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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 법’ 도입 확산

러시아 EMERiCs -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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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전활동에 대한 미국의 입법적 대응,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 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2차대전을 앞두고 미국에서 진행된 광범위한 외국의 정치적 선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국 정부가 도입한 외국대리인등록법

1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은 1938년 미국 내 광범위한 외국 선전 활동에 대한 입법적 대응으로 제정된 정보 공개 법령이다. 당시에는 외국의 선전 활동의 영향을 받아 미국인들이 2만 명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의회는 FARA를 통해 무자비한 홍보와 악성 프로파간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위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FARA는 이후 10차례 개정되었으며, 1966년 가장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후 FARA는 22 U.S.C. § 611 이하에 성문화되어 있으며, 그 시행 규칙은 28 C.F.R. § 5.1 이하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FARA를 시행하고 관리하는 법무부에서도 이 법을 해석하는 자문 의견 및 기타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FARA 상세 내용: 각 주체의 정의, 등록 대상 활동과 절차 

FARA에서는 ‘외국’과 ‘대리인’을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있다. 먼저 '외국’에는 모든 외국 정부, 모든 외국 정당, 외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외국에 주된 사업장을 두고 있는 모든 협회, 법인, 조직 또는 ‘사람의 조합’, 미국 외의 모든 개인(미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 제외)이며, 이러한 정의에 따라, 기업, 비영리 단체, 국영 기업도 ‘외국’에 포함된다. FARA에서는 대리인을 ‘외국 주체’의 명령, 요청, 지시 또는 통제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개인 또는 단체 또는  ‘외국 주체’의 직간접적인 감독, 지시, 통제, 자금 지원 또는 보조를 받는 ‘활동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을 수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리인'이 되려면 개인 또는 단체가 미국 내에서 '외국 본인'을 위해 또는 '외국 본인'의 이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지정된 FARA 등록 가능 활동 중 하나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 활동으로는 △ 정치 활동 참여 △ 홍보 자문 △ 홍보 대리인 △ 정보 서비스 직원 △ 정치 컨설턴트 △ 금품 또는 기타 가치 있는 것을 요청, 수금, 지급 또는 분배하는 행위 △ 미국 정부 기관 또는 공무원 앞에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아프리카식 反NGO 법: 결사, 집회, 표현의 자유 억압 우려
  
동·남부 아프리카에서 널리 도입되고 있는 반NGO 법… 민주주의 퇴보 우려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연구소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지난 2019년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부적절하게 제약하는 법률이나 정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준 이집트, 튀니지, 르완다, 잠비아, 말라위,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7개 국가는 반NGO 조치를 계류 중이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케냐, 말라위, 앙골라, 나이지리아, 콩고-브라자빌, 짐바브웨 등 6개 국가는 이러한 조치를 도입했지만 행정부가 이를 반려하거나 입법부가 거부하거나 법원이 무효로 처리했다. 이러한 법과 정책은 시민 사회, 특히 인권과 거버넌스 문제를 다루는 NGO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프리덤하우스는 설명했다. 프리덤하우스는 2099년 에티오피아에서 통과된 자선단체 및 사회 선언(CSP)에 주목한다. 해당 법안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사한 법안을 채택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프리덤하우스는 강조했다. 프리덤하우스는 NGO를 규제하려는 법안이 표면적으로는 대테러, 자금 세탁 통제 또는 사이버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과 거버넌스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제재 강화…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정부 총제 강화 시도 
프리덤하우스는 아프리카에서 시행되는 반NGO 법이 인권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여 민주주의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정부가 기본법을 사용하려는 시도에 어려움을 겪거나 그러한 법이 NGO를 '억제'하기 위한 부적절한 도구를 제공할 때, 국가 안보라는 광범위한 범주에 속하는 조치는 시민 사회에 대한 대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프리덤하우스는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 것이 대중의 공포를 자극하고 불법적인 정부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안보 조치에는 대테러법, 자금 세탁 방지법, 사이버 보안법, 공공질서법, 정보 접근법에서 보안 관련 면제 조항이 포함된다. 프리덤하우스는 아프리카도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NGO 활동을 제약하는 제한 조치들은 강력한 지도자와 여당에 대한 도전을 방지하기 위해 정권들이 채택한 전략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보고서를 통해 프리덤하우스는 아프리카에서 인권과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춘 NGO들에 대한 제한이 민주주의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격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이러한 조치들이 종종 국경을 넘어서 전파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논평했다.

