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 러시아: 전략적 파트너십 추구
2019년 제 1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 개최
지난 2019년 10월 23~24일 러시아 소치(Sochi)에서 제 1회 개최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 회담에는 아프리카 지도자 40명 이상, 기업인 약 3,000명이 참석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러시아는 서방 이외의 국가들과 대외관계를 강화하고자 했고, 이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정치, 경제, 안보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접근 방식이 거창한 전략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기회주의적 영향력 추구라고 평가했다. 또한 냉전 시대에 젊은 활동가들과 아프리카 탈식민지화 운동의 지도자들이 모스크바에서 공부하면서 형성된 오래된 인적 네트워크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과거 식민지 주군에 대해 느끼는 불만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소프트 파워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 정부는 경제 및 군사적 인맥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광업과 에너지 분야는 러시아가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이며,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 루코일, 로스텍, 로스아톰은 우간다, 나이지리아, 앙골라를 비롯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해 있다.
4년 전에 비해 더욱 고립된 러시아…한 차례 연기된 제 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
2022년 10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2023년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게 되었다.이전 포럼과 달리 2023년 회의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러시아는 유엔(UN) 총회에서 자자표를 확보하고 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재 조치로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노력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회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논평했다.
러시아의 대아프리카 전략 우선순위
아프리카 안보 전문가인 조셉 시에글(Joseph Siegle)은 러시아가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통해 △남부 지중해를 따라 북아프리카에 교두보 확보 △러시아의 글로벌 위상과 강대국으로서의 인식 △민주주의 저해와 권위주의의 확대 △영토적 온전성과 주권 존중의 UN 기반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 질서의 재편 네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간 군사 기업 통해 아프리카 쿠데타 지원
내전 개입을 통해 아프리카에 적극 진출…러시아 정부에 부담 없는 비공식적 방식
러시아의 아프리카 진출은 다른 강대국들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러시아와 서방 간의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서방 정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망 이전 러시아의 민간 군사 기업인 바그너(Wagner) 그룹은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Viktorovich Prigozhin)이 사망하기 전까지 아프리카 개별 국가의 정치, 군사, 경제 부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데, 비판론자들은 모스크바가 바그너그룹을 통해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자원을 둘러싼 갈등을 조장하며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리고진 사망 이전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정부를 대신하여 아프리카 내 러시아 영향력 확대에 앞장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23년 7월 니제르 쿠데타의 배후에 바그너 그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당시 프리고진은 니제르 쿠데타가 식민주의자들에 대한 니제르인들의 투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말리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하자 러시아는 자국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3년 8월 프리고진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자 이후 아프리카 내에서 바그너 그룹의 활동에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러시아의 해외군사정보국(GRU)은 바그너 그룹의 활동을 ‘자원대’과 ‘원정대’로 나누었으며, 자원대를 사실상 통제하고 원정대는 과거 바그너 그룹의 해외 활동을 계승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원정대는 바그너 그룹이 활동했던 지역에서 병력을 모집하고 훈련을 진행하며, GRU는 ‘자원대’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요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군사 및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는 ‘정권생존패키지(regime survival package)’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정부간 협정도 병행
2023년 12월 기준 러시아 정부는 2014년부터 최소 19개 아프리카 국가와 군사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체결한 협정에는 무기와 장비 공급, 군사 훈련, 정보 공유 및 기타 협력이 포함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2022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 방문을 늘렸으며, 러시아가 고립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국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비아 분쟁에 영향을 미치고 북아프리카 및 지중해 석유 매장량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집트와 가까워졌으며, 인권 문제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같은 국가에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아프리카 내에서 러시아 정부의 목표는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수단에 새로운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러시아가 홍해에 있는 수단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면서 러시아군이 인도양에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며, 이로써 러시아는 시리아,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7번째 해외 군사 기지를 세우게 됐다.
ATOMEXPO, Russia Energy Week 등 국제 행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수의 에너지 계약 체결
제13회 아톰엑스포(ATOMEXPO), 역대 최대 참가자 수 기록
2024년 3월 26일 세계 원자력 산업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아톰엑스포 2024가 이틀간 소치(Sochi)에 위치한 시리우스 과학기술대학에서 개최됐다. 이번 국제포럼의 전시 면적은 25만 5,000㎥에 달했으며, 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이번 엑스포에 서방 국가와 기업들은 불참했으나 러시아에 우호적인 유라시아경제연합,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이라크는 이번에 처음으로 아톰엑스포 행사에 참석했다.
