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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남아시아의 새로운 녹색성장 개발전략

인도ㆍ남아시아 일반 Rajiv Kumar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Professor 2023/12/08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억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남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인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최근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간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온 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 남아공과 함께 주요 신흥국 모임인 브릭스(BRICS)1) 회원국이며, 세계 경제 주요국 협의체인 G20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한편 방글라데시 또한 높은 경제성장률에 더해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의 제조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 침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경제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다. 먼저 인도는 2027년까지 미국과 중국을 이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며2), 방글라데시도 2026년을 기점으로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최빈국(LDC, Least Developed Country) 지위를 졸업하고 신흥국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세계의 선진국과 신흥국 다수가 아직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남아시아 경제는 2023년 세계 개발도상지역 경제 성장률 1위에 해당하는 5.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3) 국제통화기구(IMF)는 2023~2024년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6.3%, 방글라데시의 경제성장률을 6%로 예상했다4)

기후변화가 초래한 문제와 남아시아의 개발 딜레마
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 식량, 보건, 사회적 측면의 심각한 도전요소에 직면하며 경제적 잠재력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여러 문제점들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상고온으로,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활발한 건설 및 토목 사업의 노동 생산성이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저하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지나치게 높은 기온으로 주로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주간 작업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온 상승은 역내 주요 작물인 쌀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열사병 등 각종 질환이 증가하는 공중보건상의 영향도5)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향후 수 년간 방글라데시에서만 약 100만 명의 인구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재민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에서도 수도 뉴델리를 위시한 북부 지역에서 동절기 대기오염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면서 휴교령이 내려지거나 인공강우 시도까지 거론되는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악영향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경제, 보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시아의 각국에서는 정부가 환경을 고려한 녹색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들도 개도국들이 기존의 성장 위주의 개발 방침에서 환경 영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세계 7대 경제강국 모임인 G7은 인도가 21세기 중반, 가능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할 것을 주문한 바 있고6),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국제연합(UN) 사무총장도 2023년 7월 지구가 온난화 시대를 넘어 ‘끓는 시대(global boiling)’에 도달했다고 발언하는 등7), 남아시아가 기존의 경제개발 경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이 더욱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아시아 신흥국들이 바람직한 개발 경로를 설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영국, 미국, 독일 등이 주도했던 1~2차 산업혁명 당시에는 녹색성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어 20세기 후반에 전개된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 과정에서도 일부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만이 이루어졌을 뿐 전면적 녹색성장에 대한 요구는 크지 않았고,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 고속성장을 달성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환경적 측면의 국내외적 압박이 부재했던 덕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근 경제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며 세계의 차세대 공장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남아시아 지역은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하여 성장보다는 환경에 집중해야 한다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즉, 남아시아는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의 시대를 맞아 글로벌 생산망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산업 선진국들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제약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남아시아의 녹색성장 전략
이러한 상황에서 남아시아 국가들은 기후변화 위기를 고려한 새로운 개발전략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고,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환경 영향을 고려한 대대적인 녹색성장 개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도는 2010년에 국가 태양광 목표(National Solar Mission)를 수립해 2022년까지 태양광 발전량 20기가와트(GW)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이후, 2015년에는 내용 개정을 통해 목표치를 100GW로 늘려 잡았다. 또한 인도는 최근 자국의 녹색성장 계획을 지원하고 세계적 녹색수소 생산·공급국으로의 부상을 촉진한다는 취지의 2021년 국가 수소 목표(National Hydrogen Mission)를 비롯한 더욱 다양한 녹색성장 구상을 내놓고 있다. 한편 마찬가지로 녹색성장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2009년의 기후변화 신탁기금(Climate Change Trust Fund) 출범 이래 2023년까지 국내 재원을 동원해 총 5억 달러(한화 약 6,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연도별 개발 계획에서 제시하는 기후 관련 예산도 2015년의 15억 달러(한화 약 2조 원)에서 2021년에는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로 두 배 증액되었다.

