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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홍해 주변 지역 긴장의 배경과 영향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Kashi Pandita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Kashmir University 2024/05/0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홍해의 지정학적 중요성
홍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핵심 해역으로, 극동에서부터 지중해, 북대서양에 위치한 많은 국가가 홍해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있다. 홍해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수에즈 운하를 사이에 두고 지중해와 연결되어 있어, 유럽과 동북아 부국들의 신속한 교역을 가능하게 해주는 연결지점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동부 해안, 동쪽으로는 아라비아 반도 서부 해안을 접하고 있는 홍해는 남쪽의 바브엘만데브(Bab-el-Mandeb) 해협에서부터 북쪽의 수에즈 운하에 이르는 해역 전반이 중요한 석유 운송로로 이용되고 있어 세계 경제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상 이유로 페르시아만 대신 홍해를 석유 운송에 활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홍해는 역내 생산 석유의 유럽 수출로이자 수단, 에티오피아, 요르단, 이스라엘 등 연안국들의 주요 무역로로서 큰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풍부한 해저 광물자원 매장량 △어업 잠재력 △중동 및 아프리카 주요국 소재지로서의 입지 △여러 국가가 해외에 파견한 군병력과의 소통∙교류 경유지로서 홍해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림 1> 홍해, 수에즈 운하, 주변 국가들


자료: google.com/maps


아랍-이스라엘 갈등으로 인한 긴장
홍해를 둘러싸고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긴장의 핵심 요인은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이다. 아랍 국가들은 건국 당시부터 아랍인들의 땅인 팔레스타인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영토 확장을 꾀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을 적대해왔고,1) 팔레스타인인들 역시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육상 국경이 비우호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홍해를 아시아 및 아프리카와의 무역, 교류, 안보협력에 필수적인 경로로 여기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건국 당시 네게브 사막(Negev Desert) 남부와 아카바만(Gulf of Aqaba)을 반드시 영토에 포함시키고자 했던 것도 자국에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던 이집트가 미래에 수에즈 운하를 봉쇄할 가능성을 우려해 아카바만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홍해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2) 이스라엘은 이외에 남수단이나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반아랍계 운동에 군사훈련, 조언, 장비 등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에티오피아와는 홍해의 완전한 아랍화를 저지하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3) 따라서 홍해를 둘러싼 긴장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방 강대국들의 지원을 받아 국가를 세운 이스라엘과 영토를 빼앗겼다고 여기는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Hamas)가 인접한 이스라엘 마을을 습격해 1,20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고 약 240명을 인질로 잡으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이 사건은 곧 가자지구를 둘러싼 전쟁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삶의 터전이 파괴되었다. 이스라엘은 여타 이해관계자들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 선박 공격
가자지구의 전투가 격화되고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반면 휴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홍해를 경유하는 선박들의 항행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 여기서 알아 두어야 할 점은 현대의 많은 국가들이 지정학적 전략상 적성국과의 직접 충돌보다는 기타 주체를 동원한 일종의 대리전을 선호한다는 사실인데, 대표적으로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 예멘의 후티(Houthi) 반군에 각각 영향력을 행사해 이들을 대리전에 동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란으로부터 무기, 자금, 조언, 전략정보 등을 제공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군사집단은 반이스라엘 사상교육을 받은 조직원들로 구성되며, 저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 중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은 이란의 암묵적 지원을 받아 2014~2015년에 쿠데타를 일으켜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Abdrabbuh Mansur Hadi) 당시 대통령이 이끌던 정부 시절 예멘 영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4) 반이스라엘, 반사우디, 반미 성향을 특징으로 하는 이란식 대외정책을 표방한 후티 반군은 “신은 위대하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에게는 저주를, 이슬람에게는 승리를.”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후티 반군의 근거지는 지리적으로 홍해에 인접해 있어 해당 수역을 통과하는 선박을 쉽게 감시할 수 있다. 홍해를 통한 자유로운 물자의 이동에 장해가 발생하는 상황은 이스라엘에게 큰 위협이며, 만약 역내 긴장이 극단을 향해 치달을 경우 홍해 무역로가 차단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란의 지원 아래 자신들의 이념을 철저히 따르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래 홍해를 지나 아시아 혹은 유럽으로 향하는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이스라엘과 연관성을 지닌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임을 천명했다.

2023년 11월 19일, 후티 반군은 일본계 회사가 운용하고 이스라엘계 기업인과 연관성을 가진 화물선 갤럭시 리더(Galaxy Leader)를 나포해 25명의 선원을 억류했다. 또한 2024년 1월 10일자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당시까지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발사되어 홍해상에서 격추된 미사일과 드론의 수도 60기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게다가 후티 반군은 당초 선언의 내용과는 달리 이스라엘과의 연관성이 희박하거나 불명확한 선박도 빈번히 공격했다.

홍해 무역로 위협에 따른 악영향
홍해 무역로에 대한 후티 반군의 위협은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가장 즉각적인 피해로는 독일의 하팍로이드(Hapag-Lloyd)나 덴마크의 머스크(Masesk)를 비롯한 많은 운송사들이 수에즈 운하를 피해 남아공의 희망봉을 돌아가는 우회로를 선택하면서 발생한 수송비용 및 시간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하여 홍해 상 상선 및 기타 선박에 대한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대함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홍해 상 선박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면서 홍해 항로의 운행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한 44개국의 규탄 성명에 동참하는 등 국제적 대응에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후티 반군의 공격이 30회를 넘어서고 50개국 이상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미국 및 파트너국들이 주도한 반격작전은 역내 분쟁 조장이 아닌 분쟁의 확산 방지와 긴장 완화 조건 조성에 목적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5)

