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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NATO 관계의 역사와 외부 안보위협에 대한 폴란드의 대응
폴란드 Nicolas Levi Vistula University Professor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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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Andrzej Duda)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Donald Tusk) 총리는 2024년 3월, 폴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가입 25주년을 맞아 미국을 방문했다.1) NATO는 1949년에 설립된 군사기구로, 가맹국 국민 보호, 외부 군사적 위협 대응, 민주적 자치 증진, 세계 평화 및 안정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NATO 설립의 근거인 북대서양조약 제4조는 가맹국이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안보에 대한 위협을 느꼈을 때 언제든 회원국들과 상호 협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뒤따르는 제5조는 특정 가맹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NATO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집단안보의 개념을 골자로 한다. 다국적 군사동맹체인 NATO는 냉전 시절 소련의 세력권 확장을 견제하고 공산권의 위협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2024년 NATO 가맹국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하여 총 32개국이다.2) 폴란드는 일부 기존 NATO 회원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9년에 체코, 헝가리와 함께 NATO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3) NATO에 가장 최근 합류한 국가는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핀란드, 스웨덴이며, 현재 추가 가입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힌 국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이다.4) NATO는 가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각국 군대의 소요 충족을 위한 국방비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5) 2023년 NATO의 군사비 지출은 1조 3,000억 달러(약 1,780조 원), 이 중 미국이 단독으로 8,600억 달러(약 1,170조 원)를 지출하였다.6)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는 다수의 국가가 모인 조직의 특성상 최근 NATO 가맹국 간에도 마찰과 분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점은 NATO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폴란드-NATO 관계의 역사를 살펴보고, 양자간 관계를 중심으로 NATO의 미래를 위한 협력 방안을 제언해보고자 한다.
폴란드의 NATO 가맹과 대러관계
폴란드의 NATO 가입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동구권 국가들에 대해 NATO 가맹의 길이 열려있다는 만프레드 뵈르너(Manfred Wörner) 당시 사무총장의 1992년 3월 발언에도 불구하고7) 탈냉전 초기 폴란드를 비롯한 중부유럽 국가의 정계와 학계는 NATO 가입에 확고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중부유럽에 소련군이 주둔 중인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붕괴하고 있던 소련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던 서방도 동구권 국가들의 NATO 편입에 관해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1993년 8월 25일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러시아 전 대통령이 폴란드-러시아 공동선언을 통해 폴란드의 NATO 가맹이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러시아의 잠재적 반발에 대한 우려가 크게 완화되어 폴란드의 NATO 가입이 속도를 내게 되었다.8)
폴란드의 저명한 연구자인 조제프 피처(Józef Fiszer) 교수는 자국의 동방정책에서 국가안보상 근본적 이익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상정된 주체는 언제나 러시아였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피처 교수는 폴란드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국과 러시아의 사이에 우호국으로 구성된 장벽을 만들고자 했고,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독립과 정치∙경제적 민주화를 지원하자 러시아가 여기에 강하게 반발했다고 주장했다.9) 폴란드는 러시아의 행보 전반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신중한 대외정책을 추진했고, 러시아의 신제국주의적 경향에 맞서 NATO와 유럽연합(EU)에 신속히 가입하고자 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폴란드의 서방권 편입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특히 동쪽 방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소위 NATO의 ‘동진’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를 자국에 대한 위협요소로 여기는 폴란드의 시각은 현재도 유효하다. 두다 대통령은 202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하여 NATO 가맹국들의 국방예산을 GDP의 2%에서 3%로까지 늘려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폴란드 당국 또한 자국군의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향후 5년에 걸쳐 병력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30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고자 계획하고 있다.10) 러시아 경외지 칼리닌그라드, 러시아의 최우방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가 느끼는 위협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 국경 지역을 침범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NATO 차원에서 대공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실제 도입 가능성은 낮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분쟁을 상정한 시나리오에서 NATO는 폴란드에 주둔하는 병력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게 되며, 이 경우 폴란드 내 NATO군이 러시아군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폴란드에는 러시아 탱크부대를 격파할 수 있는 대전차 용도의 전투기 및 자산이 다수 존재한다. 또한 2023년에는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불과 수km 떨어진 폴란드 스웁스크(Słupsk) 및 레드지코보(Redzikowo) 인근 부지에 미군 미사일 방어기지가 새로 들어섰는데,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해당 기지에는 미 해군 병력이 상주하고 있고, 장거리 레이더 설비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요격미사일 발사대가 갖추어져 있다. 이외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과 인접한 오지스(Orzysz)에도 NATO 휘하 다국적군이 주둔 중이다.
