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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경제 회복 속도 높이기 위한 다각적 노력…정책, 외교, 민간 교류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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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산산업을 경제 회복의 원동력으로


구리 증산 계획 발표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칠레 대통령 정부가 구리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마리오 마르셀(Mario Marcel) 칠레 재무부(Ministerio de Hacienda) 장관은 정부 산업 정책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2026년 연간 구리 생산량 목표는 2022년의 531만 톤(t)에서 104만 t 늘어난 645만 t이며, 이를 위해 신규 구리 광산 개발과 노후화된 설비 교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는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으로 전 세계 연간 구리 생산량의 25~30%가 칠레에서 채굴된다. 한편, 광업은 칠레 경제의 최고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칠레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의 10~15%를 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광업 부문 GDP의 90% 정도가 구리 생산으로 창출되었으며 2022년도의 경우 칠레 연간 수출액의 58%를 구리가 책임졌다. 따라서, 구리는 칠레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이자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칠레의 구리 생산량은 2020~2022년 사이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그 이후 이어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의한 수요 감소, 여기에 구리 채굴에 필요한 수자원 부족 현상 등의 악재를 차례로 만나며 감소했다. 2023년 구리 생산량이 다소 회복되었으나, 연간 생산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1%로 미미하다. 칠레 정부는 침체 위기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구리 산업의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제 반등 초기 단계인 구리 산업의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칠레 정부는 국영 광업 기업 코델코(Codelco)를 위시해 민간 광업 기업의 구리 개발을 독려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칠레 정부에 따르면 2022~2031년 사이 구리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740억 달러(한화 약 95조 8,966억 원)가 투입될 예정이며, 칠레 정부는 2028년까지는 구리 생산량을 2022년 대비 150만 t 늘려 경제 회복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리 제련 능력 강화…중국 업체와 대화 중
한편, 칠레 정부는 구리 제련 능력을 키우기 위한 외국인 투자자도 찾고 있다. 매년 칠레에서 채굴된 구리의 절반 이상이 수익성이 낮은 반가공(semi-processed) 형태로 수출된다. 칠레에 구리 제련소가 가장 마지막으로 건설된 시기는 1990년으로, 그동안 신규 투자가 없었으며 기존 제련 설비도 기기 노후화 등으로 인해 생산성이 하락했다.
칠레 광업 공사(ENAMI, Empresa Nacional de Mineria)는 앞으로 구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련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합자회사(joint venture) 형식으로 새 구리 제련소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측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칠레에서 활동 중인 캐나다계 광업 기업 룬딘마이닝(Lundin Mining)도 제련 설비 확충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배터리 수요 증가를 기회로…리튬과 코발트 산업 육성
칠레의 배터리 산업 성장 역시 칠레의 경제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 리튬의 경우, 칠레는 현재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2위 국가이다. 또한, 매장량에서도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이은 세계 3위이다.
보리치 대통령은 얼마 전 있었던 미국 방문에서 칠레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ction Acto) 적용 대상이 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미국 기업의 칠레 리튬 산업 투자를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또한 배터리 제조에 구리도 필요하며, 칠레가 세계 최고의 구리 생산국이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또한 보리치 대통령과 동행한 니콜라스 그라우(Nicolas Grau) 칠레 경제개발관광부(Ministerio de Economía, Fomento y Turismo) 장관은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Tesla) 대표단을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칠레의 풍부한 리튬 매장량에 주목하고 칠레에서 리튬을 채굴하여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리튬 산업 기초 연구 예산도 증액했다. 보리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것과 비슷한 시기, 에이센 에체베리(Aisén Etcheverry) 칠레 과학기술혁신부(Ministerio de Ciencia, Tecnología, Conocimiento e Innovación) 장관은 리튬 개발과 리튬이 매장된 소금평원 연구를 위한 10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이를 위해 700만 달러(한화 약 91억 원)의 예산을 새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칠레 정부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리튬 추출 기술, 리튬 재활용, 환경 파괴를 최소화한 리튬 채굴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한편, 칠레 정부는 코발트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코발트 역시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중 하나인데, 지금은 콩고민주공화국(DRC, Democratic Republic of Congo)이 전 세계 연간 생산량의 73%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칠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30년 경에는 5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빈자리를 칠레가 파고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칠레 지질광업국(Servicio Nacional de Geología y Minería)은 쉽게 버려지는 광미(tailings)에서만 연간 1만 5,000t의 코발트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연구는 물론 투자자를 찾고 있다.

무역 증진 위한 외교 행보
2023년 12월, 칠레는 EU(European Union)와 새로운 정치-무역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칠레와 EU가 정치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한편, 무역과 투자 협력 조약을 현대화하기로 약속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 규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EU는 친환경 에너지 설비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중남미를 주목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2002년 칠레-EU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체결 이후 양측의 상호 무역이 169%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EU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칠레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하면 칠레와 EU의 교역량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칠레는 한국과 새로이 FTA를 체결하는 등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권 국가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칠레 정부가 경제 회복의 열쇠로 지목한 원자재 개발이 자리잡고 있다.