남아시아 국가들은 지금까지의 녹색성장 계획을 바탕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먼저 인도의 경우 2023년 기준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 설치용량 170GW를 달성했고8), 화석연료 이외 에너지원의 비중도 40%를 돌파하는 중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유관분야에서의 노력이 급속히 진전되면서 전력망 미연결 지역에 주택용 태양광 발전설비를 공급해 1,800만 명의 주민들이 친환경 전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많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한 규모의 태양광 발전 프로그램을 포괄적으로 시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전력공급 확대 및 녹색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녹색성장 구상의 지속성 측면에서도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2021년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에서 5대 기후행동 공약을 담은 펜참리트(Panchamrit) 계획을 발표했는데9), 여기에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일정 수준 저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의 공약 네 가지와 탄소중립 관련 공약 한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인도는 ▲2023년에 170GW 수준인 화석연료 이외 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에는 500GW로 확대 ▲국내 재생에너지원 비중을 40%에서 50%로 증대 ▲2030년까지 예상되는 탄소 배출량을 10억 톤 저감 ▲자국 경제의 탄소 집적도를 2023년까지 45% 이상 축소할 것을 약속하고, 산업 선진국 이외 국가로서는 최초로 2027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제시했다10). 방글라데시 또한 2041년까지 재생에너지원 비중을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고, 총 120억 달러(한화 약 16조 원) 이상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던 석탄 발전소 건설계획도 백지화했다. 이러한 남아시아 신흥국들의 기후행동 공약은 코로나19 시대 이후 경제적 재건과 빈곤 퇴치라는 국내적 도전과제가 존재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결론: 남아시아의 녹색성장 분야 대외기조
국제무대에서 남아시아 국가들은 한편으로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공약 완수를 촉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적 친환경 구상에 동참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산업 선진국들이 남아시아 등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 국가 지원에 미온적 자세를 보이면서 관련 구상의 진전이 지지부진한 점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과거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 개발로 현재 기후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선진국들은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당시 남아시아 등 개도국에 기후금융 및 기후기술 저가 제공을 약속한바 있으나, 이 약속의 실제이행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와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총리는 COP26에서 선진국들이 기존 공약을 지체없이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와 동시에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녹색성장 비전 실현 가속화를 위한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최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인도는 뜻을 함께하는 민주국가들과의 녹색성장 협력 강화를 외교정책 중점 중 하나로 설정해둔 상태이며, 이 기조에 따라 2022년 3월에는 일본과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한 다변화되고 현실성 있는 청정에너지 이행 달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경제성장 모두를 보장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골자로 하는 청정에너지 파트너십(CEP)을 체결했다11). 이어 2023년 7월에 인도는 미국과의 청정에너지 혁신 및 탈탄소화 파트너십을 더욱 격상해 청정에너지 이행 지원을 강화하고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방글라데시도 자국의 녹색성장 구상 실현을 위해 선진국들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2023년 10월에는 그 일환으로 유럽 국가들과 4억 유로(한화 약 5,6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투자계약을 맺고 유관분야 신규 파트너십·협력협정 협상에 돌입했다12).

남아시아 지역은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과는 다른 친환경적 개발경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녹색성장 개발전략은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경제개발이 한창인 남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이미 경제가 안정기로 접어든 선진국들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각주
1) 출범 당시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으로 구성된 (BRICs) 협의체였으며, 2010년 남아공의 정식 가입으로 BRICS로 변경되었다. 2023년 8월 제 15차 BRICS 정상회담에서 가입이 승인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에티오피아, 이집트,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에는 2024년 1월부터 정식 회원국 자격이 부여된다.
2) JPMorgan’s bold forecast: India to become 3rd largest economy by 2027, reach $7 trillion by 2030, 2023-10-17 https://www.cnbctv18.com/market/jpmorgan-forecasts-structural-shifts-in-indian-economy-remains-bullish-on-china-18071051.htm
3) The World Bank. 2023. World Bank Expects Solid Growth but Risky Outlook for South Asia. 2023-10-3 https://www.worldbank.org/en/news/press-release/2023/10/03/world-bank-expects-solid-growth-but-risky-outlook-for-south-asia . 
4) NAVIGATING GLOBAL DIVERGENCES, 2023-10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EO/Issues/2023/10/10/world-economic-outlook-october-2023
5) Anindita Sanyal. 2023. "220 Crore In India, Pak To Face Deadly Heat If...": New Study. https://www.ndtv.com/india-news/220-crore-in-india-pak-to-face-deadly-heat-if-new-study-4466154. 
6) Amitabh Sinha. 2023. G7 wants countries like India to turn net zero by 2070, 'peak' emissions by 2025. The Indian Express. https://indianexpress.com/article/india/g7-india-net-zero-by-2070-peak-emissions-2025-8620210/
7) United Nations. 2023. Hottest July ever signals ‘era of global boiling has arrived’ says UN chief. https://news.un.org/en/story/2023/07/1139162. 
8) Samuel P. Hungtington (1991-1992). “How Countries Democratize,” Political Science Quarterly, Winter, Vol.106, No.4, p.582.
9) Panchamrit – A Striding Step Towards Achieving India’s Goal of Net Zero by 2070, 2023-9-1 https://www.impriindia.com/insights/panchamrit-india-net-zero/
지10) 금까지 탄소배출량 넷제로화 공약을 제시한 국가는 미국, 북유럽 선진국, 한국, 일본, 중국 등으로, 이들은 과거에 이미 상당 수준의 산업화를 이룩한 국가들이다. 
11) Ministry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 (METI). 2022. Announcement of the India-Japan Clean Energy Partnership (CEP). https://www.enecho.meti.go.jp/en/category/others/cep/20220319.html. 
12) The Delegation of the European Union to Bangladesh. 2023. EU and Bangladesh sign €400 million for renewable energy and launch negotiations on a new Partnership and Cooperation Agreement. https://www.eeas.europa.eu/delegations/bangladesh/global-gateway-eu-and-bangladesh-sign-%E2%82%AC400-million-renewable-energy-and-launch-negotiations-new-0_en?s=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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