따라가는 북한?: 중국을 넘어 러시아로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연구교수 2023/11/09

북한과 미얀마: 러시아로 향하는 두 국가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는 1년 7개월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탄약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여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위한 첨단 기술의 마지막 퍼즐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고자 한다. 표면적으로 양국은 군사 협력을 통해 냉랭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질서에 대응하여 외교적 연대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 고립이 심화했고, 전쟁 승리마저 담보하지 못하므로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 또한 밝지 않을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건설적 역할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므로 국제적 ‘왕따’인 ‘불량국가’ 간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은 당연해 보인다. 두 지도자 간의 만남으로 인해 러시아는 전쟁을 더 이어갈 수 있게 될 것이고, 북한도 한반도를 넘어 그들의 적이라고 하는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을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북한의 혈맹인 중국은 공식 논평도 내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행보를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현시점에서 중국보다 러시아가 북한의 대외 관계에서 더 중요한 국가라고 표명했듯이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그래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한국 방문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이 일시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북한은 냉전시기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추구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신냉전에서도 같은 구도가 고착되기를 희망하는 듯하다. 다시 말해 북한은 러시아를 지렛대로 이용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협상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양국 간 협력은 지켜볼 일이지만, 북한의 새로운 시도는 분명 국제정치와 지역 질서에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한편, 국내적으로나 국제정치적으로 미얀마가 차지하는 위상이나 중요도는 크지 않다. 더군다나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미얀마 이슈를 덮기에 충분한 굵직한 국제뉴스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활용하려는 북한의 행보가 미얀마의 전철을 따른다는 점에 주목하면 미얀마 문제는 새롭게 환기된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중국이 보여준 무관심한 듯한 반응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중국의 관계와 흡사하다. 이 글은  각자 상이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격변하는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북한과 미얀마의 입장, 그리고 국내외적 위기에 처한 러시아의 돌파구 모색 등 대외전략에 주목한다. 지역질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적으로 별다른 영향력이 없어 보이는 미얀마의 외교적 행보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북한의 외교 행보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쿠데타의 배후가 중국일까?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뿐만 아니라 중국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2011년 미얀마가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전까지 중국은 국제연합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이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또한 정치경제적 후견국으로서 포괄적 제재를 받는 미얀마를 든든하게 보호했다. 2011년 떼잉쎄인(Thein Sein) 정부의 출범을 당시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과 중국만이 환영한 바 있다. 빠욱포(Paukphaw, 脯波), 즉 피를 나눈 형제라는 말 이외에 양국 관계를 더 정확히 표현할 단어는 없다. 또한, 쿠데타 한 달 전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중국 배후설의 설득력은 더 높아졌다. 그래서 쿠데타 직후 군부에 분노한 시민들이 중국 대사관이나 중국 기업 앞에 운집하여 시위를 벌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쿠데타 발생 일주일 전 세르게이 쇼이구(Sergei Shoigu) 러시아 국방장관의 미얀마 방문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러시아와 미얀마의 관계는 무기 거래 등 군사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으므로 중국처럼 러시아가 쿠데타를 사주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논외였다.

쿠데타 이후 중국의 대응은 이중적이다 못해 정확히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애매하다. 우선 중국 외교부는 미얀마의 쿠데타를 지지하거나 동의하지 않았다며 배후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도 유엔안보리 차원의 미얀마 제재는 러시아와 함께 명확히 반대했다. 쿠데타 대신 개각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고, 미얀마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내정불간섭 원칙도 재확인했다. 쿠데타가 발생한 뒤 5개월이 지난 6월이 되어서야 민아웅흘라잉(Min Aung Hlaing) 군사령관을 미얀마의 지도자로 부르기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군사평의회(SAC)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쪼모툰(Kyaw Moe Tun) 국제연합(UN) 주재 미얀마 대사를 인정했고, 아세안 회담에서 비정치적 분야에 국한하여 미얀마 대표만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안과 아세안 5대 합의안의 조속한 이행 등 아세안이 미얀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유엔의 결정도 존중한다. 2022년부터 군사평의회가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가 이끄는 NLD(민족민주연맹,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의 해산을 추진했을 때도 중국은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행동에 발맞추는 듯하면서도 어떠한 상황의 변화에도 중국은 미얀마 군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양국 관계의 이상 기류는 고위급 인사의 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중국 아시아국 아시아 담당 쑨궈샹(孙国祥) 특사(2021년 8월, 2021년 9월)와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2023년 5월)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이 전부이다. 미얀마 국영언론은 8일이나 되는 쑨궈샹 특사의 방문을 보도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얀마 군 수뇌부를 포함한 고위관료의 중국 방문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쿠데타 이전 미얀마와 중국 관계는 황금기를 맞았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 양국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시진핑 주석이 미얀마를 방문한 뒤 중국은 서부지역 개발,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 China-Myanmar Economic Corridor) 건설 등 일대일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중국 주석의 미얀마 방문은 2001년 이래 20년 만의 일이다. 반면, 아웅산 수치와 대척 관계에 있는 군부는 중국을 넘어 정부에까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막대한 자금을 미얀마에 투자한 상황에서 중국이 위험을 무릅쓰며 군사정변과 같은 현상 변경을 원했을까? 2011년 이후 미얀마는 중국에 종속된 구도를 탈피하려 하며 중국을 경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으며, 군 수뇌부는 여전히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못마땅해 한다. 다시 말해 미얀마 군부는 중국이 미얀마의 정치체제나 국가의 발전에 관심을 갖기보다 그들의 국익을 추구하기에 위협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것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둔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또한, 미얀마 군부는 그들의 선배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중국의 볼모가 될 정도로 종속된 사실을 기억하지만, 중국은 그들에 대해 변하지 않는 신뢰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적 종속을 넘어 군부가 애지중지하는 ‘주권의 영속’이 크게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중국은 미얀마의 쿠데타로 인해 국제적 위상에 타격을 받은 것은 명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가전략과 국익을 달성하기 위해 미얀마 군부를 배척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러시아로 향하는 미얀마, 동남아로 향하려는 러시아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는 중국 대신 러시아를 선택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막을 수 있는 국가이면서 중국처럼 미얀마 군부를 위협할 정도로 국익에만 집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 입장에서 러시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셈이다.