폴란드-NATO, 폴란드-미국 협력
폴란드는 NATO 가맹을 계기로 여타 회원국들과의 협력과 공동방위를 추진하고 자국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폴란드군은 NATO 가입 이후 2008년까지 총 70여 회의 공동훈련에 참여하는 등11) 다양한 군사 협력 경험을 쌓았다. 폴란드가 NATO 파트너국으로 지정된 1996년부터 참여한 연합작전은 총 13개이며, 2014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전이나 발트해 지역의 방공 신속대응 훈련에도 참가했다.12)
폴란드는 미국과의 방위협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13) 폴란드는 NATO에 가입한 1999년에 미국이 주도한 코소보 인도적 개입을 지원했으며, 해당 개입이 불러온 법적∙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여타 전통적 동맹국들보다 더욱 확고한 지지를 보내주었다.
또한 폴란드는 미국산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 중 하나로, 폴란드군 현대화 사업의 대부분은 미국산 무기 도입이 중심이 되었다. 폴란드는 지난 2002년에 미국으로부터 총 48대의 전투기를 구매했는데, 당시 ‘세기의 거래’라고도 불렸던 이 군사거래의 대금은 전투기 자체와 기술지원, 조종사 훈련비용을 포함한 도합 35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였다.14) 한편 폴란드는 보다 최근인 2023년에도 미국산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 하이마스(HIMARS) 로켓포, 블랙호크 헬기 등을 도입했다.15)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최신 자료에 의하면 폴란드는 2022/23 회계연도에 총 310억 달러(약 42조 원)를 넘어서는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방산업계의 최대 고객이 되었다.16) 2023년에는 유럽 방산업체인 MBDA의 영국계 자회사로부터 27억 달러(약 3조 7,000억 원) 규모의 대공미사일을 도입하였고,17) 한국으로부터 1조 5,000억 원 이상 규모의 경공격기와 자주포 등을 구매하는 등18) 방산 수입 상대국을 다변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자국 안보 강화, 여타 가맹국과의 협력, 집단안보 태세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NATO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며, 공동작전 참여, 다국적군 파견,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자국군 현대화 등의 노력을 통해 NATO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NATO의 입장에서도 폴란드는 서방 동맹국들을 동방의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중부유럽의 전략적 입지를 보유한 점, 그리고 다양한 공동작전에 참여하고 병력을 파견하면서 NATO의 집단안보에 공헌해 왔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높은 가맹국이다. 유럽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동부 측면의 방위를 담당하는 폴란드는 NATO가 견고하고 균형잡힌 안보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의 입장에서 본 NATO의 한계와 대응방안
1991년까지 동구권 소속이었던 폴란드의 NATO 가맹은 정책적 방향성이 이전까지의 친소 노선에서 친서방 노선으로 변경되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동방과 서방의 경계선이라는 입지, 그리고 유럽과 세계의 최근 정세를 감안하면 폴란드에게 있어 경제안보를 책임지는 EU와 군사안보를 담당하는 NATO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단, NATO가 폴란드에 제공하는 안보공약이 완벽한 것은 아닌데, 일례로 러시아 등 적국의 공격에 대한 NATO의 공식 대응이 여러 이유에서 지연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NATO 내부의 분열로 인해 유사시 모든 가맹국들이 폴란드 방위에 참여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의 현실적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일부 폴란드군 장교들은 만약 러시아가 공격해 들어올 경우 미국이 러시아와의 세계대전을 감수하고서라도 NATO의 방위공약에 따라 폴란드를 지원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Wladyslaw Kosiniak-Kamysz) 폴란드 국방장관은 NATO의 안보공약을 보완하는 자체적 방위능력 확보를 위해 폴란드군 강화, 병력 확충, 작전역량 신장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고,19) 이에 따라 벨라루스 및 러시아와의 국경지대 방위에 25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20) 이러한 형태의 방위력 강화는 2004년 이래 폴란드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정책이며, 특히 최근 5년간에는 미국 및 한국 방산기업과의 심도있는 협력을 바탕으로 폴란드의 국방력 강화 노력이 더욱 큰 탄력을 받았다. 