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가자지구 전쟁 재개, 하마스 제거 이후의 시나리오에 관한 논의 대두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3/12/30

12


7일간의 휴전 기한 만료 후 가자지구 전쟁 재개


이스라엘, 하마스의 협정 위반 이유로 전투 재개 선언

2023년 11월 24일 맺어진 휴전 협정이 연장에 실패하면서 12월 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재개되었다. 양측은 휴전 협정 위반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재개 이후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기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12월 3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Khan Younis)로 진입을 시작했다고 알리고 칸 유니스 지역 주민의 20%인 16만 7,000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가자지구 제2의 도시인 칸 유니스는 이미 북부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유입된 상황으로 국제기구들은 피난민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이 안전지역으로 설정한 지역에도 공습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으며 피난민들이 머무르거나 생활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가 2만 명이 넘는 등 인도적 피해가 커지자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월 17일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 영국 외무부 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 독일 외무부 장관이 민간인 피해를 지적하고 장기간 유지 가능한 휴전을 촉구한 데 이어 카트린 콜로나(Catherine Colonna) 프랑스 외무부 장관 또한 인질 석방, 인도적 지원을 위한 휴전이 시급하며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이스라엘의 서방 동맹국도 휴전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12월 22일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12월 15일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을 오인사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인질 가족들을 중심으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이에 12월 19일 이츠하크 헤르조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이 휴전 재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발언하고 12월 20일에는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 하마스 지도자가 이집트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양측 간 휴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종전 이후 시나리오 논의 본격화

한편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 시나리오에 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전쟁 목표만 제시한 채 전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1월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 같은 무장조직이 다시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안보를 무기한 관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을 제거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11월에는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부 장관은 G7 외교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전쟁 이후 일시적인 과도 기간은 필요하겠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으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관리할 책임은 팔레스타인인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자지구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며 이집트로부터 점령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군정을 행사하고 이스라엘인 정착촌을 건설했으나,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이에 체결된 오슬로 협정에 따라 가자지구는 서안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영토가 되었다. 2000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봉기가 발생하고 하마스 등 무장조직의 위협이 커지면서 2005년 아리엘 샤론(Ariel Sharon)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가자지구 내 정착촌을 모두 철거하고 정착민을 퇴거시켰다. 그러나 당시 샤론 내각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불복하고 사퇴한 바 있다. 이후 가자지구는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이 되었으나,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자치정부의 집권 세력인 파타(Fatah)를 누르고 다수석을 차지하고 2007년에는 가자지구에서 파타 세력을 몰아내며 사실상 하마스의 지배권 아래로 들어갔다.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선거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건설해 봉쇄하고 사람과 물자 이동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립

미국의 우려에 대해 길라드 에르단(Gilad Erdan) UN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머무를 뜻은 없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이스라엘의 전후 처리 계획은 가자지구 점령과 직접 통치가 아니라 가자지구의 비무장지대화, 극단주의 세력 제거, 재건이라고 강조하며 하마스가 제거된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할 ‘민간정부‘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정부에게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이양할 것인지, 언제 이러한 계획을 수행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아직 없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 외교 관련 고위 인사들에 따르면 비무장지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가자지구 내에 이스라엘과 접경한 지역에 무인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후 처리를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가자지구 통치 문제에 있어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고려하지 않는 이스라엘과 달리 미국은 팔레스타인 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12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 노골적인 가자지구 재점령 의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영구 추방 계획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추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지난 11월 아비 디히터(Avi Dichter) 농업부 장관은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강경 극우파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Bezalel Smotrich) 재무부 장관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자발적 이주’가 ‘올바른 인도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10월에 유출된 정보부의 문건에서는 팔레스타인인 230만 명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이 이스라엘 안보를 유지할 최선책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을 야기했다. 문건은 먼저 시나이반도에 텐트촌을 세워 팔레스타인인을 이주시키고 이후 텐트촌을 영구적 도시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팔레스타인인의 이스라엘 접근을 막기 위한 안보 지역을 설정하는 방법도 포함되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 단순한 제안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이스라엘 총리실이 이집트가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하도록 설득할 것을 유럽 정상들에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플랜B, 제2의 나크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퍼붓는 것이 가자지구를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발적으로 떠나게 만들려는 ‘플랜B’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알자지라(Al-Jazeera) 등 아랍 언론에서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추방되었던 사건인 ‘나크바(Nakba)’가 다시 재현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은 ‘제2의 나크바’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압델 파타 알시시(Abdel 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도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의 전 부국장이었던 람 벤 바라크(Ram Ben Barak)는 가자지구를 떠나고자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웃 국가로 이주해 시민권을 얻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외교적 노력과 자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는 등 이스라엘 내에는 팔레스타인인의 이주를 옹호하는 인사들이 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메 슈크리(Sameh Shoukry) 이집트 외교부 장관은 강제 이주가 국제법 위반이며, 중동의 혼란을 더욱 가중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집트는 1948년과 1967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서 이집트로 이주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이 거부된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어 가자지구에서 추방된 난민들이 영구적으로 정착하고, 이스라엘이 이를 명분으로 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전면 부정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편된 PA의 가자지구 통치권 원하는 미국