브라질…금리, 외교, 세법 등 다각도 경제 회복 지원

기준 금리 인하 계속, CBDC로 소비 촉진
브라질 중앙은행(Banco Central do Brasil)이 정부의 경기 부양 지원 요청에 응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3년 12월 통화 정책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다. 2023년 8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약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네 차례의 통화 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13.75%까지 상승하며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이제 11.75%까지 하락했다.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 정부는 출범 이후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지금의 고금리로는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것이 룰라 정부의 입장이었다. 브라질 정부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상 시작 당시보다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미루고 있다는 불만을 표했다. 실제로,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2023년 11월 전년 동기 대비 4.68%까지 하락하며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1.75~4.75% 내로 진입했다. 정부의 계속된 요구에 중앙은행은 불과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p 인하했고, 브라질 재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수 있는 사건이 추가로 일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중앙은행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정책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브라질 중앙은행은 소비 활성화를 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DREX’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현금 거래가 일상적인, 브라질은 금액이 큰 물품을 사고팔때 거래 신뢰성 담보 차원에서 복잡한 종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소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DREX로 거래를 하면 많은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애스크로(Escrow) 서비스를 받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고도 비교적 안전하게 거래를 끝마칠 수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DREX를 시작으로 브라질 국민이 디지털 화폐에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금융 접근성을 높이면, 긍정적인 효과가 소비 시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파트너십 확장
브라질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에너지 외교도 강화하고 있다. 브라질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지난 2022년 순수출액이 전년 대비 28% 감소하는 등 2021년에 시작된 수출 부진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들어 생산량과 수출량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페트로브라스는 2023년 3/4분기 수출의 약 40%를 차지한 중국과 에너지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장 폴 프라테스(Jean Paul Prates) 페트로브라스 CEO는 “중국은 페트로브라스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과거 위상을 회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말하며,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브라스가 국회에 제출한 4개년 계획에 따르면 페트로브라스는 에너지 부문에 4,790억 헤알(한화 약 620조 3,0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는 직전 4개년 계획 예산 3,640억 헤알(한화 약 471조 3,800억 원)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실제로, 페트로브라스는 2027년까지 11개 신규 시추 플랫폼을 늘릴 예정이며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 스페인 렙솔(Repsol)과 함께 세운 합작회사(joint venture)를 통한 탐사 및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페트로브라스는 중국과의 협력 강도를 높여 투자 유치와 개발 속도를 한층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산업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룰라 정부의 행보는 중동과 유럽에서도 이어졌다. 룰라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브라질-사우디 사이의 포괄적인 경제 협력 강화 협약을 이끌어냈는데, 주요 협력 분야는 에너지 섹터였다. 양국은 협약서에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과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는 물론, 수소와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기술 부문에서도 교류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후, 룰라 대통령은 “경제 회복과 개발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이는 일자리 창출과 브라질 국민 소득 향상, 그리고 빈부 격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과는 주로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교류를 넓히고 있다. 룰라 정부는 최근 독일과 재생에너지 기술 협력을 포함한 삼림 보호 등 환경 아젠다에서 브라질과 독일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룰라 대통령은 “환경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며, 메르코수르(Mercosur)와 EU의 자유무역 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체결 성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가 비단 환경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무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세법 개혁안 통과
한편, 브라질 하원은 브라질 정ㆍ재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법 개혁안을 마침내 가결했다. 통과된 법안은 현행 5종류인 세금 종류를 연방세(Federal tax)와 지방세(regional tax)로 이원화된 부가가치세(VAT, Value Added Tax) 구조로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조세 체계를 가진 나라로, 그로 인해 야기되는 행정 낭비가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실제로 세계은행(World Bank)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기업은 매년 1,500시간 이상을 세금 관련 업무에 사용하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230~260시간보다 6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세금 업무에 투입하다 보니 기업 효율성이 오르지 못하고, 나아가 브라질 진출을 고려하는 외국계 기업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세법 개혁안 통과로 브라질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랜 숙원이었던 세법 개혁안 가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 Ratings)는 브라질 하원에서 세법 개혁안이 통과되고 며칠 후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신용등급 변경 이유에 세법 개혁안이 가져올 예상 효과를 반영했다고 명시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가 신용등급을 상향하면서, 브라질 정부의 이자 부담도 줄어들게 되었으며, 추후 새로 국채를 발행할 때도 더 낮은 금리 조건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브라질 정부가 앞으로 좀 더 많은 재원을 국가 사업이나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경제 회복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 회복 기반 마련 위한 조치 실행