필자 또한 미국의 지휘체계와 독립된 자체적 군사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폴란드의 국가안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최근 유럽군을 창설하고 유럽 방위기금을 신설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21) 이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찬반 양론 모두가 존재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이 이탈한 이후 EU 회원국 중 유일한 핵보유국으로 남게 된 프랑스의 입장은 여타 유럽 국가들에 대해 상당한 무게감을 지닌다. 이어 EU는 2024년 3월에 유럽방위산업전략(European Defense Industrial Strategy)을 최초로 발표하면서 2025~2027년 유럽 방위에 15억 유로(약 2조 2,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함께 공개했다.22) 하지만 이 금액은 전술한 폴란드의 국경지대 방위 강화예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폴란드는 이처럼 자본력 측면에서 NATO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 차원의 구상보다는 자국만의 독자적 방위역량 신장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각주
1) https://www.nato.int/cps/en/natohq/news_223659.htm
2) 가맹국 목록: 알바니아, 벨기에, 불가리아, 캐나다, 크로아티아,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몬테네그로, 네덜란드, 북마케도니아,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튀르키예, 영국, 미국
3) https://www.gazetaprawna.pl/wiadomosci/kraj/artykuly/9454493,25-lat-polski-w-nato-nie-ze-wszystkich-zobowiazan-polska-wywiazala-si.html
4) https://www.nato.int/cps/en/natohq/topics_49212.htm
5) https://www.visualcapitalist.com/breaking-down-1-3t-in-nato-defense-spending/
6) https://www.visualcapitalist.com/breaking-down-1-3t-in-nato-defense-spending/
7) https://www.gazetaprawna.pl/wiadomosci/kraj/artykuly/9454493,25-lat-polski-w-nato-nie-ze-wszystkich-zobowiazan-polska-wywiazala-si.html
8) https://www.upi.com/Archives/1993/08/25/Yeltsin-respects-Polish-position-on-NATO/4309746251200/
9) Fiszer 2018: 268
10) https://www.rp.pl/budzet-i-podatki/art38536711-sily-zbrojne-za-miliardy-kosztowna-budowa-wielkiej-polskiej-armii
11) Gągor 2009: 33
12) https://www.bbn.gov.pl/pl/wydarzenia/15-lat-polski-w-nato/polska-w-sojuszu-polnoc/5295,Korzysci-i-inicjatywy.html
Jureńczyk, 2020
13) https://defence24.pl/polityka-obronna/od-mysliwcow-do-abramsow-polskie-zakupy-uzbrojenia-w-usa
14) https://www.gov.pl/web/obrona-narodowa/486-wyrzutni-himars-dla-wojska-polskiego
15) https://www.wnp.pl/przemysl-obronny/polska-zdominowala-zakupy-uzbrojenia-w-usa-amerykanie-zarobia-potezne-kwoty,799908.html
16) https://www.money.pl/gospodarka/polska-armia-dostanie-tysiac-rakiet-i-sto-wyrzutni-umowa-warta-20-miliardow-zlotych-6960666563267232a.html
(편집자주) https://www.yna.co.kr/view/AKR20240116144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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