러시아 외국 대리인 법,  Foreign Agent Law

2012년 푸틴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 시작과 동시에 도입이 추진된 ‘외국 대리인법’…미국의 FARA와 유사한 법이라고 주장
러시아는 2012년부터 외국 대리인법을 시행했다. 2012년 7월 20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 대리인법에 서명하였으며, 해당 법안은 같은 해 11월 21일 시행되었다. 러시아의 외국 대리인법도 외국에서 자금을 받고 ‘정치 활동’을 수행하는 비정부 조직이 법무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 대리인법에 따르면, ‘외국 대리인’은 러시아 당국의 엄격한 통제에 따라야 한다. 위 법에 따라 외국 대리인으로 선정된 인물 또는 단체는 매년 광범위한 감사, 매 분기 재무 보고, 매 반기  모든 활동을 러시아 당국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외국 대리인은 모든 출판물, 편지 등 보유하고 있는 자료 전체를 명시하여야 한다. 러시아 당국은 외국 대리인들이 정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외국 대리인들이 국가 기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조직하거나 공론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조직하려 하는 경우, 자금 지원만으로도 외국 대리인법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러시아의 외국 대리인법은 법적 제재 대상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다. 

외국 대리인법에는 처벌 규정도 포함됐다. ‘외국 대리인법’으로 등록하지 않은 비정부 조직은 최대 6개월 동안 영업 등 활동이 정지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법원의 명령 없이 당국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또한 위 법을 준수하지 않은 단체의 대표자는 최대 4년의 징역과 최대 30만 루블(한화 약 473만 원)의 벌금형, 단체는 최대 100만 루블(한화 약 1,575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2022년, 도입 10년 만에 법안의 제재 대상 대폭 확대
2022년 12월 1일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법’에 변화가 있었다. 변경된 내용에는 ‘외국 대리인’의 범위와 처벌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글로벌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변화된  외국 대리인 법이 러시아의 자유로운 표현과 합법적인 시민 활동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논평했다. 외국 대리인 변경안은 2022년 7월에 채택되었지만, 시행은 12월 1일까지 지연되었다. 2022년 변경된 법안에서는 외국 요원의 정의가 확장되었는데, 이로 인해 거의 모든 사람이나 단체, 러시아 정책이나 공무원의 행동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 등 시민 활동을 하는 경우, 당국이 그들이 외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될 수 있게 됐다.  또한 변경된 법안에서 외국 대리인은 시민의 생활에서 배제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이 스파이나 반역자와 동일시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휴먼라이츠워치는 외국 대리인법 변경으로 러시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공개 토론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논란 끝에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법 도입한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10년 만에 통과된 외국 대리인법
키르기스스탄도 러시아와 같은 외국 대리인법을 채택했다. 2024년 4월 2일,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외국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에 관한 법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에서도 NGO가 외국에서 자금을 받을 경우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여야 하며, 외국 대리인에 등록된 NGO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보고 및 감사에 응해야 한다. 사실 해당 법안이 2024년에 처음으로 발의된 것은 아니었다. 해당 법안은 10년 전인 2014년 의회에서 발의되었으나, 2016년 부결됐다. 10년 만에 외국 대리인법이 통과되자 키르기스스탄 내 NGO들과 시민사회는 비판했다. NGO 대표 110명은 자파로프 대통령에게 해당 법안에 서명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하였으나, 결국 자파로프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키르기스스탄의 외국 대리인법은 미국 FARA와 달리 NGO를 직접적으로 외국 대리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키르기스스탄이 외국 대리인법을 채택하자 자유 세계 질서에 대한 반발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카자흐스탄, 2024년 러시아와 의회 차원 협의회 구성
카자흐스탄도 2016년 외국 대리인법과 유사한 법안을 채택했다. 당시 법안에는 특정 활동에서 외국의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개인과 단체는 당국에 이 사실을 보고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카자흐스탄 인권 단체인 카자흐스탄국제인권국(KIBHR: Kazakhstan International Bureau for Human Rights) 측은 이미 외국 지원에 대한 상세한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2023년 10월 카자흐스탄 재무부가 외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단체나 개인의 명단을 등재하면서 러시아와 같은 외국 대리인법을 도입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한 인권 단체 9곳은 카자흐스탄 정부가 외국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개인과 조직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결정을 즉시 철회하고 등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 단체들은 재무부가 발표한 목록이 그 자체로는 어떠한 목적도 밝히고 있지 않으나 목록에 나열된 사람들을 오명을 씌우고, 불신을 조장하고, 차별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4년 6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의원들은 외국 대리인의 영향을 막기 위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의회 수준의 메커니즘을 설립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인권 운동가인 아르투르 라스타에프(Artur Lastaev)는 독일의 소리(DW)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대리인법 채택이 아직  의회 현안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였으나,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를 일이라고 언급했다.