특정 지도자나 소수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는 비민주체제의 특성대로 러시아를 새로운 협력국으로 선택한 장본인은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이다. 아웅산 수치 정부가 중국과 밀착할 때도 국가 정책의 주요 결정자로서 군부는 대안을 모색해 왔다. 2017년 6월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이 러시아를 최초 방문했을 당시 러시아는 아시아 진출 전략의 교두보로 미얀마를 인식했고, 로힝야(Rohingya)족 문제로 곤혹에 빠진 군부에 대한 지지를 확인시켜주었다. 러시아산 무기는 중국산 재래식 무기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정치적 지지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은 러시아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쿠데타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중국과 달리 러시아의 행보는 담대했다.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국군의 날(2021년 3월 27일) 기념식에 국외 외빈으로 유일하게 알렉산더 바실리예비치 포민(Alexander Vasilyevich Fomin) 러시아 국방차관이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미얀마를 “신뢰할 협력국(ally)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추켜세웠다. 2022년 미얀마 독립기념일(1월 4일)을 맞아 최우방국인 중국도 보내지 않은 축전을 보낸 5개 국가 중 하나도 러시아였다. 2021년 6월 25일, UN총회에서 미얀마로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이 통과되자 바로 다음 날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은 러시아로 날아가 군수물자 공장을 시찰하고 무기 구매를 논의했다. UN의 결의를 두고 그는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한다고 결론 짓고, 이에 러시아도 미얀마와 같은 입장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미얀마의 쿠데타를 반대하는 외부 시각을 내정 간섭과 주권 침해로 해석한다. 나아가 군부만이 다양한 종족과 사회적 균열을 통합하고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며, 군부가 정치권에서 퇴진하면 미얀마는 발칸 반도 또는 아프가니스탄처럼 혼란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러시아는 시위대에 대한 진압과 유혈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군부가 사회 혼란을 통제하고 총선을 실시함으로써 민주체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 논리는 현 미얀마 군부가 추구하는 로드맵과 동일하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러시아에 대한 미얀마의 지지는 한층 강화되었다. 전쟁이 시작된 바로 다음 날, 저민툰(Zaw Min Tun) 군사평의회 대변인은 전쟁을 두고 “러시아가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며, 러시아가 강대국임을 세계에 보여 주는 행위”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옹호했다(VOA 2022/02/25).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넘어 아세안의 중립적 태도와도 상치되는 반응이었다. 2022년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은 푸틴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그를 ‘세계의 지도자’로 칭할 정도였다. 2022년 8월, 미얀마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교장관은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한 미얀마에 사의를 표명하고, 향후 외부의 간섭 없이 내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영구적 우호국이자 동맹 관계를 표명함으로써 한층 강화된 양자관계를 확인했다.

미얀마는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로 협력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미얀마는 전력과 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미얀마 내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러시아 업체의 참여를 포함한 러시아 기업의 미얀마 진출, 러시아의 지원으로 미얀마의 원자력 개발, 양국 화폐의 직불(direct payment)안 협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 보건, 교육, 문화 등 포괄적 협력도 눈에 띄는데, 2022년 7월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은 동행한 고승(高僧) 띠다구(Sithagu)와 모스크바에 쉐지공 불탑(Shwezigon pagoda) 복제품을 봉헌했고, 2023년 8월에는 양곤-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 간 항공 직항편이 개설되었다.