한편 일각에서는 홍해 무역로에 대한 위협을 극도로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홍해를 위시한 중동지역에서의 상황이 악화되면 전쟁, 혹은 최악의 경우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한다. 혹여 다국간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지금의 팔레스타인 문제를 뛰어넘는 참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중동 정세는 한 번의 오판이 크나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24년 4월 19일 오전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습하면서 전 세계가 확전의 공포에 사로잡혔으나 다행히 양측이 추가 충돌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지금으로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세계적 규모로 확전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중동에서는 지난 70여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비롯하여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무장충돌이 발생했으나, 강대국들이 개입해 상황 진정에 나서면서 국지적인 무장 충돌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 인류와 동식물의 절멸을 초래할 수 있는 핵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대에는 핵보유국들이 통제를 벗어난 대규모 분쟁이 발생하는 일을 막고자 하며, 홍해를 둘러싼 갈등에도 이와 같은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홍해 무역로 위협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의 위협에 대응해 소규모 해상 전력을 지중해 및 홍해에 파견해둔 상태이다. 현지시간으로 2024년 1월 9일 후티 반군 미사일∙드론 격추 성과를 소개한 미군 중부사령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일 오후 9시 15분경 미군 항공모함 아이젠하워(Eisenhower)호와 미사일 구축함 3척, 그리고 영국 해군 구축함 1척이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 18기와 대함 순항미사일 2기를 성공적으로 격추했으며, 해당 공격은 2023년 11월 19일 이래 후티 반군이 홍해 무역로를 공격한 26번째 사례였다. 한편 미-영 연합군은 후티 반군의 미사일 설비에 대한 타격도 감행했는데, 리시 수낙(Rishi Sunak) 영국 총리는 이 반격작전에 대해 “필수적이고 비례성 원칙을 지킨”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세계 여러 국가들은 다양한 수준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및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의 공개발언을 통해 가자지구 및 홍해에서의 긴장 완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도 중동에서의 휴전을 촉구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으로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중동에서의 평화를 실현하는 데 유효한 접근법이라는 입장을 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어 당장 중동에 쏟을 여력이 많지 않다.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이권을 챙기고 있기 때문에 역내 정세 안정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접경한 이집트는 2018~2019년 중국발 투자 유치액이 285 억 달러(약 39조 원)을 기록해 아랍권에서 가장 많은 중국 자본을 유치한 국가로 등극했으며, 2023년 3월에는 중국 기업 신싱(Xinxing Ductile Iron Pipe)이 이집트 아인수크나(Ain Sokhna) 소재 산업단지에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신규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은 지난 8년 연속으로 이집트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유지했는데, 2023년 11월을 기준으로 중국은 이집트와의 무역에서 수출 14억 2,000만 달러(약 1조 9,500억 원), 수입 5,250만 달러(약 720억 원)를 각각 기록해 흑자 규모가 약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8,800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 중대한 사안이다. 비록 아라비아만이나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무장세력 및 해적 준동이라는 문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세계의 강대국들은 주변 해역에 해군을 투입해 해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남아시아의 맹주 인도는 해적활동에 대응한다는 목표 아래 최소 10척 이상의 해군 함정을 주변 해상에 파견해둔 상태이다.

결론
현재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란 등 제3국이 지원하는 대리단체에 대한 무장 지원을 중단하거나 이들의 활동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 이후 마련된 협상의 장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모두 참여해 평화의 조건을 명문화해야 하고, 국제연합(UN)은 글로벌 실무그룹을 창설해 협상안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을 제안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양 주체 모두가 대화만이 역내 평화 달성의 유일한 효과적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접고 양보에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국가 및 민족 사이의 증오를 조장하는 풍토를 종식시키는 일이다. 상대국에 대한 극렬한 증오를 드러내는 자국 내 극단주의자들을 통제해야 하며,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전까지 진행 중이던 이스라엘-아랍 국가들 간 관계 정상화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가 간 관계 개선은 인도, 이란,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등지를 잇는 총연장 7,200km 규모의 해상∙철도∙도로 운송로인 국제남부운송회랑(INSTC: International North South Transport Corridor) 구상의 신속한 실현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Strategic importance of the Red Sea, Turki Al-Anazi published by US Army War College, Pennsylvania, 2001. P. 10
2) Abdullah A. Al-Sultan, The Red Sea and the Arab-Israel Conflict. (Cairo: Arab Affairs, 1991) 93.
3) Muhammad Z. Al-Mugarbi; The Conflict of Strategies in the Red Sea. (Cairo: Arab Affairs; 1991) 54,                                        
(역주) 이스라엘은 홍해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비아랍 이웃 국가를 지원하는 전략을 추구했는데, 1970년대 초 이스라엘 국방군 참모총장 하임 바르 레브(Haim Bar-Lev)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여 홍해 내 할립(Halib), 달락(Dahlak), 하니쉬(Hanish), 주카르(Zuqar), 다르 알 아일(Dar al-Ayl) 섬에 대한 회담을 개시하였으며 에티오피아 해군의 훈련에도 개입하였음. 1973년 이스라엘은 당시 무인도였던 주카르 섬에 라디오 및 레이더 기지를 설립하였음. “Israel’s Maritime Security in the Red Sea: Historical Competition and the New Houthi Challenge”, 2023.3.10 https://sanaacenter.org/the-yemen-review/jan-feb-2023/19711 
202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홍해 인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에티오피아가 소말리랜드와 해안선 임대 협정을 체결하며 홍해 지역에서 반아랍 세력,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2024.1.22 “How Ethiopia’s Red Sea deal could impact Israel, Egypt, and the UAE” https://ethio12.com/2024/01/28/how-ethiopias-red-sea-deal-could-impact-israel-egypt-and-the-uae/
4) “Yemen rebels announce takeover". BBC News. February 6, 2015.
5) World Economic Forum, Davos, January 16, 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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