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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라틴 아메리카 민주주의 만족도 하락 추세의 원인 분석과 시사점

중남미 일반 Nerea C. Palma 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Universidad Diego Portales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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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만족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 역내 국가들에서 이러한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 시민 네 명 중 세 명이 정권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1),  칠레와 콜롬비아 같이 안정적인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도 민주주의 체제 작동 방식에 대한 국민의 불만 증가로 최근 시위와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정당성 관점에서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2)
   
본고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민주주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만족도의 변화 추세에 초점을 맞추고,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와 관련된 주요 이론들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SWD: 민주주의 만족도
민주주의 만족도(SWD, Satisfaction with Democracy)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설문조사의 전 세계 표준 지표이다3).  답변자는 각 설문 항목에 매우 불만족, 불만족, 만족, 매우 만족 등 4개 선택지 중 하나로 답변할 수 있다. SWD 지표는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정치적 지지와 민주적 정당성 이론에서 유래했다4). 이스턴은 정치 체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국가 정치 체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스턴은 단기적인 지지라고 볼 수 있는 효용 및 상대적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기반으로 하는 특정 지지(specific support), 그리고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지지를 나타내는 포괄적 지지(diffuse support)를 구분하는 이론을 정립했다.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지지는 특정 지지에, SWD는 포괄적 지지에 속한다.

SWD가 민주주의 통치에 대한 포괄적 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후안 린츠(Juan Linz)와 알프레드 스테판(Alfred Stefan),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의 이론에 따르면5)6)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시민의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며, 새로운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대부분 시민이 이러한 신념을 공유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당성과 민주주의의 확립은 다른 개념이지만, 상호 연결되어 있다7).  민주적 정권이라도 대중적인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다른 체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여겨진다면 민주주의 확립은 불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는 피파 노리스(Pipa Norris)의 이론을 근거로 한다. 한 국가 내에서 민주주의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정권이 건전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이다8).

라틴 아메리카 민주주의 만족도 추세  
라틴 아메리카 역내 민주주의 만족도 변화 추세는 아메리카 바로미터(LAPOP, America’s Barometer)가 제공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9).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각 응답 카테고리별 평균을 계산하고 응답 내용의 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는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라틴 아메리카 민주주의 만족도 추세(2006~2021) 단위: %


자료: : LAPOP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자 작성


<그림 1>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SWD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볼 수 있는데, ‘매우 만족’과 ‘매우 불만족’ 그룹의 변화 추세는 명확하다. ‘매우 불만족’ 그룹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4년 이후에 증가세로 돌아서 2016년부터는 14%를 넘기고 있다. 이는 LAPOP의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반면 ‘매우 만족’ 그룹은 시간이 지나며 비교적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해 오다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도합 약 3%p 정도 소폭 증가했다.

중간 선호도의 ‘만족’ 및 ‘불만족’ 그룹은 변동성이 크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모든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만족’이 ‘불만족’ 비율보다 높았다. 비록 ‘만족’ 그룹 비율이 50%를 넘은 것은 2010년과 2012년뿐이지만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신호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 ‘만족’ 및 ‘불만족’ 그룹 비율이 역전되었다. 가장 최근 LAPOP 데이터를 보면 라틴 아메리카 지역 평균 ‘만족’ 비율은 35%였고 ‘불만족’은 42%이다. 처음 데이터가 제시된 2006년 ‘만족’ 비율은 44%였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개별 사례를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사례는 브라질로, SWD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LAPOP 조사가 시작된 2006년 당시 브라질 국민들이 자국의 민주주의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38%였다. 하지만 2021년 기준 ‘만족’ 그룹 비율은 24%로 감소했다. 우루과이의 ‘만족’ 비율도 2006년 69%에서 2021년 62%로 감소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만족도와 같은 정치-사회적 현상이 발생하는 기전은 복잡다단하다. 특히 민주주의의 기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비례하여 비판적 시각도 증가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만족도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10). 하지만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이러한 이론이 적용되지 않으며, 오히려 페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불만이 민주주의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11).

주목할 만한 점은 민주주의 불만족 비율 상승 시점과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인데, 2014년에서 2016년 사이를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추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에서 문헌 분석 결과를 논의한다. 

민주주의 만족도 이론

불평등 국가 경제의 천연자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역사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내 뿌리깊은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 것으로 평가된다12). 레오나르도 몰리노(Leonardo Morlino)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불평등의 개선 여부는 민주주의 만족도 등락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시민은 민주주의 체제가 경제적 평등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은행에서 지니 지수를 기반으로 측정한 경제적 불평등 지수를 보면 2000년대 이후 라틴 아메리카 지역 경제적 불평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적 불평등이 감소한 상황에서 SWD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정한 관계에 있는 변수를 살펴볼 때, 일반적으로 하나의 변수가 변화를 보이는 동안 다른 하나의 변수가 시간이 지나도 일정하게 유지되면 해당 변수를 배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불평등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특정 변수의 지속적인 감소 또는 증가 추세는 국민의 국가 시스템에 대한 입장 변경의 주요 동인이 되기에 충분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反)직관적으로 들리지만,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부유해질수록 정권에 대하여 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13).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것에 대한 설명은 이 지역의 불평등이 감소한 원인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 수준은 대체로 국가가 평균적으로 가난해질 때 감소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호황 라틴 아메리카는 2000년대 첫 10년간 시장 호황을 경험했다. 2003년에서 2013년 사이 석유, 광물의 세계 시장 가격이 급상승했고, 이보다 상승폭은 작았지만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주력 수출품인 농산물 가격 또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상품 포트폴리오가 해당 상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국가들의 수익은 급증했다. 놀라운 점은, 기존의 연구 결과14)15)와는 반대로 이번 호황 시기에는 불평등이 감소했다는 것이다16).

