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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인구변천이론과 라틴 아메리카 역내 국가들의 인구 변화 추이: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Fernando A. Manzano UNICEN-CONICET Associate Researcher 2024/02/16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인구변천이론(DTT: Demographic Transition Theory)은 인구학에서 특정국의 인구에 관한 변화를 기술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론으로, 외부 유출입이 없는 고립된 집단을 가정해 시기에 따른 조출생률과 조사망률의 변화를 바탕으로 인구학적 변동을 설명한다.1), 2), 3), 4), 5) 해당 이론에서 다루는 근대화란, 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전근대사회가 두 지표가 모두 낮은 후기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6), 7), 8)     

인구변천이론은 원래 유럽과 미국의 인구학적 변화를 정의하고 기술하기 위해 탄생한 이론이며,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은 이 이론에 대해 “연역적 추론이나 미래 동향 예측의 기초가 되는 일관적이고 명확한 관계성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인구학적 진화의 변곡점에 대한 일종의 해석”이라고 평가하면서 맹신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9) 아울러 역사적 인구동향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적 연구에서도 많은 국가의 인구학적 변화가 인구변천이론에서 제시하는 정형성에서 상당히 벗어나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인구변천이론이 상정하는 국외 이민이 없는 고립된 인구는 오늘날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매우 경직된 이론상의 가정에 불과하다.10) 이러한 제약들은 인구변천이론에 기반한 설명에 한계가 존재함을 시사하며, 특히 인구성장률이나 연령구조상의 국가 간 차이점을 설명하는 데 이민이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남미 지역에서는 그 한계가 더욱 두드러진다.11)

본고에서 다룰 내용의 또다른 이론적 기반은 인구 연령구조에서 노령 혹은 미성년 인구를 제외한 노동가능인구의 비중이 성장하는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1998년에 처음 제안된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bonus)이다.12), 13) 특정국에서 노동가능인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인구배당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보건 및 교육에 투자하고 인적자본을 축적하면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호기로 여겨지는데,14) 해당 시기에 거두는 경제적 편익을 최대화할 경우 인구배당효과가 사라진 이후의 인구 노령화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중남미 주요국의 인구비중 추이 및 시사점
여기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의 인구를 15세 미만의 미성년층, 15세부터 64세까지의 노동가능인구, 65세 이상의 노령층으로 구분해 중남미 각국의 연령구조가 보이는 이질성을 탐구해보기로 한다. 본고에서는 인구변천이론상 유사한 특성을 지닌 국가들을 비교하기 위해 UN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ECLAC: Economic Commission for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의 분류를 기준으로 각국을 인구변천 초고도화국, 고도화국, 고속진행국, 저속진행국으로 분류한다.15) 해당 기준에 근거한 중남미 20개국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초고도화국(very advanced) 쿠바
고도화국(advanced)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고속진행국(full) 페루,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파라과이
저속진행국(moderate) 볼리비아, 과테말라, 아이티

먼저 중남미 주요국 인구에서 15세 미만 미성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의 추이 및 전망치를 시각화한 <그림 1>을 살펴보면 이들의 상대적 규모 측면에서 국가간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연도별 미성년 인구비중의 최대 격차는1950년에 11.1%p였다가 2020년에는 16.3%p로 확대되었다. 이 중 아르헨티나의 경우 1950년에는 15세 미만 인구비중이 역내 최저치인 30.5%에서 출발했지만, 1950년대 및 1980년대에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미성년층 인구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했고, 2020년에는 역내 평균에 가까운 23.3%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여러 국가들의 미성년 인구비중 추이가 서로 큰 큰 차이를 나타내는 원인으로는 이민동향이 개별국의 인구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해볼 수 있다. 한편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 중남미에서는 65세 이상 인구비중 측면에서도국가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발견된다. 일례로 1950년에는 역내 노령층 인구비중 최고치(파라과이)와 최저치(페루)의 격차가 2.3%p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최고치를 기록한 쿠바와 최저치를 기록한 아이티 사이의 격차가 9.2%P로 커졌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경우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비중이 1950년의 4.2%에서 시작해 모든 기간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2020년을 기준으로 한 수치는 11.2%로 1950년 대비 성장률은 약 173.8%로 집계된다.

