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자원 중심 협력 강화 추진
윤석열 대통령, 에너지·광물 분야 외교 관계 강화와 협력을 위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지난 6월 10~16일 일주일간 윤석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대로 방문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한국 대기업들이 첨단 배터리와 반도체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에너지, 광물 확보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이 호혜적인 협력,지식 공유, 주요 광물 산업과 관련된 발전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매체인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는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이 한국에 수출했던 흑연(Graphite), 요소수 등 주요 자재, 광물 공급을 중단하자 한국 정부가 수입 상대국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한국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직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 개선 시도가 그간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강조해왔던 윤 대통령 정부 외교 정책의 진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강대국들의 갈등 속 에너지 생산 공백을 메우려는 한국과 기술 및 투자를 원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 균형점 추구
호혜적인 협력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한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강대국으로 둘러 쌓인 것처럼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 중국, 미국과 유럽, 이란 등 글로벌, 지역 강국 사이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전부터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각국이 무역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자 하는 여러 양자 간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풍부한 에너지 및 광물 자원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에너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서 상호간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한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러시아, 중국, 미국이 동시에 관여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이 정치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에서도 기존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러시아, 중국, 미국에 한국이 추가되면 외교 관계 다각화와 그에 따른 더 많은 이익 추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인프라 및 건설·교통 부문에서 한국과 협력 강화
아시가바트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 협력의 화두로 떠올라
고대부터 시작된 인연을 간직한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역사적인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 및 물류 중심지인 투르크메니스탄은 미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투자, 기술, 인프라 등 중요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여러 기업들은 이미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전 개발과 산업단지 건설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른 한국 기업들도 유사한 프로젝트 참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 기간 양국은 인프라 건설과 교통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이번 한-투르크메니스탄 대표단 간 회담에서 '아시가바트-시티(Ashgabat-City)' 프로젝트의 이행은 핵심 주제였다. 이 프로젝트는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에 첨단 인프라와 편의시설을 갖춘 초대형 복합도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 기업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참여에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였다. 또한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건설, 인프라,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신도시 개발 및 인프라 프로젝트 관련 정책과 제도를 공유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의 철도 현대화 및 항공 운항 확대에도 협력하기로 양국은 뜻을 모았다. 이외에도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Serdar Berdimuhamedov)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2025년으로 예정된 한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 개최와 한국-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구상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 기업, 투르크메니스탄과 천연가스 부문 협력 계약 체결
민간 부문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투르크메니스탄 메리주(Mary Province) 갈키니쉬 가스전(Galkynish Gas Field)에 유정 및 탈황용 천연가스 처리시설을 증설하는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투르크멘바시(Turkmenbasi) 인근에 건설한 총 34억 달러(한화 약 4조 7,134억 원) 규모의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Kiyanly Polymer Plant )의 최대 가동률을 회복하기 위한 또 다른 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2018년 한국과 일본 기업이 합작으로 건설한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는 화재로 인해 2023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정상은 대우건설이 투르크메니스탄 서부 투르크멘바시 키얀리에 요소와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비료공장 2개를 건설하기 위해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카자흐스탄,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15주년 맞아…광물 등 새로운 분야 협력에 합의
도로, 발전소 건설 등 인프라 대형 인프라 부문 협력