러시아 연방 에너지부와 로스콩그레스 재단이 주최하는 러시아 에너지 위크(REW, Russian Energy Week), 아프리카 국가들에 특별한 관심
2023년 10월에 개최된 러시아 에너지 주간 국제포럼에서도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 간 협력이 강조되었다. 2023년 개최된 REW에는 84개국 5,000개 이상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특히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베트남,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가 가장 큰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해당 행사 기간 로스콩그레스 재단과 아프리카 에너지 주간 주관사인 아프리카 에너지 상공회의소(African Energy Chamber) 간 파트너십 협약이 체결되었다. 더 나아가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간 에너지 협력은 비슷한 시기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에너지 주간(African Energy Week)에서도 이어졌다. 로스아톰과 가즈프롬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아프리카 에너지 주간 행사에 참석하여 아프리카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로스콩그레스 재단은 2024년 11월에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될 아프리카 에너지 주간 2024 행사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수의 협력 사업 계약
이번 아톰엑스포 2024에서 로스아톰은 80건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특히 이번 엑스포에서 로스아톰과 계약을 체결한 아프리카 국가로는 알제리, 르완다, 이집트, 부르키나파소가 있었다. 알제리는 핵무기의 평화로운 사용, 과학 기술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로스아톰과 르완다는 핵 물리학 및 기타 분야에서 교육, 훈련, 연구 협력에 합의했다. 이집트와는 민간 차원에서 협력이 이루어졌다. 로스아톰과 이집트의 메드파르마그룹(Med Pharma Group)은 협력 촉진을 위한 로드맵에 서명하여 의료 시설이 보유한 의료 장비와 의료 수준을 제고하기로 했다. 부르키나파소와 로스아톰은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로운 사용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뜻을 모았다.
러시아, 아프리카 내 막대한 광물 채굴권 확보
전 세계 광물 매장량이 30%를 보유한 아프리카…대부분 미개발 상태
개발 파트너로 러시아를 선택하는 아프리카 국가들
러시아는 전자, 재생 에너지 기술, 방위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의 필수 구성 요소인 희토류(REE: Rare Earth Elements) 원소에 관심을 보여왔다.아프리카는 전 세계 광물 매장량의 30%를 보유하고 있어 러시아와 같이 자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매력적인 협력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러시아는 코발트 외에도 리튬, 바나듐, 백금족 금속과 같은 다른 주요 광물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REE는 에너지 저장, 배터리 및 촉매 변환기 등과 관련된 현대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며, 러시아는 항상 광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왔다. 러시아는 준군사적 수단을 통해 아프리카에 개입하여 통제력을 강화해 왔으며, 안보를 제공하고 협박 전술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성이 좋은 채굴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는 취약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바그너 그룹에 다이아몬드 채굴권 제공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에서 진출해 주요 자원인 다이아몬드를 확보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하는 디암빌 SAU(Diamville SAU)는 표먼적으로 다이아몬드 무역을 하는 회사이지만, 그 실체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부터 다이아몬드를 매각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재정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안보, 군사 전문 매체인 아프리카 국방 포럼(Africa Defense Forum)에 따르면, 디암빌은 과거 바그너 그룹으로 알려진 용병 그룹인 러시아 아프리카 군단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마피아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다이아몬드 산업을 장악했다. 현지 상인들은 디암빌에게만 다이아몬드를 판매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디암빌로부터 보복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리, 러시아와 금·리튬·우라늄·석유·가스 개발 관련 협정 체결
말리 정권은 에너지 자립을 강화와 국가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금, 석유, 가스, 리튬, 우라늄 생산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말리-러시아 간 협력은 제재와 같은 서방의 징벌적 조치를 회피하고,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러시아 정부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말리 간 협력에서 인권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은 2021년 러시아 바그너 그룹이 말리에 도착한 이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잔학 행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초, 무력 분쟁 위치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는 2021년 12월 이후 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이전 12개월 동안 약 500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이 중 3분의 1은 바그너 그룹과 관련된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니제르, 쿠데타 시위대 구호 ‘프랑스 타도’ , ‘러시아 만세’…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4% 차지
니제르에서는 프랑스를 지지하는 측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측이 나뉘었다. 쿠데타 시위대는 ‘프랑스 타도’와 더불어 ‘러시아 만세’라는 구호도 내걸었다. 러시아는 니제르에서의 입지를 확대해 왔으며, 특히 바그너 그룹은 니제르를 비롯한 사헬 지역의 군사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프랑스 군인들이 지하디스트와 협력하고 있다며 허위 정보를 유통시키기도 했다. 또한 바그너의 수장 프리고진은 생전에 프랑스가 니제르와 체결한 우라늄 파트너십을 경제 범죄라고 지칭하면서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식민지배의 과거가 없다는 이점이 있는데, 이는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니제르는 전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4%를 보유하고 있으며, 니제르 내에서 반프랑스 정서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프랑스로의 우라늄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채굴하는 프랑스 회사 오라노는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우라늄 중 니제르산 우라늄은 10% 미만을 차지한다며, 지금까지 이 쿠데타는 해외 우라늄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그너 그룹, 수단에서도 금 제련 기업 운영…러시아는 무제한 군사 지원 제안