새 정부, 파격적 정책 연이어 실행
새 정부가 들어선 아르헨티나에서는 앞선 정권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연달아 선을 보이고 있다. 2023년 12월 10일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신임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마치자마자 기존의 18개 부처를 절반인 9개로 줄이는 정부 조직 개편안에 서명했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오랜 기간 고질적인 경기 침체에 빠진 아르헨티나의 재도약을 위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쓴 약’을 처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처 다이어트를 단행한 밀레이 대통령은 이어서 환율을 정상화하겠다며 1달러(한화 약 1,300원)당 385아르헨티나페소(이하 페소)였던 공식 환율을 800페소로 두 배 이상 높였다. 다시 말해, 페소의 공식 가치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연료 보조금과 대중교통 보조금 삭감을 발표했으며,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전력 산업 민영화를 시사했다. 그리고 재정이 지출되는 각종 공공사업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보조금을 통한 공공요금 억제, 경기 부양을 위한 공공사업, 그리고 인위적인 고정 환율 제도 등 이전 페론주의(Peronism) 정부와 정반대의 정책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건전성 및 경제 체질 개선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아르헨티나 경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한동안은 아르헨티나 경제와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잘못된 시스템을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밀레이 대통령은 속칭 ‘충격 요법(shock therapy)’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책 초기는 더 어렵고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밀레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최대 채권자인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일부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자도 “새 정책 이후 그렇지 않아도 심했던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되었지만,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감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경제를 ‘수술’할 생각에만 지나치게 매진하면서 그 과정에서 평범한 국민들이 받게 될 고통을 경감할 지원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러한 불만이 결국 새 정부 취임 보름만에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는 사실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금융 환경의 변화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들
한편, 밀레이 정부는 인위적인 환율 통제 정책을 중단하는 한편, 농산품 수출 관세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주력 수출품인 밀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바이아블랑카(Bahia Blanca) 곡물거래소 이사회의 멤버이자 밀 생산 업체인 마리아노 다무르(Mariano D’Amore)는 밀레이 정부의 정책으로 다음 농경 시즌에는 밀 생산량이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마리아노 다무르는 과거 밀레이 대통령처럼 수출 제한과 관세를 없앴던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정부 시절, 정책 효과로 밀 생산량이 52% 늘어났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2024년 아르헨티나의 대브라질 밀 수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농업은 아르헨티나 연간 GDP의 2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며, 동시에 아르헨티나가 가장 많은 외화를 얻는 수단이기에 농산품 생산량과 수출 증가는 아르헨티나 경제 회복과 외환 보유고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르헨티나 핀테크 기업 우얄라(Ualá)는 최근 수수료 없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하고 경제 침체가 계속된 현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에서 신용카드 출시는 상당히 큰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얄라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현금만 사용하고 많은 국민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한층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신용카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얄라는 신용카드가 보급되면 침체된 소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 회복 가속 위한 멕시코의 노력 
철도 인프라를 남부 지역 개발 축으로
멕시코가 많은 논란을 야기한 마야 철도(Tren Maya·트렌 마야) 운행을 시작했다. 총 사업비 300억 달러(한화 약 38조 9,100억 원)에 이르는 트렌 마야는 열대림 파괴를 가속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남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마야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건설을 강행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철도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수익성 높은 화물 수송 열차만을 운용하는 철도 업체에 승객 운송 서비스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한편, 멕시코 남부 지역의 남북을 잇는 대양횡단철도(inter-oceanic train)를 개발하고, 철로를 따라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운행을 시작한 마야 철도는 전체 1,520킬로미터(km)에 이르는 구간 중 일부 노선으로, 멕시코 정부는 2024년 2월까지 차례로 추가 노선을 개통할 예정이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마야 철도 1차 개통식 연설에서, 마야 철도로 인해 유카탄(Yucatan) 반도 주변 지역의 건설, 관광,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10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남부 지역과 북부 지역의 경제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았다.

외국인 투자 적극 유치
한편,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대란과 미-중 경제 갈등으로 나타난 ‘니어쇼어링(nearshoring)’ 현상을 투자 유치와 경제 회복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중국에 둔 제조 시설이 가동을 멈추는 어려움을 겪었고,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키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자 여러 글로벌 기업이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에 생산 플랜트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정부는 향후 2~3년 사이에만 멕시코에 1,000억 달러(한화 약 129조 7,000억 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으로 내다보면서, 멕시코 투자를 원하는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도 니어쇼어링과 멕시코 투자의 장점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멕시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국, 중국과 동시에 협력 강화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서 중립 외교를 표방하며 둘 모두에게서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이다. 우선, 멕시코 정부는 최근 상호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멕시코는 중국 기업이 멕시코에 투자하기 편하도록 배려하는 한편, 중국은 펜타닐(fentanyl) 마약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더불어, 멕시코와 중국은 상호 교역 규모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처럼 중국과 경제ㆍ외교적으로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멕시코는 미국과는 이민자 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안보 이슈에 대해 상호 소통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멕시코 정부는 멕시코에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 자본 흐름과 안보와 연관된 물품 구매에 대한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최근 멕시코에서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동시에 아메리카 지역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멕시코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경제 회복을 위한 실리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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