조지아, 2023년 한 차례 도입 실패 이후 재도전에 성공…EU 가입에 영향 미칠 듯
 
국민의 격렬한 반대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법안 도입 강행한 조지아 여당
지난 2023년 조지아 여당인 조지아의 꿈당(Georgian Dream)이 외국 대리인법과 유사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2023년 3월 9일, 조지아 여당은 대규모 시위와 광범위한 국제적 비판에 이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외국 대리인법과 유사한 법률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당이 철회한 법안에는 해외에서 20% 이상의 자금을 받는 비정부 단체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유럽연합(EU)은 해당 법률이 EU의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조지아 여당을 비난했다. 한편 법안을 철회하기로 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야당들은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조지아 국내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2024년 5월 14일 조지아 의회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독회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외국 대리인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여당이 반대를 억제하고 조지아를 러시아와 가깝게 하고 서방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비난했다. 살로메 주라비슈빌리(Salome Zurabishvili) 조지아 대통령은 위 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였으나, 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묵살했다. 법안이 채택되기 전부터 의회 밖에서는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여당 내 주요 인물의 영향력으로 외국 대리인법이 통과되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지아 여당이 10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위 법안을 채택했다고 설명하였으나,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 없이도 조지아의 꿈당이 의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조지아의 꿈당의 창립자이자 명예 의장인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Bidzina Ivanishvili)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그는 정부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조지아의 가입 절차 중단할 가능성
조지아 의회가 외국 대리인법을 통과시키자 EU 측은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2023년 12월 조지아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 위 법이 통과하자 조셉 보렐(Josep Borrell) EU 외교안보정책 대표는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법안 채택이 EU의 후보 지위 조건에 따른 조지아의 약속에 위배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렐 대표는 EU가 이에 대한 대응을 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서방 vs 친러시아, 조지아의 선택…지정학적 균형의 재편 예고
전문가들은 이 법안은 지정학적으로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았다. 조지아는 2024년 말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법안 채택으로 협상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법안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럽 의회 의원들은 조지아 관리들에 제재가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EU의 입장에서도 조지아는 여전히 핵심 국가이다. EU는 남쪽에서 러시아를 우회하여 중앙 아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무역로인 이른바 '중간 회랑'의 관문으로서 조지아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아르메니아-러시아 간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아르메니아와의 육로 연결고리로서 조지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조지아와 EU 간 관계가 훼손되면 러시아는 이 상황에 주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조지아는 노골적인 반러시아 수사를 자제하고 있으며, 양국 간 교역량이 증가하고, 수년간 중단되었던 직항편이 재개되었으며, 모스크바는 조지아인에 대한 비자 요건을 폐지했다. 또한 전문가는 러시아 측이 조지아의 반서방적인 입장을 인정하고 있으며, 러시아 관리들은 NGO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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