2024년 6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카씸-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확대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안에서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또한 윤 대통령과 토카예프 대통령은 순방 기간 한국의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자원 및 개발 잠재력을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K-실크로드 이니셔티브의 틀 안에서 협력을 추진할 것에 합의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국 간 교역액은 60억 달러(약 8조 3,190억 원)에 달하며,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 중 하나로 총 투자액이 96억 달러(약 13조 3,104억 원)에 달한다. 카자흐스탄의 인프라, 생산 공장 건설에도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카자흐스탄에 발전소를 건설 중이며, 삼성도 카자흐스탄 내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한국 정부는 카자흐스탄과 희토류 공동 탐사를 진행하여 희토류 생산과 확보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국은 문화적인 부문에서도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1,000여 명의 카자흐스탄 유학생과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12만 명의 고려인이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더 나아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Astana)와 서울 간 직항 노선이 개설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 교류의 양과 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카자흐스탄-한국, 주요 광물 공급망에 대한 양해각서 등 다수 협력 계약 체결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9개의 각서와 2개의 협정 등 양국 간 문서 패키지에 서명했다. 먼저 양국은 한국 기업이 카자흐스탄에서 리튬, 크롬, 우라늄, 희토류 금속 등 중요 광물을 탐사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에 체결된 협정에는 카자흐스탄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반도체 및 자동차 산업을 성장시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에너지 분야에서도 양국은 저공해 발전, 재생에너지, 노후 발전소 현대화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카즈무나이가스(KazMunayGas)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 가스, 석유화학 산업 분야에서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인프라 부문에서도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양국 금융기관이 금융지원 협력 및 정책금융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양국은 기후변화, 기술, 교육, 관광, 인적교류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의 중앙아시아 최대 파트너 국가
중앙아시아 최대의 고려인 디아스포라…우즈베키스탄 거주 고려인 규모 17만 명 수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적 인연은 아프라시압 벽화에 남아있는 한국 사신단에서 볼 수 있듯이 고대부터 이어져왔다. 근현대에 이르러서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한인 중 우즈베키스탄에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에 거주 중인 고려인의 규모는 현재 17만 명에 달한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1992년 수교를 시작한 이래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양국 간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수준까지 높아졌다. 중앙아시아에서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우즈베키스탄이 유일하다. 양국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주요 협력 분야는 에너지, 인프라, 교통이다. 2006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선언을 체결하면서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졌으며, 고위급 방문과 협정 체결¹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최근 양국 간 교역액은 23억 4,000만 달러(약 3조 2,420억 원)에 달했으며, 2022년과 2023년 한국의 대우즈베키스탄 투자액은 70억 달러(약 9조 6,985억 원)를 넘어섰다. 또한 삼성, LG, 롯데, 현대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활동 중이다.
우즈베키스탄과 한국 최초의 고속열차 수출 계약…17개 협정 체결
6월 14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상은 회담 이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및 확대에 관한 공동 서명에 서명하였으며, 양국은 ‘첨단기술과 혁신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17개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이 체결한 협정에는 △ 경제개발협력기금과의 정부 간 협정 △ 한국수출입은행 및 현대로템과의 고속 전동차 구매 및 공급에 관한 협정 △ 교육용 과학 및 정보통신 기자재 제공을 위한 협약 △ 혁신형 제약 클러스터 사업 '파마 파크' 추진에 관한 협약 △ 공무원 역량 강화, 문화, 교통, 지역 난방 시스템 현대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협정 △ 중요 광물 파트너십 협정, △ 농업 및 자격을 갖춘 인력 양성 협력 각서가 포함됐다. 특히 양국은 총 규모 96억 달러(약 13조 3,008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외에도 양국이 체결한 협약 중 중요 광물 분야의 파트너십 계약은 탐사 및 개발에서 가공 및 상업화에 이르는 공급망에서의 협력을 규정하는 것도 포함된다. 특히 위 협정을 통해 양국은 리튬을 포함한 광물 탐사 및 추출에서 가공에 이르는 광물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된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번 협정을 통해 한국 기업이 경제성 있는 광물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실 측은 우즈베키스탄에 핵심 원자재, 반도체, 화학 산업, 기계 공학, 스마트 농업, 인프라 및 도시 계획, 친환경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 초점을 맞춘 지역 첨단 기술 허브를 조성하는 것도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앙아시아 협력, 정치적 불안정과 인프라 부족 극복을 위한 상당한 투자 필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한국… 열악한 인프라로 광물 운송에 어려움 예상, 기술 이전과 개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국은 중앙아시아에서의 중요 광물 사업에서 위험과 보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¹. 윤석열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순방은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의 정치적 불안정, 불충분한 인프라, 기술 전문성의 부족 등의 투자 및 교역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의 정치 환경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와 프로젝트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두번째,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프라가 대규모 채굴 및 처리 작업을 지원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기대했던 것보다 핵심 광물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술 전문성의 부족도 큰 문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현지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여 중요한 광물 프로젝트의 개발 및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문제에도 한국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전통적인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인 것으로 평가된다.