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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중동부유럽, 친러성향 및 포퓰리즘 정당 부상...EU 내 정치적 불협화음 우려
중동부유럽 일반 EMERiCs - - 2024/03/29
☐ 중동부유럽, 친러성향 및 포퓰리즘 정당 부상
◦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친러성향 정부 집권
- 중동부 유럽에서는 최근 친러시아 성향 및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히는 헝가리에서는 친러시아 성향 빅토로 오르반(Viktor Orbán) 총리가 이끄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 ‘청년민주동맹(Fidesz)’이 2022년 4월 실시된 의회 선거에서 전체 199석 중 136석(68.3%)을 석권하며 다시 한번 단독 과반 확보에 성공, 2010년 이후 14년째 장기 집권을 이어 가고 있다. 오르반 총리와 그의 내각은 환경, 난민, 성소수자(LGBT) 등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회 이슈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러시아, 중국 등과 밀착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 슬로바키아에서는 2023년 9월 실시된 의회 선거에서 좌파 친러시아 성향의 ‘방향-사회민주주의당(SMER)’이 전체 투표수의 22.9%를 득표, 전체 150석 중 42석(28%)을 차지하며 친유럽·친우크라이나 성향의 ‘진보 슬로바키아(PS)’를 누르고 제1당으로 등극, 연합 정부 구성 우선권을 얻었다. 이후 동년 10월 11일 SMER 주도의 친러시아 민족주의 성향 연정이 출범, SMER 소속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가 신임 총리에 선출되었다. 신임 피초 행정부는 최근 공영방송과 사법부에 대한 통제 강화를 시도하는 등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 폴란드, 체코, 그리고 불가리아, 친러성향 포퓰리즘 정당이 국내 갈등 요인으로 부상
- 체코에서는 안드레이 바비시(Andrej Babis)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포퓰리즘 성향 ‘불만족스러운 시민들의 행동(ANO)’이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39%에 육박하는 전례 없는 지지를 얻어 급부상하고 있다. 바비시 전 총리는 현 중도 우파 성향 체코 정부의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하고 이웃 슬로바키아의 친러시아 성향 피초 총리를 지지하는 등의 발언으로 체코 정부 인사들로부터 ‘안보 위협’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편, 같은 여론조사에서 현 집권 여당인 시민민주당(ODS)은 14.5%의 지지율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당장 의회 선거가 실시될 경우 ANO가 제1당 확보는 물론 연정 구성 우선권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 의회 선거는 2025년 가을로 예정되어 있다.
- 불가리아에서는 친러시아 성향 극우 민족주의 ‘부흥당(Vazrazhdane)’이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하며 불가리아 정부의 유로화 도입 계획을 반대하고 수도 소피아(Sofia) 내 소련군 기념물 철거에 항의하는 등 정치적 갈등의 진원이 되고 있다. 부흥당은 2023년 12월 소피아의 ‘소련 붉은 군대 기념비’ 철거를 결정에 항의하며 다른 친러시아 성향 야당과 함께 의회 본회의장을 봉쇄한 바 있다. 또한, 부흥당은 2024년 2월 러시아 외무부와 사실상 집권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United Russia Party)’의 초청으로 모스크바에 사절단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불가리아 내 EU 지지와 반대 여론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부흥당과 친러시아 성향 불가리아 사회주의당(BJP) 등은 조기 총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 폴란드에서는 2015년부터 8년 동안 집권하던 우파 포퓰리즘 성향 ‘법과 정의당(PiS)’이 2023년 10월의 의회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친유럽 중도 성향 시민연합(KO)을 필두로 한 좌파 연정이 구성되면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시민연합 소속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신임 국무총리는 정치적 편향성으로 비판받았던 국영 언론을 개혁하고 EU와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2월 친러시아 극우 성향 연맹당(Konfederacja)이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을 둘러싼 농민 시위에서 일부 농민단체와 연계, 러시아를 두둔하는 시위를 전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EU 내 정치적 갈등 유발
◦ 헝가리, EU와 우크라이나 지원 및 주권법 제정으로 불협화음
- 헝가리 정부는 2022년 2월 이후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공공연히 반대하며 EU 및 다른 회원국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2023년 12월 15일 열린 EU 이사회(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 개시를 의제에서 배제해 달라는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500억 유로(약 72조 8,0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군사적 지원책에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본 우크라이나 지원책은 2024년 2월 1일의 EU 임시 이사회에서 의결, 통과되었으며 익명의 한 외교관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들이 오르반 총리를 향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선을 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 헝가리 정부는 외국 시민단체와 재정적으로 연계된 개인 또는 단체를 처벌할 수 있는 ‘국가 주권 보호법(National Sovereignty Protection Bill, 주권법)’ 제정을 놓고 EU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023년 12월 헝가리 의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주권법 제정과 주권보호청(Sovereignty Protection Office) 설치 법안을 가결하고 2024년 2월 주권보호청 설치를 완료하자,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2월 7일 주권법이 EU의 법과 민주적 가치를 침해한다는 공식 서한을 보내 항의하고, 이를 막기 위한 EU 차원의 공식 사법 절차를 개시하였다.