<그림 1> 중남미 주요국 15세 미만 인구비중 추이 및 전망(단위: %)


자료: ECLAC 인구전망(ECLAC, 2016)16)  기반 저자 계산

<그림 2> 중남미 주요국 65세 이상 인구비중 추이 및 전망(단위: %)


자료: ECLAC 인구전망(ECLAC, 2016)  기반 저자 계산

다음으로 인구배당효과에 따라 각국의 잠재적 경제성장률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15~64세 노동가능인구의 비중을 살펴보기로 한다. <표 1>에 따르면 1950~2040년 중남미 주요국 내 노동가능인구 비중은 상당한 이질성을 나타내는데, 인구변천 고도국으로 분류되는 아르헨티나, 그리고 표에는 포함되지 않은 우루과이의 경우 해당 인구비중이 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할 뿐만 아니라 시기에 따른 부침의 규모도 작다는 특성을 지닌다. 나머지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개별국의 인구변천 수준과는 무관하게 1950~2040년 평균 인구 부양부담이 전술한 2개 국가에 비해 높은데, 역내 노동가능인구 비중의 수렴을 예견하는 인구배당이론만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즉, 중남미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서로 유사한 수준으로 평준화될 것이라는 동일 이론상의 가정도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17)

<표 1> 중남미 주요국 노동가능인구 비중 추이·전망(단위: %) 및 인구배당효과 시기구분


비고: 배당효과 1/2/3기 구분법(ECLAC, 2008; Manzano, 2016)
(배당효과 1기) 노동가능인구 비중은 증가하지만, 절대수치가 60% 미만이거나 증가세가 조기에 역전
(배당효과 2기)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절대수치가 60%를 상회
(배당효과 3기) 노령층의 상대적 규모 증대로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감소하지만, 절대수치는 60%를 상회
자료: ECLAC 인구전망(ECLAC, 2016) 기반 계산.



<표 1>은 중남미 주요국 내 노동가능인구 비중의 변화를 바탕으로 각국이 인구배당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를 나타낸다.18) 여기에 따르면 1950~1965년 동안 쿠바와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나머지 중남미 국가들은 인구배당효과를 누리지 못했고, 중남미 평균치에서도 지속적 상승세가 발견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1950년부터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60%를 상회하지만 절대수치는 감소하는 배당효과 3기로 분류되었다가 1995년부터는 2기로 이행했으며 미래 2035년부터는 다시 3기로 재분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950년부터 2040년까지 모든 시기에서의 노동가능인구 비중이 60%를 넘어서는데, 이는 노동가능인구 3명당 평균 부양인구가 언제나 2명 미만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처럼 우호적인 인구학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1950년부터 2020년까지 1인당 GDP의 하락을 경험한 특이사례에 속한다.

아르헨티나로 유입되는 이민의 역사적 패턴
이민활동이 유발하는 압력은 역내 국가들에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같은 지역 내에서도 인구 유출을 주로 경험하는 국가와 인구 유입을 주로 경험하는 국가가 공존할 수 있다. 이는 인구변천이론에서 고려하는 출생률과 사망률이라는 수동적 요소 이외에 이민도 각국 인구의 연령구조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민의 흐름은 국내적 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정형성과 예측불가능성이 두드러진다.19) 

이 사실을 감안해 지난 역사적 시기에 걸쳐 아르헨티나로 유입된 이민의 패턴을 분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1869년부터 1914년까지 아르헨티나는 이주민 유치 장려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인구성장률을 가속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덕분에 1914년 당시 아르헨티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외국계 이민자의 인구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로 집계되었다.20) 단, 이러한 이민자 유입 추세는 1929년을 전후한 세계 대공황을 기점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으며, 2차대전 이후로는 국제이민의 패턴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나면서 중남미 내부로부터 유입되는 이민자의 비중이 증가했다.21)

결론
위 내용을 통해 우리는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에서 인구변천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상당 수준의 이질성이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 아이티, 파라과이의 경우 인구변동의 상당 부분이 이민자 유출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국가들과 차별화된다.