미국의 종전 후 가자지구 구상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종전 이후 가자지구를 다시 통치하고 안보를 책임지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11월 블링컨 장관은 전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개혁을 거쳐 다시 기능을 회복하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모두를 관할할 것을 제안했으며, 자치정부의 기능과 통제력 회복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향한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시했다. 이어 12월 15일에는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미국은 자치정부의 보안 병력을 훈련시켜 가자지구에 배치하여 안보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유일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11월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압바스 수반은 자치정부가 동예루살렘, 서안지구, 가자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치적 해법의 틀 내에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는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12월 1일 블링컨 장관은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아랍 각국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후 가자지구 관리 방안에 관해 논의했으나, 블링컨 장관과 만난 아랍 외무부 장관들은 전후 관리에 관한 문제는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만 사파디(Ayman Safadi) 요르단 외무부 장관은 아랍 국가는 이스라엘이 파괴시킨 가자지구에 들어가 뒷정리를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아랍 국가에 가자지구의 안보를 유지할 책임을 돌리려는 시도를 거부했다.


미국, 두 국가 해법 제시

가자지구를 자치정부가 관할하게 한다는 미국의 방안은 곧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공존하게 한다는 ‘두 국가 해법’과 부합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월 두 국가 해법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12월 12일에는 재차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합의된 기본 원칙에 따라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으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단하고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독립 국가를 세우는 것이 골자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랍 국가 및 중국 등 많은 국가가 두 국가 해법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지지하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의 난제

그러나 두 국가 해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이스라엘의 반대다. 2023년 출범한 현 이스라엘 내각은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우파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의와 두 국가 해결책에 부정적인 극우파 인사들이 내각에 진출해 있다. 네타냐후 총리부터 두 국가 해결책에 부정적으로, 오슬로 협정이라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치정부가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한편 이스라엘 보안병력을 공격해 체포된 사람들의 가족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적대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외에 다른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도 두 국가 해결책에 관한 바이든의 발언을 거부했다. 슐로모 카라이(Shlomo Karai)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12월 13일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으며 이스라엘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으며, 스모트리치 장관은 미국은 이스라엘에 두 국가 해결책을 강요함으로서 이스라엘을 자살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기데온 사르(Gideon Saar) 이스라엘 내각장관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어디에도 팔레스타인 국가를 용납할 수 없으며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안보를 통제할 권한을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반발을 억누르고 팔레스타인에 양보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팔레스타인인의 지지와 신뢰를 잃은 압바스와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효과적으로 관할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Palestinian Center for Policy and Survey Research)가 지난 11월 22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는 상승한 반면, 자치정부와 압바스에 대한 지지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정부에 대한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의 지지율은 17%,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지지율은 18%에 불과하다. 반면 하마스에 대한 지지는 약 40%에 달했으며 무장투쟁을 지지하는 비율도 모두 상승했다. 


89101112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