디에고 산체스 안코체아(Diego Sánchez-Ancochea)는 이러한 시장 호황과 라틴 아메리카 역내 불평등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 엘리트 계층(최상위 1%) 소득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증가했다. 둘째,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소득이 재분배되어 역내 모든 국가에서 하위 계층(1분위에서 3분위)의 소득 비중이 증가하고, 중산층과 중상위 계층의 비중은 감소했다. 셋째, 이러한 변화는 민주주의의 사회 포용 압박과 시장 호황에 따른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상대적 수요 증가의 상황에서 국가의 소득 재분배 능력이 증대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2000년도 초반 발생한 시장 호황 상황은 이전의 경우에 비해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기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엘리트 중심 소득 분배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결론
그렇다면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적 불평등 감소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족 증가는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2000년대 첫 10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의 원자재 호황이 국가 경제 발전과 사회적 진보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수치적으로도 증명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호황이 끝난 이후 느린 경제 성장, 부패 스캔들, 복지 정책 조정, 임금 동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내부 갈등이 증가하고 거버넌스는 어려워졌다17).  2013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라틴 아메리카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선거에서 기존 정권의 반대 세력이 승리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는 좌파나 우파로의 전환을 경험한 것이 아니다. 시장 호황 시대가 가져온 경제적 평등에 대한 높은 기대치에 비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집권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투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의 엘리트 중심 소득 분배 모델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각주
1) Foa, R.S, A. Klassen, M. Slade, Rand. A., and R. Collins. 2020. "The Global Satisfaction with Democracy Report 2020." Cambridge: Centre for the Future of Democracy.
2) Easton, David. 1965. A Systems Analysis of Political Life. New York: John Wiley & Sons. 1975. "A Re-Assessment of the Concept of Political Support."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 (4): 435–57. https://doi.org/10.1017/S0007123400008309.
3) It has been used, for example, in Afrobarometer, Asian Barometer, Americas Barometer, Comparative Study of Electoral Systems (CSES), Eurobarometer, European Social Survey (ESS), European Values Study (EVS), or Latinobarometer
4) Easton, David. 1965. A Systems Analysis of Political Life. New York: John Wiley & Sons. 1975. "A Re-Assessment of the Concept of Political Support." 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 (4): 435–57. https://doi.org/10.1017/S0007123400008309.
5) Linz, Juan, and Alfred Stepan. 1996. Problems of Democratic Transition and Consolidation.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56021/9780801851575.
6) Diamond, Larry. 1999. Developing Democracy.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56021/9780801860140.
7) Linde, Jonas, and Joakim Ekman. 2003. "Satisfaction with Democracy: A Note on a Frequently Used Indicator in Comparative Politics."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Research 42 (3): 391–408. https://doi.org/10.1111/1475-6765.00089.
8) Norris, Pippa. 2011. Democratic Deficit.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17/CBO9780511973383.
9) (역주) 조사 대상 국가: 아이티, 페루, 온두라스,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브라질, 자마이카, 니카라과, 가이아나, 코스타리카, 멕시코, 과테말라, 칠레,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https://www.vanderbilt.edu/lapop/ab2021/2021_LAPOP_AmericasBarometer_2021_Pulse_of_Democracy.pdf
10) Norris, Pippa. 2011. Democratic Deficit.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17/CBO9780511973383.
11) Leamer, Edward E, Hugo Maul, Sergio Rodriguez, and Peter K Schott. 1999. "Does Natural Resource Abundance Increase Latin American Income Inequality?" Journal of Development Economics 59 (1): 3–42. https://doi.org/10.1016/S0304-3878(99)00004-8
12) Torcal, Marino. 2006. “Political Disaffection and Democratization History in New Democracies.” In Political Disaffection in Contemporary Democracies, edited by Marino Torcal and José Ramón Montero, 157–89. Routledge.
13) Norris, Pippa. 2011. Democratic Deficit.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17/CBO9780511973383.
14) Bértola, Luis, and José Antonio Ocampo. 2012. The Economic Development of Latin America since Independence.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1093/acprof:oso/9780199662135.001.0001.
15) Prados de la Escosura. 2007. "Inequality and Poverty in Latin America: A Long-Run Exploration." In The New Comparative Economic History: Essays in Honor of Jeffrey G. Williamson, edited by T Hatton, K O'Rourke, and A Taylor, 291–317. Cambridge: MIT Press.
16) Sánchez-Ancochea, Diego. 2021. "The Surprising Reduction of Inequality during a Commodity Boom: What Do We Learn from Latin America?" Journal of Economic Policy Reform 24 (2): 95–118. https://doi.org/10.1080/17487870.2019.1628757.
17) Morlino, Leonardo, Juan Rial, Manuel Alcántara Sáez, Massimo Tommasoli, and Daniel Zovatto. 2016. The Quality of Democracies in Latin America. IDEA Internac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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