- EU는 또한 헝가리 정부의 사법부 독립성과 언론 자유 훼손, 그리고 성소수자 탄압 등을 이유로 2023년 12월 이후 104억 유로(약 15조 1,400억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회복 기금의 지급을 유예하고 있다. 한편, 헝가리 정부는 2024년 2월 채택된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의 새로운 이주 협약(Migration Pact)에 대해 극히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지원 및 러시아 연계를 놓고 중동부유럽 국가들과 갈등
- 슬로바키아의 피초 행정부는 2023년 10월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는 등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 정부와 적극적인 연대를 추구하여, 다른 EU 회원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24년 3월 4일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페테르 시야르토(Péter Szijjártó) 헝가리 외무장관과 유라이 블라나르(Juraj Blanár)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이 2024년 3월 1일 튀르키예에서 열린 안탈리야 외교 포럼(Antalya Diplomatic Forum)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사실을 강력히 비판하며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한 태도였다고 지적하였다.
- 또한, 2024년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체코 국무총리는 친러시아적인 행보를 보이는 슬로바키아 정부에 반대해 지난 2012년부터 실시해 오던 공동 내각 회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피알라 총리는 슬로바키아가 헝가리와 연대해 EU 및 중동부 유럽 4개국 협력체인 비셰그라드 그룹(Visegrád Group) 내 의견을 분열시키고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통한 종전을 종용하는 등 체코 정부의 대외정책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체코와 슬로바키아 간 공동 내각 회의는 74년(1918-1992) 동안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국가로 존재했던 양국의 특수한 관계와 지난 1993년 평화적인 합의로 분리한 양국의 친선 관계를 상징해 왔다.
- 한편, 2024년 3월 23일 실시된 슬로바키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무소속 이반 코르초크(Ivan Korčok) 후보가 42.13%의 득표율로 37.28%의 현 정부 연정 파트너인 좌파 민족주의 성향 ‘목소리-사회민주주의(HLAS)’ 소속 페테르 펠레그리니(Peter Pellegrini) 국회의장을 앞서고 있다. 코르초크 후보는 외교관 출신으로 EU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현재 의회 내 야당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펠레그리니 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적극적 지원에 반대하고 러시아가 추진하는 형식의 평화 협상을 지지하는 등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득표율 1, 2위를 차지한 두 후보 간 결선투표는 오는 4월 6일로 예정되어 있다.
<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uractiv, Pro-EU Korčok scores surprise victory in first round of Slovak election, 2024. 03. 24.
BNE Intellinews, Slovak presidential candidates clash over Ukraine ahead of weekend vote, 2024. 03. 20.
Euractiv, Bulgarians support EU membership but express growing scepticism towards EU policies, 2024. 03. 14.
BNE Intellinews, Record Czech poll support for ANO as its leader adopts Kremlin-appeasing narrative, 2024. 03. 12.
POLITICO, Czechs burn bridge with Moscow-boosting Slovaks, 2024. 03. 06.
Fox News, Polish PM Donald Tusk slams Hungary and Slovakia for meeting with Russian foreign minister, 2024. 03. 04.
BNE Intellinews, Slovak Constitutional Court suspends part of Fico’s judicial overhaul, 2024. 02. 29.
Euractiv, Bulgarian far-right visit Moscow at invitation of Putin’s party, 2024. 02. 21.
Anadolu Ajansı, Poland’s farmers' leaders linked with far-right, pro-Russian party, 2024. 02. 21.
Daily News Hungary, Fidesz: New EU migration pact would leave Europe wide open to illegal migration, 2024. 02. 14.
Al Jazeera, EU launches legal action against Hungary’s ‘sovereignty’ law, 2024. 02. 07.
France 24, EU summit agrees €50 billion aid for Ukraine despite Hungary's veto threat, 2024. 02. 01.
AP News, Poland’s new Cabinet moves to free state media from previous government’s political control, 2023. 12. 20.
AP News, EU releasing 5 billion euros to Poland by year’s end as new government works to restore rule of law, 2023. 12. 15.
Euractiv, Pro-Russian parties block Bulgarian parliament over Soviet monument demolition, 2023. 12. 15.
Notes from Poland, Tusk picked as Poland’s new prime minister by parliament, 2023. 12. 11.
France 24, Slovakia’s Fico signs coalition deal with far-right parties, 2023. 10. 11.
BBC, Slovakia elections: Populist party wins vote but needs allies for coalition, 2023.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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