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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베네수엘라-가이아나, 에세키보 이슈 대화 시작

중남미 기타 EMERICs - - 2023/12/22

☐ 양국 정상 첫 만남

◦ 중립 지대에서 회담 가져
- 에세키보(Essequibo) 영토 분쟁이 시작한 후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Guyana) 두 나라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했다.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2월 14일,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u)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Mohamed Irfaan Ali) 가이아나 대통령이 에세키보 영토 소유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립 지대인 카리브해의 작은 도서국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Saint Vincent and the Grenadines)에서 만났다. 
- 영토 분쟁이라는 큰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였고 정상 간 만남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화는 길지 않았다. 약 두 시간 정도의 만남 후, 회담 장소를 제공한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이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의 합동 선언문을 낭독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양국은 최근 에세키보 지역에서 고조된 양국의 대치와 긴장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동시에 무력 충돌을 피하기로 합의했다.

◦ 애매모호한 표현...해석은 ‘동상 이몽’
- 3페이지 길이의 합의문이 에세키보 소유권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에세키보 영토 분쟁의 핵심은 과거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지배 시절을 청산할 때 국경을 어떻게 결정했는가를 두고 양국이 의견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데,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는 ‘국제법에 따라(in accordance with international law) 국경을 결정한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 해당 문구를 두고 가이아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가 국경 분쟁을 판단할 수 있는 적합한 기구라 여기는 반면, 베네수엘라는 ICJ가 아닌 다른 기구의 판결에 따라 국경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받아들였다. 회담 후,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베네수엘라가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합의문 문구에 대한 양국 정상의 현저한 견해 차이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 에세키보 점유 의지 높이는 베네수엘라

◦ 국민총투표 강행
- 가이아나와 정상 회담 약 열흘 전, 베네수엘라는 에세키보 지역에 관한 여론을 확인하기 위한 국민총투표(referandum)를 실시했다. 전체 유권자의 51%에 해당하는 1,055만여 명이 투표소를 찾았으며, 그중 99.9%가 에세키보가 베네수엘라의 영토라는데 한 표를 던졌다고 베네수엘라 선거 관리 당국이 발표했다.
- 국민총투표 결과가 나오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민총투표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며, 베네수엘라 헌법 70조에 따라 이번 국민총투표 결과를 베네수엘라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삼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며칠 후, 마두로 대통령은 에세키보를 베네수엘라의 영토로 표기한 새 지도를 공개하는 한편, 가이아나가 불법 점유 중인 에세키보 지역을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에세키보를 영토에 포함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새 지도>
출처: AP News

◦ 유전 탐사 명령까지...물리적 충돌 위험 여전
- 국민총투표에 참여한 베네수엘라 유권자의 거의 전부가 에세키보를 베네수엘라의 영토로 판단했다고는 하나, 애초에 질문 자체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도록 구성되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마두로 정부가 독재 정권에 가까운 행적을 계속 보였던 점을 감안 시, 국민 투표는 에세키보 지역을 차지하려는 현 베네수엘라 정부의 구실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국민총투표 직후 국영 에너지 기업에 에세키보 지역에서 유전 탐사를 시작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하지만 2015년 유전 발견 후 가이아나 정부가 에세키보에서 원유 채굴과 개발 활동을 계속했기에 마두로 대통령의 이러한 명령은 현재 에세키보 지역을 실효 점유 중인 가이아나 정부를 무시하는 결정이며, 향후 양국 간의 충돌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군사 대치 여전, 주변국은 우려 표명 

◦ 양국 모두 국경 지대에서 군사 훈련 실시
- 베네수엘라의 국민총투표 강행과 새 지도 발표로 국경 분쟁이 고조되자 두 나라는 모두 국경 지대 수비 병력을 증강하고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이는 베네수엘라는 언제든지 에세키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군사 행동을 시작할 수 있음을,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의 도발에 전쟁도 불사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 비록 이번 회담으로 양국 간의 군사적 충돌 위험이 다소나마 완화되었으나, 무력 사용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모두와 국경을 접한 브라질은 갈등이 고조되자 국경 지대에 군 병력을 증강했고, 이는 두 나라가 정상 회담 합의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양국이 불미스러운 일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다음 정상 회담이 브라질에서 열리도록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 가이아나, 국제 사회에 문제 해결 도움 의뢰할 듯
- 가이아나의 인구는 약 82만 명으로, 2,800만 명의 베네수엘라와 비교하면 체급 차이가 명백하다. 가이아나 군 병력은 예비군까지 포함하더라도 육해공 합산 7,600명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군사 행동을 자체적으로 막을 능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가이아나 역시 에세키보 지역을 지키기 위해 UN안전보장이사회(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에시키보 이슈를 공론화하는 등 국제 사회의 지지와 도움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오랜 기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에세키보가 국제적인 영토 분쟁 중심지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는 다름 아닌 원유이다. 막대한 양의 고품질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에세키보를 두 나라 모두 쉽게 포기할 리 없다. 가이아나와 유전 개발 협력을 이어온 미국이 에세키보 지역에 대해 가이아나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신경전으로 확대되는 듯한 이번 영토 분쟁의 향후 전개 상황을 계속 예의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France 24, Venezuela, Guyana agree not to 'use force' to settle dispute over oil-rich region, 2023.12.15.
CNN, Leaders of Venezuela and Guyana agree to avoid use of force in land dispute, 2023.12.14.
DW, Guyana, Venezuela agree not to escalate conflict, 2023.12.15.
AP News, Guyana’s president says his country is preparing to defend itself from Venezuela over disputed area, 2023.12.07.
France 24, US to hold military exercises with Guyana amid border tensions with Venezuela, 2023.12.07.
CBS News, U.S. announces military drills with Guyana amid dispute over oil-rich region with Venezuela, 2023.12.07.
Brazil Reports, Venezuela’s move into Guyana’s territory worries Brazilian government, 2023.12.05.
Reuters, Brazil urging Venezuela to avoid force or threats against Guyana, says Lula aide, 2023.12.05.
Energy Intelligence, Venezuela, Guyana Find Common Ground in Border Dispute, 2023.12.15.
Aljazeera, Venezuela and Guyana agree not to use force in Essequibo dispute, 2023.12.15.
Tal Cual, referendum for Essequibo is binding and 10.5 million people participated, 2023.12.06.
Anadolu Agency, Guyana warns it would go to UN Security Council if fight with Venezuela escalates, 2023.12.05.
Voice of America, Venezuela, Guyana Leaders Meet to 'De-Escalate' Tensions,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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