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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이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기회로 중동 영향력 강화 모색

이란 EMERICs -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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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규탄하는 중동 이슬람 국가들


하마스를 지지하는 중동 국가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가운데, 대부분의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하마스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더라도 하마스의 공격을 정당한 저항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폭력 사태의 궁극적인 책임은 팔레스타인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억압한 이스라엘의 강제 점령에 있다는 성명을 냈으며,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이란 최고지도자는 공식적으로 하마스를 지지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 공습하고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중동 이슬람 국가의 비판 수위는 더 높아졌다. 압델 파타흐 엘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자위권 행사를 넘어섰으며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집단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11월 1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와 식량 수출을 중단할 것을 이슬람 국가에 촉구했다. 11월 11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Riyadh)에서 열린 아랍이슬람국가 정상회담에서 참가국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을 전쟁 범죄이자 학살로 규정했다. 11월 15일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테러리스트 국가라고 비난하고 하마스는 정당한 저항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협상을 하던 사우디도 11월 21일 무함마드 빈살만(Muhamma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쟁 개입과 방관... 이란의 딜레마


미국, 하마스의 배후로 이란 지목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것이 이란의 공식 주장이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이란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번 공격은 전적으로 하마스가 주도하고 실행한 것이며 이란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하마스의 오랜 후원자인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은 사태가 발발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란이 공격을 직접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양측 사이에 오랜 관계가 존재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는 이란이 직접적 배후이며, 2023년 9월 미국이 동결을 해제한 60억 달러(한화 약 7조 8,360억 원) 규모의 이란 자산이 하마스를 지원하는 자금으로 쓰였다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동결 해제된 자산은 미국의 감독 아래에 있으며, 아직까지 지출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공화당 측의 비판을 반박했다.


10월 2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함께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침투할 작전을 준비해왔으며, 하마스 및 가자지구의 다른 무장조직 대원 500명이 이란에서 훈련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인사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직접 공격 허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한편 다니엘 하가리(Daniel Hagari) 이스라엘군 대변인 또한 이란이 공격 개시 전부터 훈련, 무기와 자금 지원, 기술 지원 등을 하마스에 제공해왔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대해 이란의 직접 개입을 입증할 강력한 증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미국은 하마스의 공격과 이란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중동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했다. 10월 23일 존 커비(John Kirby)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로켓포 공격을 사주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중동 내 무장조직의 공격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 이란의 목적이지만 미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 하마스,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 공유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직접 지원하고 지시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란이 하마스의 오랜 후원자로서 하마스에 자금, 무기, 훈련 등을 지원해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연 1억 달러(한화 약 1,306억 원)를 하마스에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고 일치된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이란에게 하마스는 유용한 동맹자이며, 하마스에게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후원자로서 중요하다. 이란은 하마스에 물자와 자금뿐만 아니라 기술적 지원도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14일 CNN은 가자지구에서 발견된 하마스 문서에 따르면 하마스가 무기 제작과 운용에 필요한 기술을 이란 내 대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것을 이란에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격화하는 전쟁... 난관에 봉착한 이란
하마스의 공격을 계기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과 친이란 무장조직의 위협과 적대 행위가 고조될 것을 우려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항모전단을 동지중해로 파견해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을 앞두고 이라크에서 시가전 지휘 경험이 있는 미 해병대 장성을 파견해 지상작전에 관한 자문을 제공했다. 11월 2일에는 이스라엘에 145억 달러(한화  약 18조 9,370억 원)를 지원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미국의 지원과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에 대해 이란은 위협 수준을 높이며 맞섰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작전 전개를 앞둔 지난 10월 15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하면 전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어 16일에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행동을 막지 못하면 이란도 위협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17일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 정권의 범죄가 계속되면 무슬림과 저항 세력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의 위협에 대해 10월 24일 블링컨 장관은 중동에서 이란이나 친이란 무장조직이 미군을 공격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란과 미국은 긴장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한 이후에도 이란은 경고와 위협과는 달리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이란이 미국의 직접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의 도발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이란의 핵심 동맹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 나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대응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되면 이란에게도 전략적 타격이 되기에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 위협과 간헐적 무력 시위 외의 대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Reuters) 통신은 11월 15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 하마스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며, 이 보도가 사실이면 가자지구 상황과 무관하게 이란이 직접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란이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는 성과에 만족하고자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스라엘은 패배한 것이라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11월 19일 발언은 이란의 목표가 이스라엘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러나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정도의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도 이란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반(反)이스라엘 저항 조직의 후원자로서 이란의 입지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란은 쉽게 움직이기도 어렵고 가만히 있기도 어려운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내 영향력 확대 원하는 이란