특정 지역 내 국가들의 인구 연령구조가 서로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할 것을 예측하는 인구변천이론과는 달리, 중남미에서는 15세 미만 미성년층 및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비중의 국가간 격차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이론상으로는 인구배당효과가 예상되는 시기에도 오히려 인구 부양부담이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했다. 다만 아르헨티나의 경우 국제이민 유입 추세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노동가능인구 비중을 유지하면서 인구 부양부담의 상승압력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각주
1) Thompson, Warren: Popula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34, Nº 6, 1929, p. 959-975.
2) Landry, Adolphe: La Révolution démographique. Études et essais sur les problèmes de population. París, Sirey, 1934.
3) Glass, David; Eversley, David (ed.): Population in history: essays in historical demography. Chicago, Aldine,1965.
4) Notestein, Frank: Population. The long view. Food for the World (Schultz, E.,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45, p. 36-57.
5) Tabutin, Dominique: Problèmes de transition démographique. Francia, Université Catholique de Louvain,1980.
6) Kirk, Dudley: Teoría de la transición demográfica en Población y Sociedad. Revista Regional de Estudios Sociales, Nº6 y 7, 1999.
7) Torrado, Susana: Población y desarrollo: Metas Sociales y libertades individuales. (Reflexiones sobre el caso argentino). Política y Población en la Argentina. Claves para el debate (Torrado, S. comp.). Buenos Aires, Ediciones de la Flor, 1990.
8) CEPAL-CELADE. Población, equidad y transformación productiva. Libros de la CEPAL. Santiago de Chile, Naciones Unidas, Nº 35, 1993, p. 215.
9) Arango, Joaquín: La Teoría de la Transición Demográfica y la experiencia histórica. Revista Española de Investigaciones Sociológicas, N° 10, 1980, p. 169-198.
10) “인구변천이론의 방법론적 기반은 출생률과 사망률이라는 수동적 인구변동만을 고려하며, 따라서 인구역학의 일면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이민활동은 분석대상에서 제외된다.” (Demeny, 1968).
11) Manzano, Fernando Ariel (2015).  Bono Demográfico y Crecimiento Económico en los países de América Latina. Un abordaje crítico e interdisciplinario. Tesis doctoral inédita, Universidad Nacional de Córdoba, Córdoba.
12) UNFPA: Shift to smaller families can bring economic benefits, News features. Fondo de Población de las Naciones Unidas. 1998.
13) (역주)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 https://www.moef.go.kr/sisa/dictionary/detail?idx=2048
14) “인구배당효과는 인구학적 변화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편익으로 정의된다.” Pinto Aguirre (2011:107)
15) ECLAC(2008)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출산율 수준, 즉 대체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와 그 시점, 기대수명, 사망률 감소 정도에 따라 4가지 인구학적 전환 단계로 구분하였음. 초고도화국으로 분류된 쿠바는 1960년대 말 대체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고도화국에서는 1980년대 말에 출산율과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음. 고속진행국으로 구분된 국가들은1980년대 초와 말에 각각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를 보인 국가들이 포함됨. 저속진행국에서는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평균을 상회함. ECLAC는 해당 분류에 대한 컷오프 값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으며 추가 연구가 진행될 예정임
16) Comisión Económica para América Latina y el Caribe (CEPAL) (2016), Observatorio Demográfico, (LC/PUB.2017/3-P), Santiago.
17) Manzano, Fernando Ariel (2016).  La heterogeneidad del bono demográfico entre los países de América Latina. Estudios Socioterritoriales, Nº 19, p. 117-134.
18) 다만 이 표는 기존 이론의 맹점을 또 하나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구배당효과 기대기간의 시작과 끝을 어디에 설정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19) Delaunay, Daniel, Leon V. ,J.B. y Portais, Michel (1990). Transición demográfica en el Ecuador. In: Geografía básica del Ecuador: 2. Geografía de la población. Quito: CEDIG, 269 p.
20) Lattes, A. E., Oteiza, E., y Graciarena, J. (1986). Dinámica migratoria argentina (1955-1984): democratización y retorno de expatriados: Instituto de Investigaciones de las Naciones Unidas para el Desarrollo Social.
21) Manzano, Fernando Ariel, y Velázquez, Guillermo Ángel (2017). «La descoordinación entre la producción, el empleo y las migraciones: Argentina (1980-2010)». Revista de Estudios Regionales (109), p. 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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