한편, 러시아는 미얀마와 관계 개선을 계기로 동남아로 외교적 영역 확장을 꾀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1990년대 이후부터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등 아시아로 진출하는 정책을 채택했고, 2014년 3월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협력 범위를 동남아를 포함한 아태지역으로 확장했다. 유럽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은 2013년과 2016년 발간된 『외교정책 개념(Concept of the Foreign Policy)』에도 잘 드러난다. 러시아 외교부는 세계질서의 다극 체제를 수용했다. 작년부터 시작한 전쟁으로 러시아의 팽창주의에 싸늘한 국제 여론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중립지역에 있는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나섰으며 미얀마가 바로 그 첫 번째 국가가 된 셈이다. 2023년 발표한 『외교정책 개념』에서도 러시아는 아태지역을 동남아로 한정하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아세안과 경제, 안보, 인도주의 등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중국을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미얀마 내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유엔안보리에서 서방과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즉 미얀마 군부는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 그들을 옹호해야만 하는 중국의 처지를 상수로 두고, 새로운 지렛대로서 러시아의 비호를 받아 외부의 압력을 견뎌내고 종국에는 정권 유지라는 이익을 달성하고자 한다.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은 중립노선이라는 외교정책의 기조마저 훼손하며 정권의 안위에 사활을 거는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중국과 비교하여 러시아는 정치·경제적 의존이나 종속 속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국경에 산재한 소수종족 문제와 같은 민감한 현안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현재까지 러시아는 미얀마가 신뢰할 유일한 국가이다. 

러시아는 미얀마의 우방이 될 수 있을까?
북한과 달리 미얀마와 러시아 간 역사적 관계와 유대의 정도는 깊지 않다. 마찬가지로 미얀마를 교두보로 동남아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도 짧은 역사적 관계만큼이나 성공을 담보할 수 없어 보인다. 예컨대 러시아와 아세안은 2021년 무역 및 투자 협력 로드맵에 서명했으나 무역 거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교역 규모는 230억 달러(한화 약 30조 468억 원), 2020년에는 150억 달러(20조 2,485억 원)였다. 같은 시기 아세안과 중국, 아세안과 한국 간 교역 규모는 각각 6,850억 달러(한화 약 924조 6,849억 원), 1,550억 달러(한화 약 209조 2,352억 원)로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이런 추세를 바탕으로 아세안과 포괄적 협력을 추구하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군사협력을 탈피할 가능성이 작고, 그 대상도 전통적 우방국인 베트남과 라오스를 제외한 여타 국가들로 확장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미얀마와 관계로 국한하면 양자는 동남아가 겪은 공통적인 장애 요인과 궤를 같이한다. 러시아가 가진 지리적 한계, 미얀마와 중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양자의 포괄적 협력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다. 나아가 내전에 버금가는 혼란에 빠진 미얀마 군부가 러시아로부터 지속해서 무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오히려 지난 7월에는 러시아가 미얀마산 120ER(120mm) 박격포탄을 전쟁에 사용한 정황이 알려졌다.

미얀마의 러시아 전략은 군사지도자 1인이 전격 결정한 임시변통적인 성격이 짙으므로 군부의 퇴진과 새로운 정부의 출현, 또는 군 수뇌부의 교체 등 국내 정치적 격변, 그리고 경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 국내외 환경의 변화에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민아웅흘라잉 군사령관의 실권이 존재하는 한 러시아를 향한 미얀마의 밀착 행보는 지속할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패배하고 친서방 정권이 수립되면 미얀마로서 러시아의 효용 가치는 사라질 것이고, 러시아가 승리할 경우 미얀마도 러시아의 반서방 전선에 편승할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는 러시아로부터 군사 협력, 국제질서 속 러시아의 비호만 획득할 뿐 군부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군 수뇌부 결속의 원동력인 통치 자금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군부는 다시 중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아웅산 수치 정부의 유산으로서 중국이 투자한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군부는 적지 않은 자금을 확보할 것이며, 중국은 군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무장단체를 제어할 협상력도 가졌다. 군부가 정국을 장악했다는 확신이 들면 중국은 군부체제를 지지할 것이지만, 그럴 경우 미얀마 군부의 중국에 대한 부담감도 커질 것이다.

다시 북한과 러시아로 돌아가 본다. 북한과 러시아 관계는 미얀마와 러시아 관계처럼 근본적으로 비대칭적이다. 여러 이유로 북한이 더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수 없다면 양자 관계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반대로 러시아가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에 경제적, 기술적 지원을 완전히 보장할 것인가? 즉 북한이 중국 대신 러시아를 선택한 것은 신냉전으로 고착화하는 국제질서에서 고립되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을 이용한 것으로 볼만하다. 두 국가가 처한 현실적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는 미얀마와 러시아 간 협력과 교류의 복제품이라 볼 수 있다. 다만, 미얀마와 달리 북한은 지리적 이점으로 러시아로부터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으나 그 규모가 중국을 극복하거나 대체할 수준인지는 검토해볼 만하다.

한편, 이미 경제적으로 세계 체제에 편입된 중국이 대외적 위상의 훼손을 감수하면서 양국 협력에 개입할 의도는 없어 보인다. 쿠데타의 배후가 아니라는 중국의 항변은 북한과 러시아의 만남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수 없었던 중국 의 반응과 흡사하다. 북한과 미얀마를 둔 저자세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중국은 느긋해 보인다. 두 국가가 러시아로부터 얻는 국익이 중국으로부터 얻는 그것보다 적을 때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이나 미얀마의 행보를 외교적 일탈로 볼 수도 있다. 이제 북한만큼이나 미얀마의 행보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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