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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3 ASEAN+3(한·중·일) 정상회의의 의미와 전망

동남아시아 일반 이요한 부산외국어대학교 아세안연구원 연구교수 2023/12/06

ASEAN+3 정상회의의 배경 및 개요
2023년 9월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제26차 ASEAN+3 정상회의가 열렸다. ASEAN+3 정상회의는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n Nations)이 역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경제 강국 3개국 정상을 초청하여 회담을 진행한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다. ASEAN+3 출범은 위기 극복 차원에서 급조된 비공식회담의 형식이었지만, 이후 공식적이고 정례적인 모임으로 격상되었고 무역·투자 부문은 물론 금융·식량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왔다. ASEAN+3은 동북아와 동남아를 포괄하는 유일한 지역 협력체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North America Free Trade Area)와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EU, NAFTA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현실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ASEAN+3 정상회의를 전후로 ASEAN 정상회의(아세안 의장국)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2005년~)가 개최되며, 한국은 ASEAN+3 정상회의와 EAS의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ASEAN+3 국가들은 연례 정상회의를 정점으로 역내 현안 및 국제정세를 논의하는 ASEAN+3 외교장관회의,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과 연계하여 역내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ASEAN+3 재무장관 회의,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ASEAN+3 경제장관회의, 농림분야 협력 사업 및 식량 안보 대응과 개발격차 해소를 논의하는 ASEAN+3 농림장관회의 등 총 20여 개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ASEAN+3 체제가 외환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만큼, 역내 금융과 외환의 안정을 위해 ASEAN+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zation),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MBI, Asian Bond Markets Initiative)가 운영되고 있다. 

ASEAN+3의 의미와 2023 정상회의의 주요 내용
ASEAN은 ASEAN+3을 통해 ‘ASEAN 중심’의 지역협력을 주도하고자 한다. ASEAN은 ASEAN+3 체제를 통해 상대적으로 ASEAN 개별국가보다 외교력·경제력이 강한 한·중·일 동북아 3국에 ASEAN의 입장과 관점을 표명하고 지지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ASEAN+3 정상회의는 동북아 3국 간 내재되어 있는 긴장과 갈등에 대한 평화적·외교적 접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ASEAN+3 체제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 ASEAN+3 국가의 상호 무역액은 2022년 기준 총 1조 2,130억 달러(한화 약 1,562조 7,321억 원)로 2021년 대비 10.2%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ASEAN+3의 무역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ASEAN 내 한·중·일 3국의 투자액은 2022년 기준 548억 달러(한화 약 70조 6,000억 원)로 전체 투자액의 24.3%를 차지했다.

2023년 9월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제26차 ASEAN+3 정상회의는 2021년 쿠데타 이후 불참을 선언한 미얀마를 제외한 ASEAN 9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이 참석했다. 이외에 ASEAN 사무총장(ASEAN Secretariat), AMRO 소장 등과 더불어 동티모르(Timor-Leste)1) 수상이 참여했다.

2023년 ASEAN+3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ASEAN의 중요성: 성장의 중심(ASEAN Matters: Epicentrum of Growth)’을 의제로 선정했다. ASEAN+3 정상은 회담 이후 역내 현안의 총 57개의 항목에 대한 공동 의견을 담은 ‘2023년 ASEAN+3 의장 성명(Chairman’s Statement)’을 발표했다.

‘2023 ASEAN+3 의장성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 안보 확립을 위해 ASEAN을 주도로 하는 ASEAN+3 체제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기후 변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인플레이션과 같은 복합적 위기 요인 속에서도 ASEAN+3 국가 간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위해 상호 물류 시스템과 공급망의 연계성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ASEAN+3의 전략적 활용
한국은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즉 한국의 소위 ‘IMF 위기’를 극복하는 데 ASEAN+3을 유용한 틀로 활용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자국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East Asia Vision Group), 동아시아 경제그룹(EASG, East Asia Study Group) 의제를 선도하면서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은 ASEAN과의 협력을 심화·발전시키기 위해 2023년 4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을 발표했다. KASI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3대 비전(자유·평화·번영)과 연계한 8개 중점 추진 과제를 선정했는데2), 이 전략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ASEAN 자체의 협력 수요와 향후 방향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ASEAN+3 의장 성명’의 주요 의제 중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거나 차별화된 영역을 발굴하고,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 후속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2023 ASEAN+3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 회복력 강화 ▲ 미래 혁신 ▲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3개 분야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ASEAN+3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를 통한 동아시아 역내 금융 안전망 강화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을 통한 교역 및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ASEAN의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협력 추진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한국 중소벤처기업부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0만 달러(한화 약 2억 5,766만 원) 규모의 ‘지속가능한 개발 촉진을 위한 ASEAN+3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은 ASEAN의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해 ASEAN+3 정상들이 채택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관한 성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분야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ASEAN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 수립 지원도 약속했다.

KASI에는 2027년까지 한·아세안 협력기금(AKFC, the ASEAN-ROK Cooperation Fund)은 연 3,200만 달러(한화 약 412억 2,324만 원)로, 한·메콩협력기금(Mekong-ROK Cooperation Fund)은 연 1,000만 달러(한화 약 128억 8,320만 원)로, 한·해양동남아 협력기금(BKCF, BIMP-EAGA-ROK Cooperation Fund)은 연 600만 달러(한화 약 77억 2,300만 원)로 현재보다 대폭 증액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한국은 해당 기금을 ‘ASEAN+3 의장 성명’에서 강조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시티, 디지털 경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는 ASEAN+ 3에서 강조한 분야이자 한국이 비교우위를 확보한 미래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ASEAN+3 의장 성명’에서 다루어진 주요 분야의 협력은 중국과 일본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래 협력 분야를 선점하거나 최소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계는 현재 지정학적 충돌 심화, 고금리 지속과 같은 금융의 불안정성 등 만만치 않은 글로벌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 이에 최근 ASEAN+3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아시아공동기금의 확대 △현지 통화 거래 촉진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아시아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아세안과 한중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의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 낮은 경제성장률, 무역수지 적자 지속, 환율 변동성 확대가 지속되며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ASEAN+3은 한국에게 한·ASEAN 협력과는 차별화된 또다른 이익을 제공하는 유용한 협력체로, 글로벌 지역화에 맞서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핵심이자 역내 국가의 금융 위기 위험성의 완충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 대내외적 악재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ASEAN+3을 다시 한번 동아시아 교역의 활성화와 금융 안전판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동티모르는 비공식 회원국(observer)으로 참여
2) 자세한 내용은 외교부가 2023년 4월 11일 발표한 [한-아세안 연대구상]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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