미국, 중동 데탕트 무산 위기 
이스라엘과 아랍권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동 안정화를 추구하던 미국의 전략이 이번 공격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관계 정상화를 중재해왔고, 트럼프 행정부 집권기인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는 아브라함 협정 체결로 성과를 냈다. 이어 모로코와 수단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은 더 많은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특히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 내 이스라엘의 안정적 입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외된 팔레스타인은 아랍 국가의 배신을 성토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UAE와 바레인은 딜레마에 부딪혔다. 11월 11일 로이터 통신은 UAE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가자지구 전쟁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자 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UAE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면서도 하마스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며 한 편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바레인 역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팔레스타인 지지와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의회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이스라엘에 대해 악화된 국내 여론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미국이 공을 들이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단기적으로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아랍 국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발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아랍 각국 정부가 선뜻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13일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보류하겠다고 미국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제시하고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 중단 등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하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하마스의 공격으로 분노한 이스라엘 극우파 정부가 사우디의 요구대로 팔레스타인에 양보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으며, 10월 31일에는 존 커비(John Kirby)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칼리드 빈살만(Khalid bin Salman) 사우디 국방부 장관의 미국 방문 이후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여전히 뜻이 있다고 밝힘에 따라 합의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전쟁으로 중동 내 입지 강화된 이란
미국이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것은 이란과 역내 친이란 세력을 억제하는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면 이란과 친이란 세력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사우디가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내면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대표로서 인정을 받는 서안지구의 자치정부가 이득을 얻게 되며, 이는 하마스와 하마스의 후원자인 이란의 입지와 영향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마스의 공격은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 소외되어가던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아랍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타격을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10월 12일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이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다는 점은 전쟁이 이란에게 역내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아랍 연대 구성을 좌절, 적어도 지연시켰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이란으로 평가된다.

이란, 사우디 견제하며 우라늄 농축 지속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함으로써 이란이 얻는 또 다른 이익은 바로 사우디의 핵 능력 보유를 저지했다는 것이다.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이후에도 핵 문제는 이란과 사우디 사이 긴장을 야기하는 원인이었다. 2023년 9월에는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사우디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는 등 사우디와 이란은 모두 상대의 핵 능력 보유를 여전히 경계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 조건으로 민간용 핵개발 허가를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저지는 이란에게 사우디의 핵 능력 보유를 막을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핵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1월 15일  이란이 농도 60%의 고농축 우라늄을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도 60%의 농축 우라늄은 2주일 내로 핵무기 제작에 사용될 수 있으며, 현재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3개를 제작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서방 국가는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이란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하고, 이에 따라 핵 개발을 중지하도록 이란에 더욱 강경한 압력을 넣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세계 원유매장량 4위 이란, 중동 불안으로 오른 유가에 경제적 이익 기대

이란, 이스라엘에 대한 금수 요청... 하지만 안정세 찾은 유가
가자지구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 또한 이란에게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월 13일 국제유가는 2023년 2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가자지구 전쟁 확산에 따른 불안은 유가에 반영되었다. 10월 17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와 식량 수출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고 다른 산유국도 이에 동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10월 18일에도 유가가 2% 정도 상승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현재 하루 약 1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유가 인상은 이란에도 경제적 이득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쟁이 원유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다른 아랍-이슬람 국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음에 따라 1973년 4차 중동전쟁 시기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이 이스라엘과 서방에 석유 수출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오일 쇼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면서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유가가 빠르게 안정화됨에 따라 이란 재정과 경제 상황이 장기적으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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