2017년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당시 수단 대통령의 초청으로 수단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바그너 그룹은 메로에 골드(Meroe Gold)를 설립하고 수단에서 금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바그너 그룹은 수단의 준군사 조직인 신속지원군(RSF: Rapid Support Force)을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Mohammed Hamdan Dagalo, 일명 헤메드티) 장군과의 관계를 구축했다. RSF는 수단에서 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러시아 상인들을 보호했다. 이후 압델 파타흐 부르한(Abdel Fattah Burhan) 수단군 장군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헤메드티 장군도 군사 정권의 최고위직을 맡게 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헤메드티 장군은 러시아를 방문하여 홍해에 러시아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금 운송 문제를 논의했다. 한편 부르한 장군은 러시아의 홍해 해군 기지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28~29일 양일 간 포트 수단(Port Sudan)에서 러시아와 수단 대표단이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러시아 대표단에는 미하일 보그다노프(Mikhail Bogdanov) 러시아 대통령 중동·아프리카 특사도 포함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수단 현지 매체인 수단 트리뷴(Sudan Tribune)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측은 수단에 제한 없는 높은 수준의 군사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 트리뷴은 러시아 측의 제안이 러시아군의 전문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수단 내 러시아 군 주둔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러시아의 외교적 노력, UN 표결 결과로 이어져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의 대아프리카 외교 활동 크게 증대
러시아 정부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1차 대러 제재로 인해 새로운 지정학적 파트너와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노력을 강화했다. 2014년부터 라브로프 외무장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Nikolai Patrushev) 안전보장위원회 서기, 미하일 보그다노프(Mikhail Bogdanov) 러시아 외무차관 등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이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해 다수의 양자 군사, 경제, 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를 탕감했다. 러시아의 아프리카 복귀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테러 위협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 지역에서 미국의 대테러 활동을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을 포함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축소되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안보 공백을 빠르게 메웠다. 2019년 푸틴 대통령은 흑해 휴양지 소치에서 최초의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아프리카 대륙에서 러시아의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흑해 곡물 협정 파기하고 아프리카에 곡물 무상 제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흑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막히자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곡물 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이후 튀르키예, 국제연합(UN)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 합의(흑해 공물 협상)가 이루어졌지만, 흑해 곡물 협상에서 탈퇴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세계 시장에서 차단하고 여러 아프리카 공화국들의 러시아 곡물에 대한 의존도를 높임으로써 러시아의 곡물 수출을 늘리려 했다. 특히 러시아 측은 곡물 거래 중단의 부정적인 결과로부터 아프리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푸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곡물을 상업적으로 그리고 무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곡물 거래 취소로 큰 영향을 받은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국가 등 6개 아프리카 국가에 향후 몇 개월 내에 무상 곡물 배송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교역 규모는 미미하지만 무기 공급만큼은 압도적인 수준
러시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아프리카 주요 무기 시스템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미국(16%), 중국(9.8%), 프랑스(7.6%)의 총 무기 수입량보다 높은 수치이다. 미국 씽크탱크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대아프리카 무기 판매는 연간 약 5억 달러( 약 6,826억 원)에서 20억 달러(약 2조 7,304억 원) 이상으로 급증했습다. 러시아 무기 체계의 주요 수입국은 북아프리카 국가인 알제리와 이집트로, 각각 무기 수입의 73%와 34%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미래: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 추구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
장기화하는 지정학적 긴장 상황 속에서 상호 간 필요에 의한 관계 이어질 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서방 이외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희토류를 비롯한 천연 자원이 풍부하고 반 서방 기조에 찬동하는 아프리카와의 협력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입장에서도 미국과 프랑스가 철군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안보 공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급이 어려워진 곡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해진 상황이었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러시아는 주요 무기 공급국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브릭스(BRICS)의 틀 안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협력에서 출발한 브릭스는 서방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과는 다른 다자 협력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브릭스 측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브릭스는